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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54화 (154/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54편

    <-- 과거편 -->

    일레시아가 언젠가 보여준 적 있는 세찬 빛의 격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익숙한 침대 위에 가로누워 있었다.

    "어……."

    여기는 어디지.

    벨라는? 일레시아는?

    몸을 일으켜 내 몸 상태를 살피고,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았다.

    내 기억 속이다.

    아니, 기억 정도는 바로 되찾게 해주면 안 되나? 내 발로 뛰어다니면서 다시 체험해야 해?

    끄응…….

    점차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여긴 내 집이다. 혼자 살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넓은 집. 사치스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신의 거처라고 부르기에는 볼품없고 초라한 집이었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 양말, 속옷…….

    남자 혼자 꼴리는 대로 살고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관이다.

    "내가 대단한 신일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벨라가 나 같은 신은 알지 못한다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9급 신.

    신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말단 중의 말단.

    그것이 내 위치였다.

    나는 일어나서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정리하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옷이 오래된 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끙!"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힘을 주어 당겨도 꼼짝 안 한다.

    아하.

    "……기억에 없는 일은 할 수 없다. 이거지?"

    신이었던 나는 놀랍게도 자기 방을 스스로 청소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현대에 계신 우리 부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짐승을 가르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자유도가 제한된 추억 게임이란 말이지."

    내 기억에 없는 일은 할 수 없다.

    내가 가본 적 없는 곳은 갈 수 없다.

    잊었던 기억은 점차 떠오른다.

    그런 룰인 것 같다.

    "데칼 님. 일어나셨어요?"

    이름 모를 여자가 옆구리에 과일이 가득 든 바구니를 끼고 들어온다.

    꽤 예쁘게 생겼는데? 누구지?

    "이리 와."

    모르면 어때.

    나는 여자의 손을 잡아서 침대로 이끌고, 옷을 벗겨서 바로 삽입했다.

    "아이참……. 데칼 님. 이런 대낮에……. 흐읏……. 웅……."

    여자는 묘하게 순종적이다.

    왠지 모르게 알 것 같다. 얘는 최면에 걸렸어.

    내가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대주는 편리한 보지인 셈이다.

    나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 여자의 보지를 좆으로 쑤신다.

    신이었던 시절의 나는 이렇게,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군.

    방탕하고, 여자를 농락하는 삶.

    멋진데?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삶이지.

    예를 들어 지혜롭고 총명한, 지금 나와는 전혀 딴판인 과거가 펼쳐졌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일 보듯이 했겠지.

    "앙, 앗…! 흣…! 흣!"

    나는 내 위에 태운 여자의 허리를 잡고 허리를 흔들기도 하고.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하고.

    추잡한 키스를 하면서 젖가슴을 만져보기도 했다.

    모두 적절한 반응이 돌아온다.

    전부 해봤다는 소리다. 역시.

    나는 여자의 보지에 기분 좋게 질싸하고, 밖으로 나왔다.

    마당에는 널찍한 밭이 있었다.

    나는 어딘가의 잘나가는 영주처럼 살고 있었나 보다.

    내 소유 땅에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수십 명은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 역할에 도취한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모두 최면에 걸려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흐음……."

    이곳은 신이었던 시절, 내가 만든 지상 낙원이었나보다.

    그런데, 여자가 나를 '데칼' 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예전부터 데칼이었을 리는 없는데. 기억을 다시 체험하는 중이라 묘하게 섞였나?

    어쩌면 신이었을 때 이름이 데칼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걸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 따위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

    뭘 하면 되지? 여기서?

    "음……. 일단은……!"

    나는 밭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여자들의 뒤로 가서, 섹스했다.

    여자들은 거부하지 않고 모두 보지를 대주었다.

    자지를 넣고 마음껏 섹스한다. 한 명씩 순서대로 질싸한다.

    내가 고른 여자들답게 다들 예뻤다.

    뭐. 원래 세계의 여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고. 그냥 반반해서 봐줄 만 한 정도?

    나는 금방 싫증을 느꼈다.

    현대에서 질리도록 느꼈던 감각이다.

    "……재미없는데. 뭔가."

    다들 강력한 최면에 걸려 있다.

    남자들은 노동밖에 모르고, 여자들은 섹스를 요구하면 다리를 벌릴 뿐인 몰개성한 좆집 뿐이다.

    이런 여자 백 명을 줘도 카렌과 바꿀 수는 없다.

    신이었을 때 나는 의외로 요령이 없었구나.

    닥치는 대로 절대복종을 맹세하게 하면 개성이 지워져서 금세 싫증 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지금 나처럼 좀 더 즐거운 방향으로 최면을 쓰지 않을까?

