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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10화 (110/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1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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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적들을 상대할게. 너희에게는 도적들의 퇴로를 막는 일을 부탁하고 싶어."

"혼자서 하겠다고?"

디아나는 어딘가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 나 혼자 움직이는 편이 좋아. 수가 많으면 경계해서 공격부터 할 가능성이 크니까.

내가 도적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면, 근거지를 기습해서 임무를 끝내자."

"……기가 막히네.

그런 설명만으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어설픈 작전인가?"

"작전 얘기가 아냐. 너 혼자 도적을 상대하고, 도적들이 가진 정보도 털어낼 수 있다는 말을 믿기가 어려울 뿐이야.

덮어놓지 말고 모두 말해."

"……."

스티아도 입을 열었다.

"카렌은 알고 있는 거지?"

카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믿어줄 수는 없을까? 나의 명예와 검에 걸고, 데칼의 비밀을 누설하는 일은 없다고 약속할게."

"나, 나도……."

아바도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세 사람의 뜻을 확인했다.

역시 덮어놓고 지나갈 수는 없나.

"그러면, 관둘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갈 준비 하자."

"자, 잠깐!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디아나가 초조한 듯 나를 붙잡았다.

다 귀찮아졌다고 말하면 좀 그렇지.

"스티아 말대로 위험한 임무잖아? 돌아가서 우리보다 더 높은 급의 후보생을 보내 달라고 하자고."

나한테는 손해 볼 게 없다.

여기 마을 사람들, 가엾기는 하지.

하지만 내가 다칠 위험, 내 여자들이 피를 볼 위험에 저울질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방법, 최면으로 돌파할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게 낫다.

애써서 설득해봐야 결국 위험한 임무를 하러 가는 일에 변함은 없어.

최면을 걸어서 작전에 납득하게 만들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마음속에 언제든 그만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낸다?

나는 착한 일 하려고 멜브릿에 온 게 아니다.

용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새삼 깨달을 뿐이다.

"……그래. 데칼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어쩔 수 없지.

모두의 목숨을 걸 수는 없어."

스티아는 체념한 듯했다.

하지만 디아나는 달랐다.

"나는 혼자서라도 갈 거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덤비는 건 하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큭…! 너, 그러고도 용사 후보생이야?"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뿐이야. 마을의 상황을 알리고, 나머지는 급이 높은 후보생들이 해결하게 두면 돼."

디아나도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와서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에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지.

혹시 쉽게 경험치를 벌 수 있지 않을까, 살펴보러 왔는데.

괜히 왔다 싶을 때였다.

"나는 데칼의 작전대로 하면 어떨까 싶어."

아바가 꺼낸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무척 의외였다.

"나한테 비밀 하나 말할 수 없는 놈 작전을 어떻게 믿고?"

디아나는 속으로 엄청나게 서운했던 것 같다.

"데칼이 수단을 밝힐 수 없는 건 개인사에 얽힌 문제잖아. 오히려 공훈을 신경 쓰지 않고,

우리의 안위를 생각해서 바로 포기할 생각도 하고 있었어.

그런 데칼이 작전대로 하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로 나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어?

말이 그렇게 되네?

결국 따지고 보면 궤변이기는 하지만, 작전의 디테일에만 몰두하고 있던 두 여성은 몰랐던 새로운 관점이다.

그때 카렌이 내 소매를 잡았다.

"오빠. 내가 하고 싶은 말 해도 돼?"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근질근질했는지, 카렌이 눈을 빛낸다.

화합을 원하는구나. 이 녀석은.

"알았어. 해."

"오빠가 자기 일에 대해 밝히지 않으려는 건, 두 사람과 자연스럽게 맺어진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해.

그것과는 별개로 이 지령은…… 오빠를 믿고 따르면 분명히 성과를 거둘 수 있어."

"……."

디아나와 스티아가 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흐름이,

어느샌가 디아나와 스티아를 설득하는 일로 바뀌었다.

나를 믿을 수 있다고 말해준 아바 로운과,

내 사정을 헤아리는 카렌의 이야기로.

두 사람의 마음도 변해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

스티아가 입을 열었다.

"나는 붉은 영혼석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야. 그 욕심으로 인해 사람들을 다치게 할까 봐. 함부로 이끌 수 없었어.

데칼이 냉정하게 바라보고 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에, 나는 내 목숨을 맡길게."

"목숨까지 걸 필요 없어.

해봤다가 잘 안 풀리면 바로 도망가야지.

아바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바는 쿡쿡 웃었다.

"데칼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래서 믿을 수 있다니까."

남자끼리 강하게 의기투합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스티아의 두터운 신뢰도 기쁘다.

하지만 여기서 목숨과 맞바꿔 일을 해결하자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스티아.

