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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06화 (106/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0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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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멜브릿을 나와서 디아나의 집으로 갔다.

    고급 주택가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뱅가드 가문의 호화 저택으로.

    디아나는 도착하자마자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뱅가드 가문의 메이드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손님이시군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셀레네는 정중하게 우리를 접객실로 안내했다.

    어떤 용도로 쓰이는 방이라고 말해준 건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 느낀 인상은 그랬다.

    편안하게 앉아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앉아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제일 먼저 푹신한 소파를 골라서 앉았다.

    카렌이 잽싸게 내 옆자리를 차지했다.

    "오빠~."

    카렌은 풍만한 젖탱이를 나한테 밀착시키며, 예쁘게 웃는다.

    우리 좆집. 내 마음을 잘 안다니까.

    용사 후보생끼리 남녀 따로 앉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카렌은 굳이 넘지 않아도 될 선을 넘었다.

    충실한 내 좆집으로 있기 위해서.

    나는 카렌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녀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졌다.

    카렌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색정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허벅지에 은근슬쩍 손을 올렸다.

    "……."

    졸지에 길을 잃은 아바는 어색한 듯 스티아 옆에 앉았다.

    그대로 좀 기다리고 있으니, 셀레네가 손님용 차와 과자를 가지고 왔다.

    잔을 들지도 않았는데 벌써 향기롭다.

    "고마워. 셀레네."

    셀레네는 말없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났다.

    곧 사복으로 갈아입은 디아나가 나타났다.

    딱 달라붙는 바지에 겨드랑이를 다 드러낸 민소매 셔츠를 입고.

    여정을 떠나기 전,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려고 한 것 같다.

    품위는 지키면서 활동성을 챙긴 모양새가 승마복 같아서 멋있었다.

    디아나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잘난 얼굴로 우리를 내다보며 말했다.

    "뭐해? 시작하지 않고."

    "먼저 리더부터 정할까?"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을 말했다.

    얼마 안 되는 모험가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나는 합법적으로 스티아를 리더로 추대하고 싶었다.

    "리더는 당연히 나 아냐?"

    디아나는 황당한 듯이 되물었다.

    "다들 좋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디아나는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스티아가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내가 셋이랑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다 같이 모일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을 때

    스티아는 달랐기 때문이다.

    "뭣……."

    디아나는 내심 충격받은 듯, 손을 꼬옥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둘이 그렇게 하기로 했단 말이지? 나를 놀리는 게 재밌어?"

    "놀리다니, 설마. 카렌은 어떻게 생각해?"

    "음……."

    일부러 조물조물 엉덩이를 괴롭히면서 묻는다.

    카렌은 살짝 애타는 듯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스티아가 좋다고 생각……해."

    성추행 아저씨한테 리더는 맡길 수 없다는 거지?

    나는 손가락으로 괘씸하게 꼴리는 보지 둔덕이랑 항문을 만지며, 카렌을 괴롭힌다.

    벌써 주먹으로 맞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지만, 카렌은 기특하게 내가 즐길 수 있도록 엉덩이를 뒤로 빼고 가만히 있었다.

    디아나는 바로 아바한테 시선을 돌렸다.

    추궁하는 눈빛을 받은 아바는 차를 마시다가 사레들린 듯 콜록콜록 기침했다.

    불쌍하다.

    "저, 저는 데칼이 맡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크읏…!"

    차가운 여론을 확인한 디아나는 할 말이 없는 듯 입술을 앙다물었다.

    다들 알고 있는 것 같다. 디아나는 감정적이기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걸.

    사실은 나도 그러기 때문에 리더는 스티아가 맡았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파티의 리더는 스티아인가?"

    모두가 스티아를 주목했다.

    이대로 스티아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데칼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데칼은 노련한 모험가야. 이런 일에는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를 바르게 이끌어 줄 거야."

    스티아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며, 나를 밀어주었다.

    익숙하다니, 무슨 소리야?

    내가 익숙한 건 무책임 질싸 섹스뿐인데?

    골드 등급도 긴급 임무랑 인맥으로 얻어 걸린 거지, 내 능력과 기여도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디아나를 설득하지 못했어. 모두를 뭉친 건 데칼이지. 내가 리더를 맡는 것은 이상해."

    ……그걸 설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티아는 내 두터운 인망과 경험 때문에 디아나가 고개 숙인 줄 아는 것 같은데 실상은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디아나는 암시를 기반으로 한 내 수작질에 넘어왔을 뿐.

    덕이 아니라 좆으로 데려온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뭐, 상관없으려나. 디아나가 날 고를 리도 없고.

    "우리 의견이 갈렸으니까, 디아나가 정하면 되겠네."

