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257화 (257/414)
  • 257화

    ◎달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내용

    밥은 병영에 딸린 작은 식당에서 배급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메뉴가 부실하다.

    감자를 잘게 으깼을 뿐인 하얀 덩어리와 푸석푸석한 빵 쪼가리.

    최근 화려한 식사만 했기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주군. 괜찮을까요?"

    네리스가 배식을 받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응."

    서로 말없이 먹는다.

    이러다 한마디도 없이 일어날 것 같아서 나부터 얘기를 꺼냈다.

    "헤르카는?"

    "잘 모르겠습니다.

    준비할 게 있다면서 찾지 말라더군요."

    "흐음."

    "……."

    다시 침묵.

    지금까지 이상하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네리스와 일상 대화를 나누려고 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그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네리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당황스럽지 않아?

    갑자기 날 섬기는 기사가 되었는데."

    "제가 스스로 정한 일입니다."

    "그냥 뭐, 음, 주군으로서 내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

    네리스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허덕이는 절 붙잡고 타락하라면서 허리 흔들던 사람이 할 말입니까?"

    "물론 나는 기쁘지. 후회도 하지 않아."

    "주군은 변태에, 여성에게 추잡한 짓을 일삼는 사람이지만,

    제가 고른 분입니다. 당당하게 어깨를 펴 주세요."

    "……."

    "만약에 이 마음이,

    당신이 조종한 결과가 아니라면……."

    네리스는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런 조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해."

    네리스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안 했어.

    믿을지 말지는 네 마음이지만, 내 취향은 그런 게 아니라서."

    "……용사님을 한 번에 넘어뜨리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까?"

    "그럼. 관계있지. 네리스를 최면으로 따르게 하는 것보다,

    최면으로 섹스해서 날 따르게 하는 편이 즐겁잖아."

    "……."

    "날 따르는 기사, 라는 아이디어는 네가 낸 게 맞아."

    "즉, 이것은 주군에게 놀이입니까?"

    "그래."

    "놀이로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습니까?"

    나는 빵을 씹다가 네리스를 보았다.

    추궁은 아니다. 네리스의 마지막 질문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건 그때가 되면 알려 줄게."

    네리스의 눈빛에 그늘이 깔린다.

    알고 있다. 그녀의 마음에, 나를 섬기는 일만큼 중요한 건 마왕을 쓰러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네리스가 끊임없이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증거.

    거꾸로 내가 그녀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주군.

    식사를 마치면 마구간에 말을 보러 가시겠습니까?"

    "말을? 왜?"

    "이미 말을 고르셨습니까?"

    "……나는 말 탈 줄 모르는데?"

    "……."

    네리스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면 안 돼?"

    "……말을 탈 수 없는 분은 없을 겁니다.

    도보로 이동할 생각이십니까?"

    "승마가 기본 과목이었어?!"

    헤르카는?

    아, 그 녀석은 날아다니는 탈것이 있구나.

    태워달라고 할까?

    네리스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괜찮다면 태워드리겠습니다."

    "진짜? 네리스랑 같이 타도돼?"

    "네. 제 말은 지치지도 죽지도 않으니까요."

    말 걱정은 안 했는데.

    네리스, 장거리 이동 간에 나를 태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하긴 그녀도 얼마 전까지 순진한 처녀였으니까.

    아니면 같이 말에 타는 걸 상상했을 때부터 야한 짓 할 생각부터 떠올린 내가 비정상인가?

    "부탁할게. 네리스."

    식사를 마치고 유격대원들은 병영 앞에 모였다.

    메딕 오이아를 포함한 후방 지원팀 4인.

    언제나 함께 움직이는 것 같다.

    "데칼! 같이 타고 갈래?"

    헤르카가 뛰어와 귀엽게 묻는다.

    "네리스가 태워주기로 했어."

    "큿……. 언제 선수를 친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헤르카.

    그 불안한 판자와 제 말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네리스는 피식 웃으며 헤르카의 날 선 눈빛을 받아넘겼다.

    "안 불안하거든? 안전하거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검까 쪽이 당연히 더 좋지."

    "혼자 좋은 걸 탈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헤르카."

    "……이, 이번만은 패배를 인정하지만, 다음에는 내가 이길 거야."

    참 실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둘을 보고 있으면 심심할 일은 없겠어.

    네리스가 미소 짓는 걸 보면 사이좋은 언니 동생 같기도 했다.

    낯선 곳에 아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되는데, 네리스도 솔직히 믿음직한 동급생이 함께 와 주어서 기쁘지 않을까?

    "주목. 용사님이 오기 전에 인원을 확인하겠다."

    블램이다.

