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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8화 (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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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생활 시작

"먼저 던전을 다녀오면 꼭 길드에 들러주셔야 해요. 원하신다면 마석을 사드리기도 하고, 간단하게 모험 내용도 보고해야 하거든요. 만약 길드에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시면 길드에서 일정량의 포상금도 드려요. 그리고 그렇게 작성 된 모험 내용들을 바탕으로 길드에서는 모험가들에게 던전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인거죠.

참고로 던전 초입은 토끼와 거대 쥐, 너구리의 서식처로 적정 레벨은 10정도에요.

사실 이런 건 정말 대부분 상식으로 알고계시는 내용들이고, 특히 모험가 지망생이면 모르는 게 이상한 얘기들이거든요. 변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서 아침에도 그냥 할 일 없이 치근덕대시는 건줄 알고 돌려보낸 거였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면서 재차 사과해오는 안내원 누님은 눈을 위로 치켜떠 올려다보며 애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커헉! 그렇잖아도 미인인데 절대 안 그럴 거 같은 인텔리계열 누님이 이런 표정이라니. 강제 크리티컬을 발생시키는 훌륭한 갭이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용서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표정에 구원도 저도 모르게 괜찮다고 손사래치고 말았다. 게다가 치근덕댔다는 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고.

"감사합니다. 길드 벽면에 붙어있는 의뢰들 중 원하시는 의뢰가 있다면 직접 여기로 가지고와서 접수하시면 되요. 완료 후에는 여기로 오셔서 보고하시면 바로 보수가 지급 됩니다.

그 대신 길드에서도 일정부분 수수료를 가져가긴 하지만 길드에 있는 의뢰서들의 보수들은 이미 그 수수료를 제한 보수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으세요."

과연. 괜찮은 시스템이다. 어차피 길드의 중계 없이 개인적으로 구원에게 의뢰를 맡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수수료를 아까워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현재 있는 의뢰 중 가장 손쉬운 의뢰는 토끼의 가죽을 열 장 모아오는 거예요. 사실 의뢰는 빠른 사람이 임자라 이렇게 알려드리면 안 되는 건데 죄송한 마음에 알려드리는 거니 다른 사람한테 말하시면 안 돼요. 아, 하지만 아직 1레벨이시니 그다지 도움 되는 정보는 아니시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충분히 도움 됩니다. 토끼 가죽 10장이죠? 여기요."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토끼가죽 10장을 꺼내자 안내원 누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레벨 1 아니셨어요?! 어떻게?!"

"아뇨. 실은 그 후에 운 좋게 레벨을 좀 올렸거든요."

"그래도 직업 레벨은 1이시잖아요? 대체…."

"실은 제가 좀 특이한 직업이 있어서요. 운 좋게 직업 레벨도 같이 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죠. 아! 혹시 이방인이신가요?"

"이방인? 뭐 이쪽 여신한테 납치당해온 사람들을 말하는 거면 뭐 그렇게 되겠네요."

"그렇군요.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여신님께서 데려오신 분들은 특이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종종 있단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럼 여기 의뢰 보수 90쿠퍼입니다."

적어! 대체 물가가 어떻게 되는 거야.

참고로 이 세계의 화폐는 100쿠퍼가 1실버 100실버가 1골드다.

"아하하. 그럼 여기 마석이랑…아까 말한 모험 내용 보고는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어머 꽤나 모아오셨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내원 누님은 마석을 받아들더니 어떤 기계에 넣었다.

아마 저 기계로 마석의 가치를 측정하는 모양이다.

"던전에는 초입에만 가셨죠? 그럼 보고는 간단하게 상대한 몬스터와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얻은 재료의 종류만 말해주시면 되요."

구원이 대략적인 보고를 마치는 사이에 마석을 측정하는 기계도 작동을 멈췄다.

"처음인데도 늑대개를 상대하셨다고요?! 마석의 가치도 4실버 62쿠퍼…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요. 처음인데도 이 정도라니 굉장하세요. 혹시 성자 전설이라고 떠들었던 거, 허풍이 아니셨나요?"

"아하하…. 뭐 그렇게 되나요."

누님의 초롱초롱해진 눈동자에서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스스로 흥에 겨워 나대는 거면 모를까, 이렇게 판 깔아 주고 띄워주면 왠지 쑥스럽단 말이야.

결코 내가 숙맥이거나 동정이라 그런 건 아니다!

아니, 애초에 가상현실에선 동정도 아니고! 잠깐, 여긴 현실이잖아.

