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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43화 (143/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1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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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몰랐다.

"신이었을… 때의 기억……?"

띄엄띄엄 소리로 내어 말했을 때,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그러나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옛날에 닳고 닳을 정도로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포기해버린 일이었다.

왜 나한테 이런 힘이 있는가.

내가 한때 신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맞는다.

"내가 신이었다는 거야?"

"그래요."

"어째서, 나 같은 놈이……."

이것이 신의 권능이라면.

나는 인간의 몸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쌓은 걸까.

응당 쓰여야 할 곳이 있는 힘이었을 텐데. 나는…….

"걱정하지 마세요. 데칼 님은 신이었을 때도 지금처럼 여자를 밝히셨으니까요."

"콜록……."

……이제 알겠다.

시아는 신이었던 시절의 나를 알고 있었구나.

어찌보면 일레시아가 누구인지 찾는 일은 문제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학생회장 시아는 여신처럼 완벽하게 아름답고,

여신의 이름을 딴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멜브릿의 중추에 있었다.

내 적이었으면 좀 더 알기 어렵게 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 있는 듯한 낌새를 보이며 유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은 있었다.

"나는 왜 기억을 잃은 거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면 모두 알게 되실 거예요."

"아……. 그렇군."

나는 손을 뻗었다.

그런데, 시아는 내게서 영혼석을 가리듯이 손을 쥐었다.

"응?"

"아직 드리겠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네. 모든 걸 알려드릴 거예요.

하지만 이 영혼석을 건넬 때는 지금이 아니랍니다. 조건이 있어요."

"조건?"

"그걸 알려드리기 전에 먼저 질문하겠습니다.

확인하신 대로, 제게 최면은 통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고 있으신가요?"

나는 고민했다.

지금 꺼낸 말로 봐서, 시아는 나를 잘 알기는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최면이 통하지 않은 시점에서, 시아는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 의지를 존중하고 이야기하려 한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신이었을 때부터 그녀가 내 아군이었을 가능성.

이 경우 최면에 대한 대응책을 알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녀가 이미 벨라보다 심하게 최면 조교를 당한 상태라서 그럴 수 있다.

즉 언뜻 시아의 의지처럼 보이는 이 상황이 돌고 돌아서 나 자신의 계획일 가능성.

둘째는 시아 나름대로 내 이용 가치를 재고 있을 가능성.

벨라의 반응,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최면은 신들에게도 희소한 능력.

아니, 이 순간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나의 고유 권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지금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어떤 신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이 위협을 돌파하려면 시아의 힘이 필요하고, 그녀가 날 이용할 생각이라면 이쪽의 안전을 조건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은 마쳤다.

모든 사고는 물 흐르듯 빠르게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맞춰지지 않았던 퍼즐의 단서가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 나를 대리인으로 삼은 여신 덕에 알았어.

여신은 자신의 존재를 본체 포함 셋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상태에서는 최면이 통하지 않아.

자세한 이유는 불명이지만……."

"네. 알고 계신 대로, 저는 지금 제 존재를 셋으로 나누었습니다.

최면이 걸리지 않는 이유는 존재를 나눈 탓에 의식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신체는 각각 다른 사고를 해? 막 다른 사람처럼 움직이거나?"

"연결이 뜸하기는 하지만 비슷하게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움직이는 동안 다른 분신체를 늘어놓는다면 마치 마네킹처럼, 수동적인 상태가 되겠죠."

연결이 뜸해진다…….

그게 벨라가 말한,「분신체와 본체가 함께 있을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

여신의 존재를 나누어서 즐거운 4P 섹스를 하려고 해도, 본체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연결이 희박해서 최소한의 반응만

보일 테니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최상급 보지 인형을 둘 끼고 섹스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가만있어 봐. 그것도 꼴리는데?

벨라는 분신과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이렇게 보면 섹스할 때 옵션으로 추가하지 못할 것도 없잖아.

본체까지 포함하면 임신 확률도 세 배아냐?

나는 벨라한테 들었던,「여신을 임신시키는 조건」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여신은 완전한 상태일 때 임신하지 않으나 나뉘어서 불완전해졌을 때는 임신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게 임신한 후에는 다시 하나가 되어도 잉태한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엥, 어쩌다 임신 쪽으로 샜지?

여신을 앞에 두고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나도 참…….

"애초에 신은 왜 존재를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서 하며 능률을 올릴 수도 없다면, 있어 봐야 쓸모없는 기능 아냐?"