    ……여기서 만족했기 때문에?

    묘한 확신이 들었다.

    여기는 내 기억 속.

    말하자면, 내가 겪었던 일을 되찾는 과정이다.

    즉, 놀랍게도 이 시점의 나는, 그다지 비뚤어지지 않았다!

    아니…….

    여자 입장에서는 이쪽이 더 지독한가?

    바로 노예로 만들어버리니까.

    단순한 섹스에 몰두하고 있었던 시기의 나였던 것 같다.

    이건 이것대로 장점이 있지만……. 으, 싫증 난다.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 아마도, 내가 이때 느꼈던 감정인 것 같다.

    그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

    나는 업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저급 신.

    취미로 내 마음에 드는 꼴리는 여자를 최면으로 수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세계로 침투했다.

    그냥 변덕이다.

    지루함을 날려 줄, 새로운 여자를 찾기 위해 내려왔다.

    그렇게 다다른 곳은 어떤 세계의 숲속이었다.

    바닥은 꽃밭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피어있는 꽃들뿐.

    "……."

    나는 그곳에서 일레시아와 만났다.

    '의식 세계'에서 봤던 그 순간이 맞다.

    어린 일레시아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예쁘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일레시아가 나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조금 더 성장하면 좋은 느낌이 되겠어."

    아니, 아름다운 추억의 단편 아니었어?

    살짝 기대했는데!!

    내 입에서는 일레시아를 품평하는 추악한 소리만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세요?"

    "나는 신이야. 신이라고 해도 급은 낮지만."

    나는 거리낌 없이 정체를 밝히고 일레시아에게 다가간다.

    "부모님이 수상한 아저씨가 다가오면 경계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어?"

    "몰라요. 그런 거."

    이때 난 뭘 했더라.

    일레시아의 턱을 잡고 눈으로 자세히 뜯어봤던 것 같다.

    맞아. 그리고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렸지만 성장하면 내가 데리고 있는 노예 중에서도 견줄 여자가 없을 정도로 예뻐질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러자 욕심이 났다.

    일레시아를 데려가고 싶었다.

    어떻게 얘기를 꺼낼까 생각하던 차에 일레시아가 먼저 말했다.

    "아저씨가 신이면 아빠를 죽여줘요."

    "왜? 아빠가 때려?"

    "네."

    자세히 보면 일레시아의 몸 구석구석에는 심하게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이 귀여운 애를 얼마나 때려댔으면, 부모를 죽여달라고 말하며 적대감을 드러낸단 말인가.

    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그 부모라는 자를 죽이고 여자를 데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런 건 지나가는 강도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음……. 나는 신이니까. 좀 더 신처럼 해결해줄게."

    "……?"

    나는 이날, 일레시아를 구해줬다.

    구해줬다는 건 말 그대로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끔찍한 함정을 모조리 해체했다.

    최면으로. 간단하게.

    아버지는 지난 일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쳐 일레시아에게 헌신하는 참된 아버지로.

    그녀를 걸핏하면 때리고 못살게 굴었던 형제들은 일레시아와 친해질 수 있도록.

    그 밖에도 최면으로 마음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인성이 바른 친구를 만들어 주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그녀의 집안에 찌든 때처럼 끼어 있던 가난을 해결해 줬다.

    그 과정에서 일레시아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런 건 솔직히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대충.

    대충 그녀를 구했다.

    며칠 뒤 일레시아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숲으로 와서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모두 아저씨가 한 일이라는 거 알아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어때? 좀 신 같아?"

    "네. 아저씨는 제 신이에요."

    "음."

    이런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칭얼대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묘하게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나의 대충 해결이 대충 먹혔는지, 그녀는 대충 잘살게 된 것 같았다.

    아차…….

    이때 나는 깨달았다.

    구해주는 대가로 내가 원하는 일을 들어달라는 말을 안 했다.

    그런 얘기를 꺼낼 타이밍도 잊은 채, 나는 가끔 그 숲에 가서 일레시아와 얘기했다.

    일레시아가 열 네 살. 성인식을 치르는 날, 그녀는 내 기대대로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빨리 섹스하고 싶다…….

    "아저씨. 늦어서 미안해요."

    일레시아는 어느 날 나한테 사과했다.

    "왜?"

    "도움만 받았잖아요. 이제 아저씨가 원하는 걸 말해봐요. 제가 들어줄게요."

    "음……."

    그러면 얘기하기 쉽지.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러면 말이야.

    내 시종이 돼줄래? 예쁜 시종이 필요해. 내 말이면 뭐든 들어주는."

