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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33화 (133/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13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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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긴급 지령 71호.

케파 마을을 습격한 도적단을 괴멸시키고, 붉은 영혼석의 소재와 소멸을 확인.

그 모든 걸 해냈다는 말이겠죠?"

예리한 시선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간다.

솜털까지 쭈뼛쭈뼛 서게 만드는 고압적인 태도.

새까만 단발머리, 짙은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더욱 매서워 보이는 이 여자는, 학생회의 부회장이며, 노아가 요주의라고 말했던 세 인물 중 한 명.

네리스 리케.

나는 셋 중 한 명이 빛의 여신 일레시아라고 생각한다.

헤르카, 시아, 네리스.

셋 중에는 가장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내 눈앞에 있는 여자가 여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묘하게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도적단은 괴멸했습니다.

붉은 영혼석의 소재도 확인했고, 파괴했습니다.

저희는 하루 간 더 마을에 머물며 붉은 영혼석에 대해 조사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했습니다.

도적단을 괴멸하는 과정에서 생포한 도적단 협력자 외 일곱 명은, 집행부에 보내고 오는 길입니다."

"……."

네리스는 똑바로 서서 우리를 둘러보고 말했다.

"좋습니다. 돌아가시길."

응? 이렇게 끝이야?

분명히 까칠하게 따질 줄 알았는데.

박서연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무슨 일입니까? 돌아가라고 한 말이 들리지 않았나요?"

스티아가 나서서 말했다.

"저, 붉은 영혼석에 관해서는……."

"무언가 알아낸 사실이라도 있나요?"

네리스가 날카롭게 물었다.

스티아는 기가 질려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오. 유의미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그 밖에는?"

네리스는 자리에 앉아, 이미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듣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아니면, 내가 축하라도 해주기를 바랍니까?"

다들 나를 보았다.

박서연 얘기는 내가 해야겠지. 아무래도.

"결과적으로 도적단이 괴멸하기는 했지만, 도적들 아지트에 갔을 때 도적단은 이미 와해한 상태였습니다.

한 사람의 손에 의해서."

"……."

네리스는 흥미가 동한 듯 나를 보았다.

"같은 후보생이었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젊은 여성입니다."

"특징은?"

"이름은 박서연. 흑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키는 중간 정도. 무기로 작두를 사용하고 잔인합니다.

공격당한 도적들은 모두 예외 없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서 매장했습니다."

"……당신들은 그럼. 시체를 묻기만 하고 왔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누구보다 명예를 신경 쓰는 디아나가, 그 말을 듣고 욱했는지 바로 반박에 나섰다.

"데칼이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던 도적들을 제압하고 사로잡았어요.

또한 다쳐서 시름시름 앓던 사람들을 치료한 것도 그예요."

한데, 어째 공을 나한테 돌리는 것처럼 들렸다.

디아나는 한없이 진지하다.

내가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뿔이 난 것일까?

나는 멜브릿에서 고평가받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디아나를 보고 알았다.

열없이 이 자리에 서 있으면 안 되는 거였어.

이번에는 내가 말했다.

"박서연은 제정신이 아닌 위험인물이었습니다.

싸워서 저지하지 못했더라면 마을 전체가 위험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제 목숨을 구한 게 디아나 뱅가드입니다."

"……."

디아나는 깜짝 놀라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또 스티아 하르페. 그녀가 용기 있게 나서지 않았다면 우린 아지트 들어가기도 전에 겁이 나서 다 도망갔을 겁니다.

그곳은 제정신으로 서 있기도 힘든 공간이었고, 돌발적으로 싸움이 났을 때 아바, 카렌, 스티아가 디아나와 저를 지키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 겁니다."

서연과 싸울 때 한 사람이라도 없었으면 위험했다.

서연은 굉장히 강했고 스티아와 카렌 둘이서 덤벼도 근접전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 약간의 모자람을 메꿔준 아바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놀라움도 있었다.

물론 내 주관만 너무 강하게 들어가면 긴급 지령에서 가장 활약한 사람은 카렌이다.

풍만한 젖탱이로 날 치유해줬기 때문에.

네리스는 가만히 내 말을 경청하다가 입을 뗐다.

"알겠습니다.

보상은 공정한 기준으로 논공하여 배분하겠습니다."

네리스는 무언가 주저하는 듯하다가, 덧붙였다.

"이런 말은 익숙하지 않지만…….

멜브릿의 이름에 걸맞은 활약입니다. 고생했습니다."

