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281화 (281/414)
  • 유격대는 지금부터 반마신 포획 작전을 개시한다."281회

    "<포획>?"

    앙겔의 눈썹이 꿈틀했다.

    "못 따르겠나?"

    "왜 제거가 아니라 포획이지?"

    "데칼은 박서연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믿는다."

    "……."

    리사는 자신만만하다.

    다들 그 이유를 신경 쓰는 듯했다.

    "모두, 기탄없이 말해주길 바란다. 자유롭게 생각을 꺼내놓는 자리니까."

    내가 신경 쓰는 건, 무엇이 리사를 자신만만하게 하느냐였다.

    처음에만 해도 뚜렷하게 정해진 방침 없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나?

    하긴, 그때는 대책은커녕 서연이 내 예고대로 나타날지도 불확실했지.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멀기는 하지만 서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서연은 우리가 이름 없는 마을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준비할 시간도 있었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건가?

    어쩌면 리사는 내 상상보다 훨씬 대단한 용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해? 그러면 내가 하겠어."

    내 품에 안겨있던 헤르카가 당차게 선언했다.

    "하다니. 뭘?"

    "데칼. 뻔한 걸 묻네. 용사님은 공격해주길 바라는 거잖아.

    서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좋은 해결책에 다다른다. 그런 걸 원하는 거지?"

    헤르카의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리사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대원들이 목표를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

    "살살 부탁한다."

    헤르카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포획>보다 <제거>가 확실하잖아.

    생포하려고 느슨한 공격을 했다가 반격을 맞고, 이쪽이 피해를 보면 어쩔 거야?"

    "박서연은 우리 팀에 없는 무시무시한 폭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설득에 성공한다면, 마왕성에 손실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되는 거야.

    앉아서 시간을 버는 셈이지."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서, 소모전을 피하고 마왕성에 들어가는 방법은?"

    "그건 무리다.

    이제부터는 훨씬 많은 마물을 상대하게 될 거야. 본대가 미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약 7일…….

    마물에게 발이 붙잡혀 있는 동안 서연에게 뒤를 잡힌다면 훨씬 곤란한 상황에 놓일 거다."

    "박서연은 어쨌든 넘어야 하는 산이라는 거네."

    "그래, 우리 앞에 나타난 이상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적진에 침투하기 전에 서연이 나타났으면 좋았겠지만,

    서연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를 끌어낼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 걸지도 몰라.

    말할까? 아니…….

    그저 걱정하기만 하는 말은 의미 없어. 대안이 있어야 해.

    "마지막 질문이야.

    상대는 개활지 상공을 떠다니고 있어. 어떻게 몰래 접근할 생각이야?"

    "……."

    리사가 입을 다물었다.

    "토니우스의 마법으로 반마신의 움직임을 봉쇄하면……."

    "너무 멀어. 적은 높기만 한 게 아니야.

    우리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도망가버릴 수도 있어. 아니면, 데칼을 미끼로 쓸 생각이야?"

    "아니. 나는 데칼 곁에서 움직인다.

    적이 노리는 게 데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둘 순 없어.

    헤르카. 좋은 방법 있나?"

    "……."

    헤르카는 잠시 뜸 들이다가 말했다.

    "반마신에게 발각되지 않고 마을에서 빠져나가는 건 가능해?"

    "브루노. 어떻지?"

    "상대가 제자리에 있다는 가정하에, 이쪽이 은밀하게 움직인다면

    출구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가능하다. 헤르카."

    헤르카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나와 토니우스가 몰래 빠져나가서 반마신의 후방으로 가겠어.

    천재 소녀★인 내가 함께하니까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는 일은 없을 거야.

    당신들이 할 일은 간단해. 우리 데칼이 다치지 않게 잘 보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듣고 있던 브루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용사님이 데칼의 곁에 있는 걸 알면 도망치지 않을까요?"

    "누군지 못 알아보게 만들면 되지.

    데칼은 얼굴을 드러내고, 나머지는 호위하면서 걸칠 것으로 얼굴을 가리는 거야."

    "아…!"

    "좋은 제안이야. 헤르카."

    리사는 기쁜 듯했다.

    "별로……. 데칼이 말한 걸 잊지 않았을 뿐이야."

    "내가 말한 거?"

    헤르카는 내 품에서 고개를 빼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데칼이 그랬잖아. 그 여자는 데칼에게 관심 가지는 것 외에는 모두 망가졌다고.

    옆에 용사가 있을 게 뻔하니까 도망치자. 그건 합리적인 생각.

    ……자기 눈으로 용사가 있는 걸 확인하지 못하면, 미련이 남아서 굳어버릴 거야. 그렇지?"

