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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207화 (207/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20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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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다.

"헤르카. 「내게 협력해라」"

"협력…."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느긋하게 최면 조교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번거로운 설득 과정을 건너뛰고 헤르카를 동료로 만든다.

헤르카와 내 인연의 시작이다.

짝.

나는 손뼉을 쳐서 그녀를 깨웠다.

"헤르카."

트랜스 상태에서 막 깨어난 헤르카는,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데칼이야. 멜브릿의 용사 후보생이며 모험가. 학생회 특별 조사원.

시간이 없어. 네 도움이 필요해."

"싫어. 귀찮아!"

뭐, 뭐야.

최면이 안 먹혔어?

헤르카는 당황해서 굳어 있는 날 보며 미소 지었다.

"장난이야!

데칼의 부탁인걸. 이 천재 소녀, 헤르카 필리오테가 도와줄 테니까. 이제부터 걱정하지 마!"

"……."

하아. 깜짝 놀랐잖아.

싱겁게 최면에 빠진 주제에 거꾸로 사람을 놀려 먹다니.

천재 소녀가 아니라 괴짜 소녀 아닐까?

웬만큼 낯짝이 두껍지 않고서야 자기 자신을 천재 소녀라고 칭하기는 어렵지.

"뭔가 알아낸 건 있어?"

"적은 마법사야. 멜브릿 내에 후보생으로 위장한 채로 머물며, 내부 공작을 했어.

아직 적의 수단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멜브릿의 시스템을 장악당한 것 같아."

"시스템?"

"이상 징후가 보였어.

관리 시스템이 포착하지 못한 마력 반응이 다수, 멜브릿 내에 용사 후보생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이걸 마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아."

지금 멜브릿에서 날뛰고 있는 검은 마물은 이스티 말대로 미끼다.

용사 후보생들 사이에 숨어있던 놈들치고는 수가 너무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증식하고 있다.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존재는 현재 헤르카 뿐이다.

"의식 마법이네.

토큰을 많이 준비한 걸 보니 저쪽도 나름대로 전력을 갖추고 온 것 같아."

"우리가 상대하는 마왕군 간부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야?"

헤르카는 블레이저코트 주머니에 손을 쑥 넣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응~~. 이해력 좋네. 데칼.

그래서 내가 방위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총장님은 들은 체도 안 하더라고.

멜브릿은 인마전쟁의 핵심시설. 평범한 학교가 아니라 언제든 노려질 수 있다고 했는데."

"……."

헤르카의 지적은 옳았다.

멜브릿은 인마전쟁의 핵심 시설. 용사급 인재를 찍어내기 위한 공장.

적이 별동대를 만들어서 치러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그런 핵심 시설이 적의 공격에 노출됐다.

치명적인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내 실책은 아니다. 국가 수뇌라는 놈들이 용사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신들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다.

"멜브릿은 지켜질 거야."

마왕군이 아무리 참신한 방법으로 우리 허를 찔러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빛의 여신이 멜브릿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멜브릿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네리스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 다르게 이해했지만,

헤르카가 하는 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용사 후보생들은 강하다.

믿고 맡겨도 문제없을 거다.

하지만 그런데도 내가 바쁘게 뛰어다닌 이유는 하나다.

"신들이 우리를 보살핀다고 해도.

모든 피해를 막을 수는 없을 거야.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런 피해를 가능한 한 억누르고 싶어."

"그럼 타!"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우리 눈앞에 날아다니는 검은 판자가 나타났다.

전에 헤르카가 타고 놀았던 그 탈것이었다.

이스티가 박살 내지 않았던가? 언제 새로 만들었는지 더 커져서 양탄자 너비는 되는 것 같았다.

"검은 까마귀 마크 투!

놀랐지? 놀랐지?"

"……."

전에 봐서 놀랍지는 않았다.

"리액션이 너무 안 좋아! 데칼!"

"와, 대단하다."

