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322화 (322/414)
  • "균열을 찾아낸 건 행운이에요.

    먼저 진을 치고 맞서려고 해요. 제르미나는 분명히 그 시공의 틈새로 들어올 거예요."

    "제르미나가?"

    "네.

    아저씨가 건 금제를 우회하기 위해서.

    마신들을 먼저 판에 깔아 놓고 입장할 생각인 거예요. '우리에게 간섭했다'는 사실이 한없이

    옅어지게.

    금제로 약해진 상태라고는 하나 상대는 파괴의 여신. 만만치 않겠죠."

    그렇겠지.

    최면에는 약점이 있다.

    상대의 의식이 온전히 집중된 상태가 아니라면 걸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 약점은 여신이 불완전할 때 최면을 걸 수 없다는 제약을 만들었다.

    이 세상에 니뮤엘과 프레미아를 제외한 모든 신은 불완전하게 만들어지고 사실상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하지만, 권능이라는 위대한 힘을 하사받았다.

    즉 제르미나를 완전한 파괴의 여신으로 강림시키는 것이 이 싸움의 해답이다.

    하지만 그 얘기를 구구절절하려고 부른 건 아니다.

    "모두를 여기에 모은 이유는.

    일이 수틀렸을 때 안전한 곳이 팔색 조개 성이기 때문이야.

    여긴 우리가 있던 곳과 완전히 다른 세계니까."

    제르미나를 변기로 만들지 못해도

    목숨만 건진다면 여기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새로운 세계의 아담과 이브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

    이브가 좀 많기는 한데.

    "요컨대, 위험이 닥칠 테니까 숨어 있으라는 말입니까?"

    "응."

    노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저도 싸우겠습니다."

    "확실히 여기에는 잘 싸우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상대는 마신이야. 하급 마신이라도 그중에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자도 있어.

    나는 너희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어."

    "그러는 데칼 님은 직접 위험한 곳에 나가시죠."

    "……나는."

    제르미나를 변기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가야지.

    그게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닿는 모든 걸 파멸시키는 독을 가진 여신. 그렇기에 변기로 만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

    지 보고 싶다.

    위험을 감수할 가치? 당연히 있다.

    "이 세계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면, 싸울 수 있는 자는, 무기를 들고.

    그렇지 못한 자는 안전한 곳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아 말이 맞아.

    그래도 나는 주저가 돼. 싸워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야."

    불사의 마신.

    제천의 마신.

    시아가 나타나서 싱겁게 제압했지만, 본래 당해낼 수 없는 강적이었다.

    그런 마신이 득실하게 나타날 시공의 틈새 앞에, 싸울 수 있다는 이유로 조개 성의 인원을

    내보낼 이유가 있을까?

    어찌 보면 제르미나와 싸우는 건 내 문제다.

    내 문제에 내 여자들이 간섭하는 건 당연할지도 몰라.

    하지만…….

    결정하기 어렵다. 굉장히.

    강제로 머물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최면으로 남의 마음을 꺾는 데 전혀 주저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꼴린다'는 조건이 붙었을 때다.

    나는 이 마음에서 멀어지는 선택은 가능한 한 하고 싶지 않다.

    모두의 의지를 강제로 꺾고 성에 틀어박히게 한다.

    이건 합리적일 수는 있어도 꼴리지는 않아.

    "건방지네."

    그때, 벨라가 접대실 공간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까지 숨 막힐 정도였다.

    엘린은 눈이 핑글핑글 도는지 벌써 어지러워 보였다.

    "신들의 전쟁이 우스워?

    날 보고 똑같이 지껄여 봐."

    "저는 데칼 님을 모시는 충직한 암캐.

    따라서 데칼 님 혼자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이 몸이 비록 연약할지라도, 여신님들을 대신해 잡일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노아의 진심이 닿은 걸까.

    벨라는 노기를 누그러뜨렸다.

    불의 여신으로 돌아와 다른 이를 압박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

    나한테 보지 노예의 이름을 하사받기 전, 벨레이라는 이런 모습이었겠지.

    인간이 기어오르는 걸 감히 용납하지 않는.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인간 동료는

    인간의 몸으로 신의 경지를 밟은 벨리사 정도겠지.

    "벨라. 엘린이 힘들어하니까 그만해."

    "……알았어."

    "이 얘기를 더 하기 전에,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지부터 듣자.

    시아. 얼마나 현실성 있어?"

    "하급 마신들을 묶는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중에는 잡다한 마물과 섞이길 좋아하는 무리도 있겠죠.

    하지만 위험이 따르는 건 마찬가지예요."

    "나도 달링의 도움이 되고 싶어."

    그때, 이스티가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성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내 활로 달링을 돕고 싶어. 이제 나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

    그런 건 너무 서운해."

    모두를 끌어들이는 건 위험한 짓이다.

    하지만 노아 말에도 일리 있다.

    원정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유격대는 자격 있는 자만 들어갈 수 있는 용사의 선별된 파

    티였다.

    내 여자들을 데려갈 수 있을 리도 없고, 데려간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

    문제는 이번 일은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거다.

