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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52화 (52/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5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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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르도 던전을 탐사하면서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있다는 「리치」를 처리하는 것.

겸사겸사 보르도 던전 탐사 임무도 맡았지만 이건 중요치 않다.

지금 이 나라는─뭐라고 부르는 나라인지도 모르겠지만─ 차기 용사 후보생을 선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에 긴급 임무 지령을 내렸다.

마른 마을의 긴급 임무는 검은 숲에 있는 씬 울프를 처리하는 것.

이 임무를 가져온 건 다름 아닌 이스티.

그녀는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이며 엘프 궁수로, 인간에게는 자기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꺼렸다.

나는 이스티가 마른 마을에 찾아온 날 즉시 암시를 걸었고

이어서 좆집 카렌을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용사 후보 선출에 끼어들게 되었다.

임무 내용이었던 씬 울프 처리하기는 훌륭하게…… 아니, 조금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해결했지만.

실은 일찍이 마을에 있었던 심사관 베일 노아에 의해 미심쩍은 부분이 몇 개나 지적당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전부 털어놓게 되었다.

보통이라면 즉시 실격이었겠지만.

우리는 같은 모험가에게 공격당했고, 발언권이 있는 이스티가 변호를 해 주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추가 시험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바로 보르도 던전 최하층에 위치한 리치를 잡는 것이다.

목숨까지 걸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이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 중요한 보르도 던전으로 가는 길은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이세계로 전이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 도전한 던전, 잊어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 분위기로는 아직 조사한 지 얼마 안 된 던전이라는 인상이었는데, 설마 더 깊은 곳이 있을 줄이야.

우리는 대략 한 시간을 걸어서 보르도 던전 입구까지 왔다.

이번에는 전보다 많은 모험가가 모여 있었다.

넓게 트인 평원이라서 그런지 모험가들의 면면이 한눈에 보여서 검은 숲 입구보다도 많이 모여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다 리치를 보러 온 사람들인가?"

"그런가 봐. 벌써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퍼진 것 같아. 다들 장비도 좋고……."

"위축될 거 없어."

카렌은 크게 심호흡했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 내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어."

"위험할 때는 공간 도약으로 이탈하자. 알고 있지?"

"응. 최후의 수단이야."

우리는 공간 도약에 대한 협의를 미리 해놓고, 지하로 내려갔다.

카렌은 랜턴에 불을 붙여서 방패를 착용한 손에 들고 앞장섰다.

예전에는 빈델이 횃불을 들고 길을 밝혔었지. 지금은 다른 모험가의 보조를 하고 있을까?

"오빠. 전방에 마물."

"파이어 볼."

나는 미리 영창하고 펼친 손 위에 화염구를 만들었다.

이상하다. 여기는 고블린만 나올 텐데? 공격적이기는 해도 고블린은 고블린. 경계할 건 없지만 낌새가 묘했다.

"온다!"

카렌이 외쳤다.

무언가가 쏜살같이 달려든다. 그건 스켈레톤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한 손에 검을 들고 무장했다. 눈두덩은 사악한 마법의 잔재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외형은 약간 다를 뿐이지만 민첩성은 전혀 다른 마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카렌은 방패로 스켈레톤이 휘두른 검을 받아내고, 허릿심으로 버티다가 강하게 밀어서 튕겨냈다.

카렌은 여러 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공격 타이밍을 잡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파이어 볼을 정확히 겨냥해서 날린다.

스켈레톤은 내 마법을 맞고 충격으로 터졌다. 불타는 뼛조각들이 사방팔방 흩어져 어두운 통로를 부분적으로 밝힌다.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건?"

"스켈레톤 워리어야. 어려운 상대인데, 오빠 마법이 잘 들었네."

과연…….

레벨을 150까지 올리려면 저런 걸 상대해야 한단 말이지?

이제는 칼 든 괴한이랑 싸우는 편이 덜 무서울 것 같은데.

"카렌. 괜찮아?"

카렌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화염이 너무 뜨거워서……."

"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벨레이라의 가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열기에 면역이지만, 카렌은 아니다.

검은 숲은 탁 트인 야외였지만 보르도 던전은 비좁은 실내. 통로도 세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기 때문에 참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카렌이 큰 화상을 입을 것이다.

"파이어 볼은 안 되겠어. 위력은 좀 낮지만 파이어 애로우를 쓸게."

"……고마워."

카렌 잘못이 아니다.

전투가 제약되는 환경이라면 알맞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빠. 앞에!"

카렌이 자세를 잡았다. 스켈레톤 워리어가 정면에서 달려든다. 카렌은 워리어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을 받아 내면서 시간을 벌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볼을 배운 이후로는 사용한 적 없었지.

