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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76화 (176/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7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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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나도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이제야 봐주는군.

    독심술을 배운 적은 없는데 바덱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새끼는 뭐지?'

    "왜들 놀라?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최근 안 보여서……."

    디아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틸리아가 내 앞으로 쓱 다가왔다.

    "데칼!"

    "틸리아."

    틸리아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솔직히 호감을 표현해오니까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다.

    "안녕."

    틸리아는 내 신부가 되기로 했었지?

    디아나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온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조금 바빴어."

    "……이 자는 누굽니까?"

    바덱은 벌써 내가 누군지 잊어버린 것 같다.

    아바와 함께 있을 때 만났을 텐데.

    나는 대답을 망설이는 틸리아의 골반에 손을 얹은 채 살살 쓰다듬는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틸리아."

    "……내가 결혼을 생각한 사람이야."

    "뭣…!?"

    "나는 결투에서 졌어.

    그리고 그때, 데칼의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었어."

    "……."

    틸리아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바덱은 충격받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디아나. 여긴 뭐 하는 곳이야?"

    "승자관. 포인트를 걸고 싸울 수 있는 곳이야.

    우수한 전투 기술을 선보이면 평가 점수를 받기도 해."

    "점수 걸린 결투 같은 건가?"

    "그보다는 가벼워.

    승자관은 전훈장처럼 강한 마법으로 제어되고 있는 공간이야.

    서로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없게끔 이중, 삼중으로 보호 마법이 걸려 있어."

    다칠 위험 없이 모의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로군.

    재미있는데.

    바덱을 도발하면 쉽게 용 급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훗."

    바덱은 웃었다.

    "누군지 기억났다. 출신조차 불분명한 떠돌이 모험가 아닌가.

    그런 자가 뱅가드 가문의 여식과 결혼? 꿈도 크군."

    "왜 그렇게 생각하지?"

    "결혼이란 가문과 가문의 힘을 합치는 것. 연애 감정 따위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틸리아 양. 당신이 그러한, 어린애 같은 발상을 하다니.

    아니, 계집이기에 피할 수 없는 문제인가……. 내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줘야만 하지. 흠."

    계집?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줘?

    퍽 웃기는 망언이었다.

    잘난 가문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의 여신을 등에 업은 지금은 귀족 가문의 위광도 가소로울 뿐이다.

    그런데, 틸리아와 디아나가 저런 망언을 듣고 가만히 있다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로운 가문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자극해볼까…….

    역시 수컷을 자극하려면 눈앞에서 여자를 빼앗아주는 게 최고지.

    "그쪽 말이 맞아. 결혼은 어림도 없지."

    "호오? 말이 안 통하는 머저린가 했더니."

    "하지만, 로운 가문과 뱅가드 가문이 합치는 일도 있을 수 없지."

    "뭣이?"

    나는 양팔로 디아나와 틸리아를 끌어안았다.

    "앗……!"

    "읏?"

    둘은 당황하면서도, 내 팔을 뿌리치지 않는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네 녀석!"

    "보고도 모르겠어?

    둘 다 나한테 푹 빠졌다는 거야. '연애 감정 따위로'.

    나를 잊을 수 없어서 네 얼굴만 보면 한숨을 푹푹 내쉬겠지."

    나는 틸리아의 젖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렸다.

    "시, 신성한 멜브릿에서 대체 무슨!"

    틸리아는 젖가슴을 희롱당하면서도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데칼……. 멜브릿에서는 위험한 행동이야.

    집행관이 올 거야. 밖에 나가면 잔뜩 만지게 해줄 테니까…."

    "뭐 어때."

    나는 틸리아의 볼을 혀로 핥았다.

    "뭐 하는 짓이냐고 말했다!"

    "보고도 몰라? 틸리아를 맛보고 있잖아."

    틸리아는 변태 짓을 당하면서도 얌전히 내 품에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가 가진 칼로 나를 두 동강 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바덱도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눈이 돌아갔다.

    "틸리아 양에게서 손을 떼라!"

    "싫어."

    디아나가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른다.

    "언니한테 무슨 짓이야."

    "음?"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스커트 밑으로 손을 쑥 넣었다.

    "햑!?"

    디아나는 당황하면서 약하게 몸부림친다.