어?! 생각해보니 그럼 나 현실에서도 동정딱지 뗐네?!

이제 완전 현실에서도 섹스 마스터로 거듭나는 플래그 아니냐?

"뭐! 과도한 스포일러는 재미없는 법이죠!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해주십쇼!"

"후훗. 네 그럴게요."

아침과는 다르게 안내원 누님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준다.

이것이 탈동정의 힘인가!

감사합니다. 앨리시아님!

그렇게 안내원 누님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정산을 마치고 덤으로 내가 상대할 수 있을만한 몬스터들의 정보도 조금 얻었다.

결과적으로 소지금은 5실버 52쿠퍼. 아직 수중엔 재료도 남아있는데 이미 초기 금액 이상은 뽑았다. 스스로의 적응력이 두렵도다.

대충 돈은 충분히 모은 것 같으니 재료는 내일 처리하고 일단 오늘은 여관에서 쉬기로 했다.

발걸음도 당당하게 제일 먼저 눈에 띈 여관에 들어가니, 웬 멧돼지 같은 아줌마가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기 싫어지는 면상으로 잘도 떠드는군.

제길, 더러운 뽑기 운.

"하루 묵으려고 하는데 식사 포함해서 얼마죠?"

"1박에 4실버, 끼니당 50쿠퍼요."

"비싸!"

"뭐라는 거요. 어디를 가도 이 정도는 하는구먼. 이 정도 낼 돈도 없으면 어디 마구간이라도 알아보시구려."

이 세계는 얼굴과 인성이 비례하기라도 하는 건가. 말하는 본새보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1박이 아니라 잠깐 머무르는 건 3실버?"

"잘 아시는구려."

"사라바다!"

구원은 당장 발걸음을 돌려 가게를 나와 맵을 보며 걸었다.

목적지는 정해져있다.

"어서 오세요."

"하루 묵으러 왔습니다."

"네 1박에 4실버입니다. 식사를 추가하시면 한 끼에 50쿠퍼가 추가돼요."

"오늘 저녁이랑 내일 아침까지 부탁드립니다."

"네. 5실버 받았습니다. 식사는 식당에서 하시겠어요? 아니면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방에서 먹을게요."

사실은 식당에서 먹으면서 귀동냥이라도 하는 게 좋긴 하겠지만 오늘은 너무 지쳤다.

"네, 그럼 준비되는 대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물론 구원이 온 곳은 점원이 제법 예쁜, 앨리시아와 왔던 여관이었다.

중세 판타지 세계로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이 세계를 너무 얕보고 있었어. 설마 이정도 설비가 평범한 축이었다니.

방에 들어가 일단 제일 먼저 거울 앞에 서봤다.

안내원 누님이 그렇게 미안해한 이유도 알 것 같군.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다.

그나마 엄청나게 잘생겨서 꽃거지로 보인다는 점이 다행인가? 아니,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

운동화는 뭐 그나마 억지로 빈티지 패션이라고 우기면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닝복은 여기저기 뜯기고 찢어지고 난리도 아니다.

아니 잠깐. 자세히 보니 그나마 몸통 쪽은 필사적으로 막아서 팔다리가 집중적으로 뜯겼잖아.

몸통 부분 역시 구멍이 송송 뚫려 있긴 하지만 적어도 찢겨져 있진 않다.

반팔 반바지로 만들어 입으면 그나마 좀 괜찮아질지 모르겠는데?

물론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꼴이 되겠지만 패완얼이다. 패완얼.

당장 아래로 내려가 점원에게 가위를 빌려 반팔 반바지로 만들어봤다.

인정하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얼굴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는 있는 법이더군.

이걸로 내일 목표도 정해졌다. 적어도 여관비와 옷 한 벌 살 돈은 번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허공을 쳐다보며 구원은 생각에 잠겼다.

정확히는 허공이 아니라 허공에 떠있는 스킬창을 보고 있는 거지만.

일단 이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게임 클리어 목표인 미궁 답파도 생각해봤지만 목숨이 하나인 이상 현실적인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든다. 하나뿐인 자식을 애타게 찾고 계실 부모님께 조금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오자마자 하루 만에 24년 동안 못했던 탈동정까지 한 멋진 세계다.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하다.

던전에서 개고생을 하긴 했다지만 탈동정, 그리고 앞으로 있을 훌륭한 미래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심하게 고생한 것 같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편한 방법은 고레벨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하는 거다. 보통 고렙이랑 하면 그냥 이쪽이 뽑히고 끝날 테지만 구원에겐 성자의 스킬이 있다.

