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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화 (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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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계 생활 시작

    다음날 아침, 구원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시야 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6시.

    아무리 피곤해도 6시만 되면 칼기상을 하는 게 구원의 다양한 장점 중 하나다.

    식당에 내려가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시험 삼아 종업원 아가씨에게 자기 전에 찍은 스킬들을 시험해봤다.

    그러자 머리 위에 8이라는 숫자가 뜨고, 양 가슴의 끝부분과 귓등, 발가락 같은 부분이 핑크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각 부위마다 밝기가 다른데 이건 아마 밝게 빛날수록 민감한 부위라는 뜻이겠지.

    가슴이랑 귓등은 뭐 평범하다면 평범하니 그렇다 치고 발가락이라….

    저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발가락이라….

    …왠지 꼴리기 시작했다.

    이 스킬 진짜 저렙부터 배워도 되는 스킬 맞나? 활용법이 무궁무진하잖아.

    흐흐흐. 이것만 있으면 앞으로 딸감 걱정은 없겠어.

    그 후로도 구원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에 띄엄띄엄 앉아있는 투숙객들에게 눈길을 주며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여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다만 섹스 애널라이즈의 숙련도는 포기하고 봉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스킬은 남발하기엔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스킬이란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단 스킬 숙련도를 올린다고 남발하다가 시커먼 사내새끼나 나이 먹은 아줌마 할머니, 혹은 너무 어린 애새끼를 상대로 사용하기라도 하면 알고 싶지도 않았던 정보로 뇌가 오염되어 멘탈이 바스러질 위험이 있다.

    주의하면서 젊고 예쁜 여자들 상대로만 골라 쓴다고 해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점이 있다.

    아무리 구원이 스스로의 물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공중의 면전에서 빳빳하게 세우고 돌아다닐 정도로 변태는 아니다.

    그런 이유에서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섹스 애널라이즈는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길드로 향하는 도중에도 계속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닥치는 대로 애널라이즈를 남발하며 숙련도를 올렸다.

    물론 숙련도를 올리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제일 큰 목적은 파티원을 찾는 거다.

    남녀가 파티원이 되면 이 세계의 특징상 자연스레 섹스 파트너도 겸임하게 될 거고, 그에 따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 파티원을 찾는 일이니 만큼 구원도 타협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상당한 수준의 미녀를 원한다.

    물론 예쁠수록 레벨 업 하기도 쉽다는 이 세계의 특징상, 그렇게 딱 맞는 미녀면서 레벨도 구원과 비슷한 모험가를 찾기란 쉽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기념비적인 첫 파티원을 대충 상황에 맞춰 타협한 수준으로 맞아들이고 싶진 않다. 이건 인내심 싸움이다.

    눈에 띄는 미인들은 전부 스킬 발동이 실패하는 걸 보면서도 구원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애널라이즈를 사용해가며 길드에 도착했다.

    일단은 던전부터 들어갔다 와야 하나.

    파티원 찾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제일 시급한건 돈이다.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울게 아니면 오늘도 여관비 정도는 벌어야 하고, 하는 김에 적어도 평범한 천옷 한 벌 정도는 사고 싶다.

    어젯밤 잠자기 전부터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궁금증 하나만 해소하고 바로 던전부터 가자.

    "어머, 어서 오세요. 일찍부터 나오셨네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뇨. 딱히 일이랄 건 없고요. 그냥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

    구원은 안내원 누님 앞에 서서 두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떴다.

    받아라! 필살! 세에에엑스! 애널라이즈!!

    "궁금한 점이요? 어제 기본적인 설명은 다 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빠뜨린 부분이라도 있었나요?"

    스킬 발동 실패.

    망할!!! 역시 이 미모에 저렙일 리가 없었나!

    왜 안내원 따위나 하고 있어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데?!!!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네, 네? 아, 네. 다녀오세요."

    의아해하는 안내원 누님을 뒤로한 채, 구원은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늑대개들이 서식하는 구역이다.

    구원은 아직 실험해보고 싶은 게 남아있으니 먼저 모르모트를 찾아야 한다.

    어제 안내원 누님께 얻은 정보에 의하면 늑대개는 기본적으로 두세 마리가 한 그룹이 되어 뭉쳐 다니고, 같은 그룹의 일원이 죽으면 그 특유의 울음소리로 알려 다른 그룹을 부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증원을 부르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는 게 관건으로, 그것만 조심하면 구원의 스펙으로 처리하기 매우 손쉬운 몬스터다.

    그렇다고 해서 괜히 뭉쳐있는 놈들을 상대로 실험하다가 동료를 부르면 골치 아파지니, 일단은 혼자 다니는 놈들 찾는다.

