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211화 (211/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211편

    <--  -->

    생각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다.

    몇 번이나 환생해서 수백 년째 마왕과 싸우고 있다길래, 생김새가 크고 튼튼한, 대범한 인물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첫눈에 내 상상은 깨졌다.

    실망스럽다는 뜻은 아니었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아서 마음이 들떴다.

    오랫동안 전선에 있었는데도 피부가 굉장히 좋다. 여기까지 서둘러 왔는지 살짝 땀에 젖어 있었는데 그게 또 좋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선홍빛 입술에 기품 있는 자안(紫眼)이 여성스럽다. 빛깔이 고운 피부와 갸름한 턱선을 보다가, 나는 정신을 차렸다.

    바보같이 가만히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다행히, 용사의 관심사는 내가 아니었다.

    "시아 님. 겨우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군요."

    "벨리사. 오자마자 일하게 해서 미안해요."

    "불만은 없습니다.

    제게 있어서 마물을 죽이는 일은, 날을 가려가면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일 중독이에요.

    모처럼 멜브릿에 왔으니까 쉬다 가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네요."

    시아는 건너편을 보면서 말했다.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벨리사를 맞이하러 나온, 귀하신 분들 같은데?

    "예정에 없던 싸움이라서, 다들 놀랐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제 일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휴식도 중요해요.

    쉴 시간을 마련할 테니까.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기를 바라요."

    "네."

    벨리사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스티. 반가워요."

    "네. 용사님."

    "멜브릿에 와 있다니 별일이네요. 그것도……."

    이스티가 남자와 함께 있는 게 신기하겠지?

    벨리사의 관심이 드디어 나를 향했다.

    뭐라고 말을 꺼내지?

    "이 분은……?"

    "그는 학생회 소속 특별 조사원, 데칼이에요.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공을 세웠어요."

    "실례했습니다."

    벨리사는 투구 밑에 땀이 차는 걸 막기 위해 쓴 천 모자를 벗고, 머리카락을 확 풀어헤쳤다.

    나는 숨 쉬는 법도 잊어버렸다.

    모자로 단단히 억눌려 있던 짙은 보라색 머리카락이 풀려나온다.

    예쁘다.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숨 막히게 압도되고 나서 생각난 말은 그것뿐이었다.

    외모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내가 안아온 여자 중 가장 예쁜 순으로 세우라고 하면 그날 기분에 따라 최상위권은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친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누구 입으로든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스티, 시아, 벨라…….

    그런 여자들은 충분히 예쁜 얼굴로 각자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있어서, 어느 한 명이 격이 다르게 예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감히 그런 걸 정할 수 있겠어?

    내가 생각하는 벨리사의 매력은 자연체였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너무 예쁘다.

    특별히 꾸미려 하거나 귀여움받으려고 하는 몸짓은.

    그녀에게는 너무 큰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저는 벨리사 크라멜. 벨리사, 혹은 편하게 리사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리사……."

    리사로 하자.

    벨라와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리사는 내 팔에 감긴 붕대를 보고 말했다.

    "저는 전선에서 싸우는 일밖에 모르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몸 다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애써주는, 데칼 님 같은 분이 있어서 무척 안심됩니다."

    ……응? 이거?

    스티아 침실에 숨어들다가 칼 맞은 상처인데.

    우연히 용사의 호감도가 올랐다.

    나는 속으로 마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리사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뻔했어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리사는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기꺼이 리사와 악수했다.

    리사의 손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피나는 훈련으로 완성된 굳은살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의 부드러운 부분이 굉장히 와닿았다. 조몰락거리고 싶어…….

    "……?"

    내가 손을 오래 잡고 있었더니 리사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기다렸다.

    이런. 추잡한 본성이 새어 나오는군.

    아직은 아냐. 아직은.

    히힉…….

    나는 천천히 손을 뗐다.

    "그러면 저는 이만.

    시아 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친 분들을 잘 보살펴 주세요."

    "알았어요.

    사람들을 안심시켜줘요. 벨리사. 그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예."

    벨리사는 다시 장갑을 쓰고, 머리카락을 정돈해서 뒤로 넘긴 다음 천모자를 썼다.

    투구를 쓸 때는 나도 모르게 탄식할 뻔했다.

    저 예쁜 얼굴을 가려놓다니. 너무 아까운 거 아니야.

    용사가 떠난 후, 시아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어때요. 아저씨?"

    시아는 마음에 드는 친구를 소개해주고 신이 난 중매인처럼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해."

    마음에 들어.

    용사는 이 위태로운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고 궂은일을 맡는 존재.