    "다, 다들 보는 앞에서 뭐 하는 거야."

    "고민되네. 뱅가드 자매 중 누구를 고를지."

    "……!"

    디아나는 얌전해졌다.

    나는 디아나의 스커트 밑으로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서, 그녀의 보지를 속옷 위로 문지른다.

    "알았어. 원하는 대로 해. 이 쓰레기……."

    한 손으로는 틸리아의 젖가슴을 조물조물 만진다.

    나는 뱅가드 자매를 양팔로 껴안고 희롱하는 모습을 바덱에게 과시했다.

    "결투다!

    그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뜯어고쳐 주마. 중앙으로 나와라."

    바덱이 미끼를 물었다.

    "결투?"

    "내가 이기면, 다시는 틸리아 양에게 접근하지 마라. 네 놈에게도 명예라는 것이 있다면, 도망치지는 않겠지."

    일이 커지자 후보생들이 수군거린다.

    마치 내가 악역이고 바덱이 정의의 사도네.

    뭐, 양팔에 여자를 끼고 조몰락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나.

    "그럼 나도 조건을 걸지.

    이 결투에 네 점수를 걸어라. 내가 용 급으로 가기 위한 계단이 돼주면 고맙겠어."

    "……평가 점수의 교환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네 놈은 그런 것도 모르고 곰급까지 올라왔나?"

    "디아나. 무슨 뜻이야?"

    나는 디아나에게 물었다.

    디아나는 보지 애무 당하는 와중에, 흠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읏. 그게…….

    상대와 같은 점수를 걸 수 있어야 해."

    "그럼 내가 가진 점수를 걸지. 1,126점. 너도 그만큼 걸어."

    후보생들이 술렁거린다.

    바덱은 잠깐이지만 동요한 듯했다.

    내가 이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니까 당황했겠지.

    하지만 바덱 성격에 물러설 리가 없다.

    "좋다. 그 조건을 받아주지!"

    디아나가 중앙의 원으로 들어가려는 날 붙잡았다.

    "데칼. 지면 어떻게 할 거야. 상대는 그, 바덱 로운이라고…!"

    "디아나가 날 걱정해주다니. 별일이네."

    디아나는 당황하여 손을 뗀다.

    "나는, 그냥…….

    네가 없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틸리아가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데칼을 믿어.

    그가 아무 대책 없이 나섰을 것 같아? 결투에 나선 남자를 붙잡는 건 멋 없는 짓이야."

    "언니 말이 맞아요. 데칼…….

    대책이 있는 거지?"

    없는데. 그런 거?

    하지만 나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당연하지. 놈에 대해서는 잘 알아."

    "설마……. 지금까지 준비한 거야?"

    "……후."

    나는 멋진 미소로 얼버무리고 중앙의 원으로 들어갔다.

    [결투 성립, pt 1,126점]

    [데칼 선공][바덱 로운 후공]

    "네가 이 원에 들어온 순간. 끝났다."

    바덱이 선언하듯 말했다.

    "뭐가?"

    "보호 마법이 네 몸을 지켜주리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는 바덱 로운이다! 네 놈은 여기서 반병신이 돼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조금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 용사 후보생이 아닌, 여자를 희롱하는 추악한 쓰레기일 뿐이니까."

    "그런 건 이기고 말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

    쪽팔릴 텐데.

    "아바!"

    "네, 형…."

    아바는 형의 목소리조차 두려운지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떨궜다.

    "잘 봐둬라.

    마침 네 악우를 쫓아낼 좋은 기회이니. 형이 어떻게 싸우는지 보여주마."

    "……데칼도 강해요."

    "그래 봐야 모험가의 자신감.

    네 놈도 불의 마법을 다룬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진정한 불 마법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바덱은 불 마법을 다루는군.

    아바한테 들었던 대로다.

    최면을 걸 필요도 없겠어.

    대책은 없지만, 이런 흐름이 되리라 예상했다.

    나는 바덱 로운이 불 마법을 다룬다는 사실을 머릿속 구석 어딘가에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덱에게 승산은 없다.

    "선공해라.

    너의 마지막 공격이 될 테니 마법은 신중하게 골라라."

    "먼저 해. 양보할게."

    나는 선공권을 바덱에게 넘겼다.

    "후회할 텐데?"

