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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24화 (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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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법사

    그렇게 일찍 던전 탐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구원은 먼저 초월종의 보고와 마석을 처리를 위해 안내원 누님을 찾아갔다.

    "누님! 저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평소보다 한층 더 기운차시네요."

    이제는 내가 피투성이가 돼서 와도 꿈쩍도 안하신다. 익숙해진다는 건 무서운 거구나.

    "물론이죠. 누님. 이거 보세요! 제가 초월종을 잡았어요!"

    "네…네?! 초월종이요?! 대체 어떤…."

    "글쎄 늑대개들 서식지에 갔는데 집채만 한 늑대개가 보이지 않겠어요? 상당히 강한 놈이었지만 제가 누굽니까? 단숨에 때려잡았죠!"

    "자, 잠깐만요. 제대로 기록해야 하니까 다신 한번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먼저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집채만 하다고 하셨는데, 3~4미터 정도 되는 건가요?"

    "…2, 2미터? 아니, 2.5는 될지도…."

    "왜 그렇게 뻔히 들킬 거짓말을…."

    누님이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아니, 예쁜 여자한테 자랑 좀 과장되게 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하아…. 그래서, 퇴치 후 나온 물건은 뭔가요?"

    "이건데요."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마석과 늑대개 초월종의 양물을 꺼내 안내 데스크에 올려놨다.

    "이건 또 상당히 독특한 물건이 나왔네요. 이런 건 처음 봐요."

    "그런가요? 같이 갔던 애 반응을 보면 드물긴 해도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요?"

    "양물 자체는 드물긴 해도 저도 처음 보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보통은 작아진 형태로 남아서 가공이 필요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커진 상태로 남은 건 처음보네요."

    안내원 누님은 그 경도를 확인하듯이 물건을 잡고 꽉 쥐었다.

    우와! 누님 대담하시네!

    구원은 드디어 이 쓸데없는 물건의 진정한 용도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인들한테 아이템 감정을 맡기면 핸드잡하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연출 가능하다는 말인가!

    더럽게만 보이던 늑대개의 거시기가 갑자기 신의 아이템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석의 크기로 봐서 적정 레벨은 2계층 몬스터와 비슷한 수준이네요. 또 다른 특이사항은 있었나요?"

    "네. 주변에 암컷 늑대개들을 엄청나게 많이 데리고 있었어요. 늑대개들 암컷은 전부 다 얘가 데리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요."

    "또 과장을…. 그러면 구원씨가 이렇게 살아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번엔 정말이에요! 다행이 같이 갔던 마법사가 엄청 강한 애라 쓸어버렸어요."

    구원이 사라와 디아나가 대기하고 있는 쪽을 가리키자, 안내원 누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 모습에 강한 마법사…. 설마! 구원씨, 혹시 저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아시나요?"

    "디아나라고 하던데요?"

    "디아나님!"

    님이라니. 그렇게 대단한 분이셨어?

    본인 이름만 말하고 본인 정체를 알거라고 생각하는걸 보고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애에요?"

    "모르고 동행하신 거예요?! 디아나님이에요! 그 디아나님! 인류가 쓰는 마법 체계는 전부 저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까지 말해지는,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에 선 존재! 지고의 마법사라고 불리며 모든 마법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전설중의 전설! 디아나님이라고요!"

    뭔가 대충 들어도 먼치킨같은 설명들이 좌라라락 지나갔다.

    뭐? 지고의 마법사? 정점에 선 존재?

    난 그런 분한테 개새끼 거시기 운반이나 시키려고 그런 거야? 살아있는 게 기적이잖아.

    그보다 오랜 과거부터라니 대체 나이가 몇 살이야?

    "사라씨도 그렇고 구원씨 주위에는 정말 특이한 분들이 많이 모이네요."

    "사라요? 사라는 또 왜요? 쟤도 뭐 알고 보니 전설속의 궁사라든가 그런 건 아니죠?"

    "물론 그런 건 아니지만…. 모르신다면 됐어요.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개인정보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니까요."

    방금 디아나의 개인정보를 누설하신 분의 발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만큼 디아나가 유명하다는 말이 되는 건가?

    "아무튼, 초월종의 정보 제공 보수는 내일 나올 거예요. 여기 마석 정산 값이에요."

    그러면서 건넨 돈은 오히려 어제보다 많은 액수였다.

    역시 약한 놈들을 학살하는 것보다 강한 놈들을 잡는 게 돈이 되는 건가.

