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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69화 (69/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6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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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순간에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차례대로 우리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방해받았고, 디아나는 나를 모욕했고, 더 나아가서 가문의 장녀로 보이는 틸리아 뱅가드는 이 일이 명예의 문제라며 배상을 받으려 한다.

    그 배상 값은 우리가 가진 말 전부와 마부 한 명의 목숨.

    길 한복판에서 그런 대가를 치르면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

    하지만, 틸리아가 꺼낸 결투라는 말로 인해 내가 느끼던 성가심은 모두 기쁨이 되었다.

    결투라니, 얼마나 멋진 문화인가?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싸워 이긴 자가 모든 걸 얻고 진 자는 모든 걸 잃는다.

    긴 폭력의 역사 속에서 해악이 워낙 많아 금지된 사적 제재.

    시작은 단순한 사고였는데 명예니, 뭐니 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쪽이 마음에 들었다.

    현대에서는 사고가 일어나면 따질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에 비해 승자가 곧 정의라는 규칙은 많은 문제를 뭉뚱그려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패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좋아."

    "그럼……."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틸리아의 말을 끊었다.

    "묻고 싶은 것?"

    "우리가 졌을 때 일어나는 일은 명확히 알겠는데. 반대로 너희가 졌을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죄하겠다는 뜻이지?"

    "하!"

    디아나가 코웃음을 치며 끼어들었다.

    "참 불쌍하네요. 자기 주제도 모르고……."

    "……."

    틸리아는 은은한 미소가 걸린 얼굴로, 디아나가 떠들게 내버려 두었다.

    "틸리아 언니는 멜브릿 랭킹은 5위. 뱅가드의 자랑, 「홍염」의 이명을 하사받은 기사예요!

    아직 입학시험도 치르지 못한 일개 모험가 따위가 그 드높은 위상을 이해할 리도 없지만."

    뜻밖의 정보다.

    날고 기는 후보생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강자라고?

    적어도 내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게 동생이 가진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의 근거였구나.

    막무가내로 굴어도 힘이 강한 언니가 있으니 남한테 해코지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디아나. 상대는 만만하지 않아. 보는 눈을 길러야겠구나."

    틸리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동생을 꾸짖었다.

    "언니? 이 남자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일행은 상당히 강하네. 평범한 집행관이랑 엘프가 아니야."

    정확하다.

    틸리아는 우리 일행 중 가장 강한 두 사람을 지목하고, 나와 카렌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데칼. 그쪽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대타로 세워도 상관없어.

    만약 내가 지면 정식으로 사과할게. 뱅가드 가문의 이름으로."

    이름을 걸고 사과해?

    그게 아까 미안하다고 한 거랑 뭐가 다른데?

    내 불만을 눈치챘는지 틸리아가 말을 덧붙였다.

    "너희가 현장을 치우는 동안, 우리도 좀 거들게. 그런 다음에 갈 길 가는 거야. 어때?"

    아니, 그럼 원래는 우리들보고 치우라고 할 생각이었단 말이야?

    나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해서 따질 힘도 솟지 않았다.

    우리 말과 마부의 목을 걸고 대결해서 받아낼 수 있는 사죄가 고작 그 정도라고?

    "그 정도로는 부족해."

    "부족? 가문의 이름을 걸고 사죄하는 것 이상으로 뭘 해야 해?"

    틸리아는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

    정말 순수하게 이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 아닌가?

    이 세계 귀족과 메울 수 없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

    내가 교정을 해주마.

    나는 둘을 보고 선언하듯 말했다.

    "결투는 받겠다. 하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진심 어린 사죄같 은 건 하등 쓸모없으니, 내가 정한 규칙을 따라줘야겠어."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겨 틸리아와 디아나 자매를 트랜스 상태에 빠뜨렸다.

    "틸리아. 결투에서 패배하면 너는 내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다."

    "적극, 적……."

    "이것은 너 자신, 네 가문의 규칙보다 위에 있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지엄하니까."

    "……."

    직접 조종해서 사과하게 만들면 아무 의미 없다.

    이 상황에 맞춰, 디아나한테 진정한 사죄를 가르칠 생각이었다.

    다른 암시는 필요 없다. 아직은.

    "오빠. 이스티. 이게 뭐야? 두 사람의 상태가 이상해."

    카렌이 무서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겁이 났겠지.

    "아아. 이거?"

    나는 손뼉을 칠 준비를 하고 말했다.

    "최면술."

    짝.

    마치 한순간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가만히 있던 틸리아와 디아나가 내 손뼉치기에 반응해서 정신을 차린다.

    "네가 정한 규칙? 제멋대로네. 그런 걸 따를 의무는 없어."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는 이어졌다.

    "이스티."

    이스티가 내 부름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이길 수 있지?"

