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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67화 (67/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6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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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일행과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광장에 무슨 일이라도 났는지 목을 길게 빼고 쳐다보는 남자들도 있다.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오늘 광장에는 나랑 약속한 세 명의 여자들이 와 있었다.

    단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옆으로 길게 내린 백금발 머리를 한 엘프. 투명하고 푸른 눈과 예쁜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세상과 동떨어진,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옆에는 자기 머리만 한 큰 젖탱이 밑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붉은 머리 소녀가 있다.

    자기 눈처럼 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어서 뒤로 내렸다.

    젖탱이만큼 통통한 허벅지와 윗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흰색 스타킹을 신은 모습은, 걸어 다니는 섹스 어필 그 자체다.

    이스티가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라면 카렌은 대조적으로 같이 있으면 떠들게 되는, 그런 묘한 에너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눈가리개를 한 우리 철벽의 집행관님은 은밀 행동이 몸에 밴 것처럼 자기는 사각에 들어가서

    관심을 다른 두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림자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아마 그 모습 때문에 감히 말을 걸어보려는 남자가 없었을 것이다.

    노출이 거의 없는 수녀복─처럼 보이는 옷─으로 몸을 가렸지만, 옷감이 얇은 탓에 잘 관찰하면 여성스러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다.

    눈가리개를 하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있었지만, 멀리서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미 내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베일 노아라면 틀림없이 다른 이가 몰래 지닌 그 어떤 비밀도 알아낼 거라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한데 눈가리개는 왜 한 것일까?

    전에 보았을 때는 눈에는 딱히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보석처럼 색채가 짙은 푸른 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아가 이쪽으로 고개를 쓱 돌리자 신기하게 다른 둘도 이쪽을 보았다.

    "오빠~!"

    언짢은 듯 서 있던 카렌은, 나를 보자마자 만면에 미소를 띠고 달려왔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데칼."

    이스티랑 눈을 마주치고, 가벼운 입맞춤을 나눴다.

    "노아. 마차 준비는?"

    "마부가 동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갈까?"

    "응!"

    "걸어서는 나흘, 마차로는 이틀이라고 했던가?"

    "네. 1박 2일 예정이 될 겁니다. 따로 말씀이 없으셨지만, 마차에 야숙에 필요한 물품과 먹을 것, 갈아입을 옷은 따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마부 몫만 있으면 되겠지. 우린 팔색 조개 성에서 머물면 되니까."

    카렌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와. 휴대하고 다니면서 그런 곳에서 쉴 수 있다니. 너무 좋은 것 같아! 검은 숲에서도 그랬으면 편했을 텐데."

    "왜. 나는 좋았어. 너랑 좁은 텐트에서 살 비비며 섹스하는 것도……."

    "다, 다른 두 사람이 듣잖아."

    카렌은 당황하며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내 옆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제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붙어 있네.

    "뭐 어때? 지금도 내 여자친구처럼 붙어 있으면서."

    "……."

    카렌이랑 나는 동시에 이스티를 흘끗 봤다.

    "그게 카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나는 살갑게 애교를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달링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나도 좋아."

    "그래. 날 기쁘게 하는 것이 좆집의 역할이기는 하지."

    카렌이 무슨 소리를 하며 반발할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두려운 것도 없다는 듯이 내 팔에 가슴을 밀착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름다움으로는 이스티를 이길 수 없으니까. 나는 그 차이만큼 몸으로 밀어붙일 거야."

    "……."

    팔에 맞닿는 이 중량감, 부드러움.

    다른 일은 다 미루고 카렌을 세워 놓은 다음 온종일 만지고 싶은 가슴이다.

    우리는 마차가 있다는 동문을 향해 함께 걸었다.

    "오빠. 성도는 어떤 곳일까? 궁금하지 않아?"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는 한데."

    솔직히 기대되지는 않았다.

    인구 밀도부터 레벨이 다른 대도시에서 살다가 왔으니까.

    왕국이라고 해봐야 총인구가 천만 명은 넘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뭐,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용사 학교가 기대되는데. 틀림없이, 전국에 있는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모이겠지?"

    앞장서서 걷던 노아가 훗 미소 지었다.

    "멜브릿은 왕국의 자랑. 분명히 좋은 뜻으로 놀라실 겁니다.

    매일같이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이죠."

    "번거롭네. 그만큼 용사가 중요한 존재야? 왕국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나 본데."

