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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248화 (248/414)

248화

"……."

틸리아는 침대 위에 개구리 같은 꼴로 다리 벌리고 엎드려 움찔거리고 있다.

솜털로 간신히 느낄 수 있는 공기의 흐름만으로 보지 절정하고 있어서.

내가 손대지 않아도 전기 자극을 받은 것처럼 흠칫거린다.

잔뜩 보지섹스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여자는, 역시 꼴린다니까.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고꾸라진 모습을 보니 자지가 또 건강해진다.

이런.

체력이 너무 좋아서 한 여자로는 부족하네.

성에는 여자가 많아서, 문제는 아니지만.

거센 사정 후의 나른함 말고는 내 마음을 막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확실히 무시무시하다.

유격대에 헤르카나 네리스가 없었더라면 용사 보지에 질싸 안 받은 날이 없었을 거다.

그래.

오늘은 선별식.

선별할 인원은 사전에 내부 심사로 정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것도 없다.

그 이후에는 가혹한 원정 임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혹한. 맞나?

솔직히 만만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나도 잘 모르니까.

틸리아를 손쉽게 제압했을 때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틸리아는 본래 내 실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내가 불에 면역이라는 점까지 포함해도 그렇다.

하지만, 시아의 도움으로 내 성장곡선은 천장을 뚫어버렸다.

용사와 마왕에 미칠 정도는 아니겠지만, 충분하지 않을까?

별일 있겠어?

나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건 박서연이다.

그녀를 공략할 수 있을까.

나한테도 큰 각오가 필요한 일임은 분명했다.

죽이거나 해치지 않고.

서연이를 보지섹스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최면에 절어버린 뇌를 또 절여서…….

상상만 해도 좋군.

응?

씻고 나왔더니, 내 옷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갈아입을 옷이다.

제복을 입고 나왔더니 셀레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셀레네였구나."

"벨라 님께서 다리미, 라고 하는 것을 추천해 주셔서 써보았습니다."

"아. 하긴.

이 세계에는 없겠구나."

"옷 주름을 펴는 철판은 있습니다.

숯불로 달궈서 사용하죠. 하지만, 벨라 님께서 주신 다리미는 마법의 도구처럼 편리했습니다."

콘센트만 연결하면 전기로 달궈주니까.

……콘센트?

팔색 조개 성에 전기 배선도 있었던가?

하여튼 편리하네.

예전부터 느꼈지만, 벨라는 현대 문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만화책도 자주 보는 것 같던데.

"주인님?"

"당분간 원정 임무 나갈 예정인데.

그동안 성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심심하겠지?"

"심심하다는 말씀은……?"

"자연과 교감하거나 침대에 누워있는 거 말고 할 게 없다는 말이지.

애들 만족도는 어때?"

"엘프 분들은 만족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어떤 것 같아?"

"저는 온 지 얼마 안 돼서,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제가 여기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주인님이 성에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없으면 머물 이유도 없다.

할 게 없으니까.

대충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벨라와 상의해서 놀 거리를 만들어야겠어.

무난하게 책을 둘 공간부터 마련하는 게 좋겠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다음은 게임.

영상물. 운동기구……."

"보드게임이라면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배우분을 여기에 데려오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만."

"배우?"

아.

셀레네는 영화를 모르겠구나.

실제 배우가 와서 연기하는 걸 상상한 모양이다.

팔색 조개 성에 현대 문명 도입. 생각해봄 직하다.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

"모두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룸을 만들어야겠어."

레크리에이션이라고 하니까 있어 보인다.

결국, 놀이방이란 얘긴데.

쉼터쯤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겠지.

"바빠지겠네요."

셀레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도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디아나가?"

"심심하다고 많이 말씀하셨거든요."

그 녀석.

병상에서도 책 읽고 있었지.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벨라와 얘기해 봐야겠어."

밥도 먹을 겸.

나는 벨라를 식당에 호출했다.

"주인님. 무슨 일이야?"

"레크리에이션 룸을 만들자."

"뜬금없네."

"팔색 조개 성.

할 게 너무 없어서 심심하잖아. 심심풀이가 있으면 오래 머물기 좋지 않겠어?"

"밖에 나가면 되잖아."

"지금까지는 그랬지. 할 게 없으면 밖으로 나간다.

근데 대왕 팔색 조개는 하나 뿐이잖아.

내가 원정 나가서 조개를 부르면 출입이 제한 돼. 입구가 나한테 오니까."

"음. 오래 머물고 싶은 성으로 만들자는 얘기지?"

"그거야.

내가 이동할 때마다 널 불러서, 차원 마법으로 본관에 조개를 옮겨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성에 있는 게 지루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는 게 좋지 않겠어?"