    이러니 모험가들이 기를 쓰고 더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지.

    돌아오니 사라는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고, 디아나는 그 옆에 가만히 서있다.

    촌티내지 말고 옆에 디아나 좀 본받아라.

    "자. 오늘은 디아나님까지 포함해서 3등분으로 나누면 되지? 어차피 암컷들 절반정도는 디아나님이 처리하셨고."

    "안 어울리게 갑자기 왜 존댓말인가?"

    "왜라니요. 위대하신 지고의 마법사님께 제가 어떻게 반말을 하겠습니까."

    "네?! 지고의 마법사?!"

    우리 시골 아가씨 사라도 알 정도로 유명인인가보다. 근데 왜 이름으론 몰랐냐?

    "허허. 딱히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그냥 편하게 말하게."

    "아 진짜? 그래도 돼? 다행이다. 근데 너 몇 살이냐? 엄청 많은 것 같던데."

    "…자네도 참 대단하구먼. 이 몸의 나이는 알 것 없네. 여성한테 나이를 묻는 건 실례일세."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보통 묻는 게 실례가 될 정도로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소리지.

    하지만 구원은 그 생각을 마음속에만 묻어뒀다.

    너무 까불어대다가 진짜로 눈 돌아가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그럼 우선 여관에 갈까."

    재료들도 정리해야 하고, 아까 말이 나왔던 방어구도 알아봐야하지만 우선은 조금 씻고 싶다.

    "이 몸은 잠시 볼일이 있네. 우선 여기서 헤어지지."

    어라? 아직 내 스킬을 맛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오늘 저녁에 찾아가겠네. 스킬은 그때 체험해보는 걸로 하지.]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대마법사. 텔레파시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나중에 봐!"

    "음."

    그 목소리와 함께 디아나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마법이란 건 진짜 별걸 다 할 수 있군.

    나중에 디아나한테 마법사 되는 방법이나 물어봐야겠다.

    "괜찮겠어요?"

    "응? 뭐가?"

    "그 대마법사잖아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분인데 그냥 헤어지기 아깝지 않나요?"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곧 다시 만나겠지."

    정말 곧 다시 만나지만 디아나도 사라를 신경 써서 텔레파시를 쓴 거겠지.

    사라에게 전부 말해줄 필요는 없다.

    주로 내 평온을 위해서.

    여관에 들러 일단 씻고 곧장 사라와 함께 한스 & 에리나에 갔더니, 웬일로 에리나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하긴 이 시간대에 오는 건 처음인가. 마침 잘됐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바로 늑대개의 양물을 꺼내 카운터에 올려놨다.

    "늑대개 초월종을 잡고 나온 건데요. 얼마나 하나요?"

    "어머? 첫 발견이신가요? 독특하네요. 가공도 하기 전에 커져있는 상태로 남은 물건이라니."

    그러면서 에리나 역시 손끝으로 쿡쿡 찌르며 확인해본다.

    이 얼굴에 유부녀라니. 한스 이 도둑놈새끼!

    아니. 신사라면 어떤 상대라도 즐길 수 있어야 하는 법.

    이 상황을 즐기자. 동안 유부녀가 딜도를 들고 하악하악.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으, 응?! 뭐, 뭐가?!"

    사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긋이 바라본다.

    얜 이제 사람 머릿속도 들여다보나.

    "정말 이걸 저희 가게에 파실 건가요?"

    "네. 아, 혹시 이런 건 안 사나요?"

    "아뇨. 귀부인들이 비싸게 주고 찾는 품목이니 물론 사들이긴 하지만…. 보통은 파티의 성직자 분께 양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네? 성직자한테 양보라뇨?"

    "모르시나요? 몬스터의 양물은 성직자분들의 스태프를 만드는 핵심 재료 중 하나랍니다."

    뭐? 왜 이딴 걸로 스태프를…. 아…여기 여신이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 여신을 믿는 성직자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라는 소린가.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건 일단 보류하고 다른 재료들만 팔게요."

    스태프라…. 확실히 힐러가 필요하긴 하다.

    파티원으로 성직자를 한 명 모셔 와도 되고, 내가 직접 성직자 직업을 얻어서 스스로 탱과 힐을 둘 다 맡아도 되고. 어느 쪽이든 스태프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이건 아껴두자.

    "아참. 혹시 추천할만한 방어구점이 있을까요? 방어구를 맞추려고 하는데 제가 아는 가게가 없어서."

