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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5화 (1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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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동료

    그렇게 오늘도 늑대개 소탕에 몰두했다.

    처음에 암컷 둘을 만났던 건 그저 운이 안 좋았던 것뿐이었는지, 그 이후로 조우한 늑대개는 수컷이 많았다.

    수컷들과 암컷이 섞여있는 무리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두세 마리의 수컷에 암컷 한 마리가 붙은 모습은 마치 암컷이 수컷을 호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봤자 구원과 사라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수컷은 특유의 약점 덕분에 구원이 주의만 끌어주면 사라도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고, 암컷도 세 마리까지는 사라의 엄호와 구원의 신체능력으로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사라가 나무 위에 올라가면 구원이 주위를 돌며 한 무리씩 유인해온다. 주변 늑대 개들을 모두 정리하면 다시 적당한 나무를 찾아 사라가 올라가고 구원이 유인하기를 반복.

    오늘도 밤늦게까지 사냥하여 결국 사라의 궁사 레벨도 7을 찍었다.

    아무리 늑대개들과 레벨 차이가 있다곤 해도 확실히 너무 빠른 것 같단 말이야.

    사라의 활은 과장 좀 보태서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실력이 상승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마치 이미 완전히 숙달된 활잡이가 모종의 이유로 제한이 걸려 있다가 빠르게 실력을 되찾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위력도 직업 레벨 하나가 올랐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올라간다.

    이제는 수컷 늑대개의 고환을 화살 한두 개로 떨어뜨리는 건 물론, 암컷에게도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분명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좀 더 친해지면 말해 주려나.

    "휴. 드디어 끝났군."

    "뭐가 말이에요?"

    "뭐긴 뭐야. 네 레벨 업이지. 궁사 레벨 7 찍었다면서. 이제 레벨 제한에 막혀서 더 못 올리잖아."

    그렇다. 이제 사라가 더 성장하려면 레벨을 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구원이 노린 것도 바로 이거였다.

    사라의 목적이 강해지는 거라고 한 이상, 결국 사라도 레벨을 올리긴 올려야 할 거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직업 레벨을 한계까지 찍자마자 바로 레벨 안 올리냐고 닦달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티가 난다.

    어떻게 사라 쪽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언급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아직 아니에요. 지금 막 레벨도 8로 올랐거든요."

    그런 구원의 고민도 무색하게, 사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뭐?!"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보자 확실히 사라의 레벨은 8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그렇게 늑대개를 학살하면서 겨우 1레벨 올랐는데 얘는 이틀 만에 레벨 업을 한다고?

    사기잖아?!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아니. 내가 이 세계에 상식이 좀 없긴 하지만 몬스터만 잡아서는 레벨 업이 쉽지 않다고 들었거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오르나 싶어서."

    "별거 아니에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벨 업까지 얼마 안 남았었거든요."

    씨발 그렇구나.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래도 계획에 차질은 없다. 결국 고작 레벨 1차이. 얼른 궁사 레벨을 8까지 만들어 버리면 문제될 거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작은 벌써 12시를 넘었다.

    젠장, 오늘이야말로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내일까지 기대려야하나.

    구원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냥한 건 처음이라 신체의 피로는 둘째 치고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일찍 와서 8까지 올리자. 피곤해서 더는 안되겠다."

    "피곤한 건 알겠지만 오늘은 재료도 확실히 처분하고 갈 거예요."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어젠 진짜로 피곤해서 생각 못한 거였다니까."

    쳇. 나도 오늘은 딸 잡고 잘 거거든?

    아니, 내일 거사를 치를 걸 생각하면 아껴둬야 되나? 크흐흐.

    길드에서 마석을 바꾸러 가자, 언제나 완벽한 영업 미소를 띠고 있던 안내원 누님이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구원씨. 안녕하세요. 아뇨 조금…. 그러고 보니 오늘도 늑대개 쪽을 사냥하러 가셨었나요? 별일 없었어요?"

    "아뇨 딱히…. 아, 암컷이 조금 섞여있더군요."

    "그렇군요. 구원씨는 암컷과의 전투도 별 문제 없으신 모양이네요."

    "네?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됐다는 말인가요?"

    "보통은 자기 레벨에 맞는 몬스터와 싸우니까요. 오늘 수컷 늑대개를 상대하러 갔던 모험가들이 월등히 강한 암컷을 만나 죽거나 크게 다쳐서 돌아온 건이 꽤나 있었어요. 아무래도 길드에서 안내하던 던전의 구역별 적정 레벨 설정도 다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구원은 이 세계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레벨에 비해 월등히 강하다.

