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세계 최면물 14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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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게도 몰려오는군.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다시는 없을 레벨 상승의 기회다.
용사 육성 기관 멜브릿은 데이툰 왕국이 모든 국력을 쏟은 대사업.
용사의 자질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후보생을 선별하여, 전국에서 모은 영혼─경험치─를 집중해서 신의 대리인과 같은 모조 용사를 만든다.
용사라는 정신적 지주가 있기에 성립하는 시스템.
이 나라는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마치 몰려오는 영혼병들이 말하는 것 같다.
'봐라. 이것이 멜브릿이다. 너희들의 먹이다.'
……그리고, 나는.
"파이어 볼!"
주저 없이 내가 가진 최강의 마법을 때려 박아서,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어차피 내가 안 먹으면 다른 놈이 주워 먹을 영혼.
사양할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지금, 이 순간만 온 힘을 다해서 싹싹 긁어먹으면, 일 년, 아니 십 년…… 혹은 수십 년을 여행해서 던전을 돌아다녔어야 모을 수 있는 경험치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다.
진짜 여신의 대리인 자격을 가진 놈이 모조 용사들의 경험치를 뺏어 먹는다고.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놈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내 목숨 노리는 여자만 둘이다. 한 명은 심지어 신이다.
나는 지금 모든 걸 잊고 레벨 올리기에 몰두했다.
쉴 새 없이 파이어 볼을 시전하고, 엉겨 붙는 영혼병은 후드려패서 부순다.
극도로 농밀한 전투의 시간. 아픔마저도 잊어버렸다.
"이제 더는…!"
아바의 무릎이 꺾일 듯 흔들렸다.
영혼병의 수가 불어난다. 디아나는 요령껏 접근하는 영혼병들을 마법으로 쳐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까부터 격투까지 벌이며 마법을 시전한지 꽤 되었다.
이제 한계인가? 그렇지는 않다.
"카렌!"
나는 카렌을 불렀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남들이 모르는 신호를 교환한다.
그 신호란 바로 정령핵.
카렌과 나의 정령핵이 춤추듯 움직인다.
"간다!"
내 목소리에 호응하듯.
바람의 정령이 돌풍을 일으켰다.
기술이라고도 할 수 없다. 간단하기로는 장막보다 더 간단하다.
정령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나 여파는 그저 바람을 일으킨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카렌과 힘을 합쳐 영혼병들의 동작을 묶는 정도의 돌풍을 일으켰다.
"숙여!"
나는 파이어 볼을 날려, 화염 폭풍으로 영혼병들을 쓸어버렸다.
"으, 으아아!"
아바는 머리를 감싸 쥐고 엎드렸다.
쥐어짜듯 바람을 더 일으키려고 해봤지만, 아쉽게도 십 초 전후로 돌풍이 끊어졌다.
실내가 아니라 실외였으면 좋았을 텐데…….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하지만 지금 공격으로, 어마어마한 수의 영혼병을 한 번에 처치했다.
갑자기 숨 막힐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몸속에서 치솟았다.
(힘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올 게 왔구나……!!
여신의 대리인 특별 보너스!
처음 이걸 받았을 때가 카렌과 함께 던전에 갔을 때였지.
이 스탯 단계 업그레이드는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놈도 진짜 용사와 같은 강함에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치트 중의 치트다.
온몸에 힘이 충만해진다.
피로가 사라지고, 감각이 날카롭게 연마한 칼처럼 예리해진다.
막기에만 급급했던 영혼병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제는 훑어보기만 해도 몇 마리 있는지 정확히 알 것 같았다.
"데칼! 멍하니 있을 때가 아냐!"
디아나가 외쳤다.
나는 다가오는 영혼병을 주먹으로 쳐서 부숴버렸다.
마치 계란 껍데기 깨듯 간단하게 으깨버렸다.
"파이어 볼."
마법을 시전한다.
많이 써본 마법이라서 느껴졌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열기가 응축되어 있다.
그것을, 나는 영혼병이 모여있는 곳에 날리고.
터지는 순간 뻗어 나오는 열기를 바람의 장막으로 억눌렀다.
그랬더니 막에 갇힌 열기가 불로 된 용처럼 그 속을 날뛰며 영혼병을 모두 재로 만들었다.
폭발이 만들어낸 압력과 강렬한 빛이 모두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아바가 경악한 듯 중얼거렸다.
"지금 그게, 「파이어 볼」이야……?"
"오빠, 대단해!"
"……데칼. 놀라운 마법이었어."
다들 놀란 것 같다.
