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89화 (189/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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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

    장위적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삼이었다. 이번에 드러냈던 무공과 함께 비어버린 단전이 다시 차오르면서 자신의 몸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느꼈던 조금 쌀쌀했던 것이 그저 기분이 아니었다. 조금씩 미간에 서리는 하얀 기운이 더 선명해지는 것과 함께 이상함을 느끼는 그였다.

    특히 하도강과 공공원후를 상대한 이후로 스스로의 무공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고찰해야 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고심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삼의 모습에 진지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던 장위적이 말을 이어갔다.

    "자네의 무공이 뛰어남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네. 허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네. 내 비록 자네 정도의 위력을 내 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공에 대한 공부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네."

    "……."

    "자네가 익힌 규화보전은 극음의 무공이라 알고 있네. 남성을 죽이는 방법으로 음기를 쌓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지. 쉽게 익히기 힘든 무공으로 그 무공을 익힌 자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네. 예전에 한 환관만 유일하게 그 무공을 익혔다지?"

    장위적의 말에 놀란 듯 그를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한 환관이라고 언급한 자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송화라는 환관을 알고 있는 것인가?'

    새삼 그의 식견에 놀라워하는 그때, 그 눈빛을 보고 씁쓸하게 웃던 장위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한 환관이 그 무공을 익혔다네. 그리고 천하제일이라는 자리를 차지할 뻔 했네. 천하제일. 가슴이 떨리는 말이지 않는가? 그 많은 무인이 있는 무림에서 천하제일이라고 칭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인 사람은 극히 드물었네. 고금을 통틀어서 채 열 명이 되지 않지. 그마저도 허무맹랑한 전설로 여겨지니…… 그만큼 그자가 대단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지."

    "……."

    "그 환관이 익힌 무공이 규화보전이었네. 그리고 그자와 무공을 겨룬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우리 신교의 전대 교주셨네."

    '교주? 마교라고 불리는 교주와 송화가 싸웠단 말인가?'

    "꽤 놀란 눈치군. 그 환관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가? 하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할 테지. 자네가 익힌 무공이 그 무공인 것을…… 그 기록이 전해져 내려왔네. 물론 그 교주와의 싸움에서는 규화보전을 익힌 환관이 이겼지. 다만 그 음기를 억누른 채, 그것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던 교주가 후일을 위해 기록을 남겼네. 당연히 그 환관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지."

    - 그 환관에 대해서 남겼단 말이오?

    "그렇다네. 그 환관에 관해서 남겼지. 후에 그런 무공을 익힌 자들을 만날 교도들을 위한 당부라고 보는 것이 좋겠군. 그 환관은 결국에 제 무공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지더군. 그리고…… 그 환관의 미간 사이에는 지금 자네와 비슷한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했네."

    "……."

    "미간 사이에 어린 새하얀 기운을 가진 자는 극음의 내력을 가진 자로, 그들과는 대적하지 말고 피하라고 하더군. 파고드는 극음의 기운은 소수보다 더 차갑고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내공은 소림의 노승보다도 더 깊다고 했지. 교 역사상 가장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평가하던 그 교주가…… 그런 말을 남긴 것을 보면 그 무공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 그리고 자네가 보인 무공을 견식하니 그 말에 공감이 가더군."

    - 그것과 이 상자에 담긴 물건은 무슨 상관이오?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 않았소?

    "흐음. 그렇지. 그걸 전해주려고 했었지? 깜빡했군 그래."

    "……."

    "규화보전의 음기를 억누르던 그 교주께서는 그 기운을 떨쳐내려고 하셨네. 하지만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무공을 익혀야만 했지. 그 극음의 기운에 대적할 만한 극양의 무공을!"

    - 이것이 극양의 무공이란 말이오?

    "글쎄. 확실하지는 않네."

    "……."

    두루뭉술하게 답을 하는 장위적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는 아삼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꺼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해서 장위적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였다.

    "여러 무공을 찾아서 익혔지만 그 기운은 오히려 쌓이는 그 양의 기운을 잡아먹고 더 커졌다고 전해지더군. 마치 다른 무공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에 버금가는 무공을 익히는 것이었지."

    "……."

    "하지만 그런 무공을 쉽게 찾을 수 없었지."

    - 하고 싶은 말이 뭐요? 간단하게 말을 하시오.

    "하하하. 그런 조급한 모습은 처음 보는군. 곧 나올 이야기네. 조금만 더 참고 들어주게. 백방으로 극양의 무공을 찾았지만 찾기도 힘들 뿐더러, 쉽게 얻을 수도 없었지. 그런 음기를 막을 정도의 상승 무공을 함부로 내어줄 자가 없었으니까. 결국 그 교주께서는 한 평생 커져가는 음기를 억누르셔야만 했네."

    "……."

    "그리고 결국…… 그 해결책을 찾으셨지. 의외로 그분이 찾던 무공은 가까이 있었어. 바로 그것이네."

    "……."

    장위적의 말에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있는 하나의 물건을 확인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했던 비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주변을 들춰보며 다른 것을 찾았지만 그 재질을 알 수 없는 둥근 물건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긴 그런 무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내어주지는 않겠지. 이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상당히 단단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재질을 알 수 없는 물건은 상당히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팔찌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그 크기가 손목에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았고, 반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 이상한 물건을 확인하던 아삼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떤 물건인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았고 자신이 익힌 무공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체를 묻듯 장위적을 바라보는 그였다.

