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96화 (196/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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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입호혈언득호자(不入虎穴焉得虎子)

- 용사원의 가족을 찾았다고?

"예. 제독 태감. 허나……"

아삼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는 전소평이었다. 그 모습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면목이 없다는 듯 전소평이 말을 이어갔다.

"그 가족들이 모두 죽은 상태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

"이틀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고 그들의 뒤를 잡았다고 합니다. 맹렬하게 추격했지만 그들을 발견했을 때는 모두가 도륙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을 돕던 자들이 속도가 느려지면서 붙잡히는 것을 우려하여 입막음을 한 것 같습니다."

전소평의 보고에 아삼의 얼굴이 굳었다. 공공원후를 죽이면서 자진을 했던 용사원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가족을 돌봐주겠다던 약속을 믿고 그런 행동을 택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믿었던 자들의 배신이었다. 이미 죽어버린 그가 그 사실을 알 리는 없겠지만 약조를 저버린 그들이 용사원의 가족의 죽이면서 입을 막았고 그 보고를 듣는 아삼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그들의 결속이 약해질 것은 자명한 일인데…… 그만큼 급박하다고 여겼던 것인가? 그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까? 생각보다 치밀하게 움직이던 그들이?'

고심하던 아삼이 전소평을 바라보며 전심어서로 말을 이어갔다.

- 어쩔 수 없지.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잘된 일이라고 하시면……"

- 어차피 죽은 용사원의 가족을 잡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원의 잔당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너는 이대로 그들의 죽음을 소문내서 그들의 귀에 들어가도록 해라. 죽은 용사원의 가족을 죽인 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그가 속해있던 곳의 무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소문으로 그들을 뒤흔드실 생각이십니까?"

-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다. 결속력이 강한 그들이니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중에라도 그 흔적을 잡았을 경우, 이전과 같은 충성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

"예. 제독 태감. 그렇게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전소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밖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아삼을 뵙기를 원한다고 고하는 소리였다.

"제독 태감, 대학사(大學士)와 도찰원(都察院)의 부도어사(副都御史)가 뵙기를 청합니다."

'양사기와 우겸이? 무슨 일이지?'

갑자기 자신을 찾는 두 사람의 행동에 의아해하는 아삼이었다. 딱히 찾아올 이유가 없다고 여겼지만 그래도 내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전심어서로 의사를 밝히는 아삼이었다.

- 들라하라.

들려오는 소리에 답을 하는 아삼이었고 이내 대학사 양사기와 부도어사 우겸이 아삼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전소평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아삼에게 읍을 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우겸의 모습에 반기는 기색을 보이는 아삼이 두 사람을 맞았다.

청해성의 도지휘첨사로 있던 우겸은 도찰원의 부도어사로 임명을 받아서 북경으로 왔다. 그렇게 그를 불러들인 데는 대학사인 양사기와 동창의 제독인 아삼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그가 북경에 온 이후로 아삼과 서로 몇 번의 교류가 있었다.

양사기는 이전부터 선황들을 보필했던 문인으로 지금은 섭정을 펼치고 있는 태황태후를 도와서 정사를 이끌고 있었다. 양영(楊榮), 양부(楊溥)와 함께 별 탈 없이 국정을 이끌고 있는 그였고 그런 그들이 아삼을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뵙소이다. 제독 태감."

- 대학사께서도 강녕하셨는지요? 우 부도어사도 오랜만이오.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별 탈 없으셨……"

자신을 향해 인사말을 건네는 우겸이었지만 그의 말을 가로막는 아삼이었다. 이내 천장을 향해 시선을 돌린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심어서를 날렸다.

-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

아삼의 전심어서에 앞에 선 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곳을 향해 시선을 주는 아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얗게 센 머리와 함께 주름이 가득한 노부였는데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자리에 앉았다.

'저 인사를 보고도 별다른 내색이 없다는 말은 이미 저 인사가 이끄는 단체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생각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 같군.'

'규화보전을 익혔다더니…… 내 기척까지 읽었단 말인가?'