나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흥! 좋아."

"그런데 까마귀는 원래 검지 않아? 검은, 이라는 말에 의미가 있는 거야?"

"어휴. 책 좀 보고 살아! 까마귀는 말이야. 원래 하얗다고!"

헤르카는 검은 까마귀─라는 이름의 근미래 탈것─ 위에 올라탔다.

나도 따라서 올라간다.

여자 한 명, 성인 남자 한 명의 무게가 이런 얇은 판 위에 올라가 있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그래도 공중에 뜨기 시작하니까 점점 무서워졌다.

공중 곡예 한다고 한 바퀴 빙글 돌기라도 하면 지려버릴지도 몰라.

자세를 낮추고 긴장한다.

"가자! 검까!"

헤르카는 촌스러운 줄임말로 기동 드론을 출격시켰다.

예고도 없이 추진력을 발휘해서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멜브릿이 내다보일 정도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더니,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의식 마법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놈들부터 찾아서 처치해야 해.

하늘에서 보는 게 제일 빠르지. 그리고……."

헤르카는 딱, 손가락을 튕겼다.

엇. 나랑 똑같은 루틴.

그녀는 숨 쉬듯 가볍게, 내가 가진 마력 총량의 백 배는 넘을 것 같은 에너지를 모아 허공에 무수한 빛의 광탄을 만들어,

그대로 지상을 폭격했다.

위에서 보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타격이었다.

후보생은 피해 가면서, 그녀가 말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놈─촉수 달린 괴생명체─의 머리를, 광탄이 단숨에 꿰뚫는다.

그리고 고도를 조금 내리자, 모든 용사 후보생들이 우리를 올려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헤르카!"

"헤르카 필리오테다!"

"멜브릿의 대마법사야!"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

"다들. 아직 방심하지 마! 이제부터 적도 진심으로 덤빌 테니까!"

헤르카의 인기가 대단하다.

나는 왠지 그녀의 작은 뒷모습이 크게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재수 없고 시끄러운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세계를 가도 반드시 존재하는, 범인들을 놀라서 자빠지게 하는 범상치 않은 자. 내 앞에 있는 소녀는 바로 그런 빛나는 존재였다.

"데칼. 집중해."

"어?"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멜브릿 본관을 중심으로 각각 세 방향으로 나누어, 수상한 마법진이 발견되었다.

그것들은 검은 마물들의 몸체로 이루어져 있는 듯 바닥에 검게 눌어붙어서 불길한 보랏빛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디언이야.

지금까지 모은 에너지로 소환한 거겠지."

가디언은 마법진 수만큼 소환되었다.

언뜻 보면 검은 마물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생김새였지만, 점차 형상에 구체적인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기 붉은색, 검은색, 푸른색의 갑옷을 걸친 전사의 모습.

귀신 같은 형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괴물들이었다. 거인처럼 신장이 3m는 넘었고,

그들은 팔 대신 도끼, 검, 둔기 따위의 거대한 무기를 달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피비린내가 났다.

검은 마물 상대로 일기당천 용감하게 맞서 싸우던 후보생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저것들은…… 강하다.

함부로 맞서 싸울 수 없는 존재다. 그걸 모두 피부로 느낀 게 틀림없었다.

붉은색 귀신이 움직였다.

오른팔에 달고 있는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두르자, 범위 밖에 있었던 용사 후보생들 다섯 명이 순식간에 썰려 죽었다.

위험해……!

저쪽에는 카렌과 스티아가 있어!

붉은 귀신이 봤다. 스티아와 카렌은 함께 귀신의 시선을 끌며 뛰기 시작했다.

양날 도끼가 휘둘러진다.

"안 돼!"

나는 무심코 뛰어내릴 것 같았다.

헤르카는 손으로 나를 막고, 다른 손으로 귀신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나의 선, 나의 힘.

적의 공격으로부터 모든 것을 지켜라."