    아름답고 강인한 순백의 영혼.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

    나 같은 쓰레기가 손을 대서는 안 될 지고의 보석이다.

    그래서 내 취향으로 물들이는 게 몹시 기대됐다.

    "……."

    "이스티?"

    이스티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달링. 용사님에게도 최면을 걸 거야?"

    "응."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이스티는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뚱해 보였다.

    "왜그래. 질투?"

    나는 이스티를 꼭 안았다.

    "데칼이 용사님한테 푹 빠질 것 같으니까."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푹 빠졌어."

    시아도 같이 품에 안는다.

    "꺄……."

    시아는 못이기는 척 내 품으로 들어와, 내 품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아저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여신님처럼 속이 넓지 못해.

    솔직히 조금 초조해……. 달링이 나랑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지 마. 내 여자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이스티."

    "정말?"

    두 사람이 내 품에 안겨서 날 올려다본다.

    오……. 오오…….

    심장 멎을 것 같아.

    "그럼. 이스티가 싫다고 할 때까지 그 자리는 계속 네 거야."

    "싫지 않아! 행복해. 달링의 애인이라서 좋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시아는 내가 용사랑 해도 좋아?"

    "제가 갖다 바쳤는걸요?"

    "……."

    그것도 그렇네.

    "한편으로는 좀 가여운데.

    용사는 세계를 구할 수 있을 줄 알고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전부 네 손바닥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던 거잖아?"

    "용사도 알고 있어요."

    "어?"

    그건 뜻밖이었다.

    최면에 걸릴 거라는 것도, 제르미나를 공략할 열쇠로 쓰인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다는 뜻인가?

    "저는 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해서 일시적인 평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용사는 여러 번 환생해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키기로 했고요.

    저는 언젠가 이 균형을 깨고 세계를 구할 거라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은 이제……."

    "내가 나타났으니 이루어진다?"

    "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마물들의 우두머리. 마왕은 필연적 존재예요.

    단지, 무작위로 탄생하기 전에 제가 영혼을 선별했을 뿐."

    "용사가 엄청나게 강할 만도 하네."

    결말이 나지 않는 싸움을 몇백 년이나 반복한 거니까.

    그렇다고 마음 먹으면 진작 마왕을 죽일 수 있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겠지.

    일레시아는 이 세계를 내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했지만, 모든 것을 조종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박서연의 존재를 몰랐던 것처럼.

    마왕도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 알 수는 없다.

    용사와 여신은 끊임없이 결말을 미루며 언젠가 찾아올 마지막 싸움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는 게 바로 나.

    용사와 마왕에게 최면을 걸고 제르미나를 따먹는다.

    멋진 복수 계획이다.

    불알이 남아나지 않겠어.

    "그러면. 리사는 내 마음대로 하면 돼?"

    "네. 벨리사와 저는 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저씨의 최면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건 아저씨 몫이니까요."

    이제 알겠다.

    어차피 최면을 걸면 용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아는 나머지 부가적인 요소를 내 즐거움으로 제공한 거다.

    이대로 속여서 쭉 노리개로 써먹어도 좋고.

    내 취향으로 조교 해서 자지 없이는 못 살게 만들 수도 있고.

    우리의 계획을 모두 알리고 그녀와 깊은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 내 최면 노리개가 된다는 진실은 쏙 빼먹고 합의한 셈이네."

    "맞아요. 나쁜 짓이에요. 벨리사는 원해서 일하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최상급 공물로 아저씨에게 바칠 예정이라는 건 말하지 않았어요♥"

    "못된 여신이네. 입 벌려."

    "앙."

    나는 시아와 입맞춤했다.

    화난 것처럼 말했지만, 전혀 화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이라도 주고 싶다.

    진득하게 혀를 섞으며 키스를 즐긴다.

    시아는 고개를 들고 나한테 달라붙어서, 열심히 입맞춤에 몰두했다.

    "하움…. 웅…. 츄웁."

    살짝 풀린 눈으로 매달린 게 무척 사랑스럽다.

    여신님은 내 입맞춤이 좋아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스티가 조르는 것처럼 내 코트를 양손으로 쥐고 달라붙는다.

    "달링……. 앙…."

    이번에는 이스티가 입을 열고 딥키스를 조른다.

    나는 천천히 입을 떼고 이스티와 입맞춤했다.

    이쪽도 좋은데…….

    나는 일부러 시아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이스티와 키스했다.

    서로 입술을 빨아주고 혀를 섞는 중에 시아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조물조물 만진다.

    시아는 불쾌하게 생각하기는커녕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대주면서, 내 팔을 쓰다듬었다.

    "하아…. 후읏…."

    "츄웁…. 쪼옥…."

