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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04화 (104/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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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마차에 있었던……."

    디아나는 카렌을 보며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디아나 씨. 저는 카렌이에요."

    "……."

    카렌이 선뜻 손을 내민다.

    디아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악수를 권한 게 나였으면 바로 한마디 했을 텐데.

    "잘 부탁해요."

    천하의 디아나도 카렌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는지

    얌전히 손을 맞잡았다.

    다시 보는 카렌은 더더욱 예뻐 보였다. 아니, 꼴려 보였다.

    이 녀석을 한 번이라도 본 남 후보생들은 그날 밤 휴지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카렌의 몸은 서 있기만 해도 검열을 당할 정도니까.

    "데칼. 반가워."

    그런 카렌 옆으로, 전혀 꿀리지 않는 미모를 한 금발 적안의 미소녀가 나왔다.

    입학시험 때 나와 합을 맞췄던 파트너. 스티아 하르페다.

    그녀는 카렌처럼 돌출된 색기를 발산하는 체형은 아니지만, 날씬한 몸에 굴곡진 골반이 매력적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디아나와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귀족 영애 느낌으로 예쁜 생김새를 한 얼굴이다.

    귀하게 자라온 것은 디아나와 스티아 둘 다 같지만 스티아는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품위를 갖고 있었다.

    "플레노어 씨, 안녕하세요."

    스티아는 나와 악수하고, 이어서 플레노어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두 분은 토끼급에서 지원하셨군요. 맞습니까?"

    "네."

    카렌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남들 배로 크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스티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석상 앞에는 스티아와 카렌 말고도 얼굴을 본 적 없는 남 후보생과 여 후보생들이 혼성으로 섞여서 서 있었다.

    인원수는 열 명 남짓.

    멜브릿에서 남녀가 혼성으로 서서 대기하는 일 자체가 잘 없는 일이라

    그들이 이번 긴급 지령으로 호출된, 아니…… 지원한 유망주라는 사실을 알았다.

    올 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막상 카렌과 스티아를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카렌, 디아나, 스티아.

    이 멤버는 너무 호화롭지 않은가? 불알의 정액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라인업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훌륭한 향상심 입니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괜히 또 참견하고 말았군요.

    두 사람을 안내하는 일이 끝났으니 저는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설명은, 학생회장이 직접 해주실 겁니다. 여러분, 긴급 지령을 수행하는 동안 부디 다치지 않기를."

    플레노어는 마지막까지 우리의 안위를 걱정하며 물러났다.

    볼수록 멜브릿에는 어울리지 않는 교사다.

    "흥."

    디아나는 스티아를 쓱 보더니 갑자기 자리를 벗어났다.

    "디아나. 어디 가?"

    "여기까지 왔으면 기분 나쁘게 찰싹 붙어있을 것 없잖아."

    "음……."

    스티아는 난처한 듯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어?"

    "하르페 가문은 몰락한 가문. 제대로 된 가문 사람일수록 나를 가까이하지 않아."

    "괜히 심술부리는 거야?"

    스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지금 말한 건 내 추측에 불과해.

    어렸을 때는 사교의 장에서 자주 만났었는데. 내가 미움 받을 일을 했을지도 몰라."

    몰락한 가문이라 멀리한다.

    그것 말고는, 짚이는 점이 없다는 얘기인가.

    디아나 속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런 모습밖에 못 봤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이 보지 못한 사랑스러운 모습도 많이 보기는 했지만.

    "그런데, 두 사람은 원래 같이 있었어?

    친한 사이야? 식당에서 봤을 때도 같이 다니던데."

    "오빠 얘기로 의기투합해서 첫날에 바로 친구 됐어."

    "카렌. 그런 얘기는…."

    스티아는 내 눈치를 보며 수줍어한다.

    소름이 돋네. 이 반응, 아무리 남자가 착각하기 쉬운 동물이라지만…… 이건 분명히 나를 향한 감정이 모르는 사이에 더 부풀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최면 안 걸었는데? 뭐가 문제냐. 얘는.

    "나, 실력도 몰라보게 늘었어!"

    젖치기 실력?

    필터 없이 즉흥적으로 지르려다가 목젖 근처에서 간신히 억눌렀다.

    "정말? 빨리 보고 싶은데."

    나는 이중적인 의미로 말했다.

    (몸을) 빨리 보고 싶다고.

    비장의 도구 엘미젤도 있었다. 카렌의 젖치기 위력은 세 배에 달할 것이다.

    내가 노골적으로 젖을 보고 있는데도 카렌은 등을 곧게 펴고 모른 척 해주었다.

    아주 기특하다.

    "스티아가 검술을 가르쳐 줬어."

    "스티아가?"

    "카렌은 성실하고 요령이 좋으니까. 조금만 다듬어주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아서 참견을 좀 했어."

    "고맙네. 카렌이 잘하고 있을지 걱정이었거든."

    "나, 오빠랑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아."

    나도 좋다.

    카렌한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면 스티아가 반응하려나?

    "나도 좋아. 카렌. 보고 싶었어."

    "정말?"