영혼병 수십 기와 뒤엉켜 숨 막히게 싸우는 도중, 뜬금없이 마법 하나가 터지더니 상황이 해결되면 놀랄 만도 하다.
나도 내 마법에 놀라고 있었다.
지금 던진 파이어 볼은 응축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예상을 아득히 웃도는 마법의 여파를 장막이 완벽하게 억눌렀다.
그게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조금 오싹한 나머지 식은땀이 흘렀다.
신체 능력, 공격 마법의 파괴력, 정령술까지.
모든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2 웨이브가 끝났다.
나는 허기진 마력을 채우기 위해 물병을 먹어 치울 기세로 들이켰다.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마력의 총량도 커져서, 마셔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디아나."
나는 디아나에게 물병을 던졌다.
디아나는 물을 마시면서, 날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언젠가 수업할 때 본 적 있는 눈빛이다.
내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보호막을 배웠을 때였나.
"……흐응. 데칼은 그런 마법도 쓸 수 있었구나?"
"……."
"몰랐네. 네가 굉장한 마법사인 줄도 몰라보고, 나 같은 게 잘난 척 하고 있어서 꽤 속으로 우스웠겠다?"
이런.
지금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봐주면서 했다고 착각한 것 같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지금, 사람이 변한 것처럼 강해졌기 때문이다.
마법의 여파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 쓰던 파이어 볼은 맹수 무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라면, 지금 쓴 파이어 볼은 코끼리를 일격에 쓰러뜨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까.
응축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오해야. 비웃거나 하지 않았어.
그도 그런 게, 나도 지금 막 해낸 거니까."
"뭐……?"
디아나는 황당한 듯했다.
스티아나 카렌, 아바는 마법을 쓸 줄 모르기에 우리 대화를 그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디아나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법사.
모험가 출신에게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걸 깨달으면 자존심 상할 법도 했다.
싫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
디아나의 눈빛은 승부욕으로 불타고 있었다.
"다음 웨이브."
디아나의 손에서 처음 보는 마력 반응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내가 보여주겠어."
"모두 준비해!"
스티아가 외쳤다.
2 웨이브 때와 마찬가지로 사방에서 영혼병이 쏟아진다.
"썬더 스톰……!"
파지직!
디아나는 처음 보는 마법을 시전했다.
라이트닝 스퀘어처럼 바닥과 공간에 거미줄을 치듯이 뻗어 나간 전격(電擊)이, 영혼병이 쏟아지는 문 앞을 장악해버렸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문이 아니라, 모든 영혼병이 나오는 통로에 전부!
디아나는 눈을 감고 시험의 방 전체를 휘감는 전기가 우리 쪽으로 새지 않게 통제하면서 번개 치는 고리를 유지한다.
보기만 해도 그 마법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기 몸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주먹을 꼭 쥐고, 자기가 사용하는 마법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서.
시험의 방에 있는 모든 영혼병을 쓰러뜨린다.
"……큿, 후우……. 후우……!!"
디아나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하지만, 아무도 그만두라느니 무리하지 말라느니 초를 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이 녀석은 자기 언니와 마찬가지로 진짜배기 천재였다.
나한테 뒤처졌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디아나는 벽을 깼다.
여기서 멈춰있을 수는 없다며 채찍질하고 진짜 재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언젠가 말했던, 자기는 혼자서라도 도적단을 괴멸시키겠다는 말이 허세가 아니었다.
내 강함은 여신의 대리인을 갖고 있기에 생긴 치트 같은 것.
디아나의 성장과는 다르다.
철부지 소녀가 마법에 대해 얼마나 진지했는지.
그걸 피부로 깨달았더니, 내 몸에서도 잊었던 호승심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끊임없는 싸움이 날 격앙시키고 있다.
그때였다.
"데칼, 2층에……!"
스티아가 고개를 홱 들고 외쳤다.
2층에서도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덩치가 두 배는 큰 영혼병들이 난간을 잡고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소리쳤다.
"디아나를 지켜!"
카렌과 스티아, 아바가 디아나를 등진다.
덩치 영혼병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며 이쪽으로 돌격했다.
저놈들이 디아나를 공격하게 두면 썬더 스톰이 캔슬되고, 우리는 영혼병에 파묻혀 시험은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좀 더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디아나는 즉각적으로 시험의 방 구조에 맞춰 마법 구성을 바꿨다.
디아나보다 신체 조건도, 마력도 뛰어난 지금의 내가 흉내 내지 못할 리 없다.
"파이어 볼!"
나는 생각했다.
다가오는 덩치 영혼병들을 파이어 볼로 파괴하면서.
내 마법을 시험의 방에 맞게 바꾼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파괴력은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파괴력을 유지한 채로 연사력을 높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쉬운 과제는 아니다.