    작전 회의까지는 리사라고 불렀는데, 갑자기 그녀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방금 겪은 사건으로 인해서?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블램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대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장비와 소지품을 확인하도록.

    여길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나와 헤르카는 개인 보관함을 열어 보는 것만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확인이 끝났다.

    후방지원팀은 짐꾼도 겸하고 있는지 메딕 한 명 빼고는 부피가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저들끼리 모여서 배낭에 빠진 게 없는지 일일이 꺼내서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할 일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있나 봤다.

    앙겔은 팔꿈치까지 뒤덮는 건틀릿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주물럭거리고 있었고,

    토니우스는 온갖 약물이 든 병을 하나하나 손에 쥐고 이름을 중얼거리며 확인.

    마케르와 압베트 형제는 진작 확인을 끝내고, 서로 가볍게 부딪치며 몸 컨디션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리사가 늦네.

    나는 괜히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갑자기 젖가슴 크기를 드러내라고 한 건 너무 성급한 요구였나?

    사람들 앞에 서는 게 힘들지도 모른다.

    "블램. 다 모였나?"

    "다 모였습니다."

    용사가 나타나자 블램이 깍듯이 고개 숙이고 뒤로 물러난다.

    용사의 모습을 본 순간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았다.

    남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워? 그게 어쨌다고.

    용사에게는 사소한 일이다.

    리사는 갑주를 껴입고 위풍당당하게 우리 앞에 섰다.

    평소보다 젖가슴 볼륨이 눈에 띄게 솟아있는 걸 보고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같은 느낌.

    물론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크게 소란 떨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리사의 젖가슴을 보며 화제로 삼을, 나사 빠진 놈은 없다.

    리사는 얼굴을 통째로 가리는 플레이트 헬멧을 쓴 상태였다.

    처음 봤을 때 그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 모인 열 세 명의 인원으로 마왕을 친다.

    반마신을 저지하는 것도 우리 일에 포함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마왕을 쓰러뜨려

    왕국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 그밖에 다른, 임무와 관계없는 모든 것은 머리에서 제외해라."

    "예~!"

    오이아가 활기차게 대답한다.

    "방금 본대 작전 장교에게서 서신이 도착했다.

    예정대로 진행할 테니 움직여도 좋다고 하더군.

    말을 타고 신속하게 이동하되 어둠에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기동한다."

    리사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어디서 말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병사들이 고삐를 쥐고 우리가 탈 말을 끌고 오는 중이었다.

    "주군."

    네리스의 근처에서 강한 마력 반응이 나타났다.

    검은 불꽃을 휘감고 나타난 흑마가 우리 셋 주변을 기운차게 돌면서 앞발을 들고 포효했다.

    "으, 으악!"

    병사 중 몇 명은 놀라서 그대로 자빠졌다가 황급히 다시 일어난다.

    토니우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워!

    아티팩트에 귀속된 환상마인가?"

    "예."

    "자기 뜻대로 다루기 힘들었을 텐데, 굉장하군."

    네리스는 등자를 밟고 가볍게 올라타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아주세요. 주군."

    "……."

    반할 것 같은데?

    흑마 탄 공주님. 아니 기사님이다.

    나는 네리스의 손을 잡고 올라탔다. 네리스의 시야를 가리지 않게, 뒤로.

    설마 네리스가 모는 말에 타게 될 줄이야.

    고삐를 잡고 흑마를 제어하는 네리스의 늠름한 옆얼굴을 구경하며 바짝 붙는다.

    하나둘 말에 올라탄다.

    앙겔만 흠, 하면서 말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병사 하나가 눈치를 보며 묻는다.

    "기마용 장비를 빼줬으면 하는군."

    "예? 이걸 빼면……."

    타는 게 어렵다고 말하고 싶겠지.

    승마 경험이 없는 나도 안장과 등자가 없는 말을 타는 게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앙겔은 단호하게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병사들이 앙겔의 말에 붙어 안장과 등자를 벗긴다.

    멋들어지게 옻칠한 검은색 말 투구도.

    자신이 탑승할 말이 야생마와 다름없는 꼴이 되어서야 앙겔은 흡족한 듯 홱 올라탔다.

    "우리가 떠난 후에는

    경계 레벨을 최대로 높이고 적의 습격에 대비하라."

    "옛!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리사의 지시를 받고 물러났다.

    "가자."

    리사가 발로 말 허리를 툭 건드려 먼저 출발했다.

    말의 체력 안배를 위함인지 생각보다 느긋한 속도였다.

    달리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속도.

    물론 사람 발보다는 훨씬 빠르다.

    선두에 있는 건 리사와 블램.

