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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91화 (191/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19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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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똑똑, 노크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누구지?

"…."

내 옆에는 이스티가 잠들어 있었다.

이스티와 섹스하다 잠들었나?

잠에 취해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제는 특히 강렬했지.

체력의 한계를 느낀 건 오랜만이다.

횟수만 따지면 더 했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 이전에 했던 이스티와의 조마조마한 섹스가 너무 좋았던 탓도 있다.

정작 그때 조마조마했던 건 이스티였던 것 같지만.

잠에 취했다지만 그걸 잊다니, 얼마나 잔 거야?

똑똑.

나는 두 번째 노크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었더니 네리스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네리스?"

"성에 계신 분이 여기에 가면 후배님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아침부터 나를 찾은 거야?"

네리스는 멜브릿 제복을 주름 하나 없이 말끔하게 빼입고 내 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빈틈없이 일자로 손질된 앞머리.

자연스러운 흑단발. 마치 어제 일은 없었던 일이라는 듯, 새침한 모습이다.

"잠이 덜 깼습니까?

지금은 아침이라고 불릴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닙니다."

네리스는 특유의 매정한 톤으로 딱 잘라 말했다.

"뭐 어때."

나는 몹쓸 인간이 되어 네리스의 몸에 달라붙는다.

네리스의 깔끔한 블레이저코트에 주름이 생기는 대가로, 일어나자마자 그녀의 젖탱이를 만끽할 수 있었다.

네리스는 나를 밀어내고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지금은 섹파가 아닌.

부회장 네리스 리케로서 찾아온 겁니다."

"부회장이라…….

그거 끝나면 섹파 해줄 거야?"

"……."

젖가슴 만지려고 뻗는 손을, 네리스가 툭 쳐냈다.

어쭈?

네리스는 조금 미안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강경한 얼굴로 돌아왔다.

"했던 말을 돌이킬 생각은 없습니다."

"보지로 타락해서 섹파가 되었음을 인정해?"

"……그건 그냥 표현입니다. 어린애입니까?

섹파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단어 선정도 같은 수준으로 해줬을 뿐입니다.

기어오르지 마세요."

"……."

"……."

네리스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섹파가 됐음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제게 최소한의 설명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방에서 얌전히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변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요."

"좀 바빠서…."

"누가 봐도 방금 깬 모습입니다. 거기에……."

네리스는 침대에 누워있는 이스티의 실루엣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대충 알 것 같네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후배님……. 아니, 그쪽이 뭘 하는 사람인지."

"쌀쌀하게 그쪽이라고 하지 마."

"육체관계를 제외하면 우리 사이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 육체관계조차 최면이라 불리는 비열한 술수로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내 말이 틀립니까?"

"맞아."

나는 솔직히 인정했다.

네리스는 그게 뜻밖이었는지 말이 없었다.

내가 변명을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몰아붙일지 다 생각하고 온 것 같은데.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어?"

"다 들켜서, 뻔뻔해지기로 했습니까?"

"아니. 나는 원래 뻔뻔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널 복도 바닥에 깔아놓고 온종일 섹스할 수 있겠어?"

"……자기 평가가 정확하군요."

"나는 필요하면 거짓말도 하지만, 어제 했던 말은 진심이야.

네 몸이 꼴려서 섹스 파트너로 삼았어.

그게 전부야. 이 성에는 내 여자들이 있고."

"시아 님은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 특별 조사원이라는 직함은 뭡니까? 어제 얘기하려고 했던 주제는 이겁니다."

"시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

"시아라니, 참 친근하게 부르네요."

"그야……."

마침 복도 끝에서 시아가 보였다.

"시아!"

나는 시아를 손짓으로 불렀다.

시아는 날 알아채고 차원 마법으로 이쪽까지 이동했다.

내 옆으로 쓱 나타난 시아는 나한테 바짝 붙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네리스가 설명이 필요한 모양이야."

"……시, 시아 님…?"

네리스는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그녀의 명석한 머리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단서를 조합하고 있겠지.

그리고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을 것이다.

나는 이 성에 내 여자들이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내 여자들만 있다.

"너무해요. 네리스.

어제 저한테 모든 업무를 내팽개치고 가서, 혼자서 힘들었어요."

"죄, 죄송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네리스는 변명부터 시작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야. 저 네리스가 머리를 숙이다니.

시아에 대한 존경심이 깊이 박혀있는 것 같다.