    "내가 왜?"

    디아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예상대로다.

    "리더를 정하는 일. 디아나 말고 누가 맡을 수 있겠어?"

    어르고 달래서, 디아나가 말하게 유도한다.

    디아나는 나를 흘낏 보더니, 무심하게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럼 너."

    "나?"

    ……의외였다.

    나는 마지막 표가 스티아한테 갈 줄 알았기 때문이다.

    육체관계야 어쨌든, 날 끔찍하게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뭐 불만 있어? 골라 달라며? ……네가 그나마 낫다고."

    디아나의 태도가 묘하게 귀엽다.

    전에는 진짜 싫어해서 쏘아붙이는 맛이 있었다면, 지금은 좀 순하다.

    이 정도나 단서가 모이면 명확하다.

    디아나는 나랑 했던 농후한 섹스가 마음에 쏙 들었던 거야.

    다짜고짜 떠나려고 했을 때도 사실은 붙잡아주기를 바라거나,

    속으로는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싫은 체한다.

    어디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귀여운 속성이 붙어버렸잖아?

    "……."

    "……왜 사람을 빤히 봐."

    디아나는 수줍은 듯 볼을 붉히고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리더를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여러분의 뜻을 받아들여, 이 파티의 리더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카렌이 손뼉을 친 것을 시작으로, 소소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임무에 관해 논의하기 전에 리더로써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들 긴장한 얼굴로 나한테 집중했다.

    "……케파가 어디에 있는 마을이야?"

    "……." "……."

    다들 말이 없다.

    노련한 모험가의, 너무나도 노련한 질문에 놀라버린 것일까?

    "…성도 외곽에 있는 마을이야."

    아바가 말했다.

    "마차를 타고 두 시간 정도 가면 있는 곳이야. 북부 전선이랑 제법 가까운 편이고, 큰 규모의 숲을 끼고 있지."

    "고맙다. 아바."

    "뭐 이정도로."

    아바가 말을 마친 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튼, 그 케파라는 마을에 도적단이 있다는 거잖아? 마을은 이미 점령당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야."

    스티아가 말했다.

    "제대로 규율이 잡힌 조직도 마을을 점령하기는 어려워.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인명 피해야."

    "붉은 영혼석 때문에?"

    "그래. 이성이 있는 동안에는 괜찮겠지만 확신할 수 없어. 정신을 잠식당하면 끝이야."

    "서두르는 게 좋겠군. 마차는 어디서 구하지?"

    디아나는 셀레네를 손짓으로 불러서 귓속말을 듣다가 말했다.

    "우린 안 돼. 마차가 전부 나갔어."

    "마차는 내가 준비할게."

    아바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말했다.

    "오빠. 여행 떠나기 전에 필요한 물품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맞아."

    기록할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종이랑 펜 없나?"

    "셀레네. 받아 적을 준비 해."

    "네, 아가씨."

    디아나는 즉시 셀레네를 시켜서 준비하게 했다.

    역시나 귀족. 남한테 시키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짐꾼도 필요해?"

    또 사람을 부리고 싶었는지, 디아나가 묻는다.

    "아니, 개인 보관함이 있어.

    용량은 충분해."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품목을 정리했다.

    위생 관련 용품. 야숙 장비. 여벌 옷. 속옷…….

    다섯 명이 쓸 분량이 되니까 상당히 많았다.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갈아입을 옷도 데칼의 보관함에 넣어야 해?"

    스티아는 민망한 듯 물었다.

    "데칼한테 나쁜 뜻이 없다는 건 알아. 그저, 이것은 내가 신경 쓰이는 문제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설명까지 보태며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한테 갈아입을 속옷을 보이고 싶지는 않겠지. 여자한테는 민감한 문제다.

    "여자들 물품은 카렌이 사기로 하자. 한 번 여기로 가져와서 가방에 넣고 짐을 꾸린 다음,

    그걸 보관함에 넣어서 가져가는 거야. 어때?"

    "응, 그렇게 하자."

    카렌이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고마워."

    "디아나는 딱히 필요한 것 없고?"

    "없어.

    나한테 필요한 물건은 이 집에 전부 있으니까. 셀레네. 들었지?"

    "네. 아가씨에게 필요한 물품은 이쪽에서 정리한 후 주인님한테 건네도록 하겠습니다."

    "……."

    응? 뭔가 이상한데.

    "셀레네. 지금 나를 주인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넘어가기엔 너무 재미있는 실수라 지적하고 말았다.

    "네? ……아. ……으, 앗……."

    차분하던 셀레네의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귀엽다.

    나랑 그렇게 섹스했으니 무리도 아닌가.