    "아바는 용감하지는 않아도 너보다는 똑똑했던 것 같은데.

    결투할 때 주절주절 떠드는 건 멍청한 거야."

    "맞는 말이군."

    바덱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보호막을 뚫고 나올 정도라 몸이 제멋대로 긴장했다.

    "떨어라. 대기여!

    위대한 불의 여신, 벨레이라여! 당신의 가장 미약한 힘을 다룰 수 있게 해주소서!"

    공기가 따뜻해졌다.

    다른 후보생들은 강한 열기를 느낀 듯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뒤로 바짝 물러났다.

    "파이어 블래스트!"

    거센 화염 격류가 내 몸을 뒤덮었다.

    옷이 타지 않게 막아야 하나? 긴가민가한데. 일단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서 제복에 그을음이 생기지 않게 보호했다.

    마법의 파괴력은……. 뭐…….

    (벨레이라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그냥 따뜻했다.

    [바덱 로운. 높은 수준의 공격 마법 구사. 5pt]

    [바덱 로운. 마법 효과 없음 -1pt]

    [바덱 로운. 마법 효과 없음 -1pt]

    [바덱 로운. 마법 효과 없음 -1pt]

    "뭐……?"

    높은 수준의 공격 마법을 구사했으나.

    효과는 없다.

    상반되는 두 가지 평가 점수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 바덱은,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나는 제자리에 서서 돌풍을 일으켜 화염 격류를 꺼트렸다.

    "멀쩡하다고? 그럴 리가……."

    "……."

    "아무리 보호 마법이 있어도, 충격과 열기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대충 알았다. 네 수준을."

    "큭…!"

    바덱은 주눅 들지 않고 화염으로 창을 만들어서 내게 달려들었다.

    오. 무기도 만들 수 있는 건가?

    응용은 확실히 나보다 뛰어나네.

    "하앗!"

    나는 바덱의 창 찌르기를 그냥 맞았다.

    피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 바덱의 무기가 불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벨레이라의 가호가 당신을 지킵니다)

    [바덱 로운. 정확한 급소 타격. 3pt]

    [바덱 로운. 마법 효과 없음 -1pt]

    바덱의 창은 내 몸에 닿자마자 맥없이 흩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슨 속임수를 썼지?"

    "속임수?"

    "마법으로 몸을 지켰다면 모를까.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네 마법이 너무 약할 뿐이야."

    나는 바덱을 손으로 겨냥했다.

    "불의 종언."

    바덱은 공격에 대비하며 자세를 낮췄지만.

    열선이 뻗는 속도는 바덱의 반응 속도를 아득히 웃돌았다.

    "커어억!"

    열선에 노출된 바덱은 뒤로 튕겨 나가서 바닥을 한참 뒹굴었다.

    [데칼, 높은 수준의 공격 마법 구사. 15pt]

    [데칼, 치명적인 마법 구사. 5pt]

    [데칼, 악몽 같은 마법 구사. 20pt]

    [데칼, 상대를 완전히 제압. 10pt]

    [바덱 로운, 전투 불가.]

    [승자 데칼]

    [바덱 로운 -1,126pt]

    [데칼 +1,126pt]

    뭐야. 끝인가?

    쉽군. 용급 달성이다.

    등을 돌린 순간, 땅 밑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뒤돌았더니, 바덱이 손에 비수를 쥐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바덱이 내 몸을 찌르기 전에 그를 막아낸 건 틸리아였다.

    "그건 멋없지. 바덱."

    틸리아의 도검이 정확히 바덱의 목 앞에서 멈춰 있었다.

    언제 끼어든 거야?

    "비키십시오. 틸리아 양! 본래 결투에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법.

    이것은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아니지."

    틸리아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웃고 있지만, 조용히 분노하고 있다.

    그가 뒤에서 나를 찌르려고 했다는 사실에.

    틸리아의 검은 지금이라도 바덱의 목을 베어버릴 것처럼 서슬 퍼런 예기를 띄고 있었다.

    모두, 본 실력을 발휘한 멜브릿의 홍염 앞에서 뻣뻣하게 굳어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결과는 나왔어.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지엄한 법.

    강등당한 후보생은 본관에서 나가주겠어?"

    "제기랄. 어째서 네놈이 그 정도의 불 마법을 다룰 수 있지?