능숙하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용사 학교 멜브릿은 돼먹지 못한 시설이기는 해도, 나와 지령을 함께한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다.

내가 몇 마디 더 얹는 수고를 아낄 필요는 없지.

이제 돌아갈까?

나는 옆을 돌아봤다.

스티아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저,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무엇입니까?"

"붉은 영혼석에 관해 묻지 않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긴급 지령에는 영혼석의 출처를 파악하는 일이 도적단 괴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네리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영혼석의 출처는 우리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북부 전선에서 패주한 도적단이 영혼석을 소유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학생회장님이 긴급 지령을 내리기로 하셨습니다."

붉은 영혼석.

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위험 물질이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스티아가 그걸 신경 쓰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붉은 영혼석에 의한 피해자가 생기길 바라지 않는 마음은, 우리 중 제일 강하겠지.

"최근에는 특히 전선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에도 영혼석이 발견되기 시작했죠.

그 출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상태입니다."

"영혼석의 출처가…!"

"제 판단으로 여러분께 알려드려도 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상관없겠죠. 저는 여러분을, 금방 용 급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네리스는 그 말을 하면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봤다.

뭐지? 곁에 놓고 직접 조지고 싶다는 암시인가?

네리스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가기는 갈 거지만.

"마왕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붉은 영혼석은 전선에서 흘러들고 있어요. 강화된 마물의 수도 예전보다 훨씬 늘어나서,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 말씀은, 마왕군이 총공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저도 내일은 전선에 갑니다. 여러분도 얼른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실질적인 위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용사 후보생은 때가 되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근래 보기 힘들었던 우수한 인재입니다.

한 사람은 조금, 품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시선이 따갑다.

아무래도 멜브릿에서 날 예의주시하는 게 여신만은 아닌 모양이다.

첫 만남에 겁도 없이 추파를 던졌으니 당연한가.

하지만 세계의 위협 따위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 여신을 만나는 일과 당장은 멜브릿의 여자들과 섹스하는 것이 더 중요해.

그 목적은 변함없다.

"말이 길었군요.

보상 문제는 추후 다루겠습니다. 제일 먼저 학생 수첩의 평가 점수가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카렌?"

"아, 네!"

네리스는 갑자기 카렌을 지목하고 차갑게 쏘아봤다.

"그 남성과 너무 붙어 있습니다.

떨어지세요."

"……네."

카렌은 시무룩한 얼굴로 내 옆에서 반보 떨어졌다.

"여러분은 용사 후보생입니다.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마세요. 특히 멜브릿의 여성이 함부로 남자와 긴밀하게 지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

역시나.

처음 느낀 인상대로, 멜브릿의 답답한 원칙을 의인화한 것 같은 사람이다.

특히 이성 교제에 대해 대단히 고지식하다는 느낌이다.

"나가보세요."

내쫓기듯 밖으로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내 옆에 가까이 있었다고 지적당한 카렌은 조금 우울해 보였다.

"처음으로 멜브릿이 싫다고 생각했어……."

나는 아무렇지 않게 카렌의 젖을 주물렀다.

"괜찮아.

카렌이 팔색 조개 성으로 갈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해볼게."

"앗. 흐읏……. 응."

스티아는 한숨을 쉬었다.

"카렌. 데칼의 응석을 받아주면 안 돼. 방금 네리스 님 얘기 못 들었어?

마왕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붉은 영혼석 문제도……."

나는 스티아의 가슴도 만졌다.

"아, 아읏……. 데칼……."

"만지고 싶어."

"안 된다니까."

"만지고 싶어."

"……."

얌전해진 스티아를 보고, 디아나가 기막힌 듯 말했다.

"응석이 뭐가 어째?"

"……."

스티아는 할 말이 없는 듯 볼을 붉힌 채 가만히 있었다.

그때 우리를 보고 있던 아바가 말했다.

"저기…….

정말 다들 데칼이랑 사귀고 있어?"

"……." "……." "……."

이번에는 디아나까지 포함해서 말이 없어졌다.

"사귀는 여자는 따로 있는데."

"누, 누구?"

디아나가 반사적으로 말한다.

"아니!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는데. 그냥 호기심에 물어보는 거야."

대단히 신경 쓰이는 것 같은데.

"엘프."

"……큭. 엘프라면 하나같이 부조리할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긴 종족이잖아."

이스티가 좀 예쁘기는 하지.

