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9화 (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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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의 사정

    그 후 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될 때까지 할아버지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할아버지의 시신을 땅에 묻고, 장례를 치른 후에도 사라는 그저 멍하니 무덤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주일? 한 달? 아니, 어쩌면 더?

    폐인처럼 그저 하염없이 무덤을 바라보며 울기만하는 사라를 보다 못한 아주머니 한 분이 사라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사라야. 기분은 이해한다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네가 이렇게 지내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겠니?"

    "할아버지…."

    "그래. 네가 이러고 있으면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편히 계시지 못하실 거다."

    그 말에 사라는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 그 말대로다. 지금 할아버지는 절대 편하게 계시지 못하고 있을 거다.

    복수를 해야 돼.

    하지만 어떻게?

    상대는 사라 따위는 상대도 안될 만큼 강한 모험가다.

    그러면 나도 강해지면 되잖아?

    사라에게는 용사라는 강해지기에 최적화된 직업이 있다.

    사라가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

    사라는 처음으로 용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래.

    강해지자. 강해져서 꼭 복수하자.

    할아버지 죄송해요.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요.

    그때부터 사라의 행동은 신속했다.

    먼저 그 모험가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촌장의 집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 모험가는 촌장에게 던전 도시에 가서 일확천금을 노릴 거라는 둥 허풍을 떨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집에 가서 호신용 나이프 하나와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활 하나, 그리고 쌓여있는 화살통 몇 개만 들고 당장 길을 떠났다.

    사라가 살던 마을은 자그마한 화전촌이다.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나눠서 하고 모두 공유하며 나누는, 돈 같은 건 사용할 일도 없는 작은 마을.

    때문에 사라가 마을을 나설 때도 역시 빈털터리였다.

    덕분에 사라는 던전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토끼같이 약한 1레벨 몬스터를 잡아 그 고기를 먹으며 버텼다.

    던전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이상 화살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이프로만 토끼를 잡았더니 어느새 레벨과 용사 레벨도 조금 올라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려 겨우 던전 도시에 도착했을 때, 사라는 어느새 레벨과 용사 레벨이 7까지 올라 있었다.

    "네, 등록비는 2실버입니다. 신분확인을 위해 스테이터스 용지에 손을 올려 주세요."

    그렇게 간신히 던전 도시에 도착한 사라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나, 나중에 다시 올게요."

    어쩌지. 어쩌면 좋지.

    태어나서 돈이란 건 본적조차 없다. 하물며 1실버라는 거금이 있을 리가 없지.

    복수를 위해 왔다지만, 지금의 사라의 힘으론 복수는커녕 다시 보였을 때 또 강간하려고 덮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복수를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는 던전이 제격이다.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드에 모험가 등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사라는 길드 한 구석에 서서 팔을 꼬고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도시 밖에 나가서 몬스터라도 잡아 돈을 마련해야 하나?

    하지만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끊임없이 몬스터를 잡아 공급하는 도시다.

    대체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2실버를 모을까?

    "안녕하세요."

    그때 사라에게 말을 거는 한 남자가 있었다.

    사라는 타고난 미모로 남자들의 시선에 익숙하다.

    저 시선이 가지는 의미도 잘 알고 있었다.

    남자새끼들이란 다 똑같은 생각밖에 못하는 걸까?

    게다가 모험가 남자라니.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토할 것 같다.

    그 새끼처럼 머릿속에는 떡치는 것 밖에 안 들어있는 놈이겠지.

    "아뇨. 안녕 못하네요."

    사라의 반응은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남자는 끈질겼다. 사라가 아무리 앙칼지게 대응해도 전부 부드럽게 받아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 세계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꼭 동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다가 남자의 그 말에 드디어 관심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란 직업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셨다.

    복수를 마음먹은 이상 용사라는 직업도 이용하겠지만, 되도록 남에게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 세계의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니?

    그러면 사라가 용사의 힘으로 아무리 강해져도 속여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던전에 가려면 동료는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가 가까이 있기도 싫은 남자 모험가라고해도, 복수를 위해서라면 감내할 수 있다.

    만약 이 남자도 사라의 몸을 노리고 다가온 거라면, 복수의 대상자가 한명 더 늘어나게 되는 것뿐이다.

