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 조개 성의 상식이 되었다.[작품후기]노아의 H 스테가 업데이트 됩니다!357회
디아나를 신부로 맞이하는 내용여느 때처럼 방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데칼!"
"뭐, 뭐야."
디아나가 기세 좋게 내 방으로 쳐들어왔다.
"화창한 낮에 어둡게 해 놓고 뭐 하는 거야?
이러면 사람이 썩어!"
분홍빛 머리의 귀족 아가씨는
대뜸 엄마 같은 소리를 하며 블라인드를 걷어낸다.
밝은 햇살이 쏟아졌다.
"으으으!"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 같은 소리 내지 말고.
침대에서 나와. 오늘은 같이 가야 할 데가 있으니까!"
"봐줘.
어제 틸리아한테 몇 번 쌌는지 말하면 못 믿을걸."
"언니랑 했어?"
디아나는 옆구리에 손을 얹고 위협적인 자세로 볼을 부풀렸다.
"알았어. 알았어. 일어날게."
화를 입기 전에 손을 들고 항복 제스처를 취한다.
디아나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가자. 쇼핑부터 해야 해.
데칼이 입을 옷도 주문해 놓았으니까!"
"내가 입을 옷?"
뭔 소리야……?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셀레네가 나한테 양해를 구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셀레네까지……."
셀레네의 품에는 다량의 서류 다발이 들려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네가 결혼식 당일에 지켜야 할 예법이야.
7일 줄 테니까 모두 숙지해! 완벽하게!"
"……디아나…."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인데.
"뚱뚱하건 날씬하건 이제 그런 건 됐어.
하지만 적어도 내 남자가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은 없게 할 거야.
불만 있어?"
"아니…. 불만 없어."
이런.
거스르면 안 되겠는데?
디아나의 추진력은 로켓 급이다.
이미 외출 준비도 끝낸 듯 아주 예쁘게 차려입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롱스커트. 오늘 코디는 어려 보이지 않기 위해 신경 쓴 느낌이 났다.
얼굴도 꽤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데.
엉덩이랑 젖가슴도 성장하고 있나?
임신하면 젖가슴은 커진다고 들었지만, 이유가 그뿐만은 아닌 듯하다.
내가 눈여겨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무럭무럭 크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공부는 나중에 꼼꼼히 하고.
모르겠으면 내가 몸으로라도 가르쳐 줄 테니까."
몸으로 가르쳐준다…….
야하게 들리는 말이다.
"자. 빨리 일어나.
그리고, 얼른 그 비대한 돼지 몸으로 와."
"응? 갑자기?"
"옷이 맞는지 확인해 볼 거야."
진짜로 준비해 왔구나.
좋아. 그럼…….
나는 뚱몸으로 체인지했다.
노아와 섹스한 후로 하루에 한 번은 꼼꼼하게 씻고 있다.
노아를 위해 좆밥을 만들 때는 숙성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청결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씻어야 할 몸이 본체 포함 셋. 귀찮아 죽겠다만…….
"착의를 돕겠습니다. 팔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셀레네가 꺼낸 것.
옷이 아니라 커튼인 줄 알았다.
나는 셀레네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물었다.
"여기 결혼식은 어떤 느낌이야?"
신랑이 검은 옷을 입는 걸 보면
내가 아는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데.
"가족 친척들이 모인 곳에서 신랑 신부가 사랑의 맹세를 하고 축하받는 느낌이지."
"흠."
상상한 대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다는 말을 떠올린다.
"뭘 기대한 거야?"
"이런 세계니까.
마물의 목을 따와서 용맹함을 증명하는 전통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
그러면 재밌었을 텐데."
"그런 야만스러운 전통은 백 년도 전에 없어졌어."
아쉽군.
지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스티를 불러서 굉장한 놈을 잡아 왔을 텐데.
"애초에 그런 둔한 몸으로 뭘 잡겠다는 거야?"
"디아나는 잡을 수 있지."
나는 히죽거렸다.
디아나는 내 손에 잡혔을 때를 떠올린 듯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생각나게 하지 마. 몸이 저려오니까."
"좋았지?"
"멋진 데칼 쪽이 훨씬 좋다. 뭐."
디아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귀엽네. 정말.