    블램 녀석. 리사에게 추파 던지며 귀찮게 할 줄 알았는데, 사리 분별은 하는 것 같다.

    뭐, 이럴 때 사리 분별 못하는 건 나밖에 없겠지.

    하지만 눈앞에 머리만 한 젖탱이를 달고 살갗을 드러낸 네리스가 있는데, 아무 짓도 안 하는 건 남자의 수치다.

    나는 네리스의 뒤태를 감상하다가 바짝 붙어서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주군?"

    "떨어질 것 같아서."

    네리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겁이 많으시군요.

    말을 처음 탔을 때는 저도 그랬습니다. 마음 편하게……."

    나는 네리스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

    네리스는 흠칫하며 몸을 움츠린다.

    겨우 내 의도를 깨달은 듯, 네리스가 날 돌아보며 입술을 앙다문다.

    화난 체 해도 소용없어~.

    "네리스…….

    살짝 속도 늦추고 뒤쪽으로 갈까?"

    "……."

    네리스가 고삐를 살짝 당긴다.

    말 잘 들어서 좋다니까.

    나는 네리스의 뒷덜미를 쭈읍 쭈읍 빨았다.

    눈에 띄는 짓은 못하지만, 밤이라 어둡기 때문에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건 문제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말을 타지 못하는 내가 네리스를 안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무도 내가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속도로 세 시간 이동한다."

    선두에 있는 리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 시간이라. 엉덩이 아프겠는걸.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딱딱한 갑옷 부분을 피해서 네리스의 아랫가슴을 손으로 조물조물 만졌다.

    "……."

    네리스의 귀가 금세 빨개졌다.

    허벅지 살갗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소곤거린다.

    "네리스. 언제든 보지섹스 해도 된다고 했지?"

    "……."

    네리스가 난처한 듯 표정을 흐렸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손이 멈추지 않는다.

    뒤에서 네리스의 풍만한 젖탱이를 양손으로 움켜쥔다.

    "읏."

    참을성 좋은 네리스가 쥐어짜듯 작은 신음을 흘린다.

    "주군, 지금은……."

    "용사한테 못 쌌어."

    "갑자기, 무슨?"

    나는 지퍼를 내려서 풀발기한 자지를 꺼내고 네리스의 엉덩이에 직접 비볐다.

    "맛보고 싶지 않아?

    용사의 젖 빨면서 감질난 자지.

    틀림없이 엄청난 기세로 질싸할 수 있는데."

    "……."

    네리스의 젖가슴을 조물조물 만지면서 자지를 엉덩이에 비빈다.

    살짝 훔쳐본 옆얼굴.

    꽤 갈등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나는 딱딱한 좆을 과시하는 것처럼 네리스의 보드라운 엉덩이에 비벼댔다.

    "엉덩이 그대로 드러낸 씹변태 갑옷이나 입고 있으면서.

    이럴 때 바로 섹스하려고 디자인한 거 아니겠어?"

    "……아닙니다."

    "팬티 젖히면 바로 섹스할 수 있는데……."

    "……."

    "네리스 보지에 반나절 참은 질싸 해줄게. 어때."

    이런 말로 여자를 흔들 수 있다는 게 즐거워서 어쩔 수 없다.

    네리스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내 자지로 팡팡 박혔을 때를 상상하고 있는 듯.

    어쩌면 자궁을 세차게 두드릴 정액의 느낌을 되새기고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네리스가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리사가 하게 해주지 않아서 굉장히 꼴렸어. 지금……."

    네리스의 귓가에 소곤거리며 귀를 입술로 물고 혀로 할짝거린다.

    네리스는 태연하게 말을 몰면서 내 성추행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젖탱이를 휘어잡고 조물조물 만진다.

    이러다 젖탱이가 흘러넘쳐서 밖으로 빠져나올 것 같았다.

    그 아슬아슬함이 네리스의 몸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네리스.

    이러다 밖에 싸버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읏……."

    네리스는 결심한 듯.

    골반을 틀어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다 드러냈다.

    나는 촉촉한 네리스의 보지 둔덕을 자지로 비볐다.

    팬티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팬티?

    갑옷의 이너 아머인데. 사실상 속옷이나 다름없는 느낌이다.

    "네리스. 진짜 창녀 같은 갑옷 입고 있네."

    "……."

    솔직한 감상.

    하지만 그녀에게는 노골적인 모욕이다.

    그러나 네리스는 날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훌륭하네. 보지 기사에게 어울리는 갑옷이야."

    모욕은 칭찬이 된다.

    물론, 더한 모욕이 될 수도 있지만.

    네리스는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말했다.

    "칭찬해주셔서…… 기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