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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79화 (79/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7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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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자, 엘린이 주방에서 콩콩 뛰어왔다.

    작고 앙증맞아서 무척 귀엽다.

    "식사 준비해 드릴까요? 아니면, 바로 쉬시겠어요?"

    나는 카렌과 마주 봤다.

    "더 먹을 수 있지?"

    "응!"

    "오늘 먹었던 거로 부탁해요."

    "저기…."

    엘린은 꼭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눈동자를 굴렸다.

    "이스티와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궁금해서……."

    "좋아요."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엘린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금방 식사 준비할게요. 안에서 기다려 주세요."

    이스티와의 만남이라…….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오래전 일인 것만 같다.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사실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장된 거짓말을 하면 꼬리가 밟힌다.

    식사가 나온 후, 엘린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합석했다.

    엘린 한테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꼭 나이 차이 나는 여동생을 앉혀놓은 것 같아서, 가족끼리 식사하는 기분이었다.

    저 앙증맞음은, 이제부터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힘이 있네.

    사실 이스티의 동생이라고 했어도 믿었을 것 같다.

    "처음에 여러분을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이스티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사람을 싫어하죠?"

    "네……."

    "처음에는 저한테도 그랬어요."

    혐오하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이스티는 인간에게 뿌리 깊은 불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 밤 이스티랑 섹스했지만.

    "일개 모험가와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라니, 원래 우리는 만날 일도 없었어야 정상인데.

    마침 그때가 용사 후보 선출 기간이어서, 우연히 길드 내부의 건물에서 맞닥뜨렸죠."

    두 사람은 눈을 깜빡이면서 내 이야기에 집중한다.

    ……엘린은 그렇다 치고 좆집은 왜?

    "어떻게 됐어? 이, 이스티가 오빠의 뺨을 때렸어?"

    다짜고짜 처음 보는 여자한테 뺨 맞을 일이 어딨어?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말로 하지는 못했다.

    만나자마자 내 뺨을 친 여자의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건 아니었지만, 냉랭한 태도였어. 그게 아마 엘린 양이 알고 있는 이스티의 모습일 거예요."

    엘린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첫눈에 반해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계속 매달렸고 이스티가 내 마음을 받아줬어요."

    "……그 이스티가."

    엘린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

    뭐 그렇겠지. 사실은 최면으로 세뇌했다고 말해도 믿지 못하기는 매한가지고.

    식사 중에 가볍게 할 환담으로는 이 정도가 적합하다.

    "우리는「속궁합」이 엄청나게 잘 맞아서, 금세 서로 사랑하는 커플이 됐어요."

    "궁합? 속궁합이 무슨 뜻이에요?"

    "……."

    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엘린은 웅얼거리면서 고민하다가, 갑자기 깨달은 듯 홍조를 띠었다.

    "아……."

    "아아, 어떻게 사이좋아졌는지 말하고 싶은데……. 참 좋은데. 말로 할 수가 없네."

    "……오빠. 아저씨 같아."

    엘린은 귀까지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뭐, 이러면 괜히 자세히 묻지도 못하고 알아서 상상하겠지.

    "이스티가 그런……. 저, 저도 데칼 씨 같은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

    나는 엘린을 지그시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척했다.

    자격지심이 들었는지 엘린이 어깨를 움츠렸다.

    "저는 땅꼬마에, 가슴도 작고…….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귀여운 것도 엄청난 매력이에요!"

    카렌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엘린은 심각하게 귀엽다.

    "나도 엘린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준비」만 잘하면 됩니다."

    나는 넌지시 암시를 자극하는 말을 꺼냈다.

    "준, 비…. 역시. 그렇군요."

    "준비?"

    카렌이 갸웃거렸다.

    "카렌도 알잖아? 그렇지?"

    "……?"

    엘린이 머뭇거리다가, 카렌의 귀에 가까이 가서 소곤소곤 말했다.

    "그게 무슨…… 아."

    카렌이 깨달은 것 같다.

    엘린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한테는 들리도록 말하지는 않았으나 내용은 상상이 간다.