초급 스킬인 만큼 위력은 파이어 볼의 완전한 하위 호환이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엄청나게 강한 위력보다는 컴팩트하게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파이어 애로우 쪽이 나았다.

시전 시간은 1초 미만. 완전 영창 한 파이어 애로우가 스켈레톤 워리어의 머리에 꽂혔다.

"윽!"

하지만, 역시 위력이 부족했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한번 버티고 카렌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카렌!"

"응, 지금 떨어트릴게!"

카렌이 확 방패로 밀쳐서 스켈레톤 워리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파이어 애로우!"

한 번 더 스켈레톤의 몸통에 맞히지만, 역시 쓰러지지 않는다.

새삼 파이어 볼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깨닫는다.

"끝이 없겠는데."

"역시, 파이어 볼로 하자. 오빠…!"

"출력을 좀 더 높여 볼게."

나는 집속 팔찌의 기능을 이용해 파이어 애로우를 오버 차징했다.

MP가 급속도로 빨려들면서 파이어 애로우의 위력이 강화된다.

"파이어 애로우!"

스켈레톤 워리어의 몸체가 터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하아…. 하아…."

"카렌, 괜찮아?"

"응. 힘 싸움해서 좀 지쳤을 뿐이야."

"열기는 견딜 만 해?"

"살갗이 좀 뜨겁기는 한데,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내 마법을 직접 맞은 건 아니지만 카렌의 팔은 꼭 뜨거운 물건에 덴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가까이 와 봐."

나는 개인 보관함에서 별빛 조개를 꺼내서, 카렌의 팔에 가져다 댔다.

"아…."

"어때? 안 아프지?"

"어떻게 한 거야? 마법 같지도 않은데…."

"벨라한테 받은 아이템이야. 아티팩트 같은 거지."

"…굉장해. 갖다 대기만 해도 상처가 치유되는 물건이라니."

"하지만……."

화상은 고통스럽다.

상처가 치유된다고 해서 카렌이 맞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마법을 난사할 수는 없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빠. 나는 신경 쓰지 마. 나 때문에 오빠가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니, 그런 건……."

카렌은 내 고민을 알아차린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카렌.

네가 아픔과 맞설 준비가 됐다고 해서 계속 화상을 입으며 나아갈 수는 없어. 그러다가 네가 마물한테 당하면 나도 죽어."

"……응. 맞는 말이야."

"문제는 나한테 있어. 무언가를 불태우는 마법은 피해 범위가 너무 넓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애초에 왜 스켈레톤 워리어가 우리를 먼저 알아차리는 거지?"

카렌이 들고 있던 랜턴을 보았다.

"불빛 때문이 아닐까? 어두운 곳에서는 잘 보이잖아."

"그럼 불을 끄고 진행하자."

"불을 끄고?"

"일자로 된 통로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앞장서겠어."

"안 돼. 그러다가 불빛이 없는데도 상대가 먼저 알아차리면? 오빠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스킬을 활용해야지."

나는 손에 낀 반지를 쓱 보았다.

"은폐의 장막을 쓸 거야. 내 옆에 붙어."

"알았어."

카렌이 랜턴 불빛을 끄고 내 옆에 붙었다.

은폐의 장막은 무영창으로 즉시 발동했다. 스킬 이름처럼 장막이 펼쳐졌다.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네. 카렌과 나는 서로 같은 장막 안에 있기 때문에 차이점을 구별할 수 없었다.

시험해보면 알겠지.

우리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긴장감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카렌은 나랑 붙은 채로 숨소리도 죽이고 걸었다. 불을 끈 상태이기 때문에 스켈레톤 워리어의 기습을 알아차리는 게 반 박자만 늦어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무모한 생각이었나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을 때.

눈앞에 스켈레톤 워리어가 나타났다.

"……."

우리는 숨을 죽이고 스켈레톤 워리어를 관찰한다.

놈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우리는 한번 스켈레톤 워리어의 위치를 확인했으니,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다음, 나는 제자리에서 발을 굴러 소리를 냈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반응하지 않는다.

눈도 없고 귀도 없는 놈이라 뭐에 반응하는지 모르겠는데, 우선 빛에 반응한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카렌을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선영창을 외쳤다.

"파이어 볼!"

화르륵!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마법이 완성된다. 불빛이 닿자 스켈레톤 워리어가 이쪽을 인식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정면에서 온다는 걸 파악한 이상 무서울 게 없다.

비좁은 통로라는 건 바꿔 말하면 상대도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 대충 겨냥하고 쏴도 스켈레톤 워리어 같은 큰 표적을 맞히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큰 충격음과 함께 스켈레톤 워리어의 몸체가 산산이 부서진다.

