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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338화 (338/414)
  • 여신 공략!

    "치명상을 입어서 신격이 떨어진 탓에 권능이 약화된 거야.

    제르미나의 경우 금제가 먼저 사라졌겠지. 파괴의 권능이 이렇게까지 약해진 걸 보면 확실

    해."

    헤르카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지, 지금 그게 약해진 거라고요?"

    그러고 보니 약해진 게 맞는 것 같다.

    진정한 파괴의 권능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절대적인 죽음의 선고와 같다.

    성검으로 막아내거나 다른 걸 대신해서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등의 전략은 본래 먹히지 않

    는다.

    제르미나가 약해졌다고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나와 시아를 공격할 수 없다는 금제가 해결된 지금.

    제르미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토록 상처 입고 피 흘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었다.

    끔찍한 기분이지만 몹시 달콤하구나. 네 녀석의 뻔뻔한 얼굴이 그렇게 심각해지는 걸 보니

    말이야."

    "너는 이게 즐거워?"

    "즐겁고말고. 내 권능으로 살아있는 생물을 파괴할 때! 보람마저 느낀다.

    희열이 차올라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파괴의 여신인 이유이며, 너희가 사라

    지는 이유이기도 하지."

    제르미나의 손에 붉은 극광이 맺혔다.

    어느 때보다 죽음의 기운을 진하게 품고 있는 빛이었다.

    아리엘과 리사의 몸이 바짝 긴장한다.

    시아와 벨라는 힘을 크게 소모했기 때문에 현재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아리엘과 리사 뿐

    이었다.

    "너희들이 읽은 대로다.

    나는 금제를 끄기 위해 스스로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추태를 보이는 건 몇백 년만인지 모

    르겠구나.

    이 굴욕은 데칼, 너의 목숨값으로만 치를 수 있다!"

    "날벌레 목숨값이 꽤 비싸졌네."

    "이제 거의 다 왔다.

    손짓 한 번으로 거슬리는 널 죽여버릴 수 있다. 어디, 제르미나 님, 하며 울며 목숨을 구걸해

    보아라.

    혹시 모르지 않느냐. 전처럼 욕만 얻어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극광이 점점 팽창한다.

    제르미나는 날 짓밟고 우위에 선 쾌감으로 광소를 띄며 붉은 눈을 번뜩였다.

    "아리엘!"

    "알고 있다. 네가 제르미나를 쳐라.

    권능은 내가 받겠다. 정말 귀찮은 역할이지만……."

    아리엘과 리사가 준비한다.

    제르미나가 나를 향해 극광을 쏜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쾅 하고 떨어졌다.

    "뭐야…!"

    나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제 놀라는 건 좀 사양하고 싶은데!

    다행히 이번에는 우리한테 좋은 일이었다.

    "서연아…!"

    나도 깜빡하고 있었잖아!

    어디서 뭘 하고 온 거야?

    "……무능한 여신 같으니."

    서연이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서연은 몹시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반쪽짜리 마신 따위가!"

    제르미나의 손에서 다시 극광이 쏘아진다.

    서연은 눈을 부릅뜨더니 작두를 거칠게 휘둘러 극광을 받아쳤다.

    너무나도 손쉽게.

    "후후후, 아하하하하!"

    서연이 광소를 터뜨렸다.

    나도 무서워서 움찔했다.

    갑자기 미쳤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너무 두렵다.

    제르미나보다 백 배는 더 겁난다.

    "오빠를 건드리는 건 용서 못 해!

    내 오빠한테 비벼대는 여자들을 하나라도 정리해줄까 기대했는데, 기대했는데……! 아무것

    도 못하는 무능한 여신 같으니라고!"

    "……."

    "……."

    지금까지 보고 있었던 이유가 그거였어…?

    나만 안 다치면 나머지는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고?

    정말이지 서연답다…….

    같이 싸우는 아군으로 보자면 실격.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다. 여자들도 어이없을 거다.

    우리가 죽기를 기대하며 얼굴도 안 내비치던 녀석이 갑자기 나와서 화를 내고 있으니.

    하지만 하늘에 맹세코 지금이 나았다.

    예전에는 내 여자들을 죽이려고 손수 작두 들고 쫓아오던 녀석이었으니까.

    "앗…….

    현우 오빠. 오해하지 마? 오빠가 싫어하는 짓. 이제 안 하니까."

    "수습하기엔 늦었어. 다들 황당해하는 거 봐."

    "음……."

    "뭐냐. 이 당돌한 년은."

    리사는 말을 흐리고, 아리엘은 기가 막힌 듯 말했다.

    서연이는 다른 여자 반응은 신경도 안 쓰는 듯이 다시 제르미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몸을 낮춘 모습.