붉은 귀신의 도끼 공격은 스티아와 카렌에게 도달하기 직전에

무색의 벽에 가로막혔다.

헤르카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성벽을 방불케 하는 두께의 마법 보호막을 세워서 귀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거기서 벗어나!

너희들로는 막을 수 없어."

스티아가 이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빠져나간 후에, 붉은 귀신이 보호막을 미친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벽에 쩌억 금이 가는 걸 보고 헤르카는 식은땀을 흘렸다.

"화나게 했나 보네.

저래 봬도 같은 두께의 강철 정도는 될 텐데……."

푸른색, 검은색 귀신이 움직였다.

위험하다. 대량학살이 일어날 것 같았다.

에카테리나, 이 녀석……!! 이쯤에 범행 성명부터 해야지. 항복할 사람들 다 죽여버리면 어쩌겠다는 거야?

"헤르카. 저 가디언을 막아야 해!"

"기다려.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중요한 일?

"그럼 나는 내려줘!"

"아이참. 조금만 기다려. 대피는 끝났으니까. 이제 저것들을 상대할 수 있는 후보생들이 올 거야."

"상대할 수 있는…?"

그때였다.

붉은 귀신이 무언가에 맞고 튕겨 나가서 바닥을 뒹굴었다.

검은빛과 함께 나타난 건, 완전무장한 네리스 리케였다.

그녀는 검은 갑옷을 입고, 검은 불꽃을 휘감은 흑마를 타고 나타나 붉은 귀신을 단숨에 압도했다.

"헤르카.

적의 제단은 찾았어?!"

네리스가 이쪽을 보고 소리쳤다.

"찾았어! 가디언은 맡기고 간다?"

네리스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고삐를 당겼다.

그녀의 흑마는 귀신조차 쫓아낼 것 같은 포효를 지르며 붉은 귀신에게 돌격했다.

귀신은 무기를 휘두르며 항전했지만 네리스의 돌격을 막지 못하고 밀려났다.

이쪽은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다른 쪽은? 내 가세가 필요한 곳은 없나?

푸른 귀신 쪽에는…… 이스티가 있었다.

이스티는 이미 푸른 귀신의 몸에 구멍을 열 개 정도 뚫어 놓은 상태였다.

도우러 온 후보생들이 다들 고고한 사냥꾼의 자태를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

놀라운 건 귀신 쪽이었다.

반대편 풍경이 보일 정도로 몸에 구멍이 뚫린 채로 움직이는 푸른 귀신.

전혀 쇠하는 기색 없이 이스티를 향해 짓쳐 든다.

그러나 이스티는 푸른 귀신이 접근하는 걸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반대편에 있는 검은 귀신은 양팔에 쌍검을 달고 있었다.

폭풍처럼 칼날을 휘두르며 어떤 이와 맞서는 중이었는데,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베일 노아 경!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여럿이 위험할 때도 있습니다.

뒤에서 보고 있어요."

검은 귀신을 상대하고 있는 건 노아였다.

그녀는 손목 움직임만으로 통파를 회전 시켜, 자기보다 덩치가 세 배는 큰 귀신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고 있었다.

이어서 반격.

통파 휘두르기 한 번.

그 일격은, 마치 지면을 진동시키는 것처럼 강렬했다.

검은 귀신은 그 한 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거의 십 미터를 날아갔다.

"아, 마침 나한테 오네."

노아의 맞은편에 있던 틸리아는 씩 웃더니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자세를 잡고 검을 빼 들었다.

"마무리는 이쪽에서 해도 상관없지?"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틸리아의 검이 엄청난 양의 불꽃에 휘감겼다.

"대천화!"

틸리아가 검을 휘두르자, 불꽃이 기둥처럼 치솟았다.

내 기준으로 여기서도 따끈따끈할 정도면 엄청난 열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틸리아가 불러낸 불꽃 기둥은 검은 귀신을 갈아버릴 기세로 치솟았다.