섹스 마스터리 3

패시브 스킬

섹스에 관한 전반적인 능력이 상승하여,

섹스 시 발생하는 쾌감이 [6%]만큼 증가합니다.

최후의 자존심 2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00

아무리 강대한 적을 상대하더라도 남자로서 최후의 자존심은 지켜냅니다.

사정 시 얻는 쾌감의 [2%]만큼의 쾌감으로 상대도 절정에 이르게 합니다.

최후의 자존심에는 보유한 자원 100당 1% 증가된 효과가 적용됩니다.

게임 시작 시 기본으로 배우고 있는 성자의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스킬이다.

섹스 마스터리는 섹스 시 얻는 쾌감이 곧 경험치 획득량으로 직결되는 이 세계에서 한마디로 경험치 부스터라고 보면 된다. 그것도 상대방의 쾌감만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구원 자신의 쾌감도 증가하기 때문에 파티원과 관계를 맺어 키워주기도 가능한 사기스킬이다.

그리고 그걸 압도하는 사기 스킬이 바로 최후의 자존심이다.

구원은 처음엔 앨리시아가 오르가즘을 느낀 게 훌륭한 연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킬 창을 보고 그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힘주다보니 무의식중에 스킬이 발동된 거겠지.

이 스킬만 있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고렙이라도 일정량의 경험치는 얻을 수 있고, 그걸 이용한 폭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고렙들은 구원과 섹스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앨리시아가 기분 내키면 또 상대해 준다고 했으니 오체투지라도 하면서 빌어야하나? 그것도 일단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의 알량한 세치 혀로 산전수전 다 겪은 고렙들을 꼬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결국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고렙을 꼬셔서 폭업이 안된다면 차선책은 비슷한 레벨의 같이 클 파티원을 하나 구하는 거다.

한 번에 폭업은 불가능 하겠지만 많이 하다보면 스킬레벨도 올라가면서 가속도가 붙어 서로 레벨이 빠르게 올라갈 거다.

물론 굳이 파티원일 필요는 없지만 이왕 본인뿐 아니라 상대도 키우는 거 오래오래 같이 다닐 파티원이 좋겠지.

좋아 그렇게 정했으면 필요한 스킬이 있지.

스킬도 스탯처럼 직접 습득하든가 포인트를 찍어 얻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물론 두 가지 방법 다 관련 직업이나 선행 스킬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얻을 수 있다.

스킬 레벨도 웬만하면 포인트는 아끼면서 숙련도로 올리고 싶고 습득도 스스로 하고 싶지만, 몇몇 스킬들은 도저히 어떻게 얻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애널라이즈. 그렇지? 어떻게 익혀야 될지 감이 안 잡히지?

상대방을 그냥 바라보면서 파악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면 익혀지나? 그렇다면 안내원 누님의 그 이기적인 가슴의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 때 이미 익히고도 남았을 거다.

그걸로 익히지 못했으니 이런 스킬들은 할 수 없이 포인트로 얻을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구원은 일단 두 가지 스킬을 찍었다.

애널라이즈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상대방을 보고 그 능력을 분석합니다.

자기보다 [1레벨] 높은 상대까지 [레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섹스 애널라이즈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상대방을 보고 섹스 성향을 분석합니다.

자기보다 [1레벨] 높은 상대까지 [성감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각 모험가와 성자의 스킬이다.

나머지 스킬 포인트는 일단 아껴두자.

맘 같아선 성자의 스킬 란에 보이는 설명만 보고 있어도 흐뭇해지는 스킬들을 마구잡이로 찍고 싶지만, 저런 건 결국 실전을 통해 얻을 방법이 있을 것 같은 스킬들이다. 괜히 포인트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더 보고 있으면 괜히 충동적으로 스킬 포인트를 남발해버리고 말 것 같다는 생각에 구원은 스킬창을 끄고 베게로 얼굴을 덮었다.

오늘 하루는 고생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필사적으로 보냈다.

게임을 한 거랑 한 행동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그렇게 느끼는 건 역시 이 모든 게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이제 오늘은 푹 자자.

내일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단 옷값과 여관비를 벌어야 하고, 모험가들을 애널라이즈로 둘러보며 파티원으로 삼을만한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또 미궁에서 시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구원은 머릿속으로 내일 할 일들을 정리해나가며 서서히 꿈속으로 빠져갔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 하지만 한편으론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여인의 포근한 미소가 구원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있을리가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즈 // 칼 같은 누님도 언젠간 공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진타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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