"즉. 나더러 다 하라는 얘기지?"

앗.

벨라가 진실을 알아버렸다.

"벨라. 부탁해!"

"흐으음."

벨라는 못마땅한 듯 길게 한숨을 내뱉는다.

"의욕 안 나네. 다른 여자들 심심풀이를 위해 방을 개조하라니……."

"벨라도 좋아하잖아. 만화책 보는 거."

"그, 그게 유독 재밌을 뿐이야."

"책 제목이 뭔데?"

"눈에 파묻힌 닭."

무슨 내용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장르가 뭐야."

"로맨스."

…….

제목이 눈에 파묻힌 닭인데, 장르가 로맨스라고?

"주인님 취향에는 안 맞을 거야. 여성향 만화책이니까."

"흠. 더욱더 잘 된 것 같은데.

여자들끼리 돌려보고, 서로 작품 얘기라도 할 수 있으면 꽤 즐겁지 않겠어?"

"음……."

혹한 것 같다.

"알았어. 해볼게.

주인님은 대가족 살림을 차리고 싶은 것 같으니까."

벨라의 비아냥은 귀엽기만 하다.

대가족이라.

내가 바라는 건 하렘이지만, 몇 년 뒤면 대가족이 될 수도 있겠네.

"그럼 책부터 부탁할게."

"원정 나간다고 들었는데.

내가 주인님을 돌보지 않아도 돼?"

"나랑 같이 가는 게 누군지 잊었어?"

"알아. 용사는 강하다는 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냐. 주인님을 노리는 반 마신이 있잖아.

심지어 주인님은 그 여자를 죽이지 못했어. 정에 붙들려서."

"죽이고 싶지 않았던 건 맞지만.

붙들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죽이는 게 옳았다고 생각해?"

"그건……."

벨라는 입을 다물었다.

표정에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다 드러나 있었다.

"내가 여자한테 발목 잡힐 상 같아?"

"그럼. 주인님의 호색은 고칠 수 없는 병 같은 거야.

차라리 극악무도했으면 방해되는 건 전부 없앴겠지."

"방해된다고 다 죽이고 다니면 내가 제르미나와 다를 게 뭐야.

나는 야한 짓 하고 싶을 뿐이지. 어린아이처럼 다 부수고 다니는 걸 선호하진 않아."

"……."

벨라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돼서 어쩔 수 없어.

상대는 마신이야. 영혼까지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벨라. 내가 그렇게 걱정돼?"

"……당연하잖아. 이제 주인님 없으면 안 되는걸……."

"……."

나는 숨을 삼켰다.

아침 식사 중에 그런 달콤한 말을 들을 줄은 몰라서.

벨라는 내 반응을 보고 창피해졌는지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 아니…….

방금 건, 보지 노예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자세라고나 할까……."

"믿고 맡겨 줘.

박서연은 내가 반드시 이쪽으로 데려올 테니까."

"……."

벨라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내 말이 진심인지 판가름하려는 것처럼.

이럴 때 그녀는 고결한 불의 여신 그 자체다.

아름답고 우아한.

그녀를 보지 노예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내 자랑거리 중 하나다.

"알았어.

그 반 마신은 주인님께 맡길게. 언제나 그랬듯, 이 성에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

벨라…….

속으로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다니, 솔직히 감동하였다.

"주인님은 세계 제일의 최면 변태니까.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믿을 수 있고."

"……내 감동 돌려줘."

"뭐, 뭐. 로맨스라면 시아랑 해.

나는 이제 그런 낯간지러운 말 안 할 거야."

"벨라. 사랑해."

"읏……."

벨라는 수줍은 듯 내 눈을 피하고 당황했다.

"그러니까…….

시아한테 하란 말이야. 바보 주인님……."

"벨라도 나 사랑해?"

"……."

"대답해 줄 때까지 안 일어난다."

"……어린애도 아니고."

벨라는 투덜거리면서, 머리카락을 휙 넘기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당연히 사랑해.

첫눈에 반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겠지만,

지금은 사랑해. 됐지?"

그 당찬 태도가 너무 벨라다워서.

나는 웃고 말았다.

"뭐가 웃겨."

"너랑 로맨스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역겨운 소리 하지 말아줄래?"

"그럼 이렇게 할까.

다음에 돌아오면 정액에 빠져 죽을 때까지 질싸섹스 하는 거로."

"……그것도 역겹기는 매한가지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벨라의 목소리는 이미 들뜨고 있었다.

감추려 해도 소용 없다.

기뻐하고 있는 거 다 알아. 벨라는 입술을 혀로 핥고 예쁘게 녹는 목소리로 말했다.