    사라는 일시적으로 눈앞의 구원이라는 남자와 손을 잡기로 했다.

    의외로 구원의 동료가 필요하다는 말은 진심이었는지, 모험가 등록을 할 돈까지 빌려주었다.

    복장을 봐서는 구원에게도 작은 돈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길드 등록 시에 스테이터스 용지에 표시된 용사라는 직업은 안내원에게 철저히 입막음을 했다. 다행이 길드에서 모험가들을 관리하기 위한 용도일 뿐 개인 정보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절대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도록 안내원을 협박해뒀다.

    무려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는 용사의 협박이다. 일개 안내원이 무시하진 못하겠지.

    그것 말고도 스태이터스 용지에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데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돼.

    그리고는 곧장 던전에 가게 됐다.

    반말을 하는 구원의 허물없는 태도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파티의 생존과 연관 지어 말하니 납득은 갔다.

    하지만 이렇게 파티 플레이가 익숙한데 정말 이방인인걸까?

    그 의문은 구원이 세부 스탯이니 스킬 포인트니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아 곧 해결됐다.

    정말로 이방인이 맞기는 한가보다.

    게다가 사라가 용사 레벨을 숨기고 궁사와 사냥꾼 레벨만을 말하자, 구원은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라의 성장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단기적인 파티보다는 미래를 보는 걸까?

    이정도로 던전의 사냥에 진지하다니, 이 남자와 파티를 맺은 건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던전은 사라의 생각 이상으로 가혹했다.

    설마 고작 토끼가 레벨이 10이라니.

    아마 멋도 모르고 사라 혼자 들어왔으면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죽을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사라는 구원의 도움아래 편하게 직업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 남자도 결국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날 마지막 전투에서 구원은 온몸을 내던져 사라를 위기에서 구해주기까지 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게 정말로 그냥 파티원이 필요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 좋은 바보인 건가?

    피범벅이 돼서도 익살스럽게 아픈 척을 하는 구원을 보며, 사라는 알 수 없어졌다.

    던전에 나와서 구원이 마석을 교환하는 동안, 사라는 길드를 둘러보며 혹시 자신을 강간하려고 한 그 남자가 있지 않을까 찾았다.

    아마 이 도시 어딘가에 있기는 할 테지만 되도록 소재를 파악해두고 싶다.

    하지만 만약 지금 여기 있다고 해도 이 넓은 길드에서 찾기는 요원한 일이다.

    천천히 가자. 아직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쌓은 것도 아니잖아?

    힘을 쌓은 그때까지만 찾으면 될 일이다.

    구원은 마석을 정산해 와서 바로 사라에게 절반을 건네줬다.

    오늘 사라는 그저 도움만 받았을 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돈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긴 안목으로 파티의 운영을 생각하는 구원의 말에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라는 기본적으로 빚지고 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이 빚은 빨리 성장해서 갚자. 레벨만 조금 오르면 오히려 내가 이 남자보다 전투에서 활약할 테니, 그때 가서 지금 받고 있는 빚은 이자까지 쳐서 전부 갚아주자.

    사라는 어느 샌가 자신이 눈앞에 있는 남자와 계속 파티를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긴 던전에서 그렇게 희생한 걸 아는데 믿음이 조금은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그 믿음은 여관에서 같은 방에 묵으려고 하는 구원의 행위에 바로 흔들렸다.

    역시 이 남자도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 거였어.

    사라는 그 짧은 시간에 구원을 믿으려고 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하지만 구원은 의외로 정말 사라가 밖에 묵는 걸 걱정했던 건지, 돈을 주고 자신이 밖에서 노숙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로? 정말로 내 몸을 노리는 게 아니란 말이야?

    사라는 침대에서 긴장해있었지만 구원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듯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고, 결국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역시 구원은 사라의 성장을 돕는 것에만 힘쓸 뿐이었다.

    사라도 이제는 조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내 몸을 노리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다음날 구원이 레벨 업 얘기를 꺼냈을 때는 실망했다.

    뭐야. 그냥 다른 남자들 보다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짰을 뿐 결국 목적은 그거였단 말이야?