여신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안 본 지 꽤 되어서 그런지, 양옆으로 카렌과 스티아의 젖을 만지는 와중에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여자친구 입후보해 볼 생각이었어?"

"누, 누가 그래!"

여자친구는 안 되고.

어디, 비어있는 게 뭐가 있더라.

좆집, 노예, 암캐, 요정은 다 있고……. 정액받이 하나 만들까?

"정액받이 해볼래?"

진지하게 말했더니, 디아나가 나한테 손을 겨눴다.

"헉! 마법 쓰지 마. 셋이서 감전이야!"

"네가 가슴 만지는 걸 그만두면 되잖앗! 뱅가드 가문의 영애한테 뭐? 뭘 받으라고?"

차마 부끄러워서 전부 말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아바는 디아나와 나의 실랑이를 보며 말했다.

"……디아나 양도 충분히, 데칼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

제삼자가 정곡을 찌르자, 디아나가 흠칫했다.

"데칼이 인기가 많다는 건 알겠어. 잘생겨서 그런가?"

"뭐,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겸손함을 보여준다면 더 멋질 거야. 데칼."

스티아가 지적한다.

나는 복수하듯이 스티아의 젖을 조물조물 만졌다.

"……흐읏. 거기다, 이런 뻔뻔함도 좀 줄이고."

멜브릿에서 당당히 여 후보생 젖 만지기.

사람 없는 복도에, 여자들이 허락해줘서 가능한 일이지만 묘한 스릴을 느낀다.

학교에서 안 된다고 선을 그어 놓았기 때문일까? 괜히 더 침범하고 싶다.

"그래도……."

아바는 웃었다.

"데칼 덕에 분수에 맞지도 않는 어려운 지령을 해낼 수 있었어.

고마워."

우리는 모두 아바를 보았다.

"아무도 네가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덕은 더더욱 아니고."

"오빠 말이 맞아요."

"……."

아바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좋은 녀석이다.

여자 밝히지 않는 점까지 마음에 든다.

……혹시 내 엉덩이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스티아와 카렌을 놓아주고, 학생 수첩을 펼쳐 확인했다.

"아, 점수 변했네.

다들 확인해 봐."

나는 늑대 급에서 곰급으로.

종합 점수는 1,132pt였다.

자리를 비운 동안 깎인 것보다, 지령 추가 점수로 벌어낸 점수가 훨씬 많았다.

쫓기듯이 점수를 올렸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겼다. 용 급까지 약 400pt. 솔직히 쉽지.

내일이라도 당장 용 급으로 갈 수도 있다.

네리스를 허덕이게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자지가 꼴린다.

"흥……."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첩을 접었다.

표정을 보니 곰급으로 들어간 게 꽤 만족스러운 것 같다.

언니, 틸리아 뱅가드와 같은 급이었지.

"오빠! 나 늑대 급 됐어. 금방 따라갈 거야."

"기대할게. 우리 좆집."

카렌을 안고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나도 금방 올라가겠어."

"너도 안아달라고?"

"아니……!"

"안고 싶어. 스티아."

"크읏…! 버, 버릇 나쁜 아이 같이 굴면 다 들어줄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스티아는 내 응석을 이기지 못하고 얌전히 안겼다.

"다들 용 급에서 만나자고."

"나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아바는 자신 없는 듯 말끝을 흐렸다.

"원래 늑대 급에도 왜 있는지 잘 모를 후보생이었으니까. 나는."

"자신감을 가져요."

이번에는 디아나가 말했다.

"아바. 데칼 말대로 당신은 제 몫을 해냈어요.

일일이 남들에게 허락받지 않으면 자신을 믿을 수 없다니, 자신의 가문을 욕되게 하지 말아요."

"……맞아. 맞는 말이에요. 고마워요. 디아나 씨."

"데칼만큼은 아니더라도, 뻔뻔함도 필요한 거예요."

어쩌다 뻔뻔한 인간의 대표 격이 됐다.

뭐, 여기에 있는 여자 셋한테 질싸했으니 딱히 할 말도 없다.

귀한 귀족 가문 아가씨. 멜브릿의 귀한 인재. 그런 게 주렁주렁 달려 있으니 더더욱 질싸하고 싶다.

임신시키고 싶다. 그리고 불러오는 배를 난처한 듯 안고 있다가, 내 아이를 기르게 되는 모습도 보고 싶어.

그걸 위해「팔색 조개 성」을 안전하게 만드는 작업도 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계획이다.

뻔뻔한 놈은 뻔뻔한 놈답게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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