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최면물-40화 (40/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40편

    <--  -->

    나는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을 정리해달라고 한 다음 두 사람의 월경 주기를 파악했다.

    "카렌이 27일, 이스티가 19일."

    가임기는 배란일 전후 평균 4일에서 5일.

    월경 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어림잡아 두 사람의 가임기가 겹치는 기간에 섹스하면 임신 확률이 오르겠지.

    엘프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6일이지?"

    이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는 임신할 수 있어."

    "카렌은 며칠 더 기다려야겠고. 큰 차이는 없네."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어…."

    "네가 임신할 확률이 높은 날을 알아내려고 하는 거야."

    "그,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는 줄 알았어?"

    "하다 보면 되는 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섹스가 여성의 호르몬 변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꾸준히 섹스하는 부부일수록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도 있다.

    현대에서는 아이를 가지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일일이 검증할 기회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말이겠지.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꾸준히, 많이 하느냐다.

    종마의 심정으로 달라붙고 싶다.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어차피 임신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할 생각이지만."

    "……."

    카렌은 군침을 삼켰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갈아입을 옷도 가지고 와야 하고. 저기…."

    "준비는 성에서 해도 돼. 내일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가자."

    나는 물과 풀 여관으로 이동했다.

    여관은 꽤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나이스. 항상 묵던 방으로."

    "네, 알겠습니다. 세 분이시죠?"

    손님들의 시선이 몰리자, 카렌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며칠 방에서 나오지 않아도 신경 쓰지 말고."

    "아…."

    무슨 오해를 했는지 아나이스의 볼이 붉어졌다.

    손님들까지 술렁거린다.

    "방금 들었어?"

    "…대박인데."

    카렌은 몸에서 열이라도 나는지 손부채질을 하다가, 슬쩍 내 팔에 몸을 밀착시켰다.

    나는 카렌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돌려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방 열쇠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이스티가 대신 열쇠를 받는다.

    아나이스의 배웅을 뒤로하고, 언제나처럼 2층 3호실로 간다.

    셋이서 머물기에는 좁고 낡은 방. 딱딱한 침대.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바로 대왕 팔색 조개를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씬 울프 때…."

    카렌은 알아본 듯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세계로 이어주는 조개야. 꽉 붙잡아. 잘못하면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튕겨 나가니까."

    내가 겁을 주자 카렌은 내 몸에 꾹 달라붙었다.

    "……."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스티도 모른 척 나한테 붙었다.

    나는 둘을 데리고 팔색 조개 성의 1층 중앙 홀로 이동했다.

    내가 성에 왔을 때 제일 처음 봤던 곳이며, 옥좌가 있는 방이다.

    "와…."

    카렌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몹시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어서 와. 주인님. 한 명 늘었네?"

    옥좌에는 벨라가 잘난 듯이 앉아 있었다.

    자태 봐라. 누가 주인님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벨라, 개처럼 네발로 긴다. 실시."

    "읏!?"

    벨라는 풀썩 엎드린다.

    나는 벨라의 가냘픈 허리 위에 앉았다.

    "으윽, 내려와…!"

    "까불길래 또 혼나고 싶은 줄 알았지. 카렌, 인사해. 이쪽은 내 노예인 벨라야."

    "안녕하세요."

    카렌이 내 의자가 된 벨라한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인사 안 받아?"

    "이런 꼴로 누구 인사를 받는다는 거야."

    그것도 맞는 말이군.

    나는 옥좌에 걸터앉아, 벨라를 내 무릎 위에 앉혔다.

    표정으로는 온갖 불만을 드러낸 주제에 내 허벅지에 편하게 앉으려고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이 꽤 사랑스럽다.

    "이렇게 보니 둘 다 머리 색이 비슷하네."

    "그, 그런. 과찬이야. 저분이 훨씬 더… 아름답고 예뻐."

    카렌은 멋쩍은 미소를 띠며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런가?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벨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훗하고 코웃음을 쳤다.

    "보는 눈은 있네. 카렌이라고 했지? 당신의 추잡한 몸매 역시 굉장히 훌륭해. 주인님의 좆집으로써 손색이 없어."

    "조, 좆집…."

    카렌이 충격받은 듯 경직되자 벨라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인님. 아직이었어?"

    "그래. 카렌은 파티 동료야. 그걸 칭찬이라고 하냐?"

    "아. 성에 데려왔길래 이미 그런 줄 알았지 뭐야. 강한 경쟁자가 생겼다고 속으로 긴장까지 했는데."

    카렌은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히 말했다.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오빠의 동료예요.

    리치를 잡고 용사 후보생이 되기 위해서, 이 성에 특훈을 하러 왔어요."

    "특훈? 어떤 특훈?"

    "최선을 다해서 오빠랑 임신 섹스를 할 거예요!"