    모험가 따위가. 도대체 왜…!"

    벨레이라가 내 보지 노예라서.

    ……아니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말이다. 말을 고르자.

    "모르겠어?"

    "……?"

    "모른단 말이지.

    방금 그 마법을 맞고도?"

    "그, 그것은……."

    "그 마법을 맞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너는 한참 멀었어."

    "크흑!"

    바덱은 지독한 패배감을 맛보며 무릎 꿇었다.

    사실 뭘 느껴야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불의 종언을 맞고 느끼긴 뭘 느껴?

    아마 존나 아팠겠지.

    "데칼. 나는 느꼈어."

    틸리아는 납검하고, 내 앞에 섰다.

    무척 감동한 것 같은 얼굴이다.

    "지난 며칠 동안 네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네 마법을 보고 느꼈어.

    나도 그런 적이 있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보이지 않는 실낱같은 길을 열기 위해 수련을 거듭했던 나날이."

    ……아니, 여신들이랑 임신섹스 하다가 왔는데.

    뭐, 마음대로 생각하게 두자.

    "나와 결혼하기 위해 이토록 애써준 남자는 처음이야. 데칼."

    "……뭐?"

    "몸도 마음도 반했어.

    아버님은 내가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설득해 보이겠어. 너는 안심하고 몸만 가져와.

    평생 부귀영화 누리게 해줄 테니까."

    뭐냐. 이 강렬한 프러포즈는.

    "잠깐만요. 언니!"

    아니나 다를까 디아나가 난입했다.

    "응? 왜 그래. 디아나?"

    "데칼은 결혼하기 위해서 수련했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랑 같이 싸우면서 기량을 높인 덕이에요."

    "그러면 왜 바덱과 싸웠겠어? 데칼은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거야. 나도 준비가 됐어. 당장 결혼하자."

    "그, 그것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닐지. 아버님께서 충격받고 쓰러질 거예요!

    좀 더 서로를 알아가고 나서……."

    "디아나도 데칼이랑 결혼하고 싶어?"

    "……."

    틸리아의 화법은 거침이 없었다.

    디아나는 사고가 정지한 듯 숨을 삼키고 있다가.

    "확실하게 해.

    그러지 않으면 내가 데칼의 신부가 될 거야."

    "네. 좋아해요! 이 녀석은 변태 쓰레기지만, 모두 받아줄 수 있어요. 이번 만큼은 언니한테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디아나가 소리쳤다.

    틸리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다가, 시원스럽게 웃었다.

    "뭐야. 같은 남자를 좋아한 거야? 재밌네."

    "그 남자를 빼놓고 얘기를 진행하지 마라."

    틸리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였다.

    "미안해. 너무 설쳤지?

    예전부터 여성스러운 거랑은 거리가 멀어서. 좋아하는 건 달려들어서 쟁취하는 법밖에 몰라."

    "아니, 그 프러포즈는 충분히 놀라기는 했어."

    틸리아의 매력이 한껏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모두 내 신부 같은 것이니 누구와 결혼해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굳이 정한다면 귀족 가문 후보 중에는 스티아도 있어서 이 자리에서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들 가문끼리의 싸움에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슬금슬금 자리를 뜬다.

    갑자기 즐거운 생각이 났다.

    "사실은, 너희 둘 중 누구로 할지……. 고민 중이야."

    "……."

    "……."

    "아아. 양쪽이랑 자보면 확실하게 알 텐데."

    "뱅가드 가문의 영애 둘과 함께 자고 싶다고? 네가 무슨 왕이야? 주제를 모르네."

    디아나는 색정적인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혀로 아랫입술을 핥았다.

    특유의 독설을 내뱉는 척하지만 표정은 본심을 숨길 생각도 없는 듯했다.

    "주제를 모르는 쓰레기한테. 아주 긴 설교가 필요하겠어."

    "의도는 뻔하지만…… 데칼의 신부가 되고 싶으니까. 덫에 걸려줄게."

    틸리아가 내게 몸을 밀착한다.

    나는 디아나와 틸리아의 젖가슴을 만지며, 무릎 꿇은 바덱을 내려다봤다.

    "먼저 간다. 바덱."

    "……."

    나는 둘을 데리고, 셀레네가 기다리고 있는 뱅가드 저택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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