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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75화 (75/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7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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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지만 나한테는 알맞은 준비 운동이었다.

기분 좋게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나는 여관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쭉 켜고, 카렌과 이스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달링. 이제 가자."

이스티가 여관 문을 열고 나왔다.

뒤에는, 카렌이 수줍은 얼굴로 서 있었다.

"카렌. 몸은 괜찮아?"

"응. 움직일 수 있어. ……오빠, 미안."

"왜 네가 사과하냐? 이성을 잃은 건 난데."

"……중간에 오빠한테 계속해달라고 보챘으니까. 기억 안 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기, 기억 안 나면 됐어! 꼭 떠올리지는 않아도 돼!"

꽤 흐트러진 모습이었는지, 카렌은 황급히 둘러댔다.

"이스티. 이 여관 위치, 노아도 알고 있지?"

"응. 헤어지기 전에 알려 줬어. ……노아는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노아라면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날 저물기 전에 서두를까?"

"응!"

카렌이 내 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이스티의 안내를 따라 벽으로 막힌 다음 구획, 고급 주택가가 있는 거리로 가게 되었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져서 계단을 좀 오르고, 문을 막고 있는 경비병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이스티를 보자마자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더니 황급히 문을 열었다.

이스티는 신경 쓰지도 않고 휙 지나간다.

우리도 따라서 가려는데, 경비병들이 나와 카렌을 가로막았다.

"멈추십시오. 이 앞으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내 일행이에요."

이스티가 돌아보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그러자 경비병들은 홱 돌아서 물러났다.

새삼 이스티가 왕국에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카렌도 느낀 바가 있었는지 나한테 들리도록 말했다.

"이스티는 대단해. 많은 사람이 이스티가 해낸 일을 기억하고 있어."

"왜 아니겠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감탄이었다.

고급 주택가는 인상대로 귀한 출신 사람들. 특권 계층의 인간들이 주거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화려하게 입었고, 주눅 든 이가 없다.

디아나처럼 귀족 행세를 하는 이가 무척 많았다.

저들 중 몇몇은 어깨만 부딪혀도 모욕이니 뭐니 시끄럽게 떠들겠지?

꽤 걸었다고 생각했을 때 드디어 마차에서 내다봤던 큰 건물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여기야."

이스티가 말했다.

"용사 후보 육성 관리 기관. 통칭「용사 학교」 멜브릿."

멜브릿은 대성당처럼 웅장하게 솟은 건물이었다.

성벽처럼 장엄한 옅은 황갈색 담 너머로 멜브릿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이 있었다.

큰 대로 끝에 있는 건 본관으로 보이고, 다른 건물은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처럼 보였다.

"용사 후보생들은 학교 내에서 지내나 봐?"

"응. 기숙사 내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생활 태도를 평가받기도 해."

으윽. 듣기만 해도 숨 막히네.

하지만 괜찮다. 학교라는 시설만큼 최면술이 잘 듣는 곳도 없으니까.

인구 밀도가 높고, 모든 일이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모든 시설이 비교적 가까운 곳에 밀집해 있다.

거기에 함께 생활하고 자는 곳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나의 안방이나 다름없다.

마음먹으면 사흘 내에 멜브릿에 있는 모든 여자에게 최면을 걸 수도 있다.

불공정한 규칙의 게임 같지만, 게임 오버가 될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용사와 여신.

그들이 첫 대면에 나를 적으로 인식하면 불리한 일이 많이 생긴다.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관건.

비상시에는 벨라가 난입하기로 했지만 가능한 벨라가 난입할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전 학생 최면」같은 규모가 큰일은, 완전히 안전해졌을 때 한다.

그전에는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자…….

"정말 사람이 많네."

이스티 말대로, 학교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연령대는 다들 젊거나 어렸고 이미 멜브릿의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규 입학시험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어.

달링처럼 긴급 임무를 달성한 사람은, 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을 거야."

그렇겠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새내기 같은 느낌이 아니라, 조금 특이한 인상착의를 한 사람이 없나 쓱 둘러봤다.

눈에 띄는 여자가 한 명 있다.

마치 숲속에 사는 괴물 마녀 같은 차림새다. 누더기나 다름 없는 검은 천 하나로 몸을 가렸고 챙이 긴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머리카락은 기를 대로 길러서 발목까지 닿는다. 유령이냐?

얼굴까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녀가 꽤 미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다른 사람은…… 일단 남자는 거른다.

