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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29화 (29/414)

대충 이세계 최면물 2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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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자마자, 이스티가 나한테 안겨들었다.

"달링, 달링, 달링…."

나랑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어리광부리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팔색 조개 성에서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 역시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가야지.

"갔다 올게."

긴급 임무를 하러.

용사 후보에는 관심 없다. 지금 내 목적은 카렌뿐.

"바람의 정령으로 날 부르는 법. 잊으면 안 돼. 눈 깜빡임보다 빠르게 데칼을 구하러 갈게."

"걱정하지 마. 위험해지면 곧바로 부를게. 착하게 기다릴 수 있지?"

이스티는 손을 뻗어 내 턱을 부드럽게 감싸고 입맞춤했다.

"기다릴게."

나는 이스티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1층 계단을 내려가자 식사하는 손님들이 꽤 보였다.

엥? 물과 풀 여관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가. 나는 청소 도구를 정리하고 있는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손님이 많아졌네요?"

"네! 그이가 한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퍼져서…. 손님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손님이 엘프 일행분과 이 여관을 찾는다는 소문이 있어서 많은 분이 호기심에 찾아와주셨거든요."

과연 엘프.

걸어 다니기만 해도 홍보 효과가 발생하다니.

홀 내를 쓱 둘러보자, 구석에 벽을 등지고 서 있는 카렌이 보였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아직 이쪽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다시 봐도 굉장히 야한 몸이다.

이스티가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이목을 뺏는다면, 손님들이 카렌에게 보내는 시선은 대개 추잡했다.

옷 밖으로 반쯤 삐져나온 젖, 터질 듯한 허벅지를 갖고 있으면서 허리는 잘록하고 턱선은 갸름하다.

벨라를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카락은 노란색 리본으로 묶어서 뒤로 늘어뜨렸다. 벨라한테는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섹스하면 어떨까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날 찾아왔다고?"

나는 카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상황을 되새겨보자.

카렌은 내 암시로 긴급 임무를 수행하는 날 아침, 이 여관에 찾아와서 나의 도움을 구하기로 되어있다.

즉 카렌한테는 내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상태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함께 가줄지 어떨지 알 수 없으므로, 최대한 내 마음을 붙잡으려고 애써야 한다.

"나 기억해?"

카렌은 자기를 떠올려 줬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로, 첫마디를 꺼냈다.

"음…."

"숲에서 만났잖아. 마물 대량 발생 때."

"흐음…."

도리어 묻고싶다.

네 가슴을 보고도 잊을 방법이 있는지.

하지만 그렇게 빨리 알아보면 재미없으니, 괜히 모르는 척한다.

"이름을 들으면 생각날 것 같기도."

"그때 이름은 말 안 했는데…. 카렌이야. 오빠는?"

"데칼."

"나는 용사 지망생이야. 이번 긴급 임무를 클리어하고 용사 후보가 되는 게 목표.

오빠의 실력을 눈여겨봤어.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

카렌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

나는 칼자루를 쥐고 느긋하게 고민한다.

괜히 그녀를 떠올리는 척, 가슴을 구경하면서.

둔한 건지 신경을 안 쓰는 건지 노골적으로 가슴을 쳐다봐도 반응이 없다.

뭐 보고 있는 거야 알겠지만, 이런 가슴을 달고 살면 일상 같은 거겠지.

"내가 꼭 같이 가야 한다는 거지?"

"응! 꼭!"

"…하아. 어떻게 하지."

인생 최대의 고민인 척한다.

"…아이참! 같이 가자? 응?"

헉! 카렌이 갑자기 다가왔다. 가슴이 닿을락 말락 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오빠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제길, 조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이제 연기로 고민하는 척하는 것도 한계였다.

"좋아. 같이 가자."

"좋았어!"

카렌은 꾹 주먹을 쥐어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뻐한다.

보는 쪽까지 감화될 것 같은 쾌활한 성격이다.

"도와주는 건 좋은데, 나는 긴급 임무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길드까지 가면서 설명해줄래?"

그때 카렌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아. 나… 아침 안 먹고 왔어."

"고기 사줄까?"

카렌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저, 정말?"

"가자."

"좋았어~!"

아. 손이 근질근질한다. 만지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카렌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 옆에서 웃는 얼굴로 걸었다.

"고기 맛있어! 더 먹어도 돼?"

"그래, 많이 먹어라."

복스럽게도 먹는군.

"우선 서로 할 수 있는 건 알아둬야지. 오빠 특기는 뭐야?"

"나? 불 마법."

"나는 검사. 붙어서 싸우는 게 특기야. 내가 오빠를 지키고, 오빠가 마법을 쓰면 되겠네."

…그 가슴으로 붙어서 싸운다고?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싸울 때 가슴이 걸리적거리지는 않아?"

카렌은 흠칫하더니 팔로 가슴이 드러난 부분을 슥 가렸다.

