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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358화 (358/414)

신경 쓰지 않는 게 정답이다.358회

디아나를 신부로 맞이하는 내용"이게 사랑의 맹세지?

미리 예행 연습한 셈인가."

"결혼식 때 하는 허례허식은 아무래도 좋아.

데칼이 진심으로 해준 말……. 나…… 너무 기뻐…."

디아나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디아나를 안고 달래주었다.

"나는 데칼의 신부에 어울리는 여자야?

인정해줄 수 있어……?"

어떤 책에서 이르길.

'인정 욕구'는 아무리 충족해도 사라지지 않으므로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고 했다.

디아나는 내가 원하는 예쁜 형태로 망가졌다.

날 올려다보는 눈에는

채워도 채워도 충족될 수 없는 욕구가 들어차 있다.

꼬옥…….

디아나가 날 안아온다.

나는…….

진심을 담아 씩 웃었다.

"그럼……. 디아나 말고는 생각할 수 없어.

최고로 예쁜 신부야."

"……."

나는 디아나의 눈빛이 부조화에 잡아먹히는 순간을 봤다.

이제 영영, 그녀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랑스러운 디아나를 쓰다듬는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마련하고.

알아볼 게 있으면 같이 알아보자."

"좋아. 나한테 뭐든 맡겨.

당신의 신부가…… 모두 해줄 테니까…♥"

최면은 즐겁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서, 가장 매력적으로 빛나는 순간을 관찰한다.

때로는 손을 댄다.

내가 한 말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디아나를 대하는 마음은 전부 진심이다.

거짓말은 자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걸 조종할 수 있으니 일부러 꾸며낼 필요가 없다.

나는 진심이어서는 안 될 때 진심이 될 수 있다.

디아나는 나와 결혼해서 행복하겠지.

침대에서 허덕이겠지.

내 아이도 기꺼이 낳을 거다.

하지만 디아나의 인생 전반을 관찰하고 나와의 만남부터 톺아본다면.

결국 나와 만난 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는 걸…….

누가 그녀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이러한 어둠과 마주하는 게 최면의 즐거움이다.

나는 내 즐거움을 위해 디아나와 결혼한다.

그녀는 날 보며 얼마나 행복한 미소를 보여줄까…….

며칠 후.

결혼식 당일.

나는 벨라를 불러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주인님이 이렇게 힘주고 만나는 사람이 누구야?"

벨라는 내 피부에 뭔가를 치덕치덕 바르면서 말했다.

"내 신부."

"하아?"

기가 막힌 듯한 반응이 돌아온다.

"알겠다. 그 분홍 머리 여자애지?

가엾게도……."

나는 벨라의 엉덩이를 팡 두드렸다.

"아응…!"

"신부한테 가엾게가 뭐야. 가엾게가. 맞을래?"

벨라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내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본인이 행복하면 됐지.

인간은 신에게 농락당하기 마련이라는 걸 모른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야."

"꺼림칙한 음모 같은 건 꾸미지 않았어.

이대로 디아나와 결혼하고 내 여자가 된 디아나와 밤새 임신섹스할 생각뿐이지."

"최면으로 마음을 조종하는 신을

결혼이라는 인간의 의식으로 묶으려 한다는 건,

마치 구름을 밧줄로 잡겠다는 것과 같지."

"……."

벨라는 똑똑하다.

지나칠 정도로.

가끔 나보다 최면에 대해 더 잘 아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예전에도 이렇게 최면과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런 화제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은 모두 신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이미 벗어난 자들.

비록 인간성을 가지고 인간과 같은 행세를 하더라도.

우리가 노화를 벗어난 존재라는 점은, 인간과 신을 구분하는 큰 차이다.

"그냥 축하하는 편이 나았어?"

"나한테 말을 아끼지 않는 녀석도 있어야지."

"주인님은 괜찮아?"

"……."

"차라리 이제부터라도 권능을 손에 놓고 인간처럼 결혼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아무도 주인님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 못해.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신으로 남아. 누구도 범접할 수 없게 될 거야."

"음."

나는 일어나서, 거울을 봤다.

짜식. 재수 없게 잘 생겼네.

"고마워. 벨라."

"이런 거라면 언제든지 부탁해도 돼.

뚱뚱한 분체를 상대하는 건 사양이지만, 주인님 원판은 굉장히 멋지니까."

"……제르미나를 변기로 만들었을 때."

벨라는 입을 다물고 내 말을 경청했다.

"아니, 어쩌면 훨씬 예전부터.

