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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52화 (152/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5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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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데칼 님. 그리고…… 불의 여신님."

    일레시아는 책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아무도 없는 도서관 중앙에 우아한 자태로 서서, 우리를 맞이한다.

    "……사양하지 않겠어. 그쪽이 주인님한테 공략당하고 싶다며 다리를 벌렸으니까.

    나는 주인님을 섬기는 노예로서, 필요한 일을 할 뿐."

    수수께끼로 가득한 여신은 벨라의 도발을 매끄럽게 받아넘기며 미소 짓는다.

    나는 저 바다 같은 여유로움을 깨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허덕이게 만들고 싶다.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주로 풀발기 자지와 최면을 사용해서.

    일레시아를 눈앞에 두고 더없이 추잡한 망상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마치 나의 원동력인 것처럼.

    "주인님. 시작할게."

    "좋아. 언제든……!"

    헉.

    갑자기 공간이 쪼개졌다.

    박 터지듯이 '쩍' 하고.

    도서관이었던 것이 갈라지면서 우주 공간에 떨어진다.

    아니, 서 있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덧없이 흩어져간다.

    "하, 학교를 날려버린 거야?"

    "아냐. 이동한 거야."

    멍청한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이 행하는 일에 인간의 이해력이 미치지 못한다.

    검은 공간에, 정확히는 일레시아가 서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균열이 났다.

    균열 속은 너무나도 하얗다.

    눈을 감고 집중하던 벨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무방비하네.

    4급 신이 3급 신의 의식세계를 엿보다니,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이 아닌데."

    일레시아는 태평하게 말했다.

    "데칼 님의 조력자로 오셨으니, 뭘 해도 괜찮아요.

    저는 두 분을 해치지 않아요."

    "……이쯤 되니 무서울 정도야. 주인님의 최면은."

    "……."

    최면의 힘을 직접 체험한 벨라이기에 할 수 있는 뼈 있는 말이었다.

    일레시아 역시, 모종의 최면으로 나를 돕고 있는 상태라고 추측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평소 하던 방식대로, 일레시아의 협력은 유도된 결과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냥 하는 일은 아닐 터.

    무언가 목적이 있다.

    내가 무계획에 가까운 인간이라면, 일레시아는 반대.

    모든 걸 촘촘하게 구성하는 계획자. ……그 때문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계획하는 사람이 평정을 잃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계획이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로 무너질 때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성공해냈을 때…….

    "의식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어."

    벨라가 말했다.

    나는 하얀 균열을 가리켜 묻는다.

    "저거야?"

    "응. 각 세계에는 빛의 여신의 분체가 있어.

    그것을 강제로 퇴거시키면 돼."

    "퇴거 방법은?"

    "공격해서 없애거나……."

    "그 전에 섹스해서 임신시켜도 돼?"

    "……인형 같은 상태일 텐데. 할 수 있으면 해도 돼."

    "좋아. 가자!"

    나는 첫 번째 세계로 뛰어들었다.

    벨라도 나를 뒤따라온다.

    "……."

    뭐야, 여긴.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돌멩이랑 이름 모를 흙빛 풀 빼면.

    "흐음."

    벨라는 의외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둘러보고 있었다.

    "왜 그래? 생각나는 거 있으면 같이 알자."

    "별 거 아냐.

    단정한 생김새 때문에 금지옥엽처럼 귀하게 자란 여자일 줄 알았는데, 이런 심상 풍경이 있다니."

    "심상?"

    "이 의식세계는 그냥 마련된 세계가 아냐.

    분체가 있는 곳은…… 그래. 기억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장소야.

    이 광경은 언젠가 일레시아가 실제로 본 적 있는 풍경일 거야."

    "이런,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뭐……. 알잖아. 주인님도.

    정말 답 없는 세계도 있다는 거. 아마, 급이 낮을 때 맡은, 구제할 길이 없는 세상이겠지.

    이런 세상을 구하면 신격이 크게 올라가니까. 구원해낸 거 아닐까?"

    "신도 꽤 큰일이군.

    나라면 그냥 뻗어서 칭얼거렸을 것 같은데."

    "풋."

    벨라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지금 주인님이 있는 세계에, 예쁜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 아름다움 때문에 다른 세계에서 박명했던 불행한 영혼들까지도, 그 세계로 모이고 있었는걸.

    반면 이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지. 주인님이 좋아하는 여자는 특히나."

    "으악."

    끔찍하다.

    이런 곳에 전이하면 최면이고 뭐고 아무 쓸모도 없잖아.

    "처음 만난 여신이 너라서 다행이야."

    "……그거. 좀 화나는데.