    조금씩 카렌과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 커다란 젖탱이가 내 몸에 닿을락 말락 하는 것이 미칠 것 같다.

    역시, 우리 둘을 보고 있던 스티아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듯 말했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야? 카렌한테, 모험가 시절 파티 동료라고 듣기는 했지만……."

    스티아는 말하고 후회한 것처럼 말끝을 애매하게 흐렸다.

    마치 그 이상의 관계가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궁금하겠지.

    "맞아. 파티 동료야. 사이 좋아서 오해받고는 하지."

    "음. 멜브릿에서 이성 교제는 금지니까. 당연한 것을 물었네. 잊어줘."

    스티아가 명백히 개운한 표정을 짓는 게 사랑스럽다.

    카렌은 입이 근질거리는 표정이다.

    내가 허락했으면 당장 말했겠지. 자기는 오빠 좆집이라고.

    사실 까놓고 말해도 크게 상관없다.

    최면 걸어서 잊게 하거나…… 아니, 나라면 분명히 그런 재미없는 암시는 지양했겠지만

    어쨌든 별문제 없이 지나갈 것이다.

    스티아 하르페의 경우.

    이상하게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잘 풀리는 경향이 있어서 어디까지 상황이 변하는지 지켜보려고 최면을 걸지 않았을 뿐.

    섹스할 때가 되면 반드시 건다.

    스티아가 나한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호감이 어떤 형태의 호감인지 확실해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제 학생회 사람이 나오는 것 같아."

    나와 카렌은 스티아를 따라서 계단을 보았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체중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압도적인 젖.

    멜브릿에서 처음 보는 미인이다. 특이사항은 단연코 카렌에게 필적하는 젖. 아니, 그 이상의 젖.

    젖…….

    나는 홀린 듯 그 움직임을 따라서 보았다.

    여자는 카렌보다 키가 크고 늘씬했기 때문에 잘록한 허리 위로 출렁거리는 젖은 엄청난 박력이 있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젖이 크면 사람이 둔해 보인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카렌보고 그런 젖으로 제대로 싸울 수 있냐고 물었던 만큼.

    젖이 큰 사람이 날렵하게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여자는 결코 둔해 보이지 않았다.

    학생회 사람이 다 그런지, 시아처럼 몸가짐이 신경질적으로 철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지 못해 큰 젖탱이는 미세하게 출렁이고 있지만, 그 밖에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고수는 걸음걸이로 알아본다고 하던가.

    분명히 상당히 단련한 몸이다.

    신체를 제어하는 균형이 놀랍도록 매끄럽다.

    내가 몸을 관찰하고 있다는 걸 알았나?

    여자의 냉철한 시선이 꽂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까만 단발머리. 앞머리는 자로 잰 듯 일자로 잘랐다. 짙은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날카로운 눈매와 선이 짙은 이목구비덕분에 매서운 인상이었다.

    겉모습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고압적인 태도가 몸에 일상적으로 밴 여자처럼 보인다.

    이런 여자가 직접 나를 쏘아보며 디아나와 같은 수준의 독설을 한다고 상상하면, 벌써 버티기 어렵다.

    그녀의 외모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우리들 앞까지 와있었다.

    "모이세요. 긴급 지령 지원자들."

    여자가 말했다.

    거부를 용납하지 않는 완강하고 곧은 발성.

    남 후보생 여 후보생 할 것 없이 다들 이미 발을 옮기고 있었다.

    "긴급 지령 내용은 케파에 가서 도적단을 괴멸하는 일입니다."

    "케파에?"

    "마물이 아니라 도적을 잡는 거였어?"

    후보생들이 술렁인다.

    "조용."

    학생회 여성이 한마디 하자, 다들 입을 닫았다.

    "지원자가 너무 많습니다. 필요한 인원은 다섯 명. 그다음에 얘기를 하도록 하죠."

    "……."

    다들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여성은 나지막이 말했다.

    "못 들었습니까?

    다섯 명 빼고 돌아가세요."

    "우, 우리도 얘기를 들어보려고……."

    여 후보생 하나가 더듬거리자, 그녀는 홱 하고 돌아보고.

    눈이 마주친 후보생은 도망치듯 본관을 떠났다.

    그러자 한 명 두 명 이탈자가 줄을 이었다.

    세상에. 노려보기만 했는데 도망치게 만들다니. 뭐 하는 여자야?

    "남은 건 9명. 좋습니다.

    이 정도로 도망칠 사람은 없는 것이 낫습니다.

    학생회실로 가시죠."

    학생회 여성은 홱 돌아서 걷는다.

    다들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여성은 다시 이쪽을 돌아봤다.

    "아.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깜빡했다니.

    참 인간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냉철한 기계 같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여성은 말을 이었다.

    "제 이름은 네리스 리케.

    학생회 부회장입니다."

    나는 속으로 환희했다.

    학생회 부회장, 네리스 리케의 간략한 소개가 끝난 후

    나를 포함한 아홉 명은 압도된 것처럼 그녀를 따라서 걸었다.

    본관 1층 우측 복도 끝에는 학생회실이 있었다.