    "그렇습니다. 왕국의 행정과 경제는 용사 학교의 인재 양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마왕군과 싸우는 데 있어서 무기술을 훈련한 병사를 모으는 것보다 천 명 중 한 명 나는 인재를 가려내는 것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역사적으로 증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흠. 그래도 마왕이랑 승부를 내지는 못했잖아?"

    "네. 지난 수백 년간 많은 용사가 있었고,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현 용사 벨리사 님의 활약으로 마왕의 세력과 인간의 세력은 완전한 길항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은 평화롭다는 뜻인가.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서로 가진 걸 쥐어짜서 한바탕 붙고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차라리 그편이 나을 수도 있다.

    끝장을 보려고 하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깨질 텐데 인간이 이긴다고 해서 밝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동문이 보입니다."

    우리는 노아가 경비병과 얘기하는 걸 한 발치 떨어져 지켜봤다.

    "일행분입니까?"

    "예."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밖에는 노아 말대로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라는 걸 실제로 볼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자동차에 비하면 정말 허전해 보이는 탈것이었다.

    "저는 선두에 있는 마차를 타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린 뒤에 있는 걸 타면 돼?"

    "네. 세 사람이 동석해도 될 정도의 너비일 겁니다."

    노아도 같이 타면 좋을 텐데.

    노아는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저는 데칼님의 냄새에 민감해서, 그런 좁은 공간에 함께 동석하면 분명히 해달라고 조르게 될 겁니다."

    "괜찮은데?"

    "두 분 뵐 낯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그렇군…….

    이스티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카렌은 아주 밀착한 거리에.

    하지만 노아는 묘하게 나와 거리를 두려는 스탠스를 취하길래 왜 그런가 했는데.

    비이성적으로 돌변해서 내 품에 안겨 졸라댈까 봐, 처음부터 거리를 두기로 한 것 같았다.

    아예 욕망의 계기와 거리를 둔다니. 참으로 그녀다운, 현명한 금욕법이다.

    물론 그 금욕은 허술한 빗장 하나 걸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냥 뚜벅뚜벅 다가가서 안아버리면, 노아의 절제심은 바로 무너지겠지.

    내 음란한 생각도 대충 알았는지, 노아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부에게 출발하도록 이르겠습니다."

    나는 행렬의 가장 뒤에 있는 마차에 이스티와 카렌을 먼저 태우고, 마지막에 올라탔다.

    내부는 다섯 명은 태울 만큼, 꽤 넓었다.

    카렌은 내 옆에 앉고 이스티는 나의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생각보다 쾌적한데. 원래 이런가?"

    카렌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보통은 두 사람 타기에도 비좁아. 이 마차는 굉장히 좋은 마차야.

    노아 님이 신경 써주신 거야."

    "나는 마차를 타본 적 없어서 모르겠어."

    "이스티도 처음이야?"

    하긴. 말보다 빠른 발을 갖고 있는데.

    어색하게 앉아있는 이스티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앉아있는 동안 움직이는 탈것에는 익숙한데 이스티는 처음 겪는 일처럼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마차의 흔들림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오래 타고 있으면 엉덩이가 좀 아프기는 하겠지만 이만하면 괜찮네.

    문득 궁금해졌다. 대왕 팔색 조개를 여기에 꺼내 놓고 마차가 운반하면 편하게 성도에 갈 수 있을까?

    그러면 들어가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바로 성도다. 얼마나 편해?

    근데, 우리가 팔색 조개 성에 있는 동안 이 세계 사람들이 조개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물과 풀 여관방. 비교적 안전한 곳에 놓고 사용했기 때문에,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잘 때 벨라한테 물어봐야지.

    "마을이 멀어지고 있어. 오빠."

    정든 마을이었는데 의외로 아쉬운 기분은 없었다.

    운이 좋아서 카렌이나 이스티, 노아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더더욱 좋은 영감을 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

    최면을 쓰고 싶다.

    카렌의 옆에서 배움에 목마른 학생을 연기하는 일은 제법 즐거울 것 같았다.

    "이스티. 멜브릿의 교사가 된다고 했지. 계획은 있어?"

    "응. 나는 이미 자격이 있으니까 위원회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교사가 될 수 있어."

    이스티라면 걱정 없다.

    벨라한테 받은 스킬 빼면 내가 가진 스킬은 다 이스티한테 배운 것이다.

    인간 혐오에 빠져 있던 엘프가 인간을 가르치는 교사라니. 이스티의 삶에서도 이건 대단히 큰 변화이며 모험이다.

    "떨리지? 불안하고."

    "잘 모르겠어.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되는 기분은 있어."