이것은 벨라에게 처음 들었을 때 떠올린 의문이다.

그때 벨라는 1급신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만 했다.

일레시아는 좀 다르게 말해주려나?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일레시아는 마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씀하신 대로 쓸모없는 기능이지만, 그렇기에 의미가 있어요."

"쓸모없지만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조화계에 오직 두 신만 있었어요. 지금은 1급 신이라 불리는 두 분. 프레미아 님과 니뮤엘 님."

"음음."

이름을 들어 보니 둘 다 여신이군.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1급 신의 보지는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면 천벌이 떨어지려나.

"두 분은 각각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서, 프레미아 님은 마물을, 니뮤엘 님이 인간을 만드셨어요."

"마물과 인간의 창조주가 다르구나. 몰랐어."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지만.

아니……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닌가?

"설마, 내 최면이……."

"네. 데칼 님의 권능은 프레미아 님의 축복이 닿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그것은 어느 세계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마물이란 존재에 해당합니다. 반면 니뮤엘 님은 인간이 자신들과 같은 고도의 지성체이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태어난 것이, 인간입니다."

"지금까지 여신들을 꽤 만났는데, 지금 얘기한 신들이랑 비교하면 격이 다른 느낌이네."

"그렇습니다. 격이 다른 존재.

2급 신 밑으로는 1급 신이 부리기 위해 인간을 격상시킨 유사 신에 불과해요.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왜 존재를 셋으로 나눌 수 있느냐가 아닌, 왜 존재를 항상 하나로 하지 못하느냐……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하나의 완벽한 존재로 성립하는 신은 조화계에 두 분뿐입니다."

"그럼…….

밑 등급 신들은, 잠깐이지만 존재를 하나로 해서 완벽한 신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일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여신 강림, 또는 현신(現身)했다고 합니다."

"재미있군."

즉, 여신이 완전한 상태일 때 임신할 수 없는 것은.

그럴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는 것.

하나의 개체로 이미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인간이던 시절의 흔적에 불과하고, 종을 보존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내 최면이.

여신이 불완전한 상태일 때는 걸 수 없고, 완벽한 상태일 때 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올바르게 아셨겠죠.

제가 왜 최면에 걸리지 않는지."

"이해했어. 즉, 불완전할 때는 임신시킬 수 있고, 완전할 때는 최면을 걸 수 있다는……."

"네? 임신?"

일레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차. 자연스럽게 임신이랑 연관 지어 생각하다가, 그만.

"……."

"……."

민망한 침묵이 감돌았다.

빛이 거세게 흐르는 새하얀 공간에서, 빛의 여신과 알현하며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레시아는 놀랐을 뿐.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네. 맞아요.

지금 데칼 님은, 저를 임신시킬 수 있어요."

"……."

꿀꺽.

그런 소리를 면전에서 들으니, 자지에 피가 쏠렸다.

"만족하셨나요?"

"응."

"조건은 제게 최면을 거는 것.

그때까지 제 의지로는 영혼석을 건네드릴 수 없어요."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들리는데."

"맞아요."

최면을 걸어서 가져가라는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제가 왜 최면에 걸리지 않는지는 아셨을 거예요. 그럼 반대로, 제게 최면을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깨달아주기를 바라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일레시아는 조곤조곤 말했다.

"불완전한 여신을, 현신하게 만든다."

"네. 그래요."

"……."

일레시아는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끝없이 성스러운 녹색 눈. 아름다운 피부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야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를 공략해서, 최면을 걸어주세요."

"……뭐?"

설마 했었던.

자기한테 최면을 걸어달라는, 간곡한 요청.

"그리고 제게서 영혼석을 가져가시면, 준비는 끝납니다."

"이건 대체 뭐를 위한 일이야?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음……. 말하자면, 이것은 실전을 대비한 연습……. 그러니까, 최소한의 힌트는 전부 알려드렸어요.

실패해도 좋아요. 데칼 님을 해치거나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유롭게 공략해달라고?"

"네."

이것이 무언가를 위한 연습이라면.

언젠가는 실전을 할 때도 생긴다는 얘긴가?

어쨌든 지금은 일레시아의 말에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기회 아닌가?

위험부담 없이 빛의 여신을 공략할 수 있다.

공략에 성공하면 마음대로 섹스할 수 있다.

이 예쁜 입이 허덕이는 소리를 내도록 할 수 있다.

자지가 바지를 뚫고 튀어나올 기세로 발기하는 기분이었다.