    몇 무리의 늑대개를 처리하면서 탐색하던 도중, 드디어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 놈과 조우할 수 있었다. 주위에 다른 무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실험하기엔 절호의 찬스다.

    실험이라고 해도 뭔가 거창한 걸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어제 봤을 때, 게임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데미지가 들어가는 모양이니 그걸 좀 수치화시켜서 알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건 안전한 저렙 때 파악해두는 게 좋잖아?

    일단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상처 없이 제압한 후 트레이닝복의 자르고 남은 팔다리 부분으로 사지를 결박하고, 동료도 부를 수 없게 주둥이를 손으로 꽉 잡았다.

    자, 실험을 시작하지.

    먼저 일부러 팔을 내밀어 늑대개가 물게 한다.

    어제의 경험으로 방어력이 충분하다는 확신도 생겼고, 미리 물린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어서인지 어제처럼 패닉상태에 빠질 정도로 아프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감각제한이 걸린 가상현실에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아프지만 이정도면 아직 참을 만하다.

    자세히 보면 늑대개의 이빨은 살가죽을 뚫고 들어가 피가 배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 이상은 박히지 않아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다.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한 후 일단 늑대개를 떼어내고, 이번엔 다리를 내밀었다.

    따끔한 고통과 함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하니, 팔을 물렸을 때와 딱히 데미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팔다리라 비슷한 수준인 건가? 급소 부위는 조금 다를까?

    구원은 늑대개의 입을 강제로 벌려 목 근처로 가져가봤다.

    콰직!

    "꾸왁! 씨발!"

    미리 고통에 대비하고 있었는데도 목에 이빨이 파고드는 소름끼치는 감촉에 저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뻗어버렸다.

    안 돼. 안 돼. 죽이는 건 실험이 끝나고도 늦지 않는다.

    아직 실험할 게 남아있는데 또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지.

    힐끗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여전히 조금 밖에 안 깎이긴 했지만, 그래도 팔이나 다리를 물렸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생명력이 깎여있었다.

    다음 실험은 신체 말단에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가 누적되면 어떻게 될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에 최대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과연 죽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손가락 끝이 없어진다고 죽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게임 시스템 상으로 생명력이 0이 되면 죽는다.

    이 모순은 과연 어떻게 처리 될까?

    어제일로 미뤄봤을 때 죽진 않을 거란 확신은 있다.

    개싸움 중에 다리에 최대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은 늑대개가 다리만 없어지고 살아있었으니.

    그렇다면 그렇게 신체 일부를 잃었을 때 상태창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생명력을 회복하면 신체부위도 다시 돋아날까?

    자기 몸으로 실험하기엔 미친 짓이란 걸 머리 한구석으론 알고 있는데,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는 게이머의 본능이 이겼다.

    일단 늑대개에게 새끼손가락 끝부분을 물리고, 만약을 대비해 최하급 포션 하나를 손에 든다.

    자, 과연 어떻게 될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생명력 게이지가 야금야금 깎여가긴 하지만 그뿐이다.

    슬슬 생명력 게이지가 꽤나 떨어졌으니 그만 두려고 했을 때, 으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 격통이 달렸다.

    "끄아아아악! 씨발! 씨발!"

    재빨리 늑대를 쳐죽여버리고 포션을 들이켜 생명력을 채우지만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얼핏 눈에 들어온 상태창에는 처음 보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상태 : 신체 상실

    신체 일부분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24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최대 생명력이 영구히 50 감소합니다.

    씨발! 어떡해야 하지? 신전 같은 데라도 찾아가야 하나? 일단 포션부터 부어볼까?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로 인벤토리에 있는 최하급 포션을 몽땅 꺼내서 손가락에 들이붓자 그제야 아픔이 가시며 상태창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 하마터면 좆 될 뻔했네. 병신같은 게이머 본능. 뭐가 실험이고 뭐가 검증이냐.

    내가 두 번 다시 내 몸으로 이딴 미친 짓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잠깐 맛이 갔었지.

    게임도 아니고 진짜 죽을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내가 지금 뭐한 거지?

    아직도 게임하는 줄 알고 있나?

    뭔가에 홀려 있다가 찬물을 확 끼얹어진 기분이다.

    앞으론 정말 조심하자.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내 몸으로 때워서 알아보고 싶은 건 전부 알아봤다.

    그나마 아직 저렙이라 안전할 때 깨우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급소를 공격당하면 죽을 수도 있고, 생명력을 채운다고 사라진 팔다리가 돋아나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는 어디까지나 현실인 거다.

    크르릉!

    손가락을 아작냈던 늑대개의 마석을 추출하고 자리를 뜨려고 일어나자, 어느 샌가 새로운 늑대개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또 한 마리라니. 운이 좋은데?