파이어 볼의 시전 시간은 최소 1초.
정확히 겨냥해서 쏘는 것까지 3초.
손을 떠난 파이어 볼이 목표에 닿는 시간까지 합친다면 4초에서 5초는 걸린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빠르지만, 여기서는 부족하다.
겨냥해서 쏘는 와중에도 마법을 준비하지 못하면 영혼병들이 솟아 나오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쏠 수는 없다.
파이어 볼은 위험한 마법이다.
같은 편이 다치지 않게 마지막 순간까지 바람의 장막으로 여파를 억누르지 않으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이 방에 있는 게 나뿐이었다면 불꽃이 몸을 집어삼키든 말든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쓸어버렸겠지만, 좋은 수단이 아니다.
함께 죽자고 달려드는 상황이었으면 모를까.
젠장, 복잡하네.
싸우면서 생각하려니까 집중도 안 돼.
"오빠!"
"윽!?"
내 바로 옆에서 덩치 영혼병이 떨어져 내렸다.
땅이 흔들려 휘청했다가 균형을 잡고, 덩치 영혼병이 휘두른 주먹을 팔로 받아냈다.
바로 반격에 나섰지만, 체격이 커서 그런지 주먹으로는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힘으로 밀쳐내고, 뒤로 물러난다.
고작 한 마리에게 시간 낭비 좀 했다고 영혼병들이 대책 없이 몰려들었다.
이제 무리인가……!!
구석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네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난입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괜히 오기가 생긴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몸부림치기로 작정했다.
"카렌, 장막으로 몸을 지켜!"
"응!"
"파이어 볼!"
덩치 영혼병들을 파괴하고.
미처 파괴하지 못한 영혼병은, 스티아가 맡아서 처리한다.
쏜살같은 세검 찌르기가 덩치 영혼병의 사지와 머리를 신속하게 파괴한다.
"……."
네리스는 몸에서 힘을 뺐다.
큰 젖가슴을 밑에서 받치듯이 팔짱을 끼고, 우리를 지켜본다.
모든 기대를 거둔 눈빛으로.
그래서 더 쥐어짜고 싶었다.
어차피 이건 목숨을 건 결투가 아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보너스 스테이지.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랭커가 있는 절호의 환경.
던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 비하면 위험이 훨씬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아무도 포기하겠다는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파이어……."
나는, 불현듯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를 손가락 끝에 옮겼다.
내 손끝에서 응축된 화염이, 분출되듯이 덩치 영혼병을 덮쳤다.
"……!"
디아나를 제외한 세 명이 날 쳐다봤다.
나도 놀라서 내 손을 봤다.
뭐야. 이건?
다시 집중한다.
손으로 영혼병을 가리키고, 파이어 볼을 시전한다.
하지만 쏘지 않는다.
오직 열기만을 장막으로 응축하고, 응축하고, 응축해서.
장막에 살짝 구멍을 낸 순간.
억눌려있던 열기가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읏!"
카렌이랑 스티아는 뜨거운지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뒷걸음질 친다.
조금 더 정밀하게.
나는 정령술을 최대한 동원했다.
응축 파이어 볼을 쓸 때가 정령술이 2, 파이어 볼이 8의 비율이었다면.
지금은 반대다.
파이어볼을 2, 정령술을 8.
장막으로 열기를 최대한 압축할 뿐만 아니라 분출되는 열기를 인도할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바람의 길.
그 길을 따라서, 열기가 치솟는다.
그러자 전혀 새로운 마법이 되었다.
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 흡사 불길로 응축된 레이저가 뻗어 나가 영혼병의 몸을 국소적으로 파괴했다.
(파이어 볼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파이어 인챈트가 변경되었습니다)
(마법 응축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유니크 스킬, '불의 종언'을 획득했습니다)
무언가에 다다랐다.
또다시 벽을 깨고 유니크 스킬에.
파이어 볼을 응용한 스킬이 아닌, 새로운 스킬이 된 것이다.
쿵, 쿵, 쿵!
2층에서 차례대로 유성처럼 떨어지는 덩치 영혼병들.
웅크렸던 몸을 펴더니, 이쪽으로 달려온다.
나는 홀린 듯 손을 올려, 가리키고.
"불의……."
「영창」을 하여 새 스킬의 위력을 끌어올린다.
마력 소모는 오히려 파이어 볼 때보다 적었다.
하지만 무언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두근거림은, 파이어 볼을 쓸 때보다 훨씬 강했다.
"종언."
그러자,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열선이 뻗어 나가서, 내 손 움직임에 따라 영혼병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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