양사기와 노인이 서로 놀라워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어색해 하던 우겸이 새로 나타난 노인의 모습을 살피며 뒤늦게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그들을 바라보던 아삼이 입을 열었다.

- 모두 저에게 볼 일이 있는 것입니까?

"……."

- 이렇게 같은 시간에 온 것과 갑작스런 등장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을 보면…… 서로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괜한 기 싸움은 벌이지 말고 용건을 꺼내 놓으시지요.

단도직입적인 아삼의 말에 헛기침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살피던 우겸이 놀라워하며 그들을 바라봤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양사기를 통해서 이번에 아삼을 찾은 연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을 들은 우겸이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정체모를 노인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들은 기억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 노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한 아삼의 말에 양사기가 딱히 반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양사기와 노인이 몰래 입을 맞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만나자마자 그런 사실을 알아챈 아삼의 모습도 놀라웠고 새삼 눈을 빛내며 아삼의 모습을 훑는 우겸이었다.

'황제께서 내린 무공을 익혔다고 하더니…… 하긴, 당시에도 그들을 도륙하던 그 무공이었으니, 무공이 낮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테지.'

일전에 아삼이 보인 무공을 떠올리며 얼굴을 굳히는 우겸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그를 뒤로하고 양사기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크흠. 이렇게 우리들이 제독 태감을 찾은 연유는 제독 태감에게 한 가지 청이 있기 때문이오."

- 청이요? 저에게 청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소. 우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소. 제독 태감 덕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황궁이 편안할 수 있었소. 그 사실에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있소."

-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니오. 제독 태감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신 바, 이렇게 황궁이 평온할 수 있었소. 더불어 명의 관리들이 청렴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오. 제독 태감은 겸손해 할 필요가 없소."

"……."

자신을 치켜세우는 듯한 양사기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삼이었다. 진심이 섞인 그의 태도에 그저 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아삼이었고, 경청하는 아삼의 태도에 양사기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허나 작금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소.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 하는 법이오. 언제 동창의 눈이 자신을 향할 줄 모르니 관리들이 불안해하고 있소. 더군다나 아직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더 큰 문제요."

- 숨은 원의 잔당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실은…… 그들에 관한 일로 찾아온 것이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양사기였다. 행여라도 누가 들을세라 조심하는 그였고 그 모습을 보던 아삼이 조심스러워하는 그를 안심시켰다.

- 이곳을 엿듣는 자는 없습니다. 개의치 말고 말씀을 하시지요.

"…… 제독 태감께서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소."

"그것은 노부도 같은 생각이오. 그간 검교에서 그들을 찾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소. 그들이 모습을 감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동창과 제독 태감이오."

양사기의 말을 이어서 입을 여는 검교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제법 진지한 그들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는 아삼이었다.

정국이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하며 더욱 동창을 바쁘게 움직인 그였다. 괜한 분란이 일어날까 동분서주하며 동창을 움직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탓이었다. 오히려 그것을 지적하는 그들이었고 그런 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말이 달가울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삼의 기분을 눈치 챘는지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양사기였다. 상대의 기분을 읽으면서 대화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황궁에서 오랜시간 중임을 맡은 채 내쳐지지 않은 이유를 알게 만들었다.

그렇게 아삼의 기분을 풀기 위해서 말을 늘어놓던 다시 펴진 아삼의 얼굴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여, 한 가지 계책을 가지고 왔소. 그 계책으로 원의 잔당을 잡을 생각이오만, 제독 태감의 도움이 필요하오."

- 계책이요?

"일전에 선황과 정화 태감께서 사용한 그 방법이오. 대외적으로는 대원정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다시 시행했으면 하오. 당연히 그 수장은 제독 태감이 맡아야 할 것이오."

"……."

"일전에 알려진 바로는 원정을 함께 떠난 걸로 되어있기 때문에 제독 태감이 원정을 이끄는 데에는 큰 반발은 없을 거요. 이미 태황태후 마마의 재가(裁可)가 있었으니 제독 태감의 결단만 남아있소."