    "추파 던지는 남학생이 있으면 말해."

    나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은 카렌의 젖탱이를 주무르면서 말했다.

    "오빠. 지금 내 가슴 만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것 같은데?"

    "이건 추파가 아냐. 좆집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거지."

    이스티는 보일 듯 말 듯 하게 미소를 띠었다.

    "데칼의 특기는 알고 있지만,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

    "오빠의 특기?"

    이스티는 입을 다물었다.

    혹 내가 밝히지 않기를 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냥 카렌한테 알릴 적절한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만.

    별다른 암시를 걸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대뜸 밝히기 곤란한 것도 있다.

    이스티는 나를 중심으로 강한 부조화가 일어나는 강력한 최면 상태이지만

    카렌을 상대로는 최면 해제로 장난을 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유효한 암시가 없다시피 한 순정 상태.

    특훈 중에 나와 임신 섹스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

    하지만 카렌의 조교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중에 밝힐 때를 대비해서, 단서나 좀 던져줄까?

    "카렌. 나는 사실 최면술을 쓸 수 있어."

    "최면술?"

    "보여줄까? 가죽끈 같은 것 있어?"

    "아, 응. 사둔 것 있어."

    나는 개인 보관함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서, 카렌이 준 가죽끈을 묶어서 늘어뜨렸다.

    "이 동전의 흔들림에 집중해."

    "아. 이거 뭔지 알겠다!"

    "이 동전을 보고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음……."

    카렌은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금화를 보며 집중한다.

    "몸에서 힘을 빼고, 릴랙스 하세요."

    "으음."

    "그대로 잠들듯이 편안하게…."

    "……."

    내가 시키는 대로 카렌이 눈을 감는다.

    나는 동전을 손으로 수거하고, 조심스럽게 카렌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앗…!"

    카렌이 눈을 떴다.

    "어때. 키스하는 최면술."

    "엉터리! 최면술 같은 게 어딨어. 모르는 사람이 그랬으면 확 주먹으로 때렸다."

    "이게 먹힐 때는 먹히더라고. 방금 최면을 걸었지. 너는 이제 나랑 키스하는 걸 거부할 수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해놓고 카렌과 거리를 좁혀 입맞춤했다.

    입을 벌린 채 입술을 맞대고, 격정적으로 혀를 섞는다.

    카렌은 풀린 눈으로 애달픈 숨결을 흘리면서 내 타액을 자기 입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진하게 키스하다가 입술을 떼자, 타액이 실처럼 이어졌다.

    "……처음부터 거부할 리가 없잖아."

    카렌은 홍조를 띠고 수줍게 말했다.

    카렌의 허리를 감싼 손으로 젖가슴을 계속 주무른다.

    "오빠."

    "응?"

    내가 만져도 모른 척 시치미 떼던 카렌이, 갑자기 유두에 살짝 걸친 자기 옷을 끌어내려 생 젖탱이를 한쪽 드러냈다.

    반쪽을 더 드러냈을 뿐인데 젖가슴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생으로 만질래?"

    "너는 참된 좆집이다."

    "오빠가 기뻐할 줄 알았어."

    지루할 일은 없겠어.

    마차가 느긋하게 가도를 나아가는 동안 심심풀이로 카렌의 젖탱이를 장난감 삼아 물고 빨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특출난 크기와 탄력을 가진 젖탱이만이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한다.

    "그, 그렇게 좋아…?"

    나는 카렌이 난처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가슴을 집요하게 애무했다.

    마른 마을이 점이 돼서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훌륭한 심심풀이다. 분명히 스마트 폰도 이길 수 있다.

    "오빠. 적당히 안 하면, 내 속옷 수습이 안 돼……."

    카렌은 달아올라서 어쩔 수 없는 듯,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예 여기서 해버릴까? 마부한테 민폐 좀 끼치겠지만, 움직임을 최소화한다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차가 멈췄다.

    "응?"

    뭐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행렬 가장 앞에 있는 마차가 멈춰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대낮에 도적인가 싶었지만 그런 일은 아닌 듯했다.

    맞은편 길에 우리와 다른 마차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고, 거기다 그 마차들은 척 봐도 짐을 잔뜩 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야? 오빠."

    "누가 먼저 지나갈지 얘기하고 있나 본데? 아, 노아가 이쪽으로 온다."

    노아는 마부랑 얘기를 나누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쪽으로 곧장 걸어왔다.

    나는 마차 문을 열고 물었다.

    "노아,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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