    아, 혹시 이 녀석의 동료인가?

    뭐가 됐든 마지막으로 알아보고 싶은 게 남아 있었는데 잘됐군.

    방금 그렇게 아픈 꼴을 봐놓고 뭘 또 알아보냐고?

    이번엔 내 몸으로 알아보는 게 아니다.

    바로 저 늑대개를 모르모트로 알아보는 거지.

    만약 몬스터가 산채로 마석을 적출당하면 어떻게 될까?

    마석이 뱃속에 있는 던전 입구 근처 몬스터들은 마석을 빼내려고 배를 따는 시점에서 이미 죽어버리니 알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늑대개는 완벽한 실험체다. 보통 불알을 떼버린다고 죽진 않잖아?

    물론 죽을 정도로 아플 거고, 살기 싫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크겠지만 그렇다고 죽진 않는다.

    사람 대 몬스터가 아닌 남자 대 남자로서 참으로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건 불가피한 희생이다. 적어도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처리해주마.

    녀석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구원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어왔다.

    구원과의 남은 거리가 2미터 정도 남은 시점에서 녀석이 뛰어올랐을 때, 그때까지 가만히 서있었던 구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짝! 등짝을 보자!

    먼저 공중에 떠있는 녀석의 옆을 스쳐지나가 뒤를 점하고 무방비하게 늘어져있는 고환을 잡아챈다.

    그리고 명복을 빌어주며 눈을 감고 힘껏 잡아 뜯는다.

    물 흐르듯이 이어진 일련의 동작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 녀석은 썩어가듯 수축하더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건 바닥에 떨어진 늑대개의 가죽과 구원의 손 안에 쥐어진 마석뿐이었다.

    "크크큭. 역시 그렇군. 내 예상은 정확했어."

    손 안에 쥔 마석을 바라보는 구원의 눈동자가 번들번들 불길하게 빛났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쇼 타임이지."

    그때부터 구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늑대개를 만나면 달려오는 늑대개의 옆으로 슬쩍 빠져 뒤를 잡은 후 고환 적출.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중성화를 시키고 다음 제물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구원에게 남자 대 남자로서 미안한 마음 같은 건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머릿속엔 그저 이 꿀을 빨 수 있을 때까지 빨기 위해, 미친 듯이 늑대개를 처리해나갈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이놈들은 하나같이 수컷밖에 없네. 암컷은 아예 없나?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신경을 껐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길드에서도 몬스터들의 생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몬스터들이 어디서 생기고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 던전에 드나드는 모험가들이 생물학자들도 아니고, 그런 것까지 알 리가 없지.

    그보다 지금은 노가다다.

    모험가가 한둘도 아니고 지금까지 왜 이런 꿀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언제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구원을 지나가다 본 모험가가 모방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정보가 퍼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늑대개를 사냥한다.

    그날 구원은 늑대개의 마석으로만 10실버가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왠지 노가다란 건 하다보면 한 마리만 더, 한 마리만 더 하면서 계속 하게 된단 말이야.

    원래 계획대로라면 적당히 사냥해서 옷 살 돈과 여관비만 벌고, 길드를 돌아다니면서 애널라이즈로 파티원이 될 사람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노가다에 빠져버려서 너무 늦게까지 사냥에 빠진 바람에 결국 파티원 탐색은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이걸로 옷을 사고도 돈이 남았으니 괜찮은 결과였다고 생각할까.

    옷은 무난하게 평범한 천옷으로 샀다.

    옷만 놓고 보면 모험가가 아니라 마을 사람A라고 생각해도 착각해도 될 만큼 평범한 차림새지만, 어차피 한동안은 늑대개만 사냥할 생각이고 데미지를 입을 일도 없으니 갑옷 같은 건 아직 필요 없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여관에 돌아온 구원은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게임 창들을 하나하나 열어 살펴봤다.

    늑대개를 그렇게 잡았는데도 레벨이 전혀 오르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전투로 레벨 업을 하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래서야 공식 블로그에서 말했던 고레벨 처녀 캐릭터 같은 게 이 세계에서도 존재할 수 있긴 할까?

    딱히 처녀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속성 인물도 한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Elpo // 추천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세계관이죠.

    진타 // 추천 감사합니다. 생각 외로 분위기를 맘에 들어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있을리가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오염된왕좌 // 감사합니다. 정신세계가 살짝 독특한 주인공이죠.

    쓰굴 // 쿠폰을 받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가오가스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아아아아그냥즐기자 // 죄송합니다. 퇴근하고 한편 쓰기도 벅찬 초보 작가라 연참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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