나는 최면을 얻고, 내 모든 건 최면이나 마찬가지였어.

조종하는 자만의 고독을 느끼는 게 나뿐이라면 누가 공감해주길 바라는 건 사치지."

"그런 거 없어도 된다는 거야?"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단순하거든.

변태적인 섹스…! 예쁜 여자! 그 둘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나는 최면의 신으로 계속 남겠어. 최면의 신으로서, 디아나의 인생이 최면으로 농락당하는 게 보고 싶어."

내 열변을 들은 벨라는 허를 찔린 듯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아하하! 그치만, 주인님이 너무 뻔뻔하니까."

"윗몸일으키기 100회 실시."

"응극!?"

벨라는 드러누워서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했다.

"팔꿈치 무릎까지 올라온다. 쉬지 않고 한다!"

"학, 읏. 주인님. 배웅을 이런 웃긴 꼴로 하게 만들 셈이야…!?"

"갔다 올게. 벨라."

"주인님답게…… 농락해주고 와…!"

농락한다는 말이 딱 맞다.

최면으로 조교 되어 내 신부가 되어버린 불행하고 행복한 그녀를 위해.

이 결혼식을 멋지게 마무리 지어주자.

그래서 나는 벨라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신랑감이 되어 나타났다.

결혼식은 뱅가드 소유의 별장에서 진행된다.

당연히 일반인 하객은 참여할 수 없고 뱅가드 가문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거나 우호적인 귀족.

혹은 자격이 되는 사람만이 올 수 있는 장소였다.

'아는 사람 전부 모아서 결혼식' 하기로 했는데.

디아나는 그 말대로 모을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모아놓은 듯했다.

조개 성 식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하는 것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저기좀 봐요."

"저게 그 '모험가'?"

이건 좀 심한데.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쑥덕대고 있다.

이런 장소를 몇 번 겪으면 디아나가 남들 보는 눈에 예민해질 만도 하다고 느꼈다.

귀족들의 세상.

스티아와 디아나가 공기처럼 겪어온 분위기다.

하지만 주눅이 들 이유도 없기 때문에 등을 곧게 펴고 걷는다.

연회장에는 맛있는 음식이 준비돼 있다.

디아나는 아버지 옆에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쉴 새 없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갈까?

"데칼…!"

디아나는 날 보자마자 몸이 먼저 뛰쳐나왔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디아나의 손을 잡았다.

"나 왔어."

"걱정했잖아. 안 오면 어쩌지, 하고……."

"그럴 리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가 날 기다리고 있는데."

"으윽…!"

디아나는 부들부들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잘못 먹었어?"

"너무 예뻐. 디아나."

"……."

"예쁘다."

칭찬에 넘어온 디아나는 붉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간지럽잖아."

이제야 진심으로 웃네.

나는 신부와 함께 그녀의 아버지와 친척들에게 다가갔다.

"인사 늦어서 죄송합니다."

"드디어 왔군.

디아나가 자네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는가."

"어머나! 이쪽이 신랑?

어쩜……! 너무 멋있잖아요. 디아나. 생긴 건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며 계속 말하더니.

이렇게 잘생긴 신랑을 숨길 생각을 했어?"

"……."

디아나가 내 시선을 받자 고개를 돌린다.

……그녀 나름대로 커버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긴, '돼지의 신부로 만들어주마' 했으니.

내 책임도 있다.

내가 이 장소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디아나는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겠지.

나는 디아나가 좋다.

남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것보다 최면 조교로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다.

이건 그 즐거움의 연장선에 있다.

"디아나 눈에는 제가 못난 게 당연합니다.

어딜 봐도 제게 아까운 여성이니까요."

내 갈고 닦은 뻔뻔한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디아나의 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그는 일전에 내 최면에 걸렸다.

그래서, 뭐…….

식전에 말을 맞춘다거나 상황을 설명할 필요 따위는 없었다.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겸손할 거 없네!

듣고 놀라지 마시오. 이 훤칠한 남성이 바로 용사 파티의 일원.

그것도 마왕을 쓰러뜨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니!"

"뱅가드 공. 그게 참입니까?"

장인어른 덕에 '가문이 없다'는 흠결은 사소하게 지나가는 듯했다.

"믿을 수 있는 말인가요?

요즘 그런 식으로 사기 치고 다니는 작자들이 워낙 많아서……."

디아나가 발끈했다.

"그건 무슨 뜻이죠? 제 신랑이 사기꾼이란 말인가요?"