여기서 만약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목숨을 버리면 안 돼. 알았지?"

"……."

스티아는 멍하니 날 바라봤다.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은 처음이야."

어라?

…….

스티아는 빨개진 볼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모른다.

한참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디아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들 바보야?

작전은 장난이 아냐. 믿을 수 있는 작전일지 어떨지는 얘가 뭘 생각하는지 전부 밝히고 나서 따져보고 정할 일이지.

친한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판단력이 흐려진 거야! 어리석긴."

"디아나는 반대야?"

"반대야! 당연히!

하지만, 너희들끼리 그러고 있으면 돼. 어차피 나는 혼자서라도 할 생각이었으니까.

「나한테 지시는 내리지 않는다」고 했지?"

"……그랬었지."

"나는 그놈의 작전이 틀어질 때를 대비해서 움직일 거야. 알았어?

우정 놀이는 너희끼리 해. 어차피 가장 활약하는 건 나니까."

그래, 이렇게 나오는 사람도 있어야지.

너무 디아나답다고 생각한 나머지 웃음이 터졌다.

"뭐가 웃겨!"

다들 따라서 미소 짓자 디아나는 민망한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여차할 때는 부탁해. 디아나. 믿고 있을게."

"……."

디아나는 여전히 삐친 듯 고개를 돌린 채로 있다가, 마지막에 작게 중얼거렸다.

"때가 되면 다 말해주기야?"

카렌이 디아나를 꽉 끌어안았다.

"디아나, 너무 귀여워!"

"떨어져. 가슴이 닿잖아. 흐앗. 뭐야, 이 감촉은…!"

디아나는 카렌의 가슴 감촉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바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다들 피곤할 테니 이쯤 하자."

나는 손뼉을 치고 파장을 알렸다.

스티아는 일어나서, 나를 보며 말했다.

"데칼…. 고마워."

"응? 어떤 것이?"

"……."

스티아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끝내 말하지 못하고 여자 방으로 가버렸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자. 디아나."

"알았으니까, 끌어안지 마. 무시무시하네……. 정말로."

"오빠. 그럼 가볼게!"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부르고."

카렌은 디아나와 비비적거리며 떠났다.

여자들이 여자 방으로 간 후 남자 방에는 묘한 적막감만이 남았다.

옆구리가 좀 허전하기는 해도 마음 편안한 허전함.

거사를 앞두고 남자끼리 있으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거기서 용케 그런 말을 했네."

"아까?"

"솔직히 나는, 네가 돌아가고 싶어 할 줄 알았으니까."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난 용감한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옷이랑 양말을 벗고 내 침대로 들어갔다.

"그런데 왜 그랬어?"

"데칼을 보고 자극받았어.

모험가 출신이라 업신여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 토끼급에서 올라오는 걸 보고……."

"……."

아아, 한참 질내사정으로 점수 벌고 있을 때였구나.

에카테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팔색 진주 아직 갖고 있으려나? 메뉴를 열어서 엿보기 창을 켰는데 에카테리나 쪽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밀폐된 공간 같기도 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목욕하고 있을 때 훔쳐봐야지.

"나도 형의 뒤를 바짝 붙어서 쫓아가고 싶어……."

"큰일이네."

"응, 큰일이야. 흐암."

아바는 자기 침대로 들어가서, 곧 움직이지 않게 됐다.

"잘 자. 데칼."

"그래."

바로 잠자리에 들 줄 알았지만, 여자 방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한 시간은 들려와서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카렌, 즐거운 것 같다.

조개 성으로 부를까 했는데 방해하지 말고 둘까.

다음 날.

우리는 작전의 세부사항을 다듬어서 촌장에게 전달했다.

싹 긁어도 좋으니 공물 준비는 평소보다 많이 할 것.

마을 사람들의 눈을 이용해서 숨어있는 도적들 위치를 낱낱이 밝히는 데 협력을 받기로 했다.

또한, 우리가 작전을 결행하면 집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말 것.

이렇게 전달하고, 우리는 흩어져서 마을 내부를 충분히 살펴봤다.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조사했다.

특히 스티아는 의욕이 넘쳤다.

나는 아바랑 돌아다니면서 북부 전선 얘기를 들었다.

북부 전선은 버려진 전선.

길 잃은 마물, 통제를 잃은 병사들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마을이 있기는 하지만 치안 수준도, 생활 수준도 최악에 가깝고.

모두 접근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이제 와서 그곳을 찾아가는 건

최소한의 안전선을 지키기 위해 투입되는 병사들

그마저도 병영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탈영을 시도한 사람들이 가는 유배지라는 것 같다.

사형이라도 당할 정도의 극악한 죄를 저지른 자가 아니면 애초에 자기 발로 갈 일도 없는 곳이라나.