"아까부터 뚫어지게 보고 있더라니. 시선 처리해 줄래? 부끄러우니까."

"어떤 거야. 싸울 수 있어?"

"나만 믿어. 내가 여자라는 건 핸디캡이 아니니까."

노골적인 질문이었지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긴급 임무 내용은 검은 숲 안에 있는 씬 울프 잡기.

며칠 걸릴 수 있으니까 야숙 장비도 필수야."

"야숙까지 해?"

허어. 그건 몰랐네.

생각보다 발견하기 힘든 마물인 것 같다.

"사람만큼 영리한 마물이래. 그래서 평소에는 사냥 못 한다고 하더라."

"평소랑 지금은 뭐가 다른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용사 후보생이 되기 위해서 숲에 들어갈 테니까 자연스럽게 대규모 작전이 되는 거야."

"아. 그런 거였군."

"꼭 용사 후보가 될 거야."

카렌은 주먹을 쥐고 의욕을 활활 불태웠다.

"용사 후보가 되면 뭐가 좋은데?"

"오빠는 그것도 모르고 긴급 임무를 하려고 해?"

"왜? 하지 말까?"

"아, 아니아니! 해 주세요! 같이 해 주세요!"

온몸으로 반응하는 게 귀엽네.

"용사 후보가 되면, 용사님의 파티에 들어가서 마왕군이랑 싸울 수 있어. 멋있지 않아?"

"…."

전혀 안 멋있는데.

오히려 너무 고생스러울 것 같다.

"용사 후보로 뽑힌 후보생들은 성도에 있는 용사 학교에도 갈 수 있고!"

"뭐?"

나는 지금 스치고 지나간 단어에 정신이 확 들었다.

"용사 학교라고? 그런 게 있어?"

"응. 후보생들을 육성하는 학교가 있어. 그곳에서 선별된 사람만이 용사님의 파티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거야."

"학교…."

고난도 임무를 해결해야만 갈 수 있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 모인 학생들은 전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 아닌가?

카렌처럼 용모가 출중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학교라는 공간이야말로 최면술로 사람을 구하기에는 가장 좋은 장소.

피해갈 수 없는 곳 아닌가?

"왜 그래? 심각한 얼굴로."

"잠깐 생각할 게 있었어.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씬 울프를 잡을 계획은 있어?"

"음~~. 우선 숲에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지."

계획 없구나.

하긴, 내 암시가 없었더라면 카렌은 아예 혼자서 가지 않았을까?

오크가 대량 발생한 숲에서도 혼자 있었고.

"에헤헤. 사실 누구랑 파티를 짜본 건 처음이라서…. 오빠가 리더 할래?"

"…."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텐데, 얘한테 리더를 맡기려니 심히 염려된다.

"알았어. 그럼 파티 등록하고, 임무 받은 다음에 필요한 물건을 매입하자. 이런 순서면 되지?"

"응! 아, 오빠라고 계속 불러도 될까?"

"이제 와서 새삼. 듣기 좋으니까 계속해."

"듣기 좋아? 오빠 소리가? 왜?"

"…."

어떻게 설명해야 되냐. 이걸.

"고향에 너만 한 여동생이 있거든. 여동생이 생각나서."

귀찮아서 대충 둘러댔다.

사실 여동생 같은 건 없다. 없기 때문에 오빠 소리가 좋은 걸 수도 있다.

어쨌건 카렌 같은 애가 오빠 오빠 하며 따른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여동생처럼 보였어? 흐음~. 그렇구나. 나도 오빠처럼 생각할게. 데칼 오빠!"

카렌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참 눈부신 해맑음이다. 나까지 이끌려 웃고 말았다.

이제 모험가 길드에 얼굴도장을 찍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이스티를 데리고 갈 때마다 느꼈던 부러움과 선망의 시선은, 카렌을 데리고 갔을 때 절정에 달했다.

또 너냐는 식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는 무리도 보인다.

나는 시치미 뚝 떼고 카렌이랑 임무 게시판 앞으로 갔다.

"긴급 임무. 이건가?"

「씬 울프 사냥」

랭크 B+

권장 사항

레벨 90 이상, 4인 이상의 파티, 전투 스킬 보유, 수색 스킬 보유

특이 사항

위험성 몹시 큼.

씬 울프는 단독 개체로 전투 능력이 아주 우수하므로 숙련된 전투 스킬이 요구됩니다.

이 임무는「차기 용사 후보 선출」을 위한 긴급 임무이며 해결한 파티 전원에게 용사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다.

타깃을 처리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씬 울프의 가죽, 이빨, 눈─은 개인이 노획해서는 아니 되며, 길드에 보고해야만 합니다.

흐음. 레벨 90 이상에 4명 이상 권장이라….

무리도 안 짓고 혼자 돌아다니는 놈이 그렇게 위험하단 말이지?

스멀스멀 겁이 났다.