"좋아. 빛에 반응한다는 걸 알았으니, 통로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앞장설게."

"응. 나는 마법이 빗나가는 상황에 대비해서, 치고 나갈 준비를 할게."

"믿는다."

은폐의 장막은 600초 정도 지속되고 사라지는 스킬이었다.

다시 걸면 되지만, 때가 되면 풀리기 때문에, 애매할 것 같으면 아예 장막이 풀고 대기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사용한 다음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파이어 볼!"

스켈레톤 워리어를 하나하나 확실하게 정리하면서 나아간다.

이렇게 긴장하며 마물을 쓰러뜨린 적이 있었나?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다.

"잠깐 쉬었다 가자."

"오빠는 앉아서 쉬어. 내가 서서 대기할게."

"좋아."

나는 여신의 물병을 꺼내서 카렌과 나누어 마셨다.

여력은 남아 있지만 던전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인지 숲에 있을 때보다 훨씬 지치는 것 같다.

아직은 할 수 있다. 아직은.

예전에는 1층부터 이렇게 살벌한 던전이 아니었는데. 리치가 나타난 영향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모험가 시체를 마주치는 일은 없기를 빈다.

"가자."

스켈레톤 워리어를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스킬 숙련도가 상승하는 건 좋지만, 파이어 볼의 위력이 향상되면서 점점 실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카렌은 내 뒤에 있는데도 한여름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통로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덥겠지.

카렌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설프게 위력을 줄이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

화상 위험을 무릅쓰고 카렌을 앞에 세우느니, 먼저 스켈레톤 워리어를 발견하고 선공을 한다.

최선의 방법이지만,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겠어.

이러다 파이어 볼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그 마법은 실내에서는 쓰지도 못한다.

"오빠."

카렌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좁은 통로가 끝나고 방이 나왔다. 전에 왔을 때랑 같다. 방에는 또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여럿 있고, 어떤 통로를 지나도 비슷한 석실이 우리를 반긴다.

전에 와본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됐다. 어디로 가야 할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앞에 셋."

다음으로 가는 길을, 스켈레톤 워리어 셋이 지키고 있다.

아무리 파이어 볼이 강해도 셋이랑 동시에 싸우는 건 피하고 싶은데.

아니, 솔직히 둘만 되어도 싫다.

오버 차징 파이어 볼을 사용하고 싶은데, 과연 시간이 충분할까?

"내가 앞으로 나갈까?"

카렌이 조용히 물었다.

"……."

결단을 해야 할 때다.

나는 우선 하던 대로 파이어 볼을 시전해서 하나를 처리한 다음, 뒤로 빠져서, 통로로 하나씩 유인해서 잡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걸 이제부터 어떻게 전달할까…….

"신호하면 뒤로 뛰어. 통로로 유도하는 거야."

"하나씩 처리하자는 거지? 알았어."

카렌은 금세 알아듣고 검을 들었다.

"파이어 볼!"

가능한 둘 이상 잡을 수 있도록 정확히 겨냥해서 쐈지만, 기대는 깨졌다.

스켈레톤 워리어 하나는 처리했지만, 나머지 둘은 확실하게 범위에서 벗어나 이쪽으로 달려온다.

"카렌!"

생각보다 워리어의 움직임이 빠르다. 제때 빠질 수 있을까?

그때 스켈레톤 워리어의 배후에서 누군가가 지원 사격을 해서 워리어의 주의를 돌렸다.

처음에는 이스티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파이어 볼!"

다시 파이어 볼을 시전해서 하나를 쓰러뜨린다. 남은 워리어 하나는 활 사격을 여러 차례 맞고 바닥으로 꺼졌다.

"제가 방해했나요? 데칼님."

나는 은폐의 장막을 해제하고 상대와 마주했다.

모험가 길드에서 몇 번 본 적 있다. 골드 등급 모험가. 와비드였다.

와비드가 석궁으로 우리를 도운 것 같았다.

"아니, 적절했어요. 고마워요."

나는 먼저 감사 인사를 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카렌도 따라서 인사한다.

"오늘은 은발의 엘프 님이 없으시네요. 두 분이 리치 사냥인가요?"

"어떻게 알았어요?"

"다들 혈안이 되어 있거든요. 리치는 대단한 보물을 갖고 있으니까. 모험가들에게 좋은 표적이지요. 저 역시 그런 목적으로 왔지만……. 어쩌면 두 분의 목적은 돈벌이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와비드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떠보는 것처럼 말했다.

나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미 검은 숲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같은 모험가라고 해서 적대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목적으로 왔습니다."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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