    "아아…."

    벨라는 다 알겠다는 듯이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그렇구나. 미안해, 좆집이라느니 말실수했지 뭐야."

    "사과하셨으니 괜찮아요."

    나는 벨라를 옥좌 팔걸이에 앉혀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라. 특훈을 하러 왔다는 건 사실이야. 일주일간 이스티가 우리 스승님이지. 어디 좋은 곳 없어?"

    "좋은 곳? 실내에 훈련장이 있기는 한데. 안내해줄까?"

    "실내는 안 돼."

    이스티가 말했다.

    "두 사람의 훈련을 서포트 하려면 바람의 정령이 꼭 필요한데, 실내에서는 정령의 힘이 약해져."

    아, 그럼 밖에서 하는 게 좋겠군.

    벨라는 짧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성 뒤편은 어때? 딱 좋은 공터가 있는데."

    "달링. 먼저 가서 보고 있어도 돼?"

    "카렌도 데리고 가. 나는 벨라랑 얘기 좀 하고 갈게."

    "응."

    이스티와 카렌이 성을 나서고, 벨라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저 아이는 아직 교육 중이었구나?"

    "그런 셈이지."

    "주인님. 팔색 조개 성에 하렘이라도 만들 생각이야?"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여기라면 공간도 충분하고, 몇 가지 개선하면 아이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컬렉션 하듯이 모아놓고 임신까지 시키겠다니. 우욱. 기분 나쁜 취미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벨라의 눈빛은 나한테 무언가 기대하는 듯이 색정적으로 빛나고 있다.

    물론, 벨라가 원하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주인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혼나고 싶어?"

    "그게 내 매력인데…. 불만 있어?"

    나는 벨라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

    "사실 벌 받고 싶어 하는 것도 매력이지."

    "그건 비밀인데."

    "그런 공공연한 비밀이 어딨어?"

    나는 벨라의 엉덩이를 또 때렸다.

    찰싹. 벨라는 입술을 앙다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전에 부탁했던 건 어떻게 됐어? 성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

    벨라는 고작 엉덩이 두 번 맞았다고 숨까지 고르는 중이었다.

    "그럴 줄 알고 관리인 후보를 선별해뒀어. 봐."

    벨라가 손짓하자 눈앞에 스테이터스 메뉴처럼 반투명한 화면이 활성화되었다.

    화면에는 간략하게 인적 사항과 특기가 요약된 인물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게 벨라가 선별한 인원인가? 척 봐도 모두 유능하고 잘생긴 남자들이었다.

    "왜 다 남자밖에 없어?"

    벨라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이 넓은 성을 관리하려면 체력이 필수인걸."

    "이 성의 첫 번째 규칙을 지금 생각해냈다."

    나는 화면을 치워버리고 말했다.

    "이 성에 나 말고 남자는 없어야 해."

    벨라는 물끄러미 나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 진짜 기분 나빠."

    "벨라. 기어오를래?"

    내가 엉덩이를 치기 위해 손을 들자, 벨라의 얼굴이 기대하는 듯 헤실헤실 풀린다.

    나는 그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어휴. 혼나고 싶어서 주인을 도발하는 노예라니."

    "그, 그런 적 없는데?"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벨라의 배를 힘차게 때렸다.

    "우극!"

    벨라는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벨라의 머리채를 휘어잡아서 고개를 들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뺨을 때린다.

    "으웃!"

    "기어오를래?"

    "제, 제송해요. 주인님."

    "거짓말했지?"

    "네, 혼나고 싶어서 그랬어요."

    "오늘은 두 사람을 위해서 왔어. 식사 준비는, 청소는 어떻게 할지. 그런 걸 생각하는 중이거든.

    도와줄 거지?"

    벨라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세계는 1급 신끼리 싸워서 찢어진 세계의 일부예요. 제가 전리품으로써 받았고, 주거용 성을 만든 건 그다음이에요."

    노예 본성을 일깨웠더니 이야기가 일사천리였다. 진작에 때릴걸.

    "그리고?"

    "차원 마법으로 필요한 걸 가져왔어요. 주변 환경을 리셋하는 기능이 있으니까 청소는 필요 없어요."

    "진짜로?"

    "네."

    어쩐지 올 때마다 깨끗하더라니.

    "밥 먹을 때마다 나가는 것도 귀찮고,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고 싶은데. 그건 어떻게 하지?"

    "제가 식자재를 조달해볼게요."

    "요리도 할 수 있어?"

    벨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노예도 여신도 해낼 수 있는 여자라며. 좀 실망스러운데?"

    벨라가 발끈해서 말했다.

    "할 수 있어! 그런 거, 레시피만 보고 배우면 금방인걸."

    나는 벨라의 뺨을 때렸다.