"오빠.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얼른 가자."

"멜브릿의 제복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멜브릿의 제복?"

카렌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 보르도 던전에서 만난 금발 여자애가 입은 옷이랑 같아."

"아!"

맞아!

우리보다 먼저 리치……가 아니라 스켈레톤 보스를 쓰러뜨린 그 금발 여자.

여기에도 있을까?

"후보생들은 다 저 옷을 입는 걸까? 너무 예쁘다."

카렌이 그런 말을 할 만했다.

멜브릿의 여성용 제복은 해군 정복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배색에 짧은 스커트,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 오버 니삭스로 완성되는 복장이었다.

금자수로 멜브릿의 문양이 가슴팍에 새겨진 검은색 블레이저코트를 외투로 걸친 후보생도 꽤 보였다.

카렌이 저걸 입으면…… 대단하겠군.

가슴 볼륨을 감당하지 못한 상의가 터질 듯 부풀겠지?

스커트 밑으로는 다리가 다 드러나고. 이런, 즐거운 상상이 멈추지를 않는다.

"아, 노아 님!"

그때 카렌이 노아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노아는 이쪽을 알아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모두 오셨군요. 한발 앞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행부에 있는 일은 잘 처리했어?"

"예. 마른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덮고 오는 길입니다. 세뇌 마법을 푸는 아티팩트도 반납했습니다."

아. 그런 일도 있었지.

나중에 잡음이 나지 않도록 배려해준 것 같다.

"뱅가드 가문과 결투한 일이 알려지기 전에는 조용히 지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건 기꺼이 감내할 수밖에.

"데칼님. 멜브릿을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여자들 제복이 마음에 들어. 내가 입을 건 아니지만."

노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데칼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주의해주십시오.

멜브릿에서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 〈이성 교제〉입니다."

"그래?"

예상했던 일이다.

나 빼고 다른 남자가 섹스하는 걸 볼 일도 없을 테니 오히려 좋았다.

그 규칙은 나를 옭아매지 못한다. 노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준비되신 것 같군요.

저쪽에 있는 남성이 시험관입니다. 두 분에 관해서는 미리 얘기해 두었습니다."

"이스티는 여기서 기다릴 거야?"

카렌과 함께 시험을 보러 가면, 이스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멜브릿의 위원회랑 만나러 갈 거야."

"데칼님. 괜찮다면 그 일은 제게 맡겨주세요. 이스티 양을 돕겠습니다."

노아가 먼저 이스티를 돕겠다고 나섰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노아는 믿음직하니까.

"좋아. 이스티는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노아가 잘 돌봐 줘."

"알겠습니다."

이스티가 나한테 꼬옥 안겼다.

"달링. 헤어지려니까 서운해."

"또 만날 텐데, 뭘."

나는 이스티와 입맞춤을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멜브릿에서 봐. 달링."

"그래."

이스티는 아예, 내가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지.

노아와 이스티가 멜브릿 정문으로 들어간 후, 나와 카렌 둘이 남겨졌다.

"갈까?"

"응!"

우리는 시험관에게 다가갔다.

모여있는 후보생들이 입을 모아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금 「철벽」의 베일 노아 경이었지?"

"들었어? 「씬 울프」를 잡은 사람이 있대."

노아가 이미 우리 얘기를 해놓은 것 같다.

"데칼 님과 카렌 님 맞으시죠?"

시험관이 우리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네."

"긴급 임무 달성자임을 확인했습니다. 안쪽으로 이동해주세요."

카렌과 나는 시험관에게 접수표같은 걸 받고, 안내를 맡은 여성을 따라 멜브릿 내부로 갔다.

단, 이스티나 노아처럼 정문으로 들어간 건 아니고 외벽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 나오는 또 다른 입구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우리처럼 안내를 받고 온 지망생들이 꽤 있었다.

수는 마흔 명 정도.

다들 지망생 맞지? 왜 우리만 제복이 없냐.

"먼저 전투 능력 시험이 있겠습니다.

향후 멜브릿의 랭킹 평가에 반영되니 참고해 주세요. 우선 스무 명, 앞으로 나와주세요."

나는 카렌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 사람들은 뭐야?"

"제복도 없는데."

"설마 긴급 임무 달성자야?"

"앞서 받은 표를 확인하겠습니다."

안경녀는 우리가 내민 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두 분은 긴급 임무 달성자.「씬 울프」를 2인 파티로 처리한 공적이 있으시네요. 심사관은 베일 노아 경……."