이야기를 듣고 난 감상은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말하다가 태연하게 공격할 수도 있고, 독을 쓸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결행 당일 밤.

촌장은 요구대로 마을 입구에 술과 식량을 가득 실은 수레를 셋, 화장한 처녀를 여섯이나 준비했다.

"뭐야! 촌장. 오늘은 좀 준비 상태가 마음에 드는데?"

도적 하나가 건들거리며 다가온다.

나는 오랜만에「은폐의 장막」을 활용해서 몸을 숨기고 추이를 지켜봤다.

"부디 다른 이들의 목숨만은……."

"좋아. 오늘은 성의를 봐서 채찍질은 봐줄게."

도적은 고개 숙인 채 무릎 꿇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수레로 다가가서 난폭한 손놀림으로 음식물을 뒤졌다.

"무슨 수작질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이 밑에 부피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쓰레기를 넣어뒀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당치도 않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촌장은 땅에 납작 엎드려 조아린다.

"오. 진짜네?

기특해. 마음에 들어. 계속 이런 식으로 하라고. 물론, 더는 내올 게 없을 때 너희들은 다 죽은 목숨이지만 말이야."

"……."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도적이 소리 질렀다.

"뭘 쳐다봐! 꺼져!"

마을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나, 멀어진다.

곧, 도적이 뒤돌아서 손짓했다.

"다 와봐! 오늘은 선물이 특히나 많으니까."

그러자 어둠 속에 숨어있던 도적 다섯 명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로 걸어온다.

지금 나갈까?

아니, 조금 더 기다리자.

도적들은 준비된 처녀들을 끌어안고 시시덕거렸다.

"가만히 있어. 잠깐 맛보기 하는 거니까."

여자들이 혐오감을 억누르고 버틴다.

곧 후방 감시 역으로 있었던 도적들까지 뛰어왔다.

"야, 너희들만 그러기야!"

"돌아가면 어차피 두목한테 못 쓰게 될 보지인데. 미리 좀 먹으면 어때?"

"그러다 들키면 우리 좆된다고. 병신아."

"쳇……."

나는 골목에 숨어 있는 아바와 눈을 마주쳤다.

아바에게는 내가 숨어있는 위치를 미리 알렸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이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을 때 소리 없이 알리기 위해 수신호를 정했다.

아바는 손동작으로  나한테 됐다고 알린 후, 골목 안으로 숨었다.

나는 은폐의 장막을 해제한다.

"너, 너는 뭐 하는 놈이냐!"

"그 제복, 멜브릿의…!"

"주목."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도적들은 싱겁게 최면에 걸렸다.

마을 처녀들, 촌장, 도적들까지 전부 범위 안에 있었다.

나는 제일 먼저 찾아온 도적 운반책에게 물었다.

"내 질문에 답해라.

여기에 모인 인원 말고 동료가 더 있나?"

"없다……."

"총 여덟 명. 맞지?"

"그래……."

"전원, 무장을 해제하라."

도적들은 가진 무기를 모조리 바닥에 버렸다.

허리띠를 풀어서 검을 떨구고, 주머니나 품에 숨긴 날붙이를 떨어트린다.

"도적단 전체 인원수는."

"스무 명 정도……."

실제 인원은 더 적은 것 같군.

"여기 인원을 제외하면 열 명 남짓인가?"

"그렇다."

자결하라고 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게 깔끔하기는 한데.

일 처리를 그렇게 했다간 분명히 의심받겠지.

"너희 아지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누구지?"

"나다."

이 녀석 안내역으로 남기고.

"이름은?"

"로푸스."

"로푸스 제외 도적 일곱 명, 무릎을 꿇어라."

무장 해제한 일곱 명이 차례대로 무릎을 꿇는다.

몇 명은 배짱이 머리를 지배한 듯 끄윽 끅 거리며 견딘다.

"무릎을 꿇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러나, 재차 언질 주자 맥없이 무릎을 꿇는다.

이제부터는 암시를 건다.

당연히, 저항할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다.

나는 도적들을 가리켜 말했다.

"「너희는 아무도 해칠 수 없다」「지금 그 자세로 결코 움직일 수 없다」"

이들은 살아있기만 할 뿐 이제부터 석상과 다름없는 운명이다.

나는 다음으로, 로푸스를 봤다.

"로푸스. 「너는 용사 후보생의 협력자다」"

"협력…자."

"「필요하다면 너는 몸을 바쳐서 후보생을 지킨다.

도적들의 정보를 거리낌 없이 팔아치우고, 어떤 때에도 진실하게 말한다」"

"……."

좋아. 끝났군.

짝.

나는 손뼉을 쳐서 이들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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