    "읏!  …할 수 있어요.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할게요."

    벨라의 표정이 점점 발정 난 암캐처럼 변하고 있다.

    "좋아. 아침 점심 저녁, 4인분 취사를 담당해. 도와줄 거지?"

    "네."

    "일어나."

    아예 벨라를 관리인으로 할까?

    아니. 찾아보면 적임자가 있겠지. 관리인을 시키면 보지 노예로 만든 의미가 퇴색된다.

    "주인님. 방금 때렸던 거 말이에요."

    "뭐야? 노예 주제에 따질 생각이야?"

    벨라는 슬릿 드레스를 입으로 물어서 하반신을 훤히 드러낸 상태로 애원했다.

    "하, 한 방만 더 패주세요♥ 여신의 몸이라 튼튼해요."

    "……."

    묘한 버릇이 들어버린 것 같다.

    노예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내키지 않지만, 재밌을 것 같은데?

    나는 벨라의 아랫배를 겨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응극!"

    벨라의 하반신이 들썩일 정도로 강하게 때렸다.

    벨라는 어깨를 웅크리고 배를 감싸 쥐었다.

    "그런 동작을 취하면 괜히 죄책감 들잖아. 똑바로 서 봐."

    "하윽, 우으."

    "피스 사인 알지? 손가락으로 V자 만들고 딱 대."

    "네."

    퍼억!

    벨라는 손을 들어 피스 사인을 하면서 배를 얻어맞고 상체를 숙였다.

    "아그읏. 아기방 맞는 거 위험해애."

    "칠칠맞지 못하게 혀 내밀고 침이나 흘리고. 이건 너한테 벌이 아니라 상이잖아?"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일할게요. 다음에도 자궁 때려주세요."

    "내키면."

    짤막하게 내뱉고 성 밖으로 나간다.

    해안가를 지나쳐 성 뒤편으로 돌아가니 벨라 말대로 반듯한 공터가 있었다.

    카렌이 이쪽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저 붉은 머리카락이랑 큰 젖탱이는 멀리서도 확 눈에 띄네.

    "이스티, 수업 시작했어?"

    "달링이 오면 시작하려고 했어. 생각보다 정말 좋은 곳이야.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해."

    "그렇네."

    이스티 말처럼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벨라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찢어진 세계의 일부니까, 저 바다 끝에는 아무것도 없겠지?

    "달링. 준비됐어?"

    "언제든지 시작해."

    "카렌은?"

    "준비됐어!"

    "우선 시범을 보일게. 잘 봐."

    나는 이스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잠깐이지만 검은 숲에서는 이스티의 움직임을 포착한 적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카렌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여신의 대리인. 남들이랑은 조건이 다르다.

    "봤어?"

    어?

    분명히 눈앞에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스티는 10m가량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언제 거기까지 갔어?"

    "도약한 거야."

    이스티가 다시 사라졌다.

    정말 감쪽같이 없어진다. 몸을 숙인다거나 발로 지면을 박찬다거나 하는 사전 동작도 일절 없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나타난 이스티는, 다시 우리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공간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람의 정령이 있어야 해. 카렌한테도 정령을 하나 나누어 줄게."

    "으, 응!"

    "느껴봐. 그쪽에 갔을 거야."

    "몸 주변에 바람이 불어."

    "정령을 강하게 의식하면, 대기의 흐름을 바꾸거나 바람을 따르게 할 수 있어.

    하지만 〈공간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카렌이 신기한 듯 정령과 교감하는 사이에, 이스티는 정신을 집중하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이스티?"

    갑자기 몸이 둥실 뜨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공간이 급격히 일그러지더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공간을 접은 것처럼 이동한 뒤였다.

    거리로 치면 5m도 안 됐지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금 감각을 익혀야 해. 〈공간 도약〉은 정령과 합을 맞추는 스킬이야. 정령이 인도하는 길을 보는 눈이 필요해."

    "눈?"

    "정령이 만든 도약지점을 구별하지 못하면 합을 맞출 수 없으니까."

    생각보다 막막하군….

    "두 사람이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내 정령으로 도울게. 우선 눈을 감고 정령의 윤곽을 몸으로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자."

    "응, 이스티!"

    카렌이 힘차게 말했다.

    나도 적당히 노력해보자. 머리로 정령의 움직임을 그리면서, 이스티의 시선을 따라간다.

    우리는 그렇게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선 채로 대기의 흐름에만 집중했다.

    …두 시간 그러고 있으니 죽고 싶을 만큼 지루했다.

    옆을 돌아보니 카렌은 아직도 눈을 감은 채로 정령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

    나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처럼 괜히 건들거리다가 이스티랑 눈이 딱 마주쳤다.

    카렌의 집중을 깨고 싶지는 않았는지 이스티는 조용히 있었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서 이스티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