- 제가 모습을 감춘다고 하여,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까? 이미 한 번 사용한 방법입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계책에 걸릴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혹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히려 더 몸을 사릴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소. 허나,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제독 태감이…… 크흠. 제독 태감이 내키지 않겠지만 오랜 시간 자리에서 물러나 있다면 결국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소?"

"……."

양사기의 말에 고심을 하는 아삼이었다. 자리를 비운다는 것에 준동할 그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제안이 그에게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뱃길을 따라서 들려야만 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동창의 제독이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앉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들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놈인가?'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미 태황태후가 섭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그 자리에 있는 아삼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따로 사람을 보내서 그 의중을 묻는 것만 봐도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런 권력을 가진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아삼이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아삼의 씁쓸한 웃음에 앉아있던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행여라도 그가 불가하다는 말을 꺼낸다면 자신들이 고심해서 가지고 온 계책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삼의 말처럼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아삼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에는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확신하는 그들이었다.

특히, 섭정을 하고 있는 태황태후의 근심이 가장 컸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의 그녀였다. 자신의 죽음과 함께 홀로 남겨질 어린 황제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남은 세월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아는 그녀였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있을 때, 이렇게 해서라도 위험한 것들의 싹을 잘라내고 싶었다.

그런 태황태후의 뜻을 대신 가지고 온 양사기가 씁쓸하게 웃는 아삼을 향해 다급히 말을 꺼냈다.

"우리가 제독 태감의 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오. 그 자리는 여전히 제독 태감의 것이오. 그 누가 있어서 함부로 그 자리를 탐하겠소? 그저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잠시 모습을 감춰주면……"

- 좋습니다. 제가 그 대원정을 이끌겠습니다.

"……."

- 허나, 원정을 떠날 인사들은 제가 꾸리겠습니다. 저와 함께 갈 인사의 자리는 계속 공석으로 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남겨둬야겠지요.

"다…… 당연하오. 지당한 말이오. 아무렴 그래야지요."

- 허면,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경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만만치 않은 전력을 지녔을 걸로 예상됩니다만?

"그것은 우리 검교의 고수들이 나서겠네. 그동안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 했으니 이번에야 말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내보이겠네."

- 동창이 도울 일은 없습니까?

"우리 검교가 충분히 그들을 잡을 수 있네. 믿어주시게. 이 기회에 검교가 존립하는 이유를 보여주겠네."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정화가 전한 그 증패를 가지고 극양의 무공을 찾아서 떠나기로 결심을 내렸다. 이미 이마에 드러난 그 흔적이 뚜렸해지기 시작했고, 은연중에 뻗어나가는 규화보전의 한기에 경각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다른 대원정이 결정되었다.

새로운 대원정을 떠난다는 사실에 황궁이 들썩였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그런 대원정을 반대하는 중신들이었지만 양사기를 비롯한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의 강경한 주장과 태황태후의 재가로 다시 대원정을 떠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리고 그 대원정을 이끄는 사람으로 동창의 제독을 맡고 있는 아삼이 결정된 것이다.

대원정에 대한 준비만으로 거의 1년 가까이 소요되었다.

"제독,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직까지 그대가 왜 그런 험한 길을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 황공하옵니다. 폐하.

자신을 걱정하는 황제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는 아삼이었다. 선황인 선덕제와 함께 여러 번 자리를 한 적이 있는 황제였다. 아삼이 약관이 되기 전에 태어난 황제였고 그런 어린 황제와 함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그였다.

어떻게 보면 어린 조카 같은 그런 황제였기에 그 걱정이 싫지만은 않은 아삼이었다.

자신을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는 14살의 어린 황제를 뒤로하고 무리를 이끄는 아삼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항주로 향하는 그의 눈에는 기대감과 함께 설렘이 가득했다.

숨은 원의 잔당을 끌어내기 위해서 그 진의을 숨긴 아삼의 대원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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