    내가 그녀의 교양으로 박아 넣은, 항문 섹스를 준비하는 일.

    아마 그 얘기였을 것이다.

    "마, 맞아요."

    카렌은 어색한 연기 투로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난처해요."

    "……."

    엘린은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부터라도 당장 시작해야겠어요."

    "뭘 시작해요?"

    내가 모른 척 말을 걸자, 엘린은 허둥지둥했다.

    "데, 데칼 씨한테는 말할 수 없어요. 여자들만의 이야기예요. 그렇죠? 카렌 씨."

    카렌은 고개를 끄덕여 맞장구를 쳤다.

    거짓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카렌 천성 때문인지, 표정에서 죄책감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하. 연기는 시키면 안 되겠어.

    엘린이 수월하게 속아서 다행이지.

    뭐, 어지간히 실수하지 않는 이상 암시에 위화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건 정말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들만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세계로 전이하기 전에도 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시험했지만, 알아차리는 것 이상.

    자력으로 최면을 무효로 만든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마물에게는 아예 안 통하고. 모든 마물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마물은 보통 기본적으로 적대하는 상황에 만나기 때문에 시험하려고 해본 적도 없다.

    혹시 모르지.

    예쁜 서큐버스라도 만나면 시험해볼 생각이 들지도.

    나는 마물에게 최면이 통하지 않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에 길고양이나 화초에 시도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안 통한다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도 없다.

    안 통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서.

    하지만 그저 말이 안 통해서 안 걸리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갓난아기한테 울지 말라는 암시를 걸었을 때는 통했으니까.

    요컨대 내 힘은 대상을 가린다.

    순수하게 상대의 대응으로 통하지 않았던 예외는 하나.

    신이 자신의 의식을 나누었을 때뿐.

    달그락.

    어느새 그릇에 든 음식이 전부 비었다.

    "더 드릴까요?"

    이제 배가 부른데.

    "오기 전에 군것질했거든요. 괜찮아요."

    카렌은 아직 자기 몫을 덜 비운 상태였다.

    "차라도 내올게요."

    엘린이 의자에서 내려왔을 때, 누군가가 여관 문을 열었다.

    "이스티?"

    엘린이 앞서 알아차린 것처럼, 나도 알았다.

    이런 상쾌한 바람을 이끌고 나타나는 건 이스티밖에 없다.

    나와 카렌은 일어나서 이스티를 반겼다.

    "달링!"

    다가오는 이스티를 꼬옥 안는다.

    "어땠어?"

    "갑작스러워서 저쪽도 놀란 것 같지만… 문제없대. 우선은 임시로 들어가게 됐어."

    역시.

    이스티는 나와 카렌을 번갈아 봤다.

    "두 사람은?"

    "합격이야. 문제없어!"

    카렌이 가슴을 쭉 펴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오늘 출발하기 전만 해도 레벨 더 올리고 가면 안 되냐고 물어보던 녀석이."

    "오, 오빠 심술쟁이."

    카렌은 이어서 중얼거렸다.

    "오빠가 질내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 줘서…… 그, 그 덕분에…… 악!! 나는 뭐라는 거야!"

    말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얼버무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노아는?"

    "할 일이 있어서 따로 움직이겠대. 멜브릿 내에 달링의 위험이 될 요소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오."

    「철벽의 심사관」이 나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신과 어떤 형태로 맞닥뜨리게 될지 모를 현재 상황에서 정말 든든한 아군이었다.

    나는 그대로 이스티한테 입맞춤했다.

    이스티는 피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다른 손님도 없겠다. 진하게 혀를 섞으며 키스를 나눈다.

    "하움. 웅. 달링…. 나랑 키스하고 싶었어?"

    키스 하나로 내 마음을 알다니. 신기하네.

    오늘 안경녀를 먹었는데 배탈 나지 않도록 입가심하는 것이다.

    이스티는 언제 봐도 예쁘다.

    "앉아. 식사하고 쉬러 가자."

    "응."

    우리는 셋이서 식사를 마친 후 팔색 조개 성으로 갔다.