나는 근처에 있던 집행관들과 마찬가지로 눈을 크게 뜨고 구경했다.

"아. 간만에 스트레스 풀었다."

"제법 단단하지만, 머리가 나쁘네요. 때리면 때릴수록 불리해진다는 것도 모르다니."

노아는 짤막한 감상을 남기고 통파를 거두었다.

오오……!

"내 여자들 잘한다!"

나는 응원단장이 되었다.

노아는 이쪽을 올려다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저쪽이야!"

헤르카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검은 까마귀의 출력을 높였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해서 헤르카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꺄아악! 이 변태! 뭐 하는 거야. 내 몸에 손대지 마!"

나는 불가항력인 척 헤르카의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말랑말랑하다.

내가 습하고 숨을 들이쉬자 헤르카는 내 머리를 손으로 툭툭 때렸다.

"숨 들이쉬지 마! 떨어져! 진짜 떨어뜨려 버린다?!"

"그럼 더욱더 놓을 수 없지!"

"큿……!"

헤르카는 검은 까마귀를 강당 앞까지 내려서 정차한 다음에, 손으로 나를 꾹꾹 밀었다.

"이제 떨어져. 다 왔어!"

아쉽군.

부드러운 엉덩이였는데.

나는 검은 까마귀에서 내려와, 헤르카 옆에 섰다.

"제단은 이 강당 안에 있어.

아마도 내부는 마물의 부화장이 돼 있을 거야."

"부화장? 마치 마물이 태어나는 곳 같네."

"그 인식이 맞아.

계약으로 불러낼 수 있는 마물과 다르게, 이쪽은 시간이 걸리니까.

후보생 사이에 숨어 있었다는 건 바로 그 종자일 거야."

"그것들이 강당 안에서 부화 준비를 마쳤다고?"

헤르카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탐지 마법을 걸어봤는데, 이쪽으로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었어.

위치는 확실하지만, 공격하기는 쉽지 않아."

"아예 건물째로 부숴버리는 건?"

어차피 여기는 사용하지 않는 강당.

최근 내가 조회에 써먹었기 때문에 후보생들이 드나들었을 뿐, 특별한 목적 없이 방치되는 곳이었다.

"할 수 있으면 진작 했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쪽이 본대라고 해도 좋을 거야.

내가 해석한「의식 마법」은 총 두 가지. 하나는 심연의 알 부활. 다른 하나는 대규모 공간 이동."

"공간 이동……."

"아마도,

도저히 정체를 숨기고는 들어올 수 없는 거물을 불러내기 위함이었겠지.

강함은 가디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일 거야. 당연히, 건물에 방어 결계 정도는 쳐 놓았겠지.

정면으로 쳐들어가면 집중 공세를 받고, 전투 시작이야."

"우리가 잘 해낸 거 맞아?

어째, 모두 상대 의도대로 된 것 같은데."

"잘한 거 맞아. 상황이 심각할 뿐이야.

서둘러 연결을 끊어내지 않았더라면, 마왕군의 정예랑 싸워야 했을지도 몰라."

흐음.

그런 상황에서 귀찮다고 도망치려 했단 말이지.

나는 헤르카를 지그시 바라봤다.

헤르카는 찔렸는지 내 시선을 피했다.

"나, 나도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인 줄은 몰랐지."

"천재 소녀인데도?"

"우웅. 천재 소녀? 귀여운 헤르카는 그런 거 몰라요."

헤르카는 귀여움을 한껏 발산해서 내 추궁을 모면했다.

이 녀석……. 뻔뻔하군…….

뭐 최면 덕에 늦지는 않았으니 됐어.

"대책은 있어?"

"물론! 한없이 천재에 가까운 바로 나. 헤르카의 대책."

나는 얌전히 경청했다.

"강한 애들을 모아서 쳐들어간닷!"

"……."

앞으로 이 녀석이 폼 잡으면 절대, 아주 조금도 기대하지 않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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