    최면에 걸려준 만만한 여신이라 고맙단 얘기야?"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

    "흥, 그렇지. ……그러니까, 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나만 보란 말이야. 바보야……."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사실 다 들었어. 내 청력이 보통 좋아야지. 핫하."

    "알면 어쩔 건데!"

    창피함을 이기기 위해 아예 정색하는군.

    인내심이 떨어진 디아나 같아서 귀엽다.

    "잔뜩 섹스해줄게. 이 일 끝나고. 일레시아 다음에."

    "……많이 기대할 거예요. 주인님."

    "자, 그럼……."

    이 넓은 곳에서 일레시아의 분체 찾기라.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뜻밖에 이세계 전이 후 묘하게 다재다능해진 나라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이스티에게 배운 '수색' 스킬을 활성화했다.

    "흠. 이건 도마뱀 발자국. 뱀이 지나간 자국……. 아, 발자국 찾았다."

    "벌써?"

    "인간의 잡기가 놀랍냐? 여신."

    "……이런 황무지에서 사람 발자국 찾는 스킬은 대체 언제 배웠대."

    고마워, 이스티.

    내 자랑스러운 여자친구 덕이다.

    안 본 지 꽤 됐는데, 뭐 같은 학교에 있으니 언젠가 만나겠지.

    나는 속으로 이스티 스승님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며,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이동하자."

    나는 바람의 정령을 타고 사뿐사뿐 뛰었다.

    중간에 모래바람으로 발자국이 끊겨도 문제없다.

    수색 스킬을 이용해서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이 발의 주인은 누굴까.

    여성의 작은 발. 헤매는 사람처럼 똑바로 걷지 못하고 가끔은 휘청거리는, 어떨 때는 머뭇거리면서, 그러면서도 이 황무지를 쭉 나아간 일레시아의 발자국.

    이 황량한 세계의 영향인가.

    답지 않게, 나는 이 발자국의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세계를 거닐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다려!"

    그때, 하늘을 가르고 거대한 생물이 내려앉았다.

    드, 드래곤……!?

    처음 본다! 굉장해!

    "주인님. 물러서."

    벨라가 싸울 생각인 것 같다.

    "발자국이 지워지면 곤란하니까. 깔끔하게 부탁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름 모를 드래곤 세 마리는.

    수백, 수천 개의 열선으로 해체되어 내 눈앞에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

    부, 불의 종언 수천 번 동시 시전?

    아니, 선 하나하나가 내 마법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열선이 지나간 자리는 순식간에 익어서, 피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굉장한데……."

    "이 정도로 놀라긴.

    주인님한테 힘을 준 게 누군지 잊었어?"

    "벨라였지. 너한테 도망 다닌 에페도 대단하구나."

    "걔도 신은 신이니까.

    힘 싸움이면 몰라도, 순식간에 결판이 나지는 않아."

    "……."

    새삼 격이 다른 존재임을 깨닫는다.

    내가 배를 세게 때린 정도로 다치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그때는 그냥 여신의 몸은 변태섹스 최적화네. 이런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가혹한 환경에서도 견뎌내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

    적어도 무언가를 부수는 능력만큼은 인간이 감히 대들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내가 현신하면 이 정도는 장난이야."

    "일레시아는 대체 얼마나 센 거야?"

    "그러니까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2급 신은 변덕으로 세계를 파괴하기도 하는걸."

    "……."

    분체 상태로 드래곤을 장난감 다루듯 죽여버리는 여신이 내 옆에.

    그것도 그보다 강한 여신이 이 의식 세계 밖에 있다.

    내가 얼마나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지 깨닫고 긴장한다.

    "이제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어?

    본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에, 우리는 여기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야."

    "그렇다는 건…….

    일레시아가 정말, 나한테 공략당할 생각으로 몸을 대주고 있다는 거야?"

    "……믿기 힘들지만 그런 말이 되네.

    대체 무슨 최면을 건 거야?"

    "글쎄……."

    나한테 공략당해라?

    ……그런 병신 같은 암시를 걸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데.

    만약 이런 복합적인 행동을 기약도 없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대체 무슨 암시를 걸어야 하나.

    일단 지금 당장 생각해본 조합은 몇 가지 있는데.

    최소 20가지 이상의 암시를 걸어서 조율해야 한다…….

    우욱…….

    신이었던 내가 그런 미친놈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고, 마법같이 한마디로 대신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글쎄…….

    내가 다시 건들기 전까지 틸리아의 암시가 애매한 상태에서 계속 멈춰있었던 것처럼.

    최면 암시도 계속 그 상황을 의도적으로 자극해주는,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잊히고 약해진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하다.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니까.