    하지만 구원은 자기랑 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와 하고 와도 좋으니 던전 탐험을 위해 레벨 업을 하고 오라는 말이었다.

    물론 사라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 날 이후로 남자와 몸이 닿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남자한테 안기다니. 아무리 그게 복수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해도 결코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용사의 힘으로 몬스터만 잡아도 레벨 업은 가능하다.

    그야 섹스보단 느릴지도 모르지만 용사의 장점은 성장속도뿐만이 아니니 조금은 레벨이 낮아도 문제없다. 오히려 레벨이 조금 낮아도 사라가 훨씬 강할 거다.

    사라는 다시 한 번 구원을 바라봤다.

    이 남자가 정말로 자신의 몸이 목적이 아니란 건 이제 확실히 알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무조건적인 도움을 줄 정도로 호인이기까지 하다.

    만약 여기서 구원과 헤어지면 이런 동료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사라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와 동료가 된 건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신께서 사라에게 내려주신 선물 아닐까?

    마침 구원은 신이 직접 이 세계에 데려온 이방인이다.

    사라는 구원을 만나게 된 것이 정말로 점점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라는 계속 전투를 하자고 설득했다.

    이방인인 구원이라면 용사란 걸 밝히지 않아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어느 정도 상식은 있는지 사라의 말에 바로 설득 당하지는 않았지만, 고민하는 눈치였다.

    용사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까?

    하지만 할아버지가 말했던 용사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주저하게 된다.

    아니, 신께서 보내주신 선물이잖아. 한 번 믿어볼까?

    그때 갑작스럽게 다시 늑대개들을 만나 전투가 시작됐다.

    구원이 늑대개들에게 달려가고 사라가 뒤에서 화살을 몇 번 날렸을 때, 갑자기 사라의 뒤에서 늑대개들이 덮쳤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지만, 사라는 침착하게 피하고 다시 태세를 정돈했다.

    용사의 힘으로 보통의 8레벨 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신체능력을 가진 사라에게 약점까지 명확한 수컷 늑대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사라는 수컷 늑대개들의 고환에 화살을 날려 순식간에 처리했지만, 구원은 사라를 도우려 했던 건지 싸우던 암컷들을 내팽개치고 사라 쪽으로 달려왔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원이 내팽개치고 온 암컷 중 한 마리가 고개를 드는 것이 보인다.

    저 자세는 분명?!

    울음소리로 동료를 부르는 자세라고 구원이 말했던 게 기억난다.

    재빨리 활을 겨눴지만, 사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대로 동료가 몰려왔을 때 사라가 활약하면 전투로 성장도 가능하다고 구원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사라가 그렇게 잠깐 주저하는 사이에, 구원이 사라의 앞을 막아서 늑대가 동료들을 부르는 것은 결국 막지 못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일은 사라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몰려오는 늑대개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했고, 구원의 온 몸을 뒤덮은 늑대개들은 그러고도 아직 숫자가 남아 사라를 노리는 놈들까지 생겼다.

    그래도 구원이 화려하게 날뛰고 있어서 강한 개체들은 전부 구원을 공격하고 있고, 사라를 노리는 늑대개들은 수컷이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사라는 일단 숫자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에 수컷들을 노려가며 화살을 날렸다.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갑자기 암컷 두 마리가 빠져나와 언젠가 본 적 있는 묘기 같은 점프로 사라를 덮쳐왔다.

    마침 마지막 화살을 날려 화살은 전부 떨어진 상태.

    사라는 늑대개를 황급히 피하기 위해 불안정한 자세로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를 접질렸다.

    아직 복수도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어!

    그런 생각이 뇌리에 떠올라 사라는 소매에서 나이프를 꺼내 암컷을 상대했다.

    괜찮아. 난 용사야. 이까짓 것들 처리할 수 있어.

    결국 한 마리를 처리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져 들어오는 공격에 사라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을까.

    사라는 온몸에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의식이 돌아왔다.

    한 남자가 사라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흐린 시야 사이로 보인다.

    서, 설마?!

    사라는 뇌리에 과거의 경험이 플래시백 되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팔다리는 흐느적거리며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설마, 또. 또 그런 짓을 당하려고 하는 거야?