    그러고 보니, 왜 이러고 있었더라?

    입을 떼려고 했는데 이스티가 달라붙었다.

    우리 여친님은 더 하고 싶은 것 같네.

    나는 남는 손으로 이스티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그녀의 입안에 타액을 흘려 넣었다.

    "꿀꺽꿀꺽……. 츄웁. 츄룹."

    이스티는 거리낌 없이 내 타액을 받아마시면서, 내 혀를 끈덕지게 할짝거렸다.

    "나 도망 안 가. 이스티."

    "……하움. 웅."

    시아보다 열 배는 더 많이 키스하고 만족했는지, 이스티가 조심스럽게 떨어졌다.

    "시아.

    아까 놓고 온 애들이 걱정돼.

    디아나, 스티아, 카렌이 다치지 않았는지 잘 봐줘."

    "네. 뒤처리하느라 조금 바쁠 것 같아요.

    아저씨가 성에 가 있는 동안에, 제가 해결할게요."

    "높으신 분들이 귀찮게 굴지도 모르겠네. 최면으로 도와줄까?"

    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이것도 시종의 일이니까.

    아저씨는 성에서 편히 쉬어 주세요.

    그 날개 달린 여성을 포함해, 앞으로의 일을 논하는 건 조금 상황이 진정되면 하기로 해요."

    "그럼 나는 에카테를 혼내주러 갈까."

    마왕군 간부 에카테리나.

    심문하는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시아를 도울게.

    달링. 편히 쉬어."

    "잘 부탁해."

    시아와 이스티는 사람이 몰린 강당 방향으로.

    나는 그 틈에 한적하게 된 멜브릿 본관으로 가서, 조개에 손을 얹었다.

    슥.

    팔색 조개 성, 1층 홀.

    벨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수호천사. 벨라 아냐?"

    "……시, 시끄러워. 누가 수호천사야."

    "감동받았지 뭐야."

    "그냥 난 주인님의 보지 노예야."

    "그게 더 부끄럽지 않아?"

    벨라는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전혀.

    나는 내가 주인님의 보지 노예라는 사실에,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어."

    완전히 굴복했군.

    "주인님에게는 과분한 보지 노예지. 자기가 작아 보인다면, 날 가져버린 대가라고 생각해."

    "엉덩이 대."

    벨라는 뒤돌아서 엉덩이를 쓱 내밀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벨라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앙……. 흐읏……."

    "맞고 싶어서 2절 했지?"

    "제, 제송해욧……."

    "소원대로 해줄게."

    나는 벨라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렸다.

    엉덩이 빨개졌네.

    "스쾃 100회."

    "……."

    벨라는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드러내고, 내 앞에서 스쾃을 시작했다.

    "그립지?"

    "…그, 그립기는."

    나는 벨라의 젖을 주무르면서 말했다.

    "시아가 여자 한 명 데리고 왔을 텐데.

    어디에 있어?"

    "흣……. 응…. 맵을 보면 되잖아.

    허튼짓 못하게 가둬 놓았어. 그런 위기 상황에 여자나 만들고……. 정말 대단해. 주인님은."

    벨라의 비아냥은 그냥 듣기 좋았다.

    속마음에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벨라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돌돌 굴렸다.

    "……한때는 여신님이었는데. 보지 노예임을 당당하게 자처하고, 이런 꼴로 유두 비벼지니까 좋아?"

    "……학."

    "완전히 굴복했지? 내 자지에."

    "네, 네헷……."

    간만에 말 몇 마디로 자극해주자, 벨라는 유두 자극만으로 보지 절정하며 몸을 떨었다.

    "엘린한테 식사 준비해달라고 전해줘.

    그러니까…….

    다음 날 아침 식사. 넉넉하게."

    "네…."

    "물론 스쾃 끝내고.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내 자지에 굴복한 보지가 되었음을 되새기면서 하는 거야. 알았지?"

    "읏… 네. 벨라는 주인님의 자지에 굴복한, 보지 노예입니다……."

    "좋아."

    나는 벨라의 몸이 올라왔을 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굴욕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벨라는 극상의 쾌감을 느낀다.

    벌써 속옷이 보지 즙으로 젖어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무심하게 벨라를 지나친다.

    갑자기 참을성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니다.

    리사를 봤을 때부터 내 자지는 풀발기한 상태에서 조금도 수그러든 적이 없다.

    용사님이 눈치채지 못한 건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그 터질 것 같은 좆으로 벨라를 덮치지 않고 어딘가로 가는 이유는 하나.

    오늘 사태의 주범이 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카테~."

    나는 에카테가 기다리고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벨리사의 스테이터스가 올라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