"베, 베일 노아?"

"그 철벽의 심사관?"

지망생들이 술렁거린다.

함께 거론되면 씬 울프보다 노아한테 심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더 주목을 받다니. 대단하네.

노아가 이스티 못지않은 명성을 갖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이 앞은 사전에 구성된 파티 멤버로는 나아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한 분은 남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음……."

하긴, 우리가 파티 멤버라는 건 너무 명백하지.

협력해서 쉽게 해낼 수 있는 과제가 나온다면 분명히 협력할 것이고 다른 지망생과 형평성이 맞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다. 나는 카렌에게도 응당한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카렌. 내가 먼저 갈게."

"응."

이럴 때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카렌한테 실례다.

안경녀는 나를 포함해 먼저 구성된 스무 명을 차례대로 확인하고 말했다.

"시험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와 주세요."

안경녀 뒤로 지망생들이 꼬리를 잇듯이 걷는다.

나는 뒤편에서 천천히 따라서 걸었다.

여기는 멜브릿 캠퍼스 내에서 어디쯤 있는 곳일까? 긴 회랑을 지나, 붉은색으로 도색된 큰 문이 우리를 반겼다.

"이 문을 지나면, 여러분의 능력을 시험하는「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경녀는 조용히 우리를 둘러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3개월간의 시험 기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용사 후보생이 되기에 적합한 품성과 실력을 갖추셨기를 바랍니다."

……정규 루트는 3개월이야? 대단하군.

여기 모인 애들을 무시하면 안 되겠어.

안경녀는 우리한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문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러자 문에 그려진 복잡한 도식이 은은한 빛을 뿜더니 스스로 열렸다.

나는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뭐야. 운동장?

문 건너편은 그냥 야외였다. 지붕도 없고, 바닥은 자갈 하나 없이 고운 흙이 깔려 있다.

가로세로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진 정사각형 공간이다. 완전히 야외도 아니지만, 실내도 아닌. 그런 애매한 구성.

맞은편이나 측면을 막은 벽에는 검은 막 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는데, 사람 그림자가 그곳에 맺혀있는 게 보였다.

그 그림자가 우리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그렇다는 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다들 중앙으로 나와서 살펴보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구석으로 이동했다.

"또 만났네."

누가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걸었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니, 본 적 있는 얼굴이 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보르도 던전에서 만났던 금발의 소녀다.

카렌과 나보다 먼저 보르도 던전의 보스를 처리했던.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

"쭉. 계속 당신 뒤에 있었어."

전혀 몰랐다.

심지어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도.

이렇게 눈에 띄는 외모라면 금세 알아봤을 텐데.

"난 스티아 하르페. 당신은?"

"……데칼. 모험가."

뭐지?

그때는 나더러 한심하다고 쏘아붙였으면서, 묘하게 호의적이다.

"데칼, 좀 다시 봤어. 결국엔 해낸 거네. 그 여자애랑 같이."

"……."

아아.

그 얘기를 들으니, 왜 그때랑 태도가 다른지 알았다.

추측이지만, 카렌이 울고 있는 걸 보고 속상하게 생각했던 스티아는, 그 잠깐 스쳤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러면 나와 카렌을 봤을 때 퍽 반가웠겠지.

우리가 좌절감을 이겨내고 기어코 씬 울프를 잡아내서 따라왔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면 당연히 나에 대한 인상이 좋아질 수밖에.

씬 울프는 진작에 잡았고, 그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스티아는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건 재미있는 인연이다.

"네 덕분이기도 해. ……우리가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건."

스티아는 나를 보고 보석처럼 붉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모험가 중에는 한심한 작자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데칼. 당신처럼 보기 드문, 진지한 사람도 있는 거네.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스티아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데칼."

이 악수는, 이제부터 친구로 지내자는 뜻인 것 같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나는 스티아의 손을 맞잡았다.

그때, 미세한 땅 울림이 느껴졌다. 스티아는 즉시 안쪽으로 눈을 돌리고, 허리춤에 있던 세검을 빼 들었다.

"데칼. 과제 달성을 위해 함께 움직이자. 할 수 있지?"

"좋아."

「사전에 모의한」게 아니니까 가능하겠지.

이런 모습 또한 그들의 평가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땅 울림이 격해진다. 중앙에서 큰 바위가 솟아올랐다.

"골렘이야."

스티아가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스티아의 H 스테도 바로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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