"뭐…. 아니. 그쪽이 그렇단 얘긴 아니고…."

보석으로 치장한 아줌마가 '찔리는 거라도 있나?' 구시렁댄다.

……음.

우호적인 귀족만 모이는 건 아닌 듯하다.

서로 견제하는 자들.

디아나 뱅가드가 어떤 남자와 맺어지는지 보려는 이들도 있겠지.

개중에는 원래 가문 간의 결합을 강화하려고 연결을 가져온 곳도 있으리라.

그런 거야 내 알 바 아니지만.

디아나가 폭발하기 전에 끼어들까.

신부가 결혼식에 마법으로 하객을 다치게 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후.

그때였다.

"귀부인. 걱정하지 마시길."

이 목소리……!

나는 뒤를 홱 돌아봤다.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듣고 지나칠 수 없는 얘기가 들려오기에."

"리사……!"

벨리사 크라멜.

달리 설명이 필요한가? 지금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결혼식에 하객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오히려 그녀를 모셔왔다는 것만으로 다른 귀족들이 시기 질투를 불태울 게 분명했다.

"요, 용사님이 직접…!"

뱅가드 가주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용사님이 직접 참여해 주셨습니다."

"……."

귀부인은 홍시처럼 벌게질 정도로 망신살이 뻗쳤는데도, 리사는 상쾌한 얼굴로 말했다.

"데칼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

그가 없었더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오. 오오……."

"용사님이 저런 말까지……."

"우리 왕국을 드높인 이름이다! 데칼!"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흥분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콧대가 하늘까지 닿을 듯하다.

"고마워. 리사."

"괜찮다.

사실을 말하자면 결혼식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보고 싶었거든.

그대의 결혼식이라는 건 복잡한 심경이지만……."

"감사합니다…. 용사님!

바쁜 와중에 방문해주셔서…."

디아나는 굉장히 감격한 듯하다.

리사가 직접 결혼식을 빛내주었으니, 오죽할까.

"끝까지 머물지 못하는 점.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뱅가드 양.

저는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마차를 준비시킬게요."

"괜찮습니다.

뱅가드 공께서 이미 모두 준비해 주셨으니까요."

용사의 등장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호의적으로 변한 건 물론이고

용사와 연결을 만들기 위해서 나와 인사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왠지 젊은 여자와 유부녀도 많아서 긴장했다.

우리 까칠한 신부에게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줄타기를 즐기면서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누가 주례를 서나. 애초에 주례라는 개념이 있나 했는데, 놀랍게도 주례를 서는 건 집행관이었다.

"결혼식 주례를 맡은 집행관 베일 노아입니다."

"베일 노아 경까지…!"

"역시 디아나 양의 결혼식이군요!"

"……."

……이 녀석들.

사실 다 어디에 숨어서 훔쳐보고 있는 거 아냐?

뚱몸으로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노아가 주례 서다가 나한테 달라붙으면,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다.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노아 앞에 섰다.

"집행관이 주례 선다는 얘긴 들어본 적도 없는데."

"보통은 결혼할 형편이 안 되는 일반 시민들이 맺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는 인망이 있어서 이런 자리도 부탁받습니다만."

"반갑다. 노아."

"네, 데칼 님."

디아나가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알았다. 알았어.

다른 여자랑 즐겁게 얘기하지 말라는 거지?

결혼식이 진행된다.

우리는 마지막에 그날 밤 거리에서 했을 때처럼

사랑의 맹세를 했다.

"신랑·신부는 힘든 일이 닥쳐도 믿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디아나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신부가 펑펑 울까 봐 손을 꼭 잡아서 안심시켜준다.

그러자 디아나가 날 보며 귀엽게 웃었다.

식은 금방 끝났지만,

연회는 온종일 이어졌다.

나는 귀족들과 너스레를 떨며 오늘 결혼이 내게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경험이었는지 반복해서 말하느라 목이 쉬었지만.

그래도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신부가 된 디아나…….

자꾸 보게 된다.

최면 섹스로 종속된 여자라도.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내 신부가 되어 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

성적인 의미로 더럽히고 싶다.

바지 속에서 자지가 딱딱해지고 있다.

잠시 진정하려고 사람들을 피해 복도로 나가서 숨을 고르고 있으니,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셀레네?

평소 같은 메이드 옷이 아닌,

검은 원피스를 입은 셀레네가 날 부축한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하객으로 참여했습니다. 물이라도 가져올까요?"

"셀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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