    "주인님. 준비해."

    "응?"

    벨라의 눈길을 따라갔더니, 조각난 드래곤 시체 사이에서 뼈로 된 병사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드래곤이 죽으면서 발생한 마력에 반응한 언데드야."

    "내가 할게. 쉬고 있어."

    나는 벨라를 저지하고 앞으로 나섰다.

    "불의 종언."

    나는 손가락 끝으로 열선을 방출해서 스켈레톤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탁 트인 야외라서 정령 컨디션도 최상이라, 시험의 방 때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오,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었나 본데.

    레벨 오르는 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많은 경험치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흐응. 정령술로 응축된 불길을 제어해서, 새로운 스킬로 발전시킨 거야?"

    벨라가 내 스킬에 대해 언급하자, 뒤늦게 창피해졌다.

    "음. 네가 보기에는 보잘것없겠지만……."

    "설마. 내가 준 건 씨앗이야.

    주인님이 애지중지 키워준 내 마법을, 비웃거나 할 리 없잖아. 오히려 기뻐."

    "……."

    "남들이 보기에는 좀 비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좀 가르쳐줄게. 봐봐……."

    벨라는 내 손을 꼭 잡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정령술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

    요령만 익힌다면……. 더 강한 종언도 쓸 수 있을 거야."

    "……."

    벨라가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는 느낌이다.

    "주인님. 느끼고 있어? 손……."

    "어, 부드럽네."

    "이, 이런 황무지에서 분위기 잡지 마. 민망하게."

    나는 벨라와 입맞춤했다.

    벨라는 수줍게 응한다.

    "고마워.

    잊지 않을게."

    벨라가 가르쳐준 요령 덕분에 정령의 도움 없이도 종언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대로 쓰면 어마어마한 열기로 주변에 있는 모든 생물체를 웰던으로 익혀버리기 때문에,

    바람의 장막은 여전히 필수다.

    하지만 전처럼 바람의 길을 만들어 스킬의 방향을 유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상황도 오겠지.

    무려 불의 여신님이 직접 가르쳐준 스킬이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자. 여기서 달콤하게 키스하고 있을 때가 아냐."

    "달콤했어?"

    "으, 읏…! 주인님. 진짜!"

    "달콤한 거 한 번 더 할까? 응?"

    "……."

    나는 벨라와 또 키스했다.

    여신님과 데이트 하는 느낌이 됐군.

    덜그럭덜그럭. 방해꾼들이 뼈를 울리며, 드래곤 시체에서 기어 나온다.

    "내가 할게."

    나는 벨라에게 배운 대로, 바람의 길 없이 불의 종언을 사용해서 스켈레톤을 불살랐다.

    위력이 두 배는 강해진 것 같다.

    정말 간단한 조율만 받은 느낌이었는데.

    "응……."

    벨라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예쁜 불이야."

    우리는 다시 발자국을 따라서 황무지를 걷는다.

    매서운 바람도 차가운 황무지도.

    벨라와 함께 있으니, 따뜻한 불이 곁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빨리 걷는다.

    이 지독하게 외로운 심상이 주는 쓸쓸함이 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황무지의 끝.

    끝에는 또다시 황무지가 펼쳐져 있는, 그런 절망의 한복판에.

    일레시아의 분체가 망연히 서 있었다.

    "……."

    도서관에서 봤을 때와 인상이 좀 다르다.

    지금 보는 일레시아는 시골 처녀처럼 수수한 차림새에, 양 갈래로 머리를 묶어 귀여운 헤어 스타일.

    실제로 연령도 본체에 비해서 낮아 보였다.

    "왜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지?"

    "실제로 다르게 생긴 거야.

    자신의 존재를 나누는 거라고 했지? 분체는 또 다른 일면이 부각돼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

    그래서…… 우린 3급 신의 약한 면을 보고 있는 거야."

    "약한, 면……."

    일레시아가 품고 있는 쓸쓸한 외로움.

    그런 것이, 분체의 표정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

    "가엾게 생각할 것 없어.

    분체는, 본체로부터 투영되어 나온 부산물이니까.

    공격해서 퇴거시키면 본체로 돌아갈 거야."

    "……그 전에."

    "응?"

    나는 옷을 벗었다.

    "섹스해야지."

    "주인님……. 진지한 얼굴로 그런 생각 중이었어?"

    "섹스!"

    쓸쓸한 건 쓸쓸한 거고.

    섹스는 해야지.

    "휴……. 빨리 끝내."

    벨라가 등을 돌린다.

    나는 뻔뻔하게 일레시아─소녀 ver─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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