    "실수할 수도 있지. 우리 애 괴롭히지 마."

    디아나가 적절히, 셀레네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냐. 그런 거 하나 넘어가지 못하는 속 좁은 인간이 문제지."

    "너무 듣기 좋은 말이라 그만."

    "……."

    셀레네는 정말 창피했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예쁜 메이드가 창피당하는 꼴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뒹굴 때 가끔 날 주인님이라고 하더니…….

    "18시까지 준비하고, 저택 앞에서 만나자.

    쇼핑은 나랑 카렌이 할게."

    나는 카렌의 엉덩이를 꼬옥 쥐면서 말했다.

    카렌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한 듯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

    그때였다.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될까?"

    "응?"

    스티아는 나와 카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여기서 기다리는 게 편할 텐데?"

    "부디 같이 데려가 줘."

    뭐지? 스티아가 강경하다.

    설마 아니겠지? 카렌을 견제하려고 하는 건가?

    이런 일을 다 겪다니!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어울려주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제는 카렌이 좀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스티아가 무슨 뜻으로 따라가겠다고 했는지 저택을 나선 뒤 명확해졌다.

    스티아는 내 옆에 나란히 섰다.

    카렌이 밀착하고 있으니까 용기를 얻은 듯, 상당히 가까운 거리.

    "두 사람은…… 파티 동료치고는, 무척 친밀하구나."

    "친하면 이 정도는 보통 아닐까?"

    "서, 설마! 남녀끼리 다정하게 손을 잡는 일도, 나는 해본 적 없는걸."

    "이렇게?"

    카렌이 풍만한 젖탱이를 밀착하며, 손깍지를 꼈다.

    "사귀지도 않는 사이인데 그런 일까지 하는 거야?"

    스티아는 믿기지 않는 듯했다.

    "스티아가 너무 고지식한 거 아냐?

    이 정도, 친구라면 할 수 있지. 멜브릿이 이상한 거야."

    나는 진지하게 밑밥을 깔았다.

    "……그, 그래?"

    "오빠 말이 맞아. 친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밖에서는 보통이야."

    카렌이 내 말을 듣고, 지원을 한다.

    "밖에서는 보통이구나.

    나는 커플만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

    "시험 삼아 잡아 볼래?"

    나는 스티아의 손을 잡았다.

    "햣……!"

    스티아는 놀란 듯 소리를 냈지만, 움찔했을 뿐 손을 빼지는 않고, 내 손에 걸치듯이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나는 이런 거……."

    나는 스티아의 손을 일부러 꼭 잡았다.

    "~~!"

    한쪽은 아예 몸을 나한테 비비고 있는데, 스티아는 손만 살짝 잡았다고 부끄러워하는 게 대조적이다.

    멜브릿의 용사 후보생이 그러고 있으니 당연히 시선 집중이었다.

    스티아는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손을 뺀다.

    "사람들이 쳐다봐."

    "너희가 예뻐서 그래."

    나는 적당히 그럴싸한 말로 둘러댔다.

    하지만 또 손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카렌은 그저 호감을 부딪쳐오는 사랑스러운 좆집.

    스티아와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

    딱 이 정도 거리감, 훌륭하다.

    나는 틈틈이 카렌의 젖탱이랑 엉덩이를 만지면서, 필수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도○에몽 주머니처럼 뭐든 쑥쑥 들어가는 내 보관함을 보고, 스티아가 감탄했다.

    "개인 보관함.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야.

    정말 편리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7인용 텐트를 두 개나 넣고도 손이 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공간 제약이 없다고 신이 나서 이것저것 집다가 잡동사니 천지가 돼버렸다.

    돈도 다 떨어졌다.

    "음, 돈이 없군……."

    스티아와 카렌도 보태기는 했지만, 내 돈은 이제 바닥이다.

    "뭐가 남았지?"

    "속옷 남았어."

    카렌이 대답했다.

    "그 정도라면 내가 낼게."

    스티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미안한데."

    사과하는 내 손을 잡고, 카렌이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럼 오빠가 골라 줘."

    "어?"

    "스티아도 갖고 싶지? 오빠가 골라준 거로."

    "으, 으음……. 데칼이 싫지만 않다면……."

    귀찮은데.

    어차피 벗길 거.

    거기에, 촌구석도 아니고 성도 상점가에 있는 속옷 매장에 들어가기는 좀 그렇다.

    금남 구역이잖아.

    "가자, 오빠!"

    나는 카렌에게 이끌려, 속옷 매장으로 간다.

    현대든 이세계든, 여자 속옷이 가득한 곳에 있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 느낌.

    애꿎은 하늘만 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건 어때?"