    수컷 늑대개가 레벨은 적정 레벨이라고 해도 스탯상으로는 그냥 양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구원도 암컷을 상대로는 다치기도 하니 수컷만 상대하던 수준의 모험가들에게 암컷은 아마 재앙이나 마찬가지였겠지.

    "그렇군요. 길드도 큰일이네요."

    "네. 현재 갑자기 암컷 늑대개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조사 중이지만 몬스터들의 생태는 알려진 바가 없다보니 큰 진전은 없는 상태에요."

    갑자기 암컷 늑대개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라….

    설마 내가 수컷들의 씨를 말리면서 돌아다니다보니 다급해진 암컷들이 튀어나왔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생각해보니 늑대개들을 상대하기엔 오버 스펙으로 너무 설친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

    나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그래 그러자.

    "모험가들이 학자들도 아니고 힘들겠네요."

    "정말로요. 여기 마석 값이요. 아, 그리고 어제 말했던 정보 보수도 나왔어요. 암컷 늑대개는 적정 레벨 15로 보수는 20실버가 나왔네요."

    "와 비교적 저레벨 몬스터인데도 상당하네요?"

    "그 정도로 길드에선 던전의 정보를 모으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죠. 모험가들 중에는 본인만 알고 있으면서 정보를 밝히려고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니 정보료가 그에 맞춰서 높아진 점도 있고요."

    "그렇군요. 그럼 고생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사라는 오늘도 길드 내부를 둘러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촌티난다. 그만 좀 두리번거려라.

    "기뻐해라. 암컷 늑대개의 정보비로 20실버나 받았다. 오늘도 재료는 나중에 처분하고 여관에나 가자."

    "그거 잘됐네요. 그럼 내일 봐요."

    사라는 구원에게 돈 절반을 받더니 먼저 가려고 했다.

    "야, 야. 어디 가냐?"

    오늘 밤에 일을 치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사라가 그렇게 나오자 좀 당황하고 말았다.

    "어디 가다니요? 물론 여관이죠."

    "아니, 내 말은 왜 혼자 가냐고!"

    "각자 묵을 여관비도 있는데 굳이 같이 갈 필요 있나요?"

    "넌 대체 어제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거냐!"

    "알아요. 농담이었어요. 피곤하니 빨리 가죠."

    사라는 희미하게 입 꼬리를 올려 그렇게 내뱉고 앞장섰다.

    저 썅년…. 이제 사람을 놀려먹기까지 하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 구원과 사라는 이른 아침부터 던전에 왔다.

    이유는 다르지만 구원도 사라도 얼른 궁사 레벨을 8까지 올리고 싶다는 마음은 같으니 일찍부터 나와 버렸다.

    "그럼 얼른 가자. 오늘 안에 궁사 레벨도 8까지 찍도록 해봐야지."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해줘서."

    "뭘 이정도 가지고. 됐어. 동료가 강해지면 나도 편해지고 좋은 거지."

    사라는 구원이 순수하게 본인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안 어울리게 솔직한 태도로 감사했다.

    고맙기는. 다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그럼 오늘도 늑대개를 잡으러 가자."

    "네? 저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했고, 좀 더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러 가도 괜찮아요. 제 걱정이라면 필요 없어요."

    "이제 고작 레벨8이 성장은 무슨. 그 렙이면 저기 보이는 토끼 놈 적정 레벨보다도 낮은 건 아냐?"

    그러자 사라가 바로 화살 통에서 화살을 뽑더니, 순식간에 화살을 날렸다.

    쐐액!

    화살은 꽤나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토끼를 꿰뚫었다.

    훌륭할 정도의 원킬이었다.

    어라? 10레벨 몬스터를 8레벨이 한 방에 잡는 게 말이 돼?

    "이제 조금 믿음이 가시나요?"

    "야 쟤들 정도는 내가 살짝 힘 조절 잘못해도 온몸이 터지는 수준이야. 겨우 그 정도로 믿음은 무슨."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구원은 상당히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위력은 이해하기 힘든데. 대체 비결이 뭘까?

    얼른 애널라이즈를 만렙 찍던가 해야지.

    그래서 가끔 만나는 토끼나 너구리 같은 몬스터는 사라가 가볍게 한 방으로 잡으며 오늘도 늑대개의 서식지에 도착했다.

    "저희 능력을 생각해보면 겨우 늑대개를 상대하는 것 보다는 더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러 가는 게 효율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궁사 레벨 8을 찍을 때 까지는 늑대개들 상대로 한번 연습해 보자고. 어제는 네가 나무위에서 안전하게 사냥했으니 문제없었지만, 본격적으로 사냥에 들어가면 이제 그 짓도 못하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처음 만난 무리는 수컷 두 마리였다.