    "봐줄 자신 없어."

    이스티는 고요하게 투지를 불태웠다.

    "달링을 건드렸으니까. 죽일지도 몰라."

    "학생을 죽이는 건 좀 곤란하지."

    버릇없이 까불던 디아나가 이스티의 기백에 밀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이제 깨달은 것 같다.

    이스티가 허풍을 떨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그쪽이 나올 줄 알았어. 아까부터 시선이 뜨거워서 참을 수 없었거든. 이스티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내 이름 잊지 마. 널 가르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틸리아의 눈빛이 확 돌변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향하는 적의가 팽팽하게 부풀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단순한 주먹다짐이 아니다.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노아가 두 사람을 갈라놓듯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이 장소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가도 옆에 공터도 있으니 결투 장소를 옮기시죠."

    "좋아. 우리 마차에 피해가 가는 건 원치 않으니까."

    틸리아는 시원스럽게 노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노아가 먼저 앞장서서 가도 옆에 있는 공터로 간다.

    듬성듬성 짧은 풀이 난 평원이었는데 돌부리만 좀 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틸리아는 자신의 양손검을 어깨 위에 걸치고 목을 돌리거나 손목을 풀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준비 운동을 했다.

    반면 이스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이스티는 바람의 정령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연히 우리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두 사람이 대치하는 걸 지켜보는 모양새가 됐는데,

    뱅가드 가문의 하인들은 더더욱 떨어진 곳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데칼."

    틸리아가 대뜸 나를 보고 말했다.

    "마부랑 상의했어? 누가 목을 내밀지 정해야 할 텐데."

    "걱정하지 마라. 마부가 도망치면 내 목이라도 내어줄 테니까."

    "멋진데? 그런 패기는 싫지 않아."

    물론 졌다고 내 목을 내줄 생각은 없다.

    카렌은 불안한 듯 말했다.

    "오빠. 만에 하나라도 이스티가 지면 어떻게 해?"

    "저도 궁금합니다."

    노아가 말했다.

    "데칼님. 상대의 역량을 꺾는 암시를 걸었다면 손쉬웠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스티를 믿으니까."

    "나도 이스티를 믿지만, 결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이런 일로 오빠가 죽기라도 하면, 나는…."

    불안해서 어쩔 수 없겠지.

    그게 정상이다. 나한테 무슨 대단한 각오가 있다고 목이 달아날 위기에 태연하게 있겠는가?

    "……."

    노아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봤다.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

    "티 났어?"

    "예. 아주 빈말은 아니지만, 본심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거야?"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이스티 양을 신뢰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일을 훨씬 매끄럽게 해결할 능력이 데칼님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투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어."

    그러는 사이에 오간 별것 아닌 듯한 대화 속에 중요한 단서가 몇 개 있었다.

    먼저 틸리아가 용사 학교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강자라는 사실.

    이명이 갖는 위상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숫자로 나타내는 순위는 알기 쉬웠다. 5번째로 강하다는 뜻이잖아.

    "그저 보고 싶으신 거군요."

    노아는 내 속내를 기막히게 알아맞혔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 너희가 강하다는 건 알지만, 알고만 있을 뿐이야.

    한편으로 이제부터 용사 학교에 들어가는데, 나는 아직 내 힘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해.

    이건 좋은 기회야. 좀처럼 볼 수 없는 구경거리지."

    지금까지 경험으로 나는 꽤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모험가 중에서는 말이다. 골드라는 등급이 그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는 어떻지? 내가 손을 뻗어볼 만 한가? 이세계에서 전투 스킬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한번 봐두고 싶다고.

    공교롭게도 그건 유○브에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침 찾아온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일로 이스티 양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노아의 어투는 나를 힐난하려는 것 같지는 않고, 정중했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한 질문 같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답하면, 노아는 내 진심을 알아버릴 것이다.

    이스티는 내가 최면으로 가지고 노는 중일 뿐.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스티는 스스로 멜브릿의 교사가 된다고 했잖아? 학생한테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

    노아의 표정은 읽을 수 없다.

    저 눈가리개 밑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문답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전해졌겠지.

    "오빠. 시작할 것 같아!"

    틸리아가 검을 빼 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독특하다고 여겼다.

    한 손으로 잡기에는 너무 길고, 무게로 치기에는 너무 얇은 검이다.

    날붙이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지만, 카렌이 쓰는 뭉툭한 한손검에 비하면 안정성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야말로 곡예 같은 검술이 아니라면, 저 검을 다루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양손으로 가볍게 검 손잡이를 쥐고 다리 간격을 넓힌 틸리아는, 자연스럽게 서 있는 이스티에게 말했다.

    "무기를 꺼내. 그 정도는 기다려줄 테니까."

    "……."