오늘은 디아나가 하고 싶은 대로 어울려줘야겠다.
"끝났습니다."
"오."
몸에 딱 맞는 예복이다.
턱시도처럼 흑백이 명료하게 나뉜 옷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입고 다녀도 잘 사는 귀족의 영주겠거니 생각할 법한 옷이었다.
"좋아. 옷은 통과.
그러면 가자."
"셀레네. 집 잘 보고 있어."
"다녀오시길."
셀레네의 정중한 배웅을 받고,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뚱몸으로 디아나와 거리를 걷자 완전히 시선 집중이다.
여기 사람들은 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보다 별난 게 있으면 보러 와서 쑥덕거리는 걸 즐기는 듯했다.
역시 현대와는 다른데.
이쪽이 미개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잘 감출 뿐, 인간의 본성은 오히려 이쪽이다.
어쩌면 현대에서도 무단으로 촬영 당하며 조롱거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야?"
"뱅가드 가문의 아가씨 같은데……."
"옆에 있는 사람은 어느 가문이지?"
사람들 입방아에서 내 정체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어느 가문인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디아나와 같이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 귀족이라는 건 확정된 분위기였다.
"……."
나는 디아나의 옆얼굴을 흘낏 봤다.
누구보다 이런 평판을 신경 쓸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음…….
"이쪽이야."
나는 디아나를 열심히 따라다니며 짐꾼 노릇을 했다.
날 머슴으로 부리기로 작정했는지 양팔에 물건이 산처럼 쌓인다.
개인 보관함에 넣기만 해도 바빴다.
"대체 뭘 이렇게 사는 거야?"
"아버님 선물. 그리고 우리가 쓸 거."
'우리?'
"혼수?"
상점 주인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방금 내가 한 말을 잘못 들었나 곱씹고 있는 듯하다.
"……."
디아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부끄러워? 디아나."
"아냐. 혼수 맞아."
우리 아가씨.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주문하신 특대 사이즈 의복입니다."
"잘했어요."
눈앞에서 엄청난 양의 금화가 오가고 있다.
아니, 내 옷이 왜 이렇게 많아?
그것도 뚱몸 전용…!
"순서대로 잘 봐둬.
이건 연미복 1. 이건 연미복 2. 이건 연미복 3. 연미복……."
"……예비용이야?"
"아냐. 어떤 장소냐에 따라서 입는 옷이 구별돼.
아까 내가 준 종이에 쓰여 있어."
설마 지금까지 준비하고 있었나?
후보생 생활을 하면서…….
"데칼. 내 옷좀 봐줘."
"어, 어."
"이건 낮에 입을 옷이고. 이건 저녁에……."
디아나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시간대별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신중하게 정한다.
그리고 고를 때는 내 의견이 상당히 반영됐다.
혼수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데.
신부가 입을 옷은 내가 정하게 하다니…….
디아나의 묘한 마음이 느껴진다.
뚱몸으로 따라와서 그녀를 구경거리로 만든 게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장난칠 생각이었는데.
디아나가 산 물품을 개인 보관함에 넣고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첫날은 이만하면 됐어."
"첫날……?"
"내일도, 그다음 날도 스케줄이 다 있어.
데칼은 내 말만 들으면 돼."
"기다려."
나는 참지 못하고 디아나의 손목을 잡았다.
디아나는 움찔했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데.
내 이야기는 안 들어?"
"……."
"내 눈 똑바로 봐."
"서두르고 싶은 거야."
그녀는 나한테 살짝 화가 난 듯했다.
"배가 불러오니까…….
그 전에…. 예쁜 옷 입고 결혼하고 싶어."
"흠."
내 배려가 부족했다.
방에서 빈둥댈 때가 아니었지.
아니. 디아나와의 약속을 잊고 있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난 그저 배가 불러도 상관없다. 오히려 배가 부른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였는데.
그녀 생각은 다른 듯했다.
"다들 너와 날 어떻게 보겠어?
내가 배까지 불러 있으면……."
"안 좋은 말 하겠네."
"너는 모르겠지! 남들이 하는 말, 남들의 눈,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이 쓰레기…!"
"……."
디아나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지금 그건……. 아니야….
미안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올게."
"어디 가…?"
디아나는 불안한 듯 나를 올려다봤다.