    "그렇다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스씨의 동생이 있는 대장간에 가보시는 게 어떤가요? 아직 젊지만 실력은 확실한 아이에요."

    그 곰 같은 한스의 동생이라….

    하긴 대장간에까지 여자를 바라는 건 사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고 에리나가 알려준 장소로 가보니, 한나의 대장간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한스의 동생이란 게 여자였어?

    안에 들어가니 카운터에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 몸매를 대담하게 노출시킨 여장부가 있었다.

    한스와 전혀 닮은 구석이 안 보이는데.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근육은 징그럽게 큰 근육이 아닌, 제대로 여성의 곡선을 유지하는 건강한 몸매를 하고 있고 얼굴도 야성적이지만 개성이 있는 미인이다.

    이게 바로 유전자 몰빵이란 건가.

    그놈도 어지간히 불쌍한 놈이었군. 동정은 안 할 거지만.

    게다가 나름 잘 나가는 가게인지 손님도 꽤나 있다.

    방어구를 어떻게 할지 여러모로 고민해봤지만, 역시 움직임에 방해되는 수준의 방어구를 착용하기엔 꺼려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게 일단 기본적으로 방어력보다는 활동성을 중시한 가죽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철제 건틀릿과 부츠를 착용하는 거다.

    어차피 무투가라는 직업상 손과 발을 자주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공격들도 대부분 팔 다리로 방어하니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방어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덤으로 공격력 상승효과도 볼 수 있고 말이지.

    "점원에게 설명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라가 방어구들을 관찰하는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걱정마. 내가 정확히 볼 줄 아니까."

    왜냐하면 말 그대로 보이거든.

    지금까지는 재료 템만 봐서 그다지 쓸모가 없었지만 내 눈에 보이고 있는 게임 시스템은 아이템에게도 역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여기 똑같아 보이는 건틀릿 두 개를 비교해보면 각각 방어력이 10과 11로 오른쪽에 있는 게 미묘하게 더 성능이 좋다.

    내가 물건 볼 줄도 모르면서 박식해 보이는 디아나와 함께 올 생각을 안 한 것도 다 이걸 믿고 그랬던 거다.

    "사라 넌 뭐 살 거 없어?"

    "전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가벼운 가죽 갑옷이라도 하나 사. 돈이 모자라면 보태줄 테니까."

    아무리 후위라지만 절대 공격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최소한의 방어구는 입는 것이 좋겠지.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너 그러다가 당하기라도 하면 또 어제처럼 던전에서 나랑 섹스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 그럼…."

    그렇게까지 말하자 사라도 더는 거절하기 힘들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그렇게 가게에 선반에 놓인 적당한 가격의 방어구들 중 가장 품질이 좋은 녀석들로 들고 가자, 카운터에 있던 한나의 눈빛이 번득였다.

    "신참 모험가 같은데 꽤나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군. 물건 볼 줄 아는 모양이야?"

    "뭐 내 수많은 장점 중 하나지."

    "핫. 입도 제대로 뚫려있군. 너 같은 놈은 싫지 않아."

    "그래? 나도 댁 같은 여자는 싫지 않아. 아니, 허세 부려서 죄송합니다. 실은 좋아합니다. 혹시 괜찮다면 같이 레벨 업이라도…."

    "당신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시끄러워!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미인이라고! 남의 연애를 방해하지 마라!

    "하하핫. 재밌는 놈이군."

    한나는 농담이라고 여겼는지 깔끔하게 웃어넘기고 계산을 했다.

    젠장. 농담 아니었는데.

    사라의 방해로 한나를 꼬시는데 실패한 구원이었지만, 아직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 나에겐 디아나와 한 약속이 남아있다.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이미 밤이 너무 기다려져서 주체가 안 되는 상태였다.

    사라와 대화하면서 밥을 먹고 있지만 대화내용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제 말 듣고 있어요?"

    "응? 응. 당연하지 잘 듣고 있어."

    "왜 그래요?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얘한테 들키면 또 어떤 방해공작을 해올지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도 조금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그래?! 그거 잘 됐네! 그럼 내일부턴 더 잘해보자! 잘 자!"

    사라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던 구원은 시야 한 구석에 익숙한 천 덩어리가 보이자 지체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갔다.

    흐흐흐. 최고의 마법사라고 했겠다.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렙. 분명 그 미모도 세계 최고 수준이겠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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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글 쓰자마자 그냥 예약 걸어놓고 자느라 답변 못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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