    나는 가슴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학생회실에는 누가 있을까? 학생회장이 있겠지.

    어쩌면 멜브릿을 장악한다는 목표.

    여기서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밀폐된 공간에 후보생 여덟 명. 멜브릿 랭킹 2위 네리스 리케와 학생회장.

    이렇게 모인다면 최면이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헤아릴 수도 없다.

    어쩌지?

    학생회장이 보이면 바로 할까?

    아니, 학생회실을 들어가기 전에 네리스 리케한테 최면을 시도할까?

    다른 여덟 명, 카렌을 제외하고 일곱 명까지는 트랜스를 걸 수 있다. 나는 손에서 땀이 나는 걸 느꼈다.

    노아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네리스 리케는 마법을 대적하는 데 온 힘을 쏟은 가문이라고 했던가.

    그때는 최면을 막을 방법 따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여자가 최면에 잠시나마 저항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갖고 있다면?

    3초, 아니 5초도 필요 없다.

    내가 몸에 위협을 끼쳤다는 걸 인지한 순간, 이 여자는 주저 없이 나를 제압하려고 들 것이다.

    너무 위험하다.

    진정하자. 우선 학생회실에 도착할 때까지.

    학생회실 문 앞까지 도착했다.

    네리스는 노크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문을 열었다.

    안에는 학생회장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넓은 책상. 뒤쪽에는 멜브릿의 정원이 내다보이는 큼직한 창문.

    사적인 물건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사무적인 공간.

    허무하게도, 학생회장은 그곳에 없었다.

    "……."

    만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나무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있더니.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찾아왔더니 없다니.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문을 닫아주세요."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문을 닫았다.

    나는 다시 기분을 고쳐 잡았다.

    네리스 리케.

    이 여자 하나로 먹잇감을 좁힐 수 있다.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

    "회장님은 부재중이신 관계로 제가 대신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네리스는 쓱 우리를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 지령은 토끼급, 늑대 급에 있는 재능 있는 인원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회장님이 직접 내린 특별한 지령입니다.

    지령은 앞서 말했듯이 케파에 있는 도적단을 섬멸하는 것.

    마을에서 일어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여 발본색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어, 저기……."

    후보생 하나가 말하기 어려운 듯 어물거리며 거수했다.

    그 마음, 이해한다.

    "등을 펴고, 똑바로 말하세요.

    멜브릿의 용사 후보생이 왜 그렇게 기백이 없습니까."

    "예, 옛! 죄송합니다."

    "질문이 뭔가요?"

    "제가 들은 얘기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내린 지령이라니 무슨 말인가요?"

    정말 아무래도 좋은 질문이지만

    나 역시 느꼈던 의문이기는 하다.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니라 다 같이 가서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5명 제한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멜브릿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재능있는 자를 선별합니다. 그것이 멜브릿의 방침입니다.

    사람을 구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번 일은 마침, 늑대 급과 토끼급 후보생들을 키우기에 딱 좋은 문제라고 회장님께서 판단하셨겠죠."

    "따, 딱 좋은 문제?"

    질문한 후보생은 기가 찬 듯 말대답했다.

    "무고한 사람이 도적한테 살해 당하고 있다면 구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어요?"

    "때에 따라서는, 눈앞의 사람을 구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용 급의 생각입니까!"

    어째 점점 격앙되는 것 같다.

    네리스는 내가 멜브릿에서 느꼈던 위화감. 멜브릿의 사고방식을 온몸에 체득하고 있는 것 같은 여자였다.

    네리스 리케는 가만히 있다가, 질문한 후보생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가세요."

    "……예?"

    "멜브릿은 후보생이 밖에서 뭘 하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혼자 케파로 향해서 도적을 치면 됩니다."

    "그건……."

    "딱히 말리지 않습니다.

    멜브릿은 멜브릿의 방식으로 사람을 구하고, 능력 있는 자를 고를 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면 됩니다."

    "큭…!"

    네리스와 견해차를 좁힐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덟 명이 됐군…….

    네리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계속 얘기를 듣겠습니까?"

    "네."

    "보상도 받고, 도적도 잡고.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남은 후보생들은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좋은 자세입니다. 이번 도적은 그냥 도적이 아닙니다.

    붉은 영혼석을 체내로 들인 마물화된 인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 마물화된 인간."

    방금까지 좀 나아지려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완전하게 마물화 했다면 상대할 수 있는 평균 레벨 대는 삼백에서 사백.

    하지만 레벨이 된다고 해도 전투 기술이 부족하다면 어려운 상대일 겁니다."

    "그, 그럼 다섯 명이 가서 마물화한 도적을 처리하고 오면 되나요?"

    "글쎄요."

    네리스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도적「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있을지, 마물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여러분이 알아보셔야 합니다."

    "아, 아하하……."

    방금까지 긍정적으로 얘기하던 후보생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저, 저는 가볼게요!"

    "제 능력으론 안 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얼굴 모르는 후보생들이 다 도망가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 남았다.

    …….

    왜 이 세계에 구제가 필요한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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