    "오빠. 잠시 눈 감고 있어?

    지금 저 여자를 조각내서 선물로 줄 테니까."

    "아니, 그런 선물은 좀…."

    "그럼 반으로 가를까? 머리를 터뜨릴까? 오빠가 원하는 건 뭐든지 말해 봐."

    "일단 모두와 협력해!"

    나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대충 그럴싸한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서연이는 지면을 박차고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대로 지면을 저공 비행하며 곧장 제르미나에게 처박을 생각이다.

    "신격도 낮은 반쪽짜리 마신 따위를 상대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꺼져라!"

    "아하하하!"

    또다.

    제르미나가 쏜 권능을, 서연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제르미나의 반응으로 그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서연은 제르미나를 물러나게 했다.

    "도망치면 안 돼!

    무능한 데다 오빠를 해치려고 하는 여신은, 내가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

    서연의 몸에서 제르미나의 극광과 닮은 붉은 빛이 오라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말 흉악한 기운.

    2급 죽음의 신이라고 해도 믿겠다. 진짜로.

    "아하하! 아하하하!"

    "으, 윽…! 떨어져라!"

    제르미나도 기겁해서 서연이를 달고 공중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파괴의 권능이 반감되고 있다.

    그건 제르미나한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겠지.

    "파장이 비슷한 걸지도 몰라요.

    파괴의 여신과 비슷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시아가 말했다.

    "그럼 뭐야.

    서연이한테 제르미나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그, 그런 셈이죠……?"

    내 여자친구. 너무 대단한데.

    서연과 제르미나가 붉은빛을 뿜으며 격돌할 때마다 혜성끼리 부딪치는 것 같았다.

    엄청난 마력 반응이다.

    "데칼. 인제 보니, 우리가 대단한 걸 잡았군."

    "……그렇지."

    나를 지키며 적과 싸우는 서연이라니.

    그런 건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했다.

    "예쁘게 별 모양으로 잘라 줄게!"

    저러다 죽겠다.

    제르미나가.

    "하아, 하아…!"

    서연과 제르미나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헐떡이고 있는 건 제르미나 쪽이었다.

    체력 소모는 서연이가 더 심했을 텐데.

    "아직도 움직이네?

    오빠를 해치려고 한 못된 손이."

    …….

    서연이는 정신력으로 한계를 넘어선 듯했다.

    아무리 제르미나라도 진저리가 났는지 표정에 지친 게 보인다.

    그 마음 이해한다.

    나한테도 서연이는 까다로운 적이었으니까.

    "나와라."

    제르미나가 읊조리자,

    공간에 틈새가 열리고 신성 기사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시간 벌기인가?

    "신성 기사단.

    내가 죽은 후에 또 새로 만들었나 보지?"

    "멍청한 놈. 잘 보아라.

    이것이 기사의 모습으로 보이느냐?"

    신성 기사의 갑옷에 문양.

    내가 잊었을 리 없는데.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이다. 기사들은 앞뒤가 완전히 막힌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그냥 자기 머리를 가두는 것 외에는 용도가 없는 머리 방어구를 쓰고

    있었다.

    거기에 움직임도 지리멸렬하고 제멋대로 걸어다니는 꼴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만든 <광신자>다.

    살아 숨 쉬는 것은 모조리 죽이지."

    광신자?

    설마……!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역시 놈들은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고문이라도 해서 의도적으로 미치게 한 것이 분명했다.

    악독한 년 같으니. 최면 내성을 단 신성 기사라고?

    신성 기사 급이라면 웬만한 마물보다 훨씬 강하다.

    "도망칠 생각이냐. 제르미나?"

    "허튼소리.

    내 굴욕은 네 목숨값으로 치러진다고 했을 텐데…!

    네 놈이야말로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라."

    광신자들이 우리를 인지했다.

    리사와 아리엘이 앞으로 나섰다.

    "예정에 없던 추가 근무다. 불쾌하군."

    "힘들면 내가 봐주겠어. 아리엘."

    "아니, 수당은 내 뒤에 있는 인간이 충분히 지불해줄 거다. 그렇지?"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확인하지 않아도 돼.

    오늘 일해준 만큼 보상할게. 빠짐없이."

    "……."

    리사의 성검에 빛이 돌아왔다.

    언제 지쳤냐는 듯이.

    아리엘은 쓰러져 있던 허수아비를 모조리 일으켜 세웠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아까 부서진 거 아냐?"

    "다시 고쳤는데. 문제라도 있나?"

    ……그렇게 간단히 고쳐지는 거였구나.

    광신자들이 검을 들고 우리를 순식간에 둘러쌌다.

    포위당했다고 느낄 새도 없이 리사가 뛰쳐나가서 셋을 한 번에 베어 넘겼다.

