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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335화 (335/414)

여신 공략!

시아가 만든 하늘의 결투장에, 어둠을 걷어버리는 찬란한 광휘가 여신의 은혜처럼 구석구

석 뻗어 나갔다.

한밤중에 일어난 기상 이변.

이것은 리사의 의지이며, 그녀의 강함을 나타내는 빛.

어인 마신이 움직인다.

놈은 그대로 날아와서 힘껏 당긴 팔로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리사는 말했다.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리사의 검격이 어인 마신의 창을 쳐냈다.

이미 찌를 준비 중이었던 창을, 뒤늦게 발한 검이 봉쇄하는 장면은 마치 일어나선 안 될 일

이 벌어지고 있는 듯 경이로웠다.

이스티가 쏜 화살이 정확히 어인의 옆구리에 박힌다.

거대한 바위 같았던 어인의 몸이 흔들렸다.

그틈에 리사는 매서운 연격을 뿌렸고 어인 마신은 빛이 서린 참격에 맞서면서 창을 휘둘렀

다.

블램과 앙겔은 이를 악물었다.

"접근할 틈이…!"

"안 나와!"

그 말대로.

끼어들 틈을 찾는 게 너무 어렵다.

저 정도 수준으로 싸우고 있으면 숟가락 얹는 것도 실력이 돼야 가능한 일.

이스티는 그 기준에 맞았고.

어인의 배후를 잡은 노아 역시 그랬다.

노아는 어인의 등을 통파로 강타했다.

그러자 놈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창을 아래로 향하고 그대로 낙하했다.

그것은 대강하라 부를 만했다.

빛의 발판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여파가 모든 걸 휩쓸었다.

공기의 칼날로 두들겨 맞고 있는 것 같다.

[빛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빛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빛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빛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응. 알았어. 안 까불게.

화난 듯 도배질하는 가호에 속으로 사과한다.

어인 마신의 신격이 올라가고 있다. 분체를 흡수하고 강림하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때 마신은 전보다 훨씬 강해진다. 리사 혼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리사는 힘들이지도 않고 어인 마신의 창 공격을 모조리 받아치며.

정말로 상대가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인 마신이 리사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빈틈이 적은 찌르기 뿐.

놈은 분명히 아리엘의 허수아비 검사보다 강하다.

그런데도 리사는 완벽하게 놈을 봉쇄하며, 우리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본래라면 닿을 수 없는 마신의 품에 공격을 때려 넣을 수 있도록.

하지만 파고들 틈을 쉽게 찾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었다.

"거신이 옵니다!"

네리스가 외쳤다.

언제 올라왔는지 거신이 하나둘, 빛의 발판으로 올라온다.

리사와 마신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리를 두고 상황을 봤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거신들이 난입하면 너무 귀찮아진다.

리사는 단숨에 처리할 생각인지 길게 호흡하고 큰 기술을 준비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거신이 손을 뻗어 어인 마신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가 놈이 어인을 바닥에 내리찍었을 때 알았다.

거신들이 우리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나머지 거신들이 몰려와 주먹을 무자비하게 내리찍는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듯 발판이 흔들렸다.

얼마나 단단하게 만든 건지 깨지기는커녕 금이 가는 일도 없이 버텨내고 있지만,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뭐야. 저 녀석들……!"

"우리 편을 들고 있는데요?"

마케르와 토니우스가 혼란스러운 듯 말했다.

거신들은 좀 전과 달리 우리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어인은 광폭한 주먹질에 휘말려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 현상의 원인을 눈으로 쫓다가, 나는 거신의 등에 무자줏빛 액체로 이루어진 생물체가 붙

어있는 걸 발견했다.

그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마법이었다.

"에카테……?"

에카테가 차원 마법으로 내 옆에 나타났다.

"꿀."

깜짝이야.

"에카테……. 너, 너 차원 마법 쓸 수 있었어?"

"단거리."

거신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 에카테다.

하지만 대체 언제?

"조종할 몸…….

