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세계 최면물 2편
<-- -->
"흐읍!"
"하앗!"
하수인들은 갑자기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데리고 나가라니까? 뭐 해?"
"죄송합니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뭐?"
가면 쓴 기사는 움직이려다가 무언가에 가로막혀 당황했다.
"네 녀석의 소행이냐!"
감은 좋군.
"여신 님. 자기소개부터 해 봐."
"당장 여기서 없어지고 싶어? 내가 마음 먹으면··· 이름은 벨레이라. 4급신, 조개 모으기를 좋아하고, 특기는 불 마법과 차원 마법··· 에?"
여신은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왜 내가 이런 말들을 하고있는거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우선 안전장치는 걸어둘까.
"나를 향한 모든 공격 행위를 일체 금한다."
"윽···!!"
여신 레이라는 무언가 느낀 듯 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했어?"
"약간의 장난."
"네 이놈! 네가 마음대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당장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상황 파악이 안돼? 레이라, 일어나."
나는 여신을 보고 말했다.
"앗, 윽···!"
우아한 자태로 앉아있던 여신은 내 말을 듣고 의자에서 몸을 뗀다.
"레이라 님!?"
기사는 당황하여 소리쳤지만, 아마 본인이 더 당황스럽겠지.
"모르겠어. 이 인간의 말을 거스를 수 없어. 조금도···."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들의 신이다."
"···!"
모욕으로 받아들였는지 여신은 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안광만으로 불태워질 수 있다면 진작에 그랬을 것 같다.
어쩌면 진짜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전장치를 걸어놓았으니 문제 없다. 레이라는 나를 해치지 못한다.
"너희가 예의없이 군 덕분에 지금 내 기분은 무척 더러워.
일단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뭐···?"
"우리 세계에서 훈육할 때는 체벌을 주기도 하거든. 긴장할 것 없어. 레이라, 스쾃 백 회."
"스···쾃?"
아, 용어를 모를 수도 있구나.
자연스럽게 우리 말로 대화하기에 인간 문화에도 빠삭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인 차가 있는 듯 하다.
나는 괜히 팔 소매를 걷고, 여유롭게 시범을 보여준다.
"다리 사이를 어깨 간격으로 넓히고, 팔은 앞으로. 이렇게 엉덩이를 내리는 동작이야.
내렸다가 올라오면 한 번으로 쳐줄게."
"······." "······."
둘은 내가 벌이는 기행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봤지? 스쾃 백 회. 시작."
"앗···!?"
레이라는 내가 보여준대로 스쾃을 시작했다.
"둔부를 의식하고."
"그, 그만해! 당장!"
"뭘 그만해? 하고 있는 건 너잖아."
레이라의 엉덩이 굴곡이 강조될 때마다 슬릿 드레스의 옷감이 살랑거리며 그녀의 치부를 드러낼 듯 말듯 하고 있었다.
"윽! 으윽!"
내 명령에 저항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있지만, 부질없다.
이미 여러번 시험을 거쳐서 검증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은 기껏해야 인상을 쓰는 정도밖에 없다.
"힘들어도 웃어야지. 체벌 받는 동안 예쁘게 웃어."
레이라는 험악한 표정을 지을 자유도 잃어버리고,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스쾃을 속행한다.
한 편 기사는 레이라를 지켜보겠다고 보이지 않는 벽에 몸통박치기를 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레이라 님, 지금 도와드리겠습니다! 흡! 흐윽!"
나는 레이라가 앉던 의자에 걸터앉아, 레이라의 엉덩이를 느긋하게 지켜봤다.
그러고 있으니 점점 화가 가라앉았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세계로 가야지. 하지만 답 없는 세계로 떨어질 생각은 없다.
여신을 이용해서 좋은 곳으로 가자. 문명 발달 수준도 적당하고, 예쁜 여자도 많은 곳으로.
"당장 이 우스꽝스러운 걸 그만두게 해."
여신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져 있었다.
"우스꽝스럽긴. 이게 얼마나 좋은 운동인데. 건강해지는 기분이 어때?"
뒤에서 레이라의 엉덩이를 손으로 찰싹 때린다.
그러자 기사 놈이 거의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여기서 나가면 널 갈갈이 찢어서 죽여버리겠다!"
"······."
나는 레이라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보니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뭐가 부족하지? 일어나서 레이라의 앞으로 간다.
"아! 손을 뒷목에 짚고 겨드랑이를 드러내."
"~~~~!"
레이라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겨드랑이를 드러냈다.
깨끗하네. 여신도 제모를 하는걸까? 아니면 원래 안 나는걸까?
"엉덩이는 더 깊게 내려."
나는 의자를 끌고 와서 그녀의 앞에 앉는다.
어느 새 레이라의 볼은 수치심으로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슬릿 드레스 옷감이 살랑거리면서 레이라의 둔부를 드러낸다. 더 깊은 곳은 아슬아슬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래서 보는 맛이 있었다.
점점 레이라의 숨이 엷게 흐트러진다.
내 명령을 거부하려고 안간힘으로 발악한 결과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레이라는 정확히 내가 지시한 스쾃 백 번을 끝마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뭘 원해?"
눈빛만은 여전히 날 증오하면서, 목소리는 어느정도 체념한 티가 났다.
"내가 갈 세계는 스스로 정하고 싶어. 세세하게 도와줬으면 해."
"너같은 걸 대리인으로 내세울 신은 없어! 당장 소멸을···."
"레이라. 내 무릎에 앉아."
레이라는 고양이처럼 사뿐히 걸어와 내 무릎에 앉는다.
물론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는 레이라를 품에 놓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잘 못들었는데, 다시 말해볼래?"
"말 하고싶지 않아. 더 창피한 꼴을 시킬 거잖아."
「내가 묻는 말에 진실되게 대답해라」
이 키워드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질문을 하면 레이라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말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레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 창피한 꼴이라는 게 뭘까?"
나는 불쑥 손을 집어넣어 레이라의 가슴을 만졌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졌던 그 가슴이 생각난다.
피부 감촉은 여신의 압승이다. 믿기 힘들정도로 보드랍다.
"몰라."
레이라는 나한테 눈으로 욕을 쏟아부었다.
"즐거운 생각이 났어."
나는 레이라의 슬릿 드레스를 허리 부근까지 걷어올리고, 손으로 그녀의 둔부를 덮듯이 쓰다듬었다.
가만, 내 손이 뭔가 흐릿한 것 같은데? 이제보니 몸이 반쯤 비실체화하고 있었다.
"레이라, 어떻게 된 거야?"
"영혼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말을 많이하거나 움직일수록 체류 시간이 줄어들어."
"뭐? 그럼 영혼 상태론 섹스를 못한다는거야?!"
"···모, 못해! 할 생각도 없어!"
이럴수가. 이 속도라면 사정하기도 전에 소멸할 것 같다.
"얼마나 남았지?"
서둘러야겠다.
레이라는 대답해주기 참 싫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아하니, 한 시간 정도겠네. 움직이면 더 줄어들 수도 있고."
레이라는 내 질문에 진실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으니, 이 말에 거짓은 없다.
빨리 이세계로 갈 준비를 해야겠어.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너는 여신을 모욕한 죄로 가장 끔찍한 고통을 받고 소멸할 것이다."
왜 지금까지 말이 없나 했더니, 이 기사는 내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으니 나한테 저주를 퍼붓기로 한건가.
"넌 지금까지 대체 뭘 본거야?"
나한테는 여신님이 있다.
"부탁해, 레이라."
"누가 네 부탁같은 걸 들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그대로 사라져버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