    팔색 조개 성이 안전하다는 것도 내 추측에 불과하다.

    제르미나는 내가 있는 곳을 손쉽게 알아낼 가능성이 컸다.

    침략하기 위한 준비도 전보다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성에서 특히나 잘 싸우는

    이스티나 노아 등을 데려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는 편이 벨라와 시아가 한 가지 일에 집

    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성공률이 올라간다.

    위험은 반드시 따른다.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제르미나에게 손을 뻗기 위해서는 총력전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노아, 이스티와 같은 생각인 사람?"

    예상한 인원은 모두 손을 들었다.

    틸리아, 디아나, 스티아, 카렌.

    조개 성에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은 거의 다 포함이다.

    네리스, 헤르카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들고 있었고.

    가장 뒤늦게 에카테리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암퇘지도… 싸울 수 있어?"

    "……."

    나는 카렌의 젖가슴을 만지는 것조차 그만둔 채 고민에 빠졌다.

    모두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그냥 성에 틀어박혀 있도록 할 것인가.

    이번에는 최면 없어도 내가 결정한 일에 모두 따르겠지.

    아니면 최면을 걸어서 없던 일처럼 지나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겠다.

    나는 이미 예전에 한 번.

    시아를 구하기 위해 단독으로 제르미나가 있는 곳에 쳐들어갔던 적이 있다.

    그게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으며.

    페라토, 헤벨 같은 그때 당시 날 목숨 걸고 도와주려 한 여신들을 한 발짝 뒤에 물러나게 했

    다.

    애초에…….

    약하고, 비열하고, 뻔뻔한 변태일 뿐인 내가.

    갑자기 멋있는 척 남들을 보호하고 지키려 한다는 게 어설픈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

    나는 마음을 정했다.

    "여긴 내 하렘이다."

    접대실이 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저씨……."

    "굳이 입 밖에 낼 일입니까?"

    네리스가 말했다.

    나는 후, 하고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여긴 내 하렘이지. 감옥이 아니야.

    너희는 언제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자기 생활도 지킬 수 있었으면 해.

    가장 매력적인 상태에서! 내 하렘의 일원이 되어 줘야 해!"

    "……그 말씀은."

    노아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것 같다.

    "그래. 다 같이 극복해보자.

    이제 이 작전의 진정한 목적을 밝힐 때가 온 듯하군."

    모두가 집중한다.

    나는 뜸을 들이고 말했다.

    "파괴의 여신 제르미나를 내 전용 보지 변기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이 싸움의 진정한 목적이다…!"

    디아나는 벌레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빠져도 돼?

    갑자기 도와주기 싫어졌어."

    "후. 그런 소리 해도 되겠어?

    디아나 빼고는 모두 흔쾌히 도와줄걸?"

    "……."

    스티아가 고개를 돌려 날 외면했다.

    "마망…!?"

    나는 카렌의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카렌은? 카렌은 도와줄 거지?"

    "응흣…♥ 앗, 갑자기…. 하응…….

    약하지만,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할게……."

    옆에 앉은 이스티도 동조한다.

    "나도 카렌과 같아.

    데칼이 하고 싶은 거 해. 제르미나를 변기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줄게."

    "전 암캐.

    주인이 바라는 대로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이거지. 응.

    버림받을까 봐 불안했잖아."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런 소리 하면, 도와줄 수밖에 없잖아."

    디아나가 싫은 듯이 말했다.

    "날 마마라고 부르며 의지하는데…….

    아이를 버릴 수도 없지."

    결국 신들과 신의 영역에 들어간 자들의 싸움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

    나는 싸움을 잘하는 신이 아니니까.

    나머지는 모두 시아에게 맡겼다.

    "시아.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진행 속도를 봐서는 열흘 정도.

    그 안에 준비를 끝마치고 적을 맞받아쳐야 해요. 자세한 사항은 결행 전에 말할게요."

    "부담 줘서 미안해."

    "도움은 많을수록 좋아요.

    조개 성 식구들이 다치지 않게, 제가 각별히 신경 쓸게요.

    불의 여신님도 부탁해요."

    "……흥."

    벨라는 코웃음 치면서 고개를 돌렸다.

    "벨라. 나도 부탁해."

    "후회하지 마.

    이건 진짜 바보 같은 짓이니까.

    모두 잘 들어. 너희는 절대 위험한 곳까지 나오지 말고,

    수준에 맞는 적과 싸우도록."

    노아와 이스티는 뜻밖에 즐거워 보였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이스티."

    "나도 그래.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한 기분.

    상대는 마신이니 부족함 없어."

    나는 카렌의 젖가슴을 양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면서 귀에 속삭였다.

    "카렌은 명심해.

    디아나, 스티아랑 같이 뒤에 있는 거야."

    "후읏. 응…!"

    "데칼. 우리도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여차할 때 모두를 도망가게 할 수단은 생각해 둬야겠지.

    "각자 열흘의 준비 시간을,

    성에서 보내든 밖에서 보내든 잘 활용하길 바라."

    "……데칼."