    다 같이 샤워 후 나는 바로 성 주인의 방에 있는 넓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혼자만의 시간.

    꽤 평화롭다.

    나는 편하게 누운 상태로 팔색 진주의 기능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우옷. 카렌은 여벌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몸을 굽히면서 젖가슴이 흔들거리는 걸 보니 자지에 피가 쏠린다.

    이스티는 속옷만 입은 채로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머리카락을 말리는 중이었다.

    팔색 진주는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조작해서 두 사람을 다양한 구도로 훔쳐볼 수 있다.

    나는 카렌의 흔들리는 젖을 정면에 놓고 감상했다.

    문득 노아가 뭘 하는지 궁금해서 시점을 돌린다.

    노아는 아직 멜브릿 내부에 있었다. 여긴 도서관인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화면으로 보이는 끝까지 온통 책밖에 없었다.

    노아는 그곳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벌떡 일어났다.

    "이 여자는 누구지……?"

    몸에서 수수께끼의 전율이 끊임없이 흘렀다.

    같은 제복을 오늘 수십 번을 봤는데도 전혀 다른 옷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가짐에 한 치 흐트러짐이 없다.

    노아처럼 윤기 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구름처럼 높게 틀어서 풍성하게 꾸몄다.

    그렇게 드러난 뒷덜미와 갸름한 턱선, 신비한 녹색 눈이 잘 어우러진 단아한 미인이었다.

    "시아 님. 왜 그러십니까?"

    여성은 가만히 있다가 노아를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용사님은 한 달 후에는 멜브릿을 방문하실 거예요."

    용사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여자는 용사와 관련 있는 인물인가?

    나는 조용히 숨죽이고 둘의 얘기에 집중했다.

    "아……."

    "그 얘기를 듣고 싶으셨던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 전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겠으나

    노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비꼬는 건 아니지만, 저는 놀랐어요. 철벽의 베일 노아 경이 자신의 직무 외에 다른 일에 관심을 두다니."

    "……."

    노아는 가만히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제 안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 자신보다 중요한 일을 찾았기 때문에, 여생은 그걸 위해서 움직일 생각입니다."

    "용사님은 다망한 분이지만 베일 노아 경의 부탁이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실 거예요."

    "다행입니다."

    "알고 계시겠죠? 용사님은 왕국의 운명을 짊어지고 계신 분. 그분의 몸에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제가 그런 경솔한 일을 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아뇨."

    시아는 손가락에 입술을 대고 말 조심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이 얘기…… 누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뜨끔했다.

    설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예. 주의하겠습니다."

    노아는 내가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시아 앞에서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약 노아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허술하게 동요를 드러낼 인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이 시아라는 여자는 얕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아, 디아나. 그런 내가 일방적으로 희롱할 수 있는 여자들이랑 달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나는 시아가 멀어지는 걸 보고 엿보기 창을 껐다.

    이상한 기분이야.

    나는 그냥 용사가 여자라서 이 학교에 왔을 뿐…….

    좀 더 추잡하고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왜지?

    중요한 걸 놓친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민하다가 어느새 잠들어, 성 주인의 방 안으로 햇살이 쏟아질 즈음 눈이 떠졌다.

    "나갈까……."

    나는 대목욕탕에서 씻고 여벌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다들 뭘 하고 있지?

    엿보기 창으로 셋의 위치를 확인하려다 복도에서 노아와 마주쳤다.

    "데칼 님. 좋은 아침입니다."

    "응. 좋은 아침. 근데, 어떻게 내 도움 없이 조개 성에 들어왔어?"

    "팔색 진주가 조개와 반응 해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그러면 안 되었나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마침 벨라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벨라!"

    "응?"

    벨라가 느긋하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주인님이 부르는데 빨리 안 와?"

    노예는 그제야 뛴다.

    "진주 갖고 있으면 아무나 조개 성에 들어올 수 있어?"

    "아침부터…. 하아…. 그거 물어보려고 그랬어? 안 돼. 한 번이라도 주인님이랑 같이 들어온 사람만 할 수 있어."

    "통행권처럼 쓸 수 있구나."

    이것도 편리하네.