    "……."

    놀랍다.

    헤르카는 내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서연의 정신 상태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여기에 나보다 서연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는 말 없이 헤르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르카는 기분 좋은 듯, 날 보며 배시시 웃었다.

    "다른 의견 없나?"

    오이아가 지원팀을 쓱 둘러보고 말했다.

    "지원팀은 이견 없어요!"

    "헤르카 양의 솜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기쁜데.

    이번 작전은 좋은 경험이 되겠어."

    토니우스가 말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앙겔에게 시선이 모인다.

    그러자 앙겔은 눈을 감고 툭 던지듯 말했다.

    "……밥값은 하겠다."

    블램은…….

    아직도 딴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블램?"

    리사가 부르자, 블램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집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블램.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네 힘이 필요해.

    평소처럼,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거리낌 없이 말해 주었으면 한다."

    "……."

    리사의 격려를 받고, 블램의 눈빛에 힘이 돌아왔다.

    "전술 판단은 리사가 정확해.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하나뿐이다."

    "뭐지?"

    블램이 갑자기 나를 봤다.

    "포획에 성공한다고 해도 반마신이 아군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데칼, 자네는 무슨 방법으로 반마신을 설득할 생각인 거지? 그걸 우리에게 말해주었으면 한다."

    네리스가 말했다.

    "주군은 시간만 있으면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요?"

    "부족하다. 그 방법이라는 게 불확실하다면, 나는 포획에 반대하고 싶다.

    작전에 참여하기 전에, 우리 모두 그 '방법'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

    "그건……."

    나는 손을 들어 네리스의 말을 막았다.

    "괜찮아. 내가 말할게."

    "……."

    블램. 인정하지. 지금 건 꽤 날카로웠어.

    리사가 날 믿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블램은 애초에 박서연이 아군이 된다는, 희망적인 관측에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결국 이게 걸릴 줄 알았다.

    모두 속마음을 밝히고 얘기하는데, 자기가 든 패를 까발리지 않은 괘씸한 놈이 판에 한 명 있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파렴치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목숨 바쳐 따르는 용사를 정액받이로 만드는 중이라는 비밀.

    내가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비밀.

    박서연 또한 그 권능의 피해자였고, 다시 내 여자가 되는 일에 모두를 말려들게 했다는 비밀.

    "여러 번 말할 수 없으니까 잘 들어."

    "집중하겠다."

    나는 들었던 손을 딱, 하고 튕겼다.

    헤르카와 네리스를 제외한 모두가 트랜스 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되는군요."

    네리스가 한숨을 쉬었다.

    헤르카는 흥미로운 듯 모두를 관찰한다.

    "이거 뭐야?"

    "최면술."

    "나한테 건 게 이거야?"

    "보지섹스 좋아하게 되는 최면 걸었지."

    "푸핫. 뭐야. 그게."

    최면술을 쓴다고 헤르카에게 직접 말해준 적은 없지만,

    「최면 해제」 키워드로 놀았으니 눈치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 거 안 해도, 친해지는 보지섹스 하고 싶다면, 언제든 대줄 수 있는데.

    데칼은 바보야? 나라면 좀 더 영리하게 쓸 자신 있어."

    그걸 고려해도 헤르카는 자기 상식이 변했다는 걸 모른다.

    최면 해제라고 말한 후 짧은 시간만 깨닫는다.

    정확히는 그 이후에 부조화가 찾아와서 '친구끼리 보지섹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암시에 또 정신을 지배당한다.

    나는 헤르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헤르카한테 최면이 있다면, 어떻게 쓸 건데?"

    "음……. 비상식적인 일을 상식처럼 생각하게 만든다거나?"

    "오호."

    "……."

    네리스는 헤르카를 측은하게 보고 있었다.

    "예를 들면?"

    "네리스한테 물구나무서서 걷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면 젖가슴 때문에 눈앞이 안 보여서 이리저리 부딪치지 않을까?"

    "……제 가슴은 그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헤르카."

    나는 네리스의 젖가슴을 빤히 바라봤다.

    "주군. 안 됩니다."

    "네리스는 자기 유두 빨 수 있어?"

    "……."

    "빨 수 있어?"

    못 들은 체하길래 한 번 더 묻는다.

    "……예. 빨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의미 있는 질문입니까?"

    "아니. 딱히."

    "그러면 어서 끝내시죠."

    "까칠하네."

    "솔직히, 모두를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나한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네리스는 조마조마한 것 같다.

    "너희는 「내 비밀을 존중한다」"

    나는 대원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는지, 헤르카가 묻는다.

    "데칼. <날 믿어라> 같은 게 더 효과적인 거 아냐?