    원래대로라면 구원이 달려가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사라가 고환을 노리는 게 정석인데, 사라는 구원이 나서기도 전에 갑자기 활을 들어 화살을 날렸다.

    "뭐하는 거야!"

    "가만히 보고 있으세요."

    사라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하더니,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이 화살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어라? 왠지 화살촉부분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 같다?

    결국 늑대개 두 마리는 구원 쪽으로 올 즈음에는 화살로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보셨죠? 이 정도는 된다고요."

    "설마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냐? 내가 너한테만 몰아줘서 잘 모르나본데, 난 쟤들 잡는데 딱 두 대면 돼."

    구원은 복잡한 심경을 숨기듯 그렇게 뻐겼다.

    이거 어째 생각보다 훨씬 세진 거 같다?

    화살촉이 빛나는 건 또 뭐야? 스킬인가?

    보통 저런 건 마나를 담아 공격하는 뭐 그런 류의 달인이나 가능한 기술이던데.

    쟤 진짜 저렙 맞아? 레벨 속인 거 아냐?

    물론 애널라이즈로 확인이 가능한 구원은 그게 아니란 걸 알지만 그 정도로 믿기 힘든 공격력이었다.

    그래서 결국 사라의 공격력도 더해져 사냥속도도 수월해진 결과, 그날도 밤늦게까지 사냥을 한 끝에 간신히 8을 찍을 수 있었다.

    왠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암컷 늑대개를 만나는 비율도 높아져서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목표는 달성했다.

    늑대개들의 마석을 주우며 구원이 지나가는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내일 어떻게 할 거야?"

    "뭐가 말이에요?"

    "강해지는 게 목표라고 했잖아. 직업 레벨도 한계까지 올렸으니 내일은 던전에 가기 보단 레벨 업을 해야지."

    돌려 말하는 건 잘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이런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사라는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엄청나게 노려봤다.

    눈 봐라. 대놓고 나랑 떡치자고 했다간 살인날 기세네.

    "그럼 내일은 던전에 오는 건 하루 쉬고 일단 각자 레벨 업 하는 걸로 하자."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얘도 여기에 딱히 아는 사람이 있는 거도 아닌 것 같고.

    이렇게 말 해봤자 섹스할 사람이 나밖에 더 있겠어?

    "실은 그 건으로 할 말이 있어요."

    사라는 몸을 돌려 구원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오오! 그래 말해봐라!

    "전 목표가 있어서 꼭 강해지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랑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어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런 세계에서 섹스를 안 하고 어떻게 강해져.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전투를 통해서도 레벨 업은 가능하잖아요? 전 그렇게 강해지고 싶어요. 이틀밖에 안됐지만 저희 호흡도 상당히 잘 맞는 편이고 전투도 상당히 수월하게 하고 있으니 불가능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친. 내가 미쳤냐. 그 짓거리를 하게. 차라리 너랑 헤어졌으면 헤어졌지.

    이게 게임이면 구원도 야리코미라면서 그런 플레이를 한번쯤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는 엄연한 현실. 그딴 짓을 하다간 강해지기 전에 늙어 죽을 거다.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어느 정도로 강해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선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지 못 강해질 거야. 내가 아무리 다른 세계에서 왔다지만 그 정도는 알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전 가능해요. 절대 전투에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역시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

    사라의 그 말도 안 되게 빠른 성장속도는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말하는 걸 보니 어쩌면 레벨 업을 한 것도 그냥 순수하게 전투로 올랐을 가능성조차 있다.

    이거 어쩌지?

    ============================ 작품 후기 ============================

    쿠폰 보내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제목 얘기가 나와 설문란에 막 떠올린 후보 몇개를 올려놨습니다.

    시간 나신다면 어떤게 좋을지 투표 부탁드립니다.

    imitation_king // 언젠간 쓸 만해질 날이 올 겁니다.

    쓰굴 // 감사합니다.

    말살 // 실은 이름만 따서 이 세계에서는 원one이라고만 하려 했었죠.

    코모에 //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天空意行劍 // 격려 감사합니다. 주인공 찌질은…점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그눈건 // 감사합니다. 제목은…지뢰로 느껴지는 제목인가 보네요….

    oa77 //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실은 제목이나 이름 짓는 걸 정말 못합니다. 한번 고민해보겠습니다.

    진타 // 조언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Ghozt // 저 성격에 갑자기 아예 진중해지긴 힘들지만 점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aosi // 그렇군요. 사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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