좀 전까지 짜증 내고 있었으면서 갑자기 불안해한다.
임신 중에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심한 감정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쓰레기 소리를 들었다고 화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변태 같은가?
하여튼…….
진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뚱몸아.
무슨 말을 해도 이제부터 여자를 능욕할 것 같은 비주얼로는,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없다.
나는 잠시 차원 마법으로 이동해서 본체로 왔다.
개인 보관함에서 옷을 꺼내 입고…….
좋아. 변신 끝.
나는 디아나에게 갔다.
디아나가 혼자서 고개를 숙인 채 침울한 표정으로 있길래,
나는 몰래 다가가서 디아나를 안았다.
"꺄악!"
"디아나~!"
"으앗…! 데, 데칼? 어째서…… 돌아온 거야?"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
"디아나. 잘 들어."
"드, 듣고 싶지 않아."
디아나는 스커트를 꼭 쥐고 어깨를 떨었다.
정말 오늘 디아나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
내 앞에서 슬퍼하고 화내는 모습이 굉장히…… 와닿았다.
"다 귀찮아진 거지?
알아. 이제 나는 너한테 최고가 아닌걸. 결혼 약속 따위 내 언니한테도, 다른 여자들에게도 가볍게 던지고 다녔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사실이야.
한 여자와 평생 맺어지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식으로 말 꺼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나는 디아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보며 웃었다.
"읏……."
디아나는 볼을 빨갛게 붉혔다.
"그런데. 장난치고 있는 것도 아니야.
네가 나 역겹고 싫다며 난리 칠 때 섹스로 혼내주는 게 재밌어서 가까워지긴 했지만……."
"쓰, 쓰레기…!"
이 '쓰레기'는 쑥스러워하는 느낌이 물씬 나서 듣기 좋았다.
"지금처럼 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디아나도 좋아해.
너는 나한테 특별해."
"특별…해…?"
"그래."
나는 반지를 꺼냈다.
"바, 반지. 준비한 거야?"
"아니. 방금 샀어."
"……."
디아나는 불만스러운 듯 날 노려봤다.
"어허. 반지를 언제 준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마음이 중요한 거야."
"나 구슬리고 있는 것 같은데?"
밤의 거리.
조용한 고급 주택가의 거리 한복판에서.
우리는 서로가 하는 짓이 웃겨 간지러운 듯 미소를 숨기고 있다.
"디아나는 까다로우니까."
"그런데 왜 날 신부로 골랐어?"
"예쁘잖아."
"제일 예뻐?"
"내 하렘을 무시하지 마."
디아나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반지 안 받아!"
"결혼하고 싶을 만큼 예뻐."
디아나는 뚝 멈췄다.
외모를 평가할 때는 언제나 기준이 바뀐다.
친밀감이나 상황, 반복해서 본 횟수 등에 따라서도 변하기 마련.
그런 건 어느 정도 수준부터는 절대적인 레벨로 나눌 수 없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디아나는 아주 예뻤다.
그건 확실했다.
"방금 산 내 반지야."
"바보! 멍청이! 오래 생각하고, 고민해서 산 비싸고 반짝반짝하는 반지여야 해."
디아나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운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데칼……. 나와 결혼하고 싶어?"
"말하기까지 좀 기다리지."
"못 기다리겠어…. 말해……. 웅?
내가 최고의 신부라고… 인정해…."
"결혼한다는 게 다른 여자와 일절 관계하지 않겠다는 정조의 의무를 전제로 하는 거라면, 나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어."
"……."
디아나는 내 긴 변명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삶.
이 세계에 온 데칼이라는 남자가 결혼한 상대는, 디아나 너뿐이라고 약속할게."
"이제 말해도 돼?"
"얼마든지."
"뱅가드 가문의 여자는 절개를 지켜.
비록 다른 여자와 놀아나겠다는 말을 당당히 하는 뻔뻔한 남편이지만…….
약속할게…. 디아나 뱅가드의 남자는 데칼 뿐이라고."
이제 서로 꼭 안기라도 하면 되나?
"엄마. 저거 봐."
"어머…."
…….
행인들의 수군거림에 몹시 민망해졌다.
이번에는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커플이라고 입방아를 찧어 댄다.
결국 남들이 뭐라고 하는 건 똑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