    일부러 그러는 건지, 카렌은 자기가 입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일일이 몸에 가져다 대며 나한테 과시한다.

    굉장하군…….

    뭘 입어도 꼴릴 것 같다.

    "괜찮은데. 그걸로 하자."

    "이거랑 이거……."

    "……스티아한테 허락 안 받고 막 사도 돼?"

    "무슨 소리야? 당연히 내 돈으로 살 건데. 오빠랑 침실용!"

    나는 카렌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졌다.

    카렌은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오빠. 자꾸 만지면 참기 힘들어져……."

    "좆집이니까 참을 수 있지?

    내가 넣고 싶어질 때까지."

    "심술쟁이."

    스티아 속옷은 뭐가 좋을까.

    "스티아. 지금 입고 있는 건 무슨 색이야?"

    "…흰색."

    스티아는 다음 순간 얼굴을 확 붉히며 항의했다.

    "아니! 뭘 물어보는 거야. 너는!"

    "대답해줄 줄은 몰랐지. 그럼 반대로 검은색은 어때? 입어 봐."

    "……."

    나는 탈의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티아는 말없이 내가 고른 속옷을 받아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오빠를."

    카렌이 말했다.

    "그러게. 딱히 노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최면이 없어도 인연이 닿았을까?

    잘 모르겠다.

    사람 일이라는 게 잘 되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일로 틀어지기도 하니까.

    나는 스티아가 탈의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카렌을 안고 젖탱이를 주무르고, 목을 빨았다.

    "아응……. 오빠, 못됐어……♥"

    "재밌는 물건을 손에 넣었는데, 임무 끝나면 젖치기 해줄래?"

    "응, 오빠 불알에 있는 거, 언제든 빼줄게. 맡기기만 해."

    스티아가 나오자마자, 나는 아무 일 없었던 척 떨어졌다.

    "다음에는 내가 입어볼게!"

    카렌이 탈의실로 들어간다.

    스티아는 내 앞으로 와서 우물쭈물했다.

    "내가 골라준 거, 입어 봤어?"

    "응."

    "어떤 것 같아?"

    "잘 모르겠어."

    "한 번 봐줄게. 보여 줘."

    "보여달라고? 여기서……?"

    스티아가 흠칫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실망했어. 우린 임무를 준비하러 여기에 온 거야.

    그런 한심한 소리 하는 남자일 줄은 몰랐어."

    "흑심 없이, 그냥 어울리는지 보려고 한 것뿐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믿고……!"

    나는 스티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스티아는 움찔 어깨를 움츠렸다.

    "그럼 안 된다고 하지, 왜 주변을 둘러봤어?"

    "……."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떨지 고민했던 거 아냐?"

    스티아가 머뭇거리는 사이 카렌이 나왔다.

    "오빠가 골라준 거, 입었어."

    "어때?"

    "가슴은 좀 끼는 것 같아……."

    "그렇겠지."

    카렌 가슴에 맞는 속옷 같은 게 흔히 있을 리 없다.

    나는 점원이 이쪽을 보지 않고 있는 걸 확인하고서, 카렌에게 말했다.

    "보여줘. 카렌."

    "……응."

    카렌은 스스로 스커트를 올려서, 나한테 팬티를 보여주었다.

    "……카렌! 밖에서 그런 파렴치한!"

    "스티아도 보여줘. 얼른."

    "……읏."

    "그냥 보기만 할 뿐이야."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이건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뻔뻔하게 변태 짓 시키기.

    거기에, 카렌이 대담하게 호응해주니까, 스티아는 혼란이 온 듯 동요했다.

    "이, 이런…… 느낌인데."

    스티아는 스스로 제복 스커트를 올려서, 나한테 팬티를 보여주었다.

    "어디? 자세히 보여줘."

    "……."

    그녀는 카렌과 마찬가지로, 스커트를 완전히 올린다.

    "뒤태도 보여줄래?"

    스티아는 시키는 대로 척척, 몸을 뒤로 돌려 속옷 하나로 가려진 엉덩이를 나한테 보여주었다.

    "예쁘네."

    스티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스커트를 내렸다.

    "이제 됐지?"

    "아까는 실망했다면서."

    "……흑심이 없다고 했으니까, 믿은 거야."

    정말 남자라는 생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라도 남자를 겪어봤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받아주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귀족 가문에서 금지옥엽처럼 자란 시절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눈부시다.

    카렌이랑 함께 놀린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맞아. 흑심은 없었어.

    예쁜 속옷이야. 잘 어울려."

    내 뻔뻔한 반응에, 스티아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케파로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뱅가드 저택에 다시 한번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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