내가 지금껏 얻은 실험체 중에 가장 좋아."

"네가 한 거야?"

"응."

그 검은 늪.

에카테가 만든 거였구나.

우리 파티가 쓰러뜨린 거신을 회수해서 아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건 절호의 기회였다.

거신들이 어인 마신의 창에 맞고 차례대로 쓰러졌으나

놈이 휘청인 순간 토니우스가 외쳤다.

"지금이야!"

그는 마도서를 펼치고 바로 촉수를 소환.

어인 마신의 팔다리를 붙들었다.

몸을 활짝 열게 된 어인 마신은 좋은 표적이 되어, 이스티의 화살에 가슴을 꿰뚫렸다.

어인 마신이 몸부림친다.

촉수의 살 조직이 점점 찢어지기 시작했다.

"1초, 2초…… 더는 버틸 수 없어!"

리사는 단숨에 뛰어가서 어인 마신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마치 뒤따르듯이 블램이 베고, 앙겔이 치고, 네리스가 창 찌르기로 마신의 상처에 결정타를

넣었다.

가슴에 네리스의 창이 꽂힌 어인 마신은 푸른 피를 흘리며 울부짖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묘한 소리였다. 마치 비명을 거꾸로 뒤집어 재생하고 있는 듯한.

거꾸로……?

몸의 움직임이 이상해지지는 않았다. 한데 무언가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놈!"

마케르가 뛰어올라 물고기 마신을 내려찍는다.

"기다려!"

리사가 말렸지만 때는 늦었다.

마케르는 자기 공격에 맞고 튕겨 나간 것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리사는 물고기 마신이 마케르를 꼬치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낚아채듯 뒷덜미를 잡고 빠져나

갔다.

공격이 튕겨나왔어?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다.

좀 더 개념적인 무언가다.

권능……!

"다들 조심해…!

적이 이상한 권능을……."

그때였다.

이스티가 활을 쏠 준비를 하는 걸 보고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스티!"

이스티의 화살이 붉게 물든다.

이스티는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 그런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이스티를 말려야 한다.

내 추측이 옳다면, 이 화살은 반대로 돌아가서 이스티의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

시아가 보호해주더라도 부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면…….

그러면 나는, 오늘 일을 평생 후회하겠지.

"지금 쏘면 안 돼!"

이스티의 손에서 화살이 떠났다.

화살은 마치 공중에 멈춘 것처럼 잠시 있다가 거꾸로…….

그걸 보고 오싹한 순간.

이스티의 유니크 스킬 <공간 도약>이 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를 수 없었다.

카렌과 나는 이스티한테 배웠다.

이 스킬은 빠르게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약 지점>과 <착지 지점>을 설정해 착지 지점으로 이동하는 스킬이라고.

지금 이스티의 코앞에는 그녀가 설치한 도약 지점이 있었고.

착지 지점은 어인 마신의 배후에 있었다.

이스티는 모든 걸 내다보고 마신의 등에 화살이 닿도록 설계했다.

누가 예상했을까?

리사가 그 일련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접적인 강함은 리사가 이스티보다 우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할 수 없는 강함도 세상에는 존재한다.

이스티는 <권능>을 공략했다.

나는 어인 마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놈이 화살을 제대로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0.1초 미만 찰나……!

화살이 다시 튕겨 나갔다.

이스티를 향해서 돌아갔던 화살을 그대로 어인 마신의 등에 보냈더니,

놈은 다시금 반대로 튕겨 내버린 것이다.

또…… 반사했어…!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이스티는 도약 지점, 착지 지점을 원거리에서 재설정.

마신의 몸에서 벗어나려는 화살을 되돌려 측면으로 나오게 하고,

어인 마신이 다시 튕겨내자 또 공간 도약으로 화살을 되돌리고.

정령핵이 만든 착지 지점으로 어인 마신의 주변이 메워질 정도로.

무수히 반복되는 화살 반환……!!