    깜빡 잠들어서 하마터면 노아를 싸구려 여관…… 아니, 엘프의 쉼터는 싸구려가 아니지만, 비교적 불편한 곳에서 자게 둔 줄 알았다.

    "언제 돌아올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고, 새벽에 돌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데칼 님이 푹 주무셔서 다행입니다."

    "어제는 무슨 일을 하고 왔어?"

    "의처증 걸린 남편 같아. 우우."

    벨라가 야유를 퍼붓는다.

    "벨라. 스쾃 백 회 실시."

    "으윽!?"

    "그냥…… 궁금했던 것뿐이야."

    사실은 시아가 신경 쓰이는 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노아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가리개 밑으로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제 멜브릿의 학생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용사님이 멜브릿에 방문하는 건 한 달 후. 그때 독대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학생회장. 그런 것도 있구나."

    "네. 하지만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어째서?"

    노아의 후각이 발동한 것 같다. 나와 같은 위화감을 느낀 것일까?

    "저는 어제, 멜브릿에서 데칼 님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세 명의 인물을 추렸습니다.

    시아 님은 그중 한 사람입니다. 이유는…… 부끄럽지만, 저도 이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본 적 없다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엿보기 창으로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다.

    수수께끼가 많은 여자다.

    "일찍이 용사님과 저, 시아 님은 함께 멜브릿에서 교육을 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오, 동창생이라는 말이야?"

    "용사님과 동창이라니……. 감히 그런 식으로는 말씀할 수 없지만……."

    용사라는 여자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노아가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거야?

    반대로 호기심이 생겼다.

    "용사님이 멜브릿에 있을 때는 두말 할 것 없이 멜브릿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아 님은 반드시 선별 인원이 될 거라는 평가를 받던 분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학교에 남는 것을 택하셨습니다."

    "묘하군……. 선별은 극소수만 되는 거잖아. 다들 바라는 기회 아닌가?"

    "선별되고도 용사님의 파티에 들어가는 걸 고사하는 게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시아 님은 용사님과 무척 친밀했기 때문에

    다들 그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시아 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쩌면 멜브릿에 있는 그 누구도 그분의 진정한 의중을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

    흐음.

    용사를 따랐고, 선별까지 받았지만 결국 용사를 등지고 학교에 남았다……?

    대체 뭐지?

    "나머지 두 사람은? ……벨라. 표정 관리 안 해?"

    벨라는 눈으로 나를 욕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고 엉덩이를 내렸다.

    "멜브릿에서 다음 선별 인원으로 꼽히는 두 명이 있습니다. 랭킹 1위의 헤르카 필리오테 양과 2위의 네리스 리케 양."

    "둘 다 여자야?"

    "네."

    "예뻐?"

    노아가 잠깐 침묵했다.

    "……네. 데칼 님. 지금 저는 위협이 될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안. 지금 건 그냥 조건 반사적인 거였어. 계속 말해 줘."

    "헤르카 양은 약관의 나이로 왕국 최강의 마법사이며 다이아몬드 등급 마법사입니다."

    와우. 짧고 굵다.

    랭킹 1위에 다이아몬드 등급……. 어린 나이에 얼마나 충실하게 산 거야?

    "네리스 양은 천 년에 한 번 나오는 기수라 평가받는 창기병이며, 역시 다이아몬드 등급입니다."

    "창기병…… 가만. 마법사는 알겠는데 창기병은 왜? 최면에 좋은 먹잇감 같은데."

    "리케 가문은 마법 저항에 관한 아티팩트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리스 양은 어렸을 때부터 마법 면역 체질로 자라서, 웬만한 마법은 전부 닿기만 해도 무효가 됩니다."

    "아……."

    그렇군.

    최면에 대항할 수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칼 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헤르카 양은 국외 불출의 온갖 마법 지식을 습득한 스페셜리스트이며

    리케 가문은 마법을 봉쇄하는 일에만 수백 년을 매달린 가문. 방심해서 좋은 것이 없습니다."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알았어."

    모두 기억했다.

    남은 건 실전뿐이다.

    즐거운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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