    "좋아요. 지금 갈까요?"

    "영혼을 거두어 갈 거야.

    다시는 여기로 돌아올 수 없어. 그래도 좋아?"

    "네."

    "……아니. 영혼이라고 하니까 무슨 수상한 계약 같지 않아?"

    "별로요."

    ……으으음. 왜 이렇게 태연해?

    지금 데려가는 게 적절하기는 하다.

    일레시아의 미모는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르고 있다.

    마을에서 누가 일레시아의 남편이 될지를 놓고 결투가 벌어지는 일도 흔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그녀의 불행한 삶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혹시 삶에 별로 미련이 없어?

    내가 바꿔준 게 마음에 안 들었다거나."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건 사실이에요.

    이제 아저씨 곁에서, 제가 입은 은혜를 돌려주고 싶어요."

    "……."

    속을 잘 모를 여자애다.

    그렇게 생각했다.

    은혜라니, 그런 걸 느낀다고? 아버지가 더는 때리지 않게 됐을 때 눈물 흘리며 기뻐했으면 모를까.

    사실은 섬뜻하지 않았을까.

    나같은 건 잊고 적당히 살다 보면

    내가 알아서 납치해 갔을 텐데, 자기 발로 걸어오다니.

    "좋아. 같이 가자."

    나는 그날, 시골 처녀 일레시아의 영혼을 손에 넣었다.

    최면 노예들이 주어진 일과를 기계처럼 수행하는 내 거처로, 그녀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청소나 요리 같은 집안일을 맡기고 나는 대부분 누워서 빈둥거렸다.

    별로 변한 것도 없다.

    아껴 놓은 예쁜 여자가 한 명 생겼을 뿐.

    나는 며칠간 일레시아를 유심히 관찰했다.

    신이라는 작자가 보내는 나태한 일상을 곁에서 보고, 상당히 실망했을 텐데.

    당장은 그런 내색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후회하고 있겠지?

    나 같은 걸 따라서 온 일을.

    "……."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대들면 최면 걸어버리면 그만이고.

    그때는 청소할 사람이 없어질 뿐이니까.

    몇 주.

    몇 달.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정말 놀라울 만큼 우리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일레시아와 동거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해서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빈둥거리는 내 뒤치다꺼리를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도 않아서, 최면도 걸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뒀다.

    그러던 어느 날.

    일레시아가 우리 집 지하실을 봤다.

    "여기는……."

    일레시아는 놀라서, 꼼짝도 못 하고 굳어 있었다.

    지하실에는 내가 엉망진창으로 범해 놓은 여자들이 돼지처럼 벽에 걸려 있는 곳이었다.

    "봤구나?"

    나는 일레시아 뒤로 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읏……."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야.

    너도 곧 이렇게 될 거야. 봐. 예쁜 애들이 많지?"

    "……."

    일레시아는 떨고 있었다.

    비밀이라면 비밀이지만 언젠가는 들킨다고 생각했다.

    이 저택은 내 성욕의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일레시아가 관리·감독하는 구역이 더 넓어졌다.

    지하실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길래, 오기가 생긴 나는, '이제부터 네가 이런 꼴이 되는 거야'라고 말하듯이.

    여자들을 불러 질펀하게 섹스하고,

    외곽 구역에 있던 '인간 목장'의 청소를 시키고.

    나중에는 내가 섹스한 후 뒤처리하는 일도 맡겼다.

    그녀는 물에 젖은 헝겊으로 애액과 정액투성이가 된 내 자지를 훑어내는 게 일과가 되었다.

    용케 버티네.

    왜 버티고 있는 거지?

    나는 내 자지를 닦고 있는 일레시아에게 물었다.

    "왜 도망 안 가? 널 해코지 할까 봐?"

    "……."

    "아니면 사실 섹스하는 게 기대돼서 어쩔 수 없어? 아빠한테도 그런 식으로 당했어?"

    일레시아는 꼼꼼하게 내 불알을 닦고, 살짝 화난 얼굴로 일어났다.

    "아저씨.

    다음에는, 자기 침상 정도는 스스로 정돈해요!"

    "어?"

    나는 당황했다.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야?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거지만 일레시아는 여전히 나와 같이 살고 싶어 했다.

    그건 그녀 나름대로, 내 폭언에 대해 화를 내는 방식이었다.

    '같이 사는 가족'이라는 전제는 무너뜨리지 않고, 내 행동을 바꾸려 한 것이다.

    "……."

    나는 그 이후로 침상을 스스로 정돈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알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 옆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여자애를 상대하는 것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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