    "<억새>"

    참격의 파도에 휘말린 광신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나와 시아를 향해 달려든 광신자들은 허수아비에게 붙들려 역으로 포위당하고 자비 없이

    난자당했다.

    광신자를 제거한 리사와 아리엘은 바로 서연과 합세해서 제르미나를 둘러쌌다.

    사실상 체크메이트였다.

    "큭……!"

    "넌 도망쳐야 했어. 제르미나."

    "그 추악한 권능으로 몇 명의 여자를 속였느냐…! 이 자들은 본래 널 위해 싸우는 인간이 아

    니었을 터."

    내 여자들이 그런 말에 동요할 정도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다들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나는 오히려 보란 듯이 웃었다.

    "인제 와서 내 양심에 기대는 발언은 추하지. 제르미나.

    나도 내 권능으로 저지르는 게 좋을 뿐이야……."

    "인간 따위가……!"

    "너도 원래는 인간이었잖아?"

    "나는 니뮤엘 님이 창조하셨을 때부터 여신이었던 고귀한 존재.

    너희와는 애초에 격이 다른, 깨끗하고 순결한 몸이다……!"

    그런 말 하면 발기해 버리는데.

    내가 입맛을 다시는 걸 보고 제르미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네 놈의 노리개가 될 바에는…!"

    "뭘 할 생각인가요?"

    시아가 말했다.

    "마신들이 이 세계에 몰려오고 있다.

    일 분, 아니 몇 초 뒤면 이 세계는 완전히 먼지가 되어 사라질 거다……!"

    "제르미나. 포기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뭐라고……?"

    "아저씨를 돕기로 결의한 182명의 여신 중 144명이 도와주기로 했어요."

    아. 그 여신들?

    설마 헤벨과 페라토까지?

    "모두 아저씨가 위험할 때 한걸음에 달려오기로 한 여신들.

    이때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신들이 무더기로 움직이는 데 우리 여신들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크……윽…!"

    제르미나의 안색이 파래졌다.

    패색이 짙어졌음을 마침내 받아들인 듯했다.

    정말 애먹었다.

    마지막 순간에 세계를 철거하는 일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나도 인정할게.

    나 혼자서는 무리였어. 모두 힘을 합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아저씨…."

    "주인님…."

    제르미나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 듯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정신 나간 변태와 그 변태에게 조종 당하는 어리석은 여자들!

    네 놈은 무엇 하나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대체 네가 뭐라고 세상의 의지며, 여신이며 모든

    것이 다 네 편을 들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모두 힘을 합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

    "그것은 매일 힘써 싸워온 자만이 처음으로 입에 담을 수 있는 말!

    네 놈은 나를 추잡한 생각뿐이지 않느냐! 그런 자가 어떻게 이런 대의를 얻을 수 있지?

    파괴의 여신이 사로잡히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제르미나는 머리끝까지 흥분한 듯 내게 저주를 쏟아부었다.

    "원한다면, 내 몸을 얼마든지 가지고 놀아 봐라!

    결국 나는 널 죽일 테니까. 내 여신으로서의 긍지에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으리라!"

    "하하하."

    나는 껄껄 웃었다.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신의 긍지라.

    권능에 푹 빠져서 꼴리는 대로 하는 신이라는 점은 너도, 나도 같은데.

    우리는 한 가지가 다르지."

    "전제부터 틀렸다.

    네놈과 나는 같지도 않고, 비슷하지도 않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

    제르미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내가 하는 짓을 긍지니, 뭐니 하는 말로 속이거나 꾸미지 않아.

    여자들이 날 도와주는 건 내가 워낙 멋있고 자지가 커서 그런 거지."

    벨라와 헤르카가 지그시 날 바라본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야. 어쨌든.

    정말 세상의 의지라는 게 있다면……."

    니뮤엘이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다면.

    그녀가 나한테 권능을 준 거라면.

    이유는 뭘까.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원초의 여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녀의 뜻을 상상하는 건 내 마음대로겠지.

    "니뮤엘은 솔직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거 아니겠어?"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제르미나. 너는「나와 내 주변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도 해칠 수 없다」"

    저항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최면은 금제와 다르다.

    내가 해칠 수 없다고 한 이상 제르미나는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피해를 줄 수 없게 된

    다.

    마지막 싸움의 끝을 알리는 최면이 마침내 제르미나의 몸에 새겨졌다.

    [작품후기]

    <여신 공략>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히로인에게 활약의 기회를 주려고 한 제 욕심때문에

    예상보다 전투씬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데칼이 끝내 하렘을 완성한다는 큰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ㅎㅎ..

    야한 내용이 없는 에피소드는 이게 마지막일 듯합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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