나는 괜히 시아의 엉덩이를 주물럭주물럭했다.

"알고 있어요.

데칼 후보생과 함께 있었죠?"

"네."

"잘 부탁해요. 네리스.

그의……."

내가 끼어들었다.

"섹스 파트너."

"아! 섹스 파트너로서."

죽이 척척 맞는 나와 시아를 보고 네리스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직도 모르겠어?

시아는 내 여자야."

"설마, 시아 님이 도운 겁니까? 이 남자의 계획을…!"

"……."

반대지.

내가 시아의 계획에 올라탔을 뿐인데.

최면의 존재를 깨달은 여자를 온종일 붙잡고 타락할 때까지 질싸하기…….

그런 아이디어는, 계획해서 나오는 게 아니지.

"네리스.

네리스는 왜 이곳에 있나요?"

"저는…."

네리스는 대답하려다 멈칫했다.

성에 온 경위를 묻는 게 아니다.

시아의 말투는 함축적으로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그의… 섹스 파트너가 되기로 해서……."

"그러면 마음이 가는 대로 해요.

아무도 네리스를 손가락질하지 않을 거예요."

"손가락질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게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여태까지는…."

"그는 여신의 대리인이에요."

"…!"

"네리스.

데칼 후보생은 용사의 자격을 갖고 있어요."

"설마, 그런……!!"

"참이에요. 네리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 않았나요?"

나는 잠자코 시아에게 모두 맡기고 있었다.

시아가 설명하기로 한 이상, 네리스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저를 조금 더 믿고 따라올래요?

아저씨는 여자를 밝히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반드시 이 세계를 구할 거예요."

"……."

여신은 여신이구나 싶었다.

마치 신탁 같다.

용사도 마왕도 끝내주게 예쁜 미인이라서,

내 밑에 깔려서 정액으로 익사할 때까지 강간당할 거라는 말을…….

저렇게 고상하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마음속 깊이 감탄했다.

그래서 표현이 두루뭉술해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시아라서 가능한 화법이다.

학생회장이라는 직함 이상으로 존경 받는 그녀라서,

내 입에서 나온 말과는 무게가 전혀 다른 거겠지.

네리스가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용사처럼 보일까?

"후우……."

왜 한숨을 쉬는 건데?

나도 나름 신이었는데.

"알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후배님 옆에서…… 차차 알아가기로 하겠습니다.

제 뜻은 그 후에 밝혀도 좋겠죠."

"잘됐네요."

"하나만 확실하게 해두겠습니다.

저는 그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걸 알았기에 머리를 숙인 게 아닙니다.

약속을 잊지 마세요. 시아 님."

"잊지 않았어요.

그가 당신의 주군이에요."

"그건 지켜보면 알 일입니다."

네리스는 쓱 몸을 돌려서 떠나갔다.

……쟤, 나가는 길 아나?

"약속이라는 게 뭐야?"

나는 시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네리스는 마왕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어요.

왕국에 하나뿐인 마법 면역 체질로…… 마왕을 타도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했죠."

"그래서 알려줬구나. 나를 통해서."

"네."

"이것도 계획 중 하나야?"

"아저씨. 저도 모든 걸 다 꾸미고 사는 건 아니에요."

시아는 살짝 삐친 듯 투덜거렸다.

"저한테는 그저 시간이 많았을 뿐이에요.

아저씨를 기다린 시간."

"……윽."

"이제부터 되찾을 일만 남았죠. 아저씨 곁에서."

"……이, 이스티랑 인사는 했어?"

답지도 않게 쑥스러워서 말을 돌린다.

"네.

……정말 아름다운 분이에요."

지금은 세상모르고 잠들었지만.

"세상에 다시는 없을 미녀도 내버려 두고, 아저씨는 어디에 가나요?"

"응?

멜브릿에, 섹스하러."

어제와 같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기분이다.

아직 나는 질리지 않았어.

멜브릿 탐험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스티와 나를 두고?"

시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어."

"……."

내 단호한 태도에 놀란 듯 시아가 조금 당황했다.

"…혹시 제가 부족했나요?"

"아니. 둘 다 차고 넘칠 정도로 좋아.

지금은 멜브릿에 가서 설치고 싶은 기분일 뿐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돈이 꼭 쓰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

산처럼 쌓아두고 구경할 수 있다면 가끔 그런 기분에 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그러면……."

시아는 내게 안겼다.