"로맨스보다는 그쪽이 더 마음에 드네.

약속했다. 주인님?"

"그래. 약속.

마저 먹자."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등교했다.

선별식은 드물게 모든 후보생이 모인 자리에서 거행되었다.

뭐,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강당이 박살 나서,

야외에서 간이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단상에는 시아와 평소에는 볼 일도 없는 멜브릿의 주요 인사들이 줄지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

그중 몇 개는 비어 있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일면식 없는 인간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사건으로 죽었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에카테는 보지 암퇘지 형에 처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사적으로 제재하면 안 되는 거였지.

물론 에카테를 왕국 측에 돌려줄 생각은 없다.

그녀를 보지 암퇘지로 만들어서 보호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용사 편도 아니고 마왕 편도 아니다.

나한테 휘말린 여자들이 강제로 행복해질 뿐.

"다음. 학생회 특별조사원, 후보생 데칼."

시아가 나를 부른다.

나는 단상에 올라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후보생이 아닌, 왕국을 지키는 용사 후보.

용사의 곁을 지키고 인류에 헌신하는 왕국의 검.

그 가시밭길을 걸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예."

시아는 날 보며 미소 짓는다.

우리 둘만의 비밀스러운 교환.

날 사랑하는 여신님의 보살핌은 나쁘지 않다.

마음 편하고 좋아.

"멜브릿의 학생회장이 언도합니다.

용사 후보 데칼. 손을 내미세요."

손을 내밀자, 시아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리사가 걸어왔다.

그녀가 내 손을 쥔다.

그러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잘 부탁한다. 데칼."

"이쪽이야말로."

후에는 이 만남이 어떻게 불릴까.

이 세계에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던 마왕을 물리칠 파티가 만들어졌다.

네리스 리케.

헤르카 필리오테.

순위도, 실력도, 가문의 고귀함마저도 부족함 없는 그녀들 사이에.

나는 선별 인원으로 우뚝 섰다.

"달링. 축하해."

"데칼 님. 축하합니다."

강단에서 내려오자마자 이스티와 노아가 반긴다.

"금방 갔다 올게."

"달링이랑 같이 가고 싶어."

"슬슬 아이 생각도 해야지."

"……히응."

이스티가 나한테 안긴다.

"무사히 돌아와야 해. 달링."

"오래 못 보면 얼마나 오래 못 본다고 그래?

이렇게 헤어지면 며칠 만에 만났을 때 어색하다고."

"며칠 못 만나는 것도 나한테는 너무 길어."

나는 이스티와 입맞춤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두 분.

거기까지 하시겠습니까.

필요 이상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아차."

암시 안 걸린 후보생도 있겠지?

같은 후보생이랑 끌어안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교사랑 끌어안고 있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특별조사원 암시.

한 번 더 걸지 뭐. 모처럼 다 모였으니까."

"편리하군요."

"그럼. 누구 권능인데."

"저는 데칼 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게 집 지키는 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노아도 키스할래?

모처럼 최면 덧쓰기로 했는데."

"……."

노아는 내적갈등을 겪고 있는 듯, 눈가리개 밑으로 당황한 기색이 느껴진다.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집행관이 남자한테 매달린다…….

그런 상황에, 잠깐 저항감을 느끼면서도…….

"아."

내가 입을 벌리자, 노아는 확 달라붙어서 날 덮쳤다.

"츄루룹. 데칼 님. 쪽. 쪽……."

"기특하다."

나는 수녀복 위로 노아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지면서 혀를 섞었다.

선별식이 끝나기 전.

나는 시아에게 말해서, 멜브릿 후보생들에게 한 번 더 암시를 걸었다.

물론 나는 선별과 동시에 졸업하는 거라서.

특별 조사원 암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특별 조사원 데칼」에서 「용사 후보 데칼」로.

다음에 왔을 때는 더 날뛰어 주마.

나는 멜브릿 여 후보생들을 쓱 내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데칼."

선별식이 끝나자마자, 리사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리사. 무슨 일이야?"

"다음날 오전 08시까지 성도 앞 병영으로 모여라.

헤르카와 네리스에게도 전달했어."

"바로 가는 거야?"

"하루도 지체할 수 없어.

하지만, 다음날로 한 이유는 이 일이 목숨을 건 원정이기 때문이다.

각오를 다지고 나왔으면 해.

그게 아니라면, 아예 얼굴도 내비치지 마라."

"……."

리사는 꽤 엄한 말투였다.

하긴. 장난치듯 할 리 없지.

이건 모험이 아니다.

"알았어."

박서연과 결판을 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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