    "지금 자네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 극음이 극을 향해 치달리는 것 같더군. 무릇 음과 양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법이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그 위력이 좋으나 종극에는…… 파탄이 나는 법이네. 규화보전을 익혔다던 환관도 결국에는 제 무공에 먹히지 않았는가? 자네는 그에 버금가는 극양의 기운을 키워야 할 것이네."

    '극양의 무공이라? 이 물건에 구결이라도 적혔단 말인가?'

    장위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심에 잠기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모습에 그가 쥔 둥근 고리의 물건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가는 장위적이었다.

    "자네가 쥐고 있는 것은 예전에 우리 신교가 백련교라고 불리던 그때, 천축국에서부터 전해졌다던 신물이네. 대대로 내려온 것이네. 그리고…… 그곳에 극양의 무공이 숨겨져있다고 하더군."

    장위적의 설명과 함께 그곳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가 보인 그 물건의 내력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장위적을 경계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짓는 장위적이었다.

    - 이렇게 귀한 것을 나에게 주는 이유가 무엇이오?

    "…… 신물이라고 불리는 것. 상징적인 물건이네. 그것과 함께 다른 네 개의 신물이 더 존재하지. 신교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물건보다도 지금까지 교가 존립하면서 이어져 내려온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네. 지금에 와서는 그런 신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크게 모르는 교인들이 많지. 그만큼 우리 교가 추구하던 방향이 달라졌다는 뜻이겠지. 원과 싸우면서 그들을 물리치고, 주원장과 함께 하면서 그에 대한 복수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네."

    "……."

    "이제는 그것들을 바로잡아야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꼈네. 내가 교주가 된 이유는 명에 대한 복수나 무림의 일통이 아닌…… 교인들의 행복이네. 그 신물을 자네에게 건네고 부탁할 것이 있네. 어떻게 보면 그 부탁을 위한 뇌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네.

    - 부탁?

    "이 신물을 건네는 대신 몇 가지 내 부탁을 들어주게. 우선, 우리 신교의 주변에 주둔해 있는 명의 대군을 물려주게. 큰 일을 겪은 만큼 많은 힘이 소실되었네. 거기에 명의 군까지 맞이한다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릴 것이네."

    '…… 군을 물리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다만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렇게 해준다면 최소한 내가 교주로 있는 한은…… 명을 적대하는 일이 없을 것이네. 이 교가 세상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야. 허니, 교의 위치 또한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던 장위적이 머뭇거리며 아삼의 눈치를 살폈다. 고심하는 그 표정을 확인한 그가 결심을 굳힌듯 힘들게 입을 떼었고 그 말을 전해들은 아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아희와 무영이 서로 부부의 연을 맺었으면 하네."

    "……."

    굳어지는 아삼의 얼굴을 확인한 장위적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고심하는 그 모습에 기다리지 못 하고 그가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우리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만 두 사람은 이미……"

    - 그건 내가 언급할 것이 아니오. 누이의 일이니 누이의 뜻에 맡기겠소.

    장위적의 말을 가로 막으며 차갑게 대답하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장위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엷은 미소를 보이며 만족해 하는 장위적이었다. 그런 그가 아삼에게 건넨 그 신물을 가리키며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을 이어갔다.

    "그 신물은 교에서 내려져 오는 다섯 가지 신물 중에 하나네. 화(火)와 관련된 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 방법은 전해지지 않더군. 내력을 흘려 넣어보기도 하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네."

    -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에 쓰란 말이오?

    "모든 물건에는 그 인연이 닿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우리 교에서는 그 물건과 연이 없는 것 같네. 남은 네 가지의 신물이 있으니…… 내 선에서 그 반발을 막아설 수는 있을 것이네. 이미 죽은 자들에게 그 죄를 씌울 수 있네."

    '죽은 하도강을 이용할 생각인가?'

    교주의 자세한 생각은 알 수 없었지만 의뭉스러운 그 눈빛에서 숨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아삼이었다. 그의 생각처럼 분열된 교를 다시 하나로 만들려고 그 일을 계획하는 장위적이었다.

    그 일에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중요한 인사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아삼을 끌어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를 이용해서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려는 그였다.

    근처에 주둔한 명의 대군과 싸운다면 그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었고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다시 쫓기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요한 상징성을 띤 신물이라고 하지만 신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남에게 건넬 수 있는 것이었다. 많은 고수들이 없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일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몇 대를 넘기면서도 풀지 못 했던 비밀이다. 그것을 풀어낼 가능성도 희박하거니와 어차피 아희를 얻는다면…… 교와는 무관한 인사도 아닐 터. 지금 신물을 건넨다는 생각이 크게 잘못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삼의 손에 쥔 신물을 보면서 고심에 잠기는 장위적이었다. 그렇게 신물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두 사람이었다.

    원의 잔당과 마교의 일을 마무리 짓는 아삼이었다. 양팔이 잘린 공공원후와 제압한 공공가의 무인을 대동하며 그가 돌아섰다.

    품에 간직한 신교의 신물이라는 그 물건의 감촉을 느끼는 아삼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묻어났다.

    이미 교주인 장위적과의 대화로 군을 물리기로 결정을 한 그였다. 더불어 누이의 의중을 묻고 여전히 교에 남겠다던 의견을 존중했지만 그것이 잘한 일인지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겠지. …… 이제 남은 것은 이놈들의 배후 세력을 캐내는 것과 규화보전에 대한 것들인가?'

    아직까지 편치만은 않은 자신의 삶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는 아삼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아희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동생의 도움으로 사부와 신교를 구할 수 있었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 화를 당했지만 오히려 동생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 면목이 없는 그녀였다.

    아희가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아삼을 바라봤다.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걸음을 옮기는 아삼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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