발돋움하더니, 내 볼에 번갈아 쪽쪽 입맞춤하고 내려온다.

"잘 갔다 와요. 아저씨."

"……."

나는 시아를 꼭 안았다.

이마에 입맞춤하고, 괜히 낯간지럽게 소곤거린다.

"사랑해. 시아."

"……."

서로 포옹하면서 천천히 제자리를 돈다.

그러다 이스티와 눈이 마주쳤다.

"……."

나는 오한을 느꼈다.

이스티는 평상시와 같은데…… 보여서는 안 될 것을 보인 느낌이랄까.

그래…….

시아와 이스티는 만나도 좋은 건가?

융합했다고 핵폭발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이런 걱정이 든 이유는 하나였다.

둘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도 꽤 진지하게.

발단이나 과정은 서로 전혀 다르지만……. 삼자대면을 해도 좋은 것일까?

식은땀이 흘렀다.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마음의 준비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사랑해, 사랑해. 해주세요.

사랑해요. 아저씨."

시아는 내 품에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이스티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동요를 숨기고, 평소처럼 뻔뻔하게…….

나는 시아를 안은 채, 맞은편에 있는 이스티에게 인사했다.

"잘 잤어? 이스티."

"응."

시아는 떨어져서 뒤를 돌아봤다.

"이스티."

"시아."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대치한다.

묘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시아는 옆으로 한 걸음 비키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같이 안길래?"

"……응!"

이스티가 내 품에 안겼다.

허억.

예상치 못한 기습 공격!

잠에 취한 이스티는 평소보다 애교 섞인 몸짓으로 내 품에 비비적거린다.

시아와 이스티가 동시에……!

"언제 이런 걸 준비한 거야?"

"준비? 그런 건 안 했어.

시아와 생각이 잘 맞았으니까. 친구가 된 것뿐."

"맞아요. 아저씨를 사랑하는 동료로서, 우리는 함께 아저씨를 행복하게 해주기로 했어요."

"크, 크읏……!!"

이럴 수가.

믿기지 않게도 나는 지금 수줍은 기분이 들었다.

둘의 순수한 애정 표현에 이끌려, 낯간지럽고 행복했다.

이런 와이프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삶도 나쁘지 않겠어…….

"아저씨. 기분 좋아 보여요."

"달링, 행복해?"

나는 말 없이 입을 열었다.

그게 딥키스의 신호라는 걸 알아챈 건 이스티가 빨랐다.

"츄웁."

이스티가 발돋움해서 달라붙는다.

내가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야한 혀 놀림이었다.

민망해서 눈을 감을 법도 한데 오히려 이스티는 촉촉이 젖은 눈으로 애틋하게 나를 바라보면서 내 혀를 할짝거렸다.

테크닉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예쁜 얼굴을 무기로 사용하는 만큼 자지가 꼴려서 어쩔 수 없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 입맞춤한다.

시아는 벨라가 이상으로 삼고 있던 여신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면, 그때 내가 데려온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모든 걸 날 위해 만들어 준 빛의 여신이지만,

나를 만족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어서.

그게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몸을 겹쳤던 감각을 되살리는 것처럼 차분히 서로의 기분을 탐색하는 듯한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려움을 지우듯이.

내가 적극적으로 턱 근육을 움직이면서 시아의 입을 탐했다.

"우움……. 후웁……. 츄웁…."

시아는 기쁜 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반쯤 풀린 눈으로 내 키스에 응했다.

번갈아 가며 여신과 엘프와 진득한 입맞춤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네리스가 나타났다.

천하의 네리스도 복도 모퉁이를 돌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는지 말이 없었다.

나는 시아의 입을 빨다가 살짝 입을 떼고 말했다.

"왜 그래? 네리스.

나가는 길을 잊어버린 미아처럼."

"……."

네리스는 팔짱을 끼고 머뭇거렸다.

"똑바로 말해 봐.

데려다줄까?"

"……예.

학생회실을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

세 분의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돌아가고 싶구나?"

네리스는 당당하게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민망했는지 눈을 피했다.

"저를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데려온 건 당신 아닙니까.

책임져주세요."

"어휴……."

나는 웃으면서 둘과 떨어졌다.

"시아. 나와 네리스를 학생회실로 보내 줘."

"네!

저희도 준비하고 갈게요."

"이따 보자. 이스티."

"응. 달링. 또 훈련장에 와줘."

나와 네리스는 시아의 도움을 받아 학생회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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