    "으윽…지…지금…뭐하는…. 시, 싫…."

    "야 내 말 잘 들어. 살 수 있어! 알았지? 너 하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래야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남자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반사적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사라는 깨달았다.

    사라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남자는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 어린애같이 울고 있었다.

    게다가 잠꼬대처럼 계속 중얼거리는 말은 사라를 걱정하는 말들 뿐.

    피투성이인 본인의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를 걱정하며 이렇게 울고 있는 남자가 강간을?

    사라의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사라의 전신에 낯선 감각이 휘몰아쳤다.

    뭐, 뭐야 이 감각?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한차례 경련하듯 부르르 떨자, 갑자기 몸에 아까보다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회복되고 있어?

    이래야 살 수 있다는 말은 이런 뜻인 거야?

    사라는 그제야 조금 상황이 파악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남자가 주는 낯선 감각이 다시 뇌리를 지배했고, 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흐트러졌다.

    그렇게 한참 후, 온몸이 회복되고 나서야 겨우 구원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아직 사라가 죽을 뻔 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로 보이는 구원과 던전을 벗어나며, 사라는 생각에 빠졌다.

    강간을 당했다지만 저번과는 다르게 구원에 대한 원망은 신기하게도 없다.

    애초에 고민하지 말고 늑대개의 울음소리만 바로 막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본인도 피투성이면서 사라의 목숨만을 걱정하며 울던 그 얼굴을 떠올려보면 도저히 원망하려고해야 원망할 수 없다.

    구원은 정말로 그저 사라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사적일 뿐이었으니까.

    그보다는 구원과의 섹스 자체가 문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밤, 그 모험가가 옷을 벗기며 사라의 몸에 손이 닿는 것조차 소름끼치고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구원과는?

    그 낯선 감각은 분명히 쾌락이다.

    치료가 목적이든 뭐가 됐든 강제로 당한 건데 말이다.

    게다가 사라는 처녀였다.

    처음이면 아프다고 들었는데 구원과의 행위에서는 그런 고통마저도 안 느껴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뭐가 원인일까?

    성자가 섹스와 관련된 직업인 것 같으니 뭔가 보정이 들어가기는 할 거다.

    하지만 정말 그뿐일까? 내가 느낀 그 감각들이 그저 직업의 힘에 불과하다고?

    도저히 그것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때 좋아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정말 행복한 기분이 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행복? 확실히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

    그럼 설마 좋아하는 거야? 내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이 남자를?

    분명 만난 걸 운명이라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복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런 게 아니었나?

    사라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보내주신 분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사라의 행동 해답편(?)입니다.

    사실 2, 3화정도로 사라의 감정변화를 상세하게 풀어쓰려고 했는데, 같은 내용을 시점만 달리해서 분량 잡아먹는 건 조금 아닌거같아 압축했습니다.

    쓰굴 // 추천 감사합니다.

    코모에 // 용사가 그리 흔한 게 아니다보니 파티를 이룰 정도로 나오진 않을 거예요.

    Catmus // 솔직히 세계관이 세계관이다 보니 별 생각 없이 쓴 건데 용기까지 필요한 내용이었군요….

    시원섭섭 // 그렇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네요.

    블러드헬 // 네 그렇게 됐습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짱개비 // ‘섹스 앳 더 던전’이었습니다

    말살 // 사실 용사의 특성상 지금부터 활 버리고 칼 들어도 무쌍이 가능해지긴 합니다.

    완글아 // 그렇죠. 사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었는데 독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을 못했네요.

    Ghozt // 사라정도면 처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Revidus // 자주 써먹을 소재도 아니고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니 이젠 안 나올 것 같네요.

    진타 // 사실 강간 자체보다는 당할 때 할아버지가 죽은 충격이 더 크지만요.

    muhyuk // 음….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이 많군요. 주의하겠습니다.

    songmin3329 // 제목에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이 계셔서 바꿨습니다.

    DJ대중 // 잣대가 매우 엄격하시군요.

    반가운미소 // 다음 편 대령했습니다.

    ginsen // 사실 지금까지 생각한 히로인들은 확률이 절반정도이긴 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세계관상 그렇게 되겠죠.

    Cloudweb // 다음 편 대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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