    "아니면, 어울리지 않게 맨손으로 싸우는 타입이야?"

    틸리아가 떠보듯 건네는 말에도 이스티는 가만히 있었다.

    이스티의 활은 언제나 필요할 때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무기나 화살을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

    상대가 그걸 알 턱이 없기 때문에, 묘한 대치 상황은 그대로 이어졌다.

    "엘프의 결투에서는."

    이스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급자한테 선공을 양보해."

    "……."

    틸리아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하다가,

    "아하하!"

    고개를 젖히고 시원하게 웃었다.

    "몰랐네. 엘프의 세계에 그런 배려가 있었다니."

    "먼저 움직여도 돼."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

    틸리아의 분위기가 변했다.

    나는 금세 알아봤다. 틸리아가 정령을 불렀다는 사실을.

    그녀의 근처에 붉은 정령핵이 춤추듯 움직이고 있다. 그 정령의 존재감은 이스티의 정령과 비교했을 때 결코 밀리지 않았다.

    정령의 영향인가? 살짝 따뜻한데.

    "으읏. 뜨거워."

    "불의 정령인 것 같습니다. 홍염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의 정령술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두 사람은 나보다 훨씬 강하게 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틸리아의 검이 맹렬한 기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홍염이라는 이명처럼 새빨간 불꽃이다.

    보통 사람은 그저 보기만 해도 전의를 상실할만한 광경이었다.

    내가 던전에서 카렌의 검에 해보려다가 말았던 거다.

    〈파이어 인챈트〉와 같은 마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틸리아는 나처럼 화염에 보호받고 있는 듯 불타는 검을 들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간다!"

    틸리아가 한번 지면을 박찼다. 그것만으로 사뿐히 지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여 단숨에 이스티와의 거리를 좁힌다.

    놀라운 움직임이다. 틸리아는 속도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는데 성난 불길이 검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오면서 이스티를 덮쳤다.

    이스티는 살짝 뒤로 물러나 검을 피하고, 불길은 바람의 정령으로 억눌렀다.

    냉정하고 깔끔한 대처였다.

    틸리아는 바로 검을 쥐고 공격에 나섰다. 이스티는 틸리아가 한 걸음씩 접근하면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딱 그만큼 물러나면서 검을 피하고,

    두 사람 사이에 치솟는 거센 불길은 이스티의 근처에는 닿지도 못하는 형세였다.

    "와…! 오빠. 저런 정령술 본 적 있어?"

    카렌은 어느덧 손에 땀을 쥐며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특훈 때 이스티 덕분에 정령을 보는 감각을 익혔다.

    그 때문에 몸으로 붙는 공방 이상으로 정령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틸리아의 정령이 뿜는 거친 불길을, 이스티가 데리고 다니는 바람의 정령이 섬세한 바람으로 모두 흘려낸다.

    겉으로는 틸리아가 검으로 몰아붙이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마치 정령술을 겨루어 보는 것 같은데. 노아는 어떻게 생각해?"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정령술의 성취 정도는 비슷하지만 이스티 양의 운용이 돋보이네요. 낭비가 없습니다."

    "성취 정도가 비슷해?"

    나는 이스티가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

    좀 더 지켜보고 있었더니 점차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다.

    불길이 조금씩 이스티의 바람 장막을 침투하고 있었다.

    열기를 느낀 이스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틸리아가 씩 웃었다.

    갑자기 불길이 확 뻗치더니 틸리아가 화염에 삼켜졌다.

    사라진 건가? 틸리아는 갑자기 이스티의 배후에서 나타났다. 불타는 검이 닿기 직전, 이스티는 장막을 쳐서 뿌리치고 크게 뛰어 거리를 벌린다.

    "지금…! 하앗!"

    틸리아는 갑자기 자세를 낮추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전혀 닿을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틸리아가 검을 휘두른 방향. 바닥에서 불꽃이 파도처럼 치고 올라와, 이스티를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갔다.

    "이스티!"

    카렌이 절박하게 외쳤다.

    그만큼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간 도약이다. 이스티는 대뜸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에서 나타났고, 동시에 틸리아가 몸을 날려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

    이스티의 손에 활이 들려 있었다.

    도약한 건 봤지만 대체 언제 쐈지? 틸리아가 반응한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도약 직전에 불길에 휩쓸렸는데도 이스티의 옷이나 피부에는 사소한 그을림 하나 없었다.

    이어서 이스티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비어있는 오른손을 살짝살짝 움직이더니 반투명한 화살을 하나, 둘, 셋, 마술처럼 꺼내어

    네 개까지 깍지에 끼고 시위에 걸쳤다.

    몸을 던졌던 틸리아가 균형을 잡자마자, 네 개의 화살이 한 번에 이스티의 활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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