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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최면물-1화 (1/414)
  • 대충 이세계 최면물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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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지만, 나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

    유형무형 온갖 힘으로 조종당하는 게 사람이지만 내 경우는 특별하다.

    "어서 오세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뭘 살지는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싹싹한 태도로 인사하는 알바녀를 쓱 훑어본 후

    짐짓 고민이라도 하는 척 진열대 근처를 괜히 서성거린다.

    알바가 제법 예쁘장하게 생겼다.

    그런 편의점 알바의 숙명처럼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하루살이처럼 꼬였겠지.

    나는 그녀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몇 번 이 편의점에 들러서 얼굴을 볼 기회는 있었지만, 그 정도뿐. 꽤 예쁘게 생겼다는 건 오늘 문득 눈에 들어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랑 저 사람이 잘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몹시 어렵다. 편의점에 남자친구 사귀러 오는 여자는 없을 테니까.

    그녀는 높은 확률로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고, 없다고 해도 내가 말을 걸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겠지.

    만에 하나 잘되더라도 그녀가 내 앞에서 옷을 벗거나 창녀처럼 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짧게는 1주, 길게는 몇 달. 혹은 몇 년이란 시간 동안 인간적인 교감을 가지고 서로 신뢰를 쌓은 상태에서··· 마침내 「연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게 번거롭다는 건 아니지만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이성을 만날 수 있는 횟수는 무척 제한되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그 과정을 내 마음대로 건너뛸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쥐고 카운터에 차례대로 내려놓았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알바녀는 친절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내가 손을 들어 보이자, 그녀의 표정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엄습했다.

    하지만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짧은 순간,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손님."

    딱.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여성은 갑자기 넋을 잃고 멍한 상태가 되었다.

    "가슴 보여줘."

    "네."

    알바녀는 스스로 유니폼을 벗기 시작했다. 이때 느끼는 흥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완전히 같은 상황을 포르노로 연출한다고 해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순 없다.

    방금까지 내 계산을 도와주던 알바녀가 스스로 뽀얀 살결을 드러냈다.

    주섬주섬 브라 훅을 풀어, 젖가슴을 드러낸 후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허리를 쭉 폈다.

    좋은 배려심이다. 나는 무심하게 손을 뻗어 가슴을 만졌다.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비벼보거나, 상하로 쓸어보거나, 유두를 잡아서 당기면서 가지고 놀아본다.

    만족스럽다. 옷 위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상당히 큰 젖이다.

    "다시 입어."

    그녀는 다시 속옷을 입는다. 집에서 갈아입는 것처럼 느긋하게.

    젖가슴을 편한 위치로 유도하려고 손으로 꾹꾹 밀어 넣어 정리하고, 유니폼을 입는다.

    나는 그걸 전부 지켜본 다음, 손뼉을 쳤다.

    짝.

    "계산 안 해요?"

    "아, 네!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자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

    트랜스(Trance) 상태에서 일어난 일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최면건망이라고 하는데, 방금 일은 분명히 실제로 일어났지만, 이 여자한테는 없었던 일인 것이다.

    이게 사람을 조종하는 힘.

    나는 최면술이라고 부른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밖을 걸어 나온다.

    물론, 방금 한 게 완전범죄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CCTV라는 물증도 남고, 내가 젖가슴의 탄력에 흠뻑 빠진 사이 목격자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가?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공기관의 추적은 날 궁지에 몰 수 없다. 어지간히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은 이상은.

    나는 소소하게 내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굳이 최면술의 약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미 일어난 물리적 현상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것 정도인데.

    갑자기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질 거라고 걱정하며 사는 사람은 없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자, 적당히 간식거리도 샀으니 집으로 돌아가자.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누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였다.

    "응?"

    돌아보려는 순간, 등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허억!"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뭐지?

    "아하하하."

    날붙이에 찔린 것 같다. 여자는 날 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으윽···!"

    "이제 우린 영원히 함께야."

    웬 미친년인가 싶었더니 전여친이었다.

    칼이 뽑히자마자 내 몸에 고장 난 수도꼭지를 단 것처럼 피가 쏟아져나온다.

    설마, 이렇게 죽는다고?

    "윽! 허억!"

    충격과 아픔으로 생각이 났다.

    전여친이 바람을 피우고 떠났을 때, 화가 치밀어서「내가 없으면 불행해진다」는 최면을 건 적이 있었다.

    나름 통쾌한 복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의식이 급속도로 흐려진다.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되었을 때 나는 자연히 깨달았다.

    죽었구나.

    "하하하!"

    나는 폭소를 터뜨렸다.

    내가건 최면 때문에 요절하다니, 참 멍청하게도 죽었다 싶어서.

    "쟨 뭐야? 죽어서 오자마자 웃고 있네."

    뭐야, 죽은 거 아니었나? 누구지?

    나는 본 적 없는 곳에 와있다는 걸 깨달았다. 새하얀 빛으로 찬 공간, 나는 어떤 행렬에 끼어있는 중이었는데, 바깥쪽에서 어떤 여자가 나를 가리켜 말했다.

    "따로 봐야겠어. 데리고 와봐."