    그때 에카테리나가 조용히 말했다.

    "응? 왜, 에카테?"

    "아까 대답… 안 해줘서…….

    암퇘지도 싸울 수 있어?"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물론. 싸울 수 있어.

    우리 돼지. 잘 부탁한다."

    "……꿀?"

    시아가 앞으로 나왔다.

    "모두 때가 되면 성에 모여주세요.

    차원 마법으로 단숨에 용오름 산맥까지 이동해서 결전에 임하겠습니다.

    스티아와 노아는 나중에 날 찾아와줘요. 세부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네! 여신님."

    "알겠습니다."

    벨라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

    "이미 결정한 일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시아. 네 학교의 후보생들을 정말 데려갈 생각이야?"

    "오히려 이런 싸움을 대비해 기르는 인재들인걸요?

    조금 이르지만, 경험치를 듬뿍 먹여서 도움이 되게 만들 거예요."

    "……여신이 직접 육성해 주다니. 참 대단한 학교네."

    "아저씨가 바라는 거,

    불의 여신님도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요?"

    "……."

    두 여신 사이에 묘한 공기가 흘렀다.

    "나는 주제 모르는 사람 보살피는 재주는 없어!

    잽싸게 끝내버리고, 주인님한테……."

    벨라는 말끝을 흐렸다.

    차마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할 말이 아니었는지, 볼이 살짝 붉다.

    "주인님한테, 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섹스 하고 싶어?"

    "……모, 몰라. 갈래."

    "잠깐 기다려."

    나는 카렌의 젖가슴에서 손을 떼고, 헐떡이는 카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제르미나 변기 만들기 작전 얘기도 끝났으니,

    슬슬 중대 발표를 하겠어."

    틸리아가 모두의 당혹감을 대변하듯이 말했다.

    "데칼…….

    지금까지 말한 게 중대 발표 아니었어?"

    "무슨 소리,

    그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너희를 모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시아와 벨라도 경청해."

    "……?"

    시아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저씨."

    "뭔데, 주인님?"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벨라와 시아도 타이밍 좋게 트랜스 상태에 빠졌다.

    여신 둘이 최면에 안 걸리는 상태였으면 설명부터 해야 할 뻔했네.

    지금부터 할 일은 나만 알아야 재밌다.

    "「현 시간부로 팔색 조개 성에서 착의하는 것을 금한다」"

    나는 모두에게 착의 금지 최면을 걸었다.

    이 성에 출입할 수 있는 남자는 나뿐.

    모두가 당당히 알몸으로 걸어 다니는 걸 한번 보고 싶었다.

    "「착의 제한은 성 내에서 내가 자유롭게 섹스할 수 있는 프리섹스 데이에 활성화되는 규칙

    이다」

    「이 일에 위화감을 품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15p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굳이 몰아치듯이 모든 여자를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눈에 띄는 여자와 꼴리면 섹스한다.

    프리섹스 데이는 15p라는 기분 좋은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팔색 조개 성의 새로운 룰

    이다.

    짝.

    나는 손뼉을 쳤다.

    여신까지 완벽하게 속여 넘긴 최면이다.

    "오늘부터 팔색 조개 성은

    프리섹스 데이를 선언. 준비 기간 동안 착의를 금지하겠어."

    "……."

    "뭐해? 다들 옷 입은 채로."

    나는 카렌의 젖가슴을 움켜쥔다.

    카렌은 먼저 일어나서, 내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규칙이니까 어쩔 수 없지. 다 벗을게. 오빠…♥"

    나도 일어나서 옷을 벗었다.

    그러자 다들 홀린 듯 탈의하기 시작한다.

    "다들 옷을 벗어주세요.

    지금 막 착의가 금지되었습니다."

    네리스가 일어나서 상의를 벗는다.

    접대실에는 순식간에 보기 좋은 육색이 넘쳐흐르게 되었다.

    홀딱 벗은 카렌을 뒤에서 껴안고 옷의 방해 없이 젖가슴을 주무른다.

    "아으응. 오빠, 프리섹스 해?"

    못 참겠는데.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틴다.

    "아니. 한 번 흩어지자.

    다들 해산해도 돼."

    이 암시는…….

    랜덤 인카운터로 한 명 내지 두 명씩 만나야 재밌어…!!

    이 자리에서 바로 섹스 시작하면 의미 없다!

    나는 쿠퍼액 질질 흐르는 자지를 카렌의 허벅지에 비비며 참았다.

    ……참고 있는 거 맞나?

    "그럼, 저는 잠시 제 방에."

    네리스가 먼저 일어선다.

    네리스를 시작으로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아저씨. 저도 준비하러 가볼게요."

    "응. 성에서 벗는 거 잊지 마."

    "당연하죠! 제가 조개 성의 규칙을 어길 리 있겠어요?"

    벨라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벗은 채로 프리 섹스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여기 남자는 주인님뿐인걸. 다들 반길걸?"

    다들 떠나고 접대실에 나만 남았다.

    나는 술래가 된 기분으로 잠시 기다렸다가

    슬슬 모두 흩어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복도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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