    편리하잖아."

    "그러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거든."

    이스티에게는 비슷한 암시를 걸었던 적이 있다.

    그건 이스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독한 인간불신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건 암시다.

    비틀었을 때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말마다 전부 믿어버리면, 일상 대화도 곤란하잖아.

    작전 회의때 최면을 거는 건 피하고 싶었어."

    <반마신에 관한 일은 전적으로 데칼을 신뢰한다> 처럼 믿음의 범위를 제한해도 마찬가지다.

    이러면 지금까지 본, 생산적인 논의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이 컸다.

    반면 다른 사람의 비밀을 존중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넘어갈 수 있는, 이 상황에 딱 맞는 암시다.

    "데칼의 최면. 강력하구나.

    이거, 나한테 알려줘도 돼?"

    "헤르카, 섹스 좋아하잖아?"

    "당연한걸. 원래는 뭐, 싫어했었어?"

    "떠올리게 해줄까?"

    "응? 응."

    "「최면 해제」"

    "……."

    이때, <친구와 섹스하는 게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헤르카의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뒤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헤르카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았는데. 알았는데…… 왜 잊고 있었지."

    "어때?"

    헤르카가 고개를 홱 돌리고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항의한다.

    "이, 이런 변태 같은 최면 걸기 있어!?"

    "이제 대답해 줘. 보지섹스 싫어?"

    "……."

    헤르카를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그러니까……."

    "얼른. 시간제한 온다."

    "시간제한 있는 거였어? 아아, 으앙…!"

    헤르카는 어쩔 줄 모르다가, 내 옷을 꼬옥 쥐고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세, 섹스 좋아.

    데칼이랑 하는 보지섹스 좋아…!"

    "그럴 줄 알았어. 이게 너한테 최면을 알려준 이유야."

    "심술쟁이……."

    1분 경과.

    모래시계는 없지만, 헤르카의 최면은 체감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다시 작용한다.

    "어, 나 지금…?"

    "왜?"

    "으응? 잘 모르겠지만, 부끄러웠던 것 같아서. 이상하네.

    데칼이랑 보지섹스 하는 거, 당연한 일인데."

    "……."

    지켜보던 네리스가 말했다.

    "주군. 박서연에게 최면을 건다면, 왜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내가 그 얘기는 안 했던가?"

    "최면을 건다고는 했습니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박서연의 요구에 응할 수도 있다고 했죠.

    하지만 포획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럴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요?"

    "박서연에게는 최면이 걸리지 않아."

    "……아."

    "정확히는 조건이 맞지 않아. 지금부터 그걸 해결할 생각이야.

    작전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나는 예정대로 이탈하겠어."

    "알겠습니다."

    "난 모르겠는데?"

    헤르카는 다리를 흔들며 모른 체했다.

    서연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이탈한다는 말에 납득하고 따를 수 없어서겠지.

    하지만, 이제 그건 최후의 수단이다.

    "지금은 나도 리사와 같은 생각이야.

    박서연은 너희 모두를 죽이려 하고 있어. 이제는 포획, 혹은 제거 말고는 답이 없을지도 몰라."

    "주군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게 제 책무니까요."

    "날 좋아하니까 지켜주겠다고 말하면 더 기뻤을 텐데."

    "……기사답지는 않지만, 고려해보겠습니다."

    짝.

    나는 손뼉을 쳤다.

    대화의 흐름이 다시 돌아온다. 블램이 날 추궁하던 그때로.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데칼. 어서 말해주게. 그 방법이라는 것을."

    "자세한 방법은 밝힐 수 없어.

    비밀이다."

    "……."

    일동, 침묵.

    블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다. 비밀이라면 어쩔 수 없지. 자네의 비밀은 존중하겠다."

    "포획 작전에 반대야?"

    "아니. 불안 요소는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그 정도면 되겠지."

    의심스러운 요인이 비밀이라는 말로 묻혀버리자,

    블램은 간단하게 말을 끝맺었다.

    "그럼, 정리하겠다."

    리사가 말했다.

    "토니우스와 헤르카는 작전 개시와 함께 모습을 감추고 적의 후방으로 우회.

    나머지는 얼굴을 가리고 반마신을 맞이하러 간다."

    "지원팀은 어떻게 할까요?"

    오이아가 손을 들고 말했다.

    "메딕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마을에 머무른다.

    반마신을 처넣을 적당한 공간을 준비하도록."

    "예."

    브루노와 바커스가 등을 곧게 펴고 대답했다.

    "알고 있겠지만.

    이것은 적의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예상 밖의 상황이 일어나면 각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도록 한다.

    각자 준비를 마치고 모일 수 있도록. 이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