    "레이라 님! 무슨 죄를 지었을지도 모를 영혼인데 마음대로 뽑아가시면···."

    "그러니까 직접 보겠다는 거 아냐. 데려와."

    "옛!"

    뭐야?

    빛에 가려져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여자는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듯했다.

    손짓 턱짓 만으로으로 무섭게 생긴 남자들을 부린다.

    그들은 나를 행렬에서 끌어내, 어딘가로 이끌었다.

    여긴 어디야. 죽은 후에 가는 세계?

    기적적으로 살아나길 바랐는데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영혼만 남아 어딘가로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미친놈처럼 웃었다는 이유로 픽업이 돼서 끌려가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인가?

    "일어서라."

    이 대머리 아저씨, 그냥 험악한 줄로만 알았는데 머리에 뿔 같은 것도 돋아나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 뼛속 깊이 깨달았다.

    "지금부터 네가 만날 분은 여신님이다.

    방에 들어가면 즉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라. 감히 눈을 마주칠 생각도 하지 말아라.

    알아들었나?"

    "···."

    내가 말이 없자 옆에 있던 남성이 한숨을 쉬었다.

    "다시 돌려보낼까? 어디 모자란 놈이면 어떻게 해. 우리 다 레이라 님한테 죽을 거라고."

    "어이, 대답하라니까?"

    "알겠습니다."

    일단, 그들이 바라는 대로 해야겠다.

    멍청하게 죽었지만, 여기서 끝은 아닌 것 같다.

    여신이라는 자와 만나보고 싶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만 이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는지 늘 의아했는데, 신이나 되는 존재면 알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은 현세에 일어난 오류를 수정하는 것처럼, 나를 일부러 요절할 운명에 놓았을지도 모른다.

    실체가 불분명한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신은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슬릿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시원시원한 서구형 미인의 몸매가 돋보이는 여성이었다.

    여신이라 불리기에 아깝지 않은, 여성적으로 거의 완벽한 외형이다.

    "무릎 꿇어라!"

    여신 옆을 지키고 있던 가면 쓴 기사가 외쳤다.

    "으윽!"

    나는 몸이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받고 바닥에 엎드렸다.

    엎드리는 것 자체는 불만이 없지만, 여신이 행하는 일이라기엔 너무 인간적이지 않은가?

    마치 옛날로 돌아가서 왕비를 알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됐어. 고개 들라고 해."

    "고개 들어라."

    나는 겨우 허락을 받고 얼굴을 들었다.

    "젊은 영혼이었네. 사연 있어 보이는걸."

    사연? 그런 건 없는데.

    무심코 웃어버릴 정도로 멍청하게 죽기는 했지만.

    하지만 방금 말을 듣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직접 보기 전까지 나에 대해 몰랐다는 건, 여기에 있는 신이란 모든 걸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여. 지금 구제가 필요한 세계가 몇 있었지? 챔피언으로 한 번 보내봐."

    "야수가 있는 곳에 보낼까요?"

    "거기는 붉은 달 때문에 인류 사멸 직전이었지? 그게 좋겠어."

    잠깐, 날 두고 마음대로 얘기하는데.

    "너도 좋지? 새로운 세계로 가는 거."

    "저는…."

    "소멸하는 것보단 낫잖아? 안 그래?"

    젠장. 되먹지도 못한 여신이었다.

    내 말을 듣기는커녕 제멋대로 하려고 하잖아.

    버릇없는 계집애랑 다를 게 뭐야? 거기다, 인류 사멸 직전인 세계로 날 보내겠다고?

    "원래 세계로 다시 돌려보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나는 절로 비굴해졌다.

    "누가 질문을 해도 좋다고 허락했지!"

    기사가 크게 소리를 치자 온몸이 울렁거렸다.

    여신은 손을 들어 보이며 제지한 후, 날 보며 말했다.

    "그건 안돼. 넌 죽었잖아? 그 세계에서 주어진 시간은 끝난 거야. 자, 이제 데려가."

    여신은 가보라는 듯이 무심하게 손짓한다.

    "기, 기다려!"

    나는 끌려가는 와중에 몸부림쳐서 어떻게 한쪽 팔을 빼내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

    날 데려가려던 하수인 둘, 여신의 기사, 여신까지 모두 트랜스 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했다.

    뜻대로 됐는데 들뜨기는커녕 기분이 더럽다.

    살해당한 것도 곱씹을수록 짜증 나는데 죽어서도 이딴 취급이라니, 아주 열 받는다.

    나는 하수인들을 가리켜 말했다.

    "너희 둘은 깨어나면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팔굽혀펴기하고."

    다음은 기사.

    "너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나한테 위해를 끼치지 못한다. 내가 하려는 행동에 간섭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여신.

    "내 명령에 복종해라. 내가 묻는 말에 진실하게 대답해라."

    짝.

    나는 손뼉을 쳐서 이들을 깨웠다.

    ========== 작품 후기 ==========

    반갑습니다. 촉괴를 연재 했었던 오곡전도사입니다.

    신작 〈대충 이세계 최면물〉로 돌아왔습니다.

    성실하게,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NTR(*여자를 빼앗김)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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