어인 마신은 끝없이 되돌아오는 화살 공격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유일한 도주 경로인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그것이, 놈의 실수였다.

모두가 경직된 채로 그저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이것이 왕국의 유일한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

날아다니는 것은 모두 그녀의 눈앞에서 쓰러진다고 말하는 듯이.

화살은 날아오른 어인 마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꿰어버렸다.

"……."

이스티는 눈을 감고 길게 호흡하며,

활을 내렸다.

마신이 쓰러졌다는 사실을 모두 깨닫고, 정신을 퍼뜩 차린 것처럼 블램부터 입을 열었다.

"지, 지금 그건 대체?"

"으……. 원거리 회피 패턴을 어떻게 추가해도 못 피할 것 같은데…."

헤르카는 기숙사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을 떠올린 듯 질색했다.

그게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었다.

<이스티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대단합니다…."

네리스가 경악하며 말했다.

모두 이스티를 보았다.

그러다 오이아가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말했다.

"<고고한 사냥꾼>……!"

"……."

"시, 실물 처음 봤어! 진짜 고고한 사냥꾼? 건국 이래 제일 뛰어난 헌터라는……."

"이스티야. 지금은…… 멜브릿의 교사."

이스티는 오이아를 향해 자신을 소개하더니,

날 흘낏 보고 미소 지었다.

"마중이 나온 듯합니다."

노아가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호수 쪽에서 젖이 큰 갈색 피부의 요정이 날아오고 있었다.

뭔가 허둥지둥하고 있는데?

"현우 님! 현우 니임!"

"왜 그래?"

"빨리 호수 쪽으로 가보셔야 해요! 그, 그……."

"무슨 일인데. 왜 말을 못 해?"

"우으으응! 우웅!"

<말은 못 해>라는 듯이, 에페는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에페는 내 물음을 피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최면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제르미나가 건 금제에 의해 목숨이 위험할 때.

즉, 에페가 말할 수 없는 일이 건너편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나는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에페. 리사와 헤르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산 밑으로 피신 시켜."

"네!"

"달링."

이스티는 조용히 날 불렀다.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분위기로 퇴장할 때라는 걸 직감한 듯.

몸에서 힘을 빼고 가만히 있었다.

"범용한 재주로는 여기까지인 듯하군요.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 데칼 님."

"주군. 저도 갑니까?"

"이제부터 만날 녀석들이랑 육탄전으로 싸울 순 없잖아."

"후……."

네리스는 착잡한 듯했다.

헤르카보다 오래 남지 못한 아쉬움이었겠지.

하지만 헤르카는 웬일로 네리스를 놀리지 않았다.

"네리스. 데칼이랑 같이 돌아갈게.

돌아가면, 내가 개발한 판정기로 대결해서 승부를 내는 거야!"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약속했습니다. 헤르카.

……다치면 안 돼요. 당신도."

"당연하지! 내가 누군지 알잖아?"

에페가 사람들을 차원 마법으로 이동시킨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중에, 나는 에카테와 눈이 마주쳤다.

"꿀."

"에카테도 고마웠어.

돌아가도 좋아."

"암퇘지인데 도움이 됐어?"

"그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어. 고마워."

에카테는 다소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분명히 저것도 연습했겠지.

"리사. 힘은 충분하지?"

"덕분에."

"헤르카는 준비됐어?"

"당연하지!"

"가자!"

나는 빛으로 된 발판을 힘차게 밟고 용의 호수로 돌아왔다.

"아저씨!"

시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나는 상황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강림한 어인 마신 정도의 신격을 가지고 있는 상급 마신들이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

이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하면……."

"봐야 할 건 그게 아니에요…!"

나는 움찔했다.

마치 빛과 어둠 같은 구도라서 착각하고 있었다.

원래 우리가 상대할 적은 마신이 아니다.

어두울수록 빛은 잘 보이는 법.

나는 마신과 대적하듯이 맞은편에 서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진정한 적은 마신들이 두려워하는 여신 중의 여신.

"제르미나……."

그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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