일레시아는 내가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성공하면, 임신섹스 해도 좋아요. 그렇게 되면 저한테, 거부할 권리는 없으니까."

"지금 덮치는 건 안 돼?"

"안 돼요. 제대로 최면을 걸고 나서 해주세요."

"……큭."

이대로 물러나고 싶지 않다.

부탁해볼까?

"맛보기 정도는 시켜줘."

"맛보기……?"

"내 의욕을 북돋기 위해서라도. 어때? 내가 어렵다고 포기해버리면 너도 곤란하지?"

"……."

일레시아는 난처한 듯했다.

내가 이런 식의 교섭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겨우, 일레시아를 몰아붙였다. 정말 추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나는 일레시아를 안았다.

신격을 밝힌 일레시아를 내 여자처럼 안고, 손을 앞으로 뻗어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지면서.

입맞춤한다. 좀 전보다 훨씬 본격적으로, 혀를 집어넣고.

마음대로 타액을 흘려 넣는다.

"……움."

일레시아는 입을 열어, 맛보기를 허락해 주었다.

나와 혀를 섞고, 엉덩이를 만지도록 대주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 흥분되어, 자지를 비벼대며 키스한다.

나는 마치 욕구밖에 없는 동물 같다.

그런 동물 같은 움직임으로 일레시아의, 잘 정돈된 예쁜 차림새를 흩뜨리고, 키스하며 내 침을 바르고, 엉덩이를 만져대며

그녀의 몸을 자극하는 것은 머리가 마비될 정도로 배덕감의 극치였다.

이 정도로는 참을 수 없다.

당장 자지를 넣고, 섹스하고 싶다.

이 여자와 나는 어떤 관계였을까? 이미 내가 섹스할 만큼 섹스해서 보지도 마음도 타락한 노예?

만약 예전에 최면을 건 적 있다면 날마다 일레시아와 섹스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이 년에게는 수컷의 욕구를 부채질하는 매력이 있다.

"츄웁……. 쪼옥……."

죄인도 회개하고 무릎 꿇을 것 같은 성스러운 녹색 눈으로 날 보며.

내가 추잡하게 얽혀도 일레시아는 싫어하지 않았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떤 최면을 걸었는지 모르겠으나, 일레시아는 나한테 꽤 조교 된 것이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욕구를 강요하는데도 전혀 싫어하는 티가 안 나.

이렇게 밀착했을 때 혐오감을 숨기는 건 쉽지 않다. 표정이나 사소한 움직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레시아는, 처음에 꼭 끌어안았을 때부터.

싫은 나머지 몸이 경직된다고 하는 생리적인 반응도 없다.

일레시아의 모든 신체 부위가 나를 긍정하는 것처럼, 날 아껴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일레시아. 나랑 꽤 많이 섹스했지?"

"……."

입술을 떼고 속삭인다.

일레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일레시아와 키스하며, 추잡하게 그녀의 혀를 빨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꼭 최면 걸어서, 밤낮 잊고 섹스해서 임신시켜줄게. 알았지?"

"……오늘은 늦었습니다."

"엇?"

분명히 일레시아와 꼬옥 밀착하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힘의 간섭을 받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아쉽다……. 여신 맛보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추가 확장팩이 구매 가능이었다면 바로 샀을 텐데.

여신의 보지를 해금하려면 카드가 아닌 최면이 필요한 것 같다.

주변을 가득 메운 빛이 점점 사그라든다.

꿈속을 거니는 듯했던 새하얀 공간이 없어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곳은 멜브릿 본관 2층에 있는 도서관.

사실, 서 있는 위치는 처음부터 바뀐 적이 없다.

"매일 자정,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금 물어볼까?

내가 생전에 어떤 신이었는지.

"……."

아니…….

"그래, 또 보자."

일레시아는 말했다. 나는 신이었을 때도 여자를 밝혔다고.

그것만 알면 충분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알게 될 테니까.

나는 도서관을 나섰다.

여길 떠날 때 이런 기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묘한 태도로 내 마음을 끌어들이는, 아름다운 빛의 여신.

이 세계의 진실이 어찌 되었든 나랑은 상관없다.

일레시아에게 최면을 건다.

오직 이것만이 현시점의 최우선 사항이다.

기숙사로 돌아오기 전부터 내 의식은 팔색 조개 성을 향하고 있었다.

날 도와줄 두 여신을 찾아가기 위해, 나는 성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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