위험할 때는 이스티를 부르면 되겠지만, 둘이서 괜찮을지 모르겠네.

카렌은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하려나.

"오빠. 파티는 어떻게 등록하는 거야?"

…주저했던 자신이 바보 같을 정도로, 카렌은 아무 생각 없었다.

"접수대로 가자. 이쪽이야."

"응?"

카렌은 옆줄을 보더니 말했다.

"여기가 줄이 더 긴데, 왜 이쪽에서 기다리는 거야?"

"접수원이 아는 사람이라 잘해주거든."

카렌의 눈이 반짝거렸다.

"오빠, 대단한 모험가네? 심사관이랑 같이 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 녀석은 떼어놓고 왔어. 혹시 날 꼬셔서 심사를 유리하게 가져갈 셈은 아니겠지?"

카렌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어쭈?"

자연스럽게 카렌의 옆구리를 쓱 만지면서 스킨십을 시도한다.

"아하하!"

카렌은 간지러운 듯 몸을 웅크리고 내 손을 피했다.

"그만, 그만. 바보 오빠야, 간지러워.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간지럽히는 척 몰래 가슴도 만졌다. 이득이군.

"나는 내 실력으로 떳떳하게 용사 후보생이 될 거야. 편법을 쓸 생각은 없어."

이런 얘기를 할 때 카렌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줄을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아, 데칼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셀린, 파티 등록하고 긴급 임무를 수주하고 싶어."

"네. 바로 도와드릴게요. 리더는 데칼님인가요?"

"그래, 이 녀석 이름은 카렌이야."

"영혼석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흠. 고민할 것도 없지.

개인 보관함을 쓰면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영혼석은 최대로 받자.

그러니까… 한 명당 5개였던가?

"카렌. 너 모험가 라이센스 있어?"

"나? 없어."

"그럼… 카렌 것은 못 받겠군. 중간 크기 영혼석 5개 줘."

"네, 이쪽에 중간 크기 영혼석 5개입니다."

아셀린이 건넨 영혼석을 받아서, 개인 보관함에 넣는다.

"긴급 임무의 내용은 검은 숲에 나오는 씬 울프를 처리하는 것.

씬 울프는 단독 개체이기 때문에 쓰러뜨리는 사람이 나오면 임무가 달성된 것으로 합니다.

또한, 씬 울프의 부산물을 개인이 노획할 시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부산물. 가죽이나 눈, 이빨 같은 걸 말하는 거야?"

"네. 그것들은 굉장한 희소품이기 때문에 길드 소속의 모험가는 납품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득을 본단 말이지?

냄새나는 짐승 가죽에 관심은 없으니 가져가든 말든 상관없다.

내 주변에 그런 물건을 올바르게 가공해줄 인물이 없기도 하고.

"고마워, 가볼게."

"저, 저기."

아셀린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우물쭈물했다.

"응?"

"오늘은 화장실… 안 쓰시나요?"

부끄러운지 눈을 내리깔고 날 흘깃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셀린 나름대로 해달라고 보채는 거다.

나는 눈짓으로 카렌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얘가 있어서."

"아…."

아셀린은 기죽은 듯했다.

"하지만…."

나는 가까이 가서 아셀린의 귀에 속삭였다.

"돌아올 때까지 노팬티로 일하고 있으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

"…."

아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접수대에서 멀어지자 카렌이 나한테 물었다.

"오빠. 마지막에 한 말은 무슨 뜻이야? 내가 있어서?"

"네가 있으니 다른 도움은 필요 없다고 한 거야."

"흐흥. 내 실력을 알아봐 주니 기쁘네."

카렌을 좆집으로 쓸 예정이라 다른 보지는 잠시 미루어 놓았을 뿐이라는 진심은 가슴속에 간직한다.

"이제 야숙 장비 구하러 가야 하나?"

"응! 오빠 것은 오빠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해. 남자들이 필요한 건 잘 모르니까. 음… 갈아입을 속옷, 양말은 꼭 있어야 해."

"물건을 사려면 어디가 좋아? 추천할만한 곳 있어?"

"상점은 잘 모르는구나? 같이 가자. 소개해줄게!"

빠른 걸음으로 가는 카렌을 뒤따른다.

내가 가본 적 없는 거리에 모험가를 겨냥해서 물건을 파는 잡화상이 꽤 많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모험가들로 북적이는 거리가 있었다니!

"이런 데가 있었구나. 몰랐네."

"오빠, 이쪽이야!"

카렌이 신이 나서 먼저 간다.

도대체 이런 애가 왜 지금까지 파티가 없었는지 의문이다.

"거기 잘생긴 청년. 처음 보는 얼굴인데, 모험가용 지도 필요하지 않아요?"

모험가들이 붐비어 정신없는 와중에도 호객 하는 사람이 나를 딱 지목해서 말했다.

만약 보르도 던전을 탐사하기 전의 나였다면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손을 들어 사양한 다음 카렌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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