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86화 (186/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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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인지적(萬人之敵)

    앞서가는 장무영과 아희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아삼이었다. 마교 내부의 암투에 끼어들게 된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누이인 아희와 그 일에 끼어든 공공가 때문이라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원의 잔당을 처리하면서 황명을 수행하고, 누이의 일도 마무리 지으려고 마음먹은 아삼이었다.

    주변을 살피면서 평범한 모래언덕으로 향하는 장무영과 아희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따르던 아삼이 한 곳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모래언덕 안쪽에 조그마한 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덕의 그림자에 묻혀서 교묘히 가려진 그곳에 작은 굴이 있었다. 외관으로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지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삼을 바라보며 그 작은 굴에 대해서 설명을 늘어놓는 장무영이었다.

    "이곳이 교로 통하는 유일한 비밀통로요. 교주의 직계들만이 아는 곳으로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오. 이것이 생겨난 이래 최초로 사용된 것이오. 바로 우리가…… 이곳을 통해 도망 나올 수 있었소. 내 앞장 설 테니 조심히 뒤를 따르시오."

    말을 마친 그가 품속에서 야명주를 꺼내들더니 허리를 낮췄다. 거의 기다시피 토굴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아희와 아삼이 따랐다.

    굴 안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좁은 그곳에서는 몸을 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했고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길이었기 때문에 그 길도 복잡했다. 교로 통하는 통로를 아삼에게 설명해 준 이유도 쉽게 드나들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통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고 모르는 자가 그곳에 들어선다면 쉽게 길을 찾을 수는 없어 보였다. 그가 들고 있는 야명주가 어둠을 밝히고 있었고 조금씩 커다래지는 통로로 기어가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가던 그들의 몸이 조금씩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허리를 펼 수 있었고 온전히 허리를 편 이후에 여유를 가진 장무영이 뒤를 돌아봤다.

    "조금만 더 가면 교주전이 나올 것이오. 혹시 그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마시오."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삼을 향해 나직이 말하는 장무영이었지만 무표정한 아삼의 모습에 멋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자신보다 훨씬 윗줄에 있을 그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말을 내뱉은 이후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장무영이었지만 여간해서 틈을 주지 않는 아삼이었고 그런 동생의 태도에 미안함을 느낀 아희가 그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모습에 씁쓸하게 웃던 장무영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교주전으로 이어진 그 길에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놈들을 대비하기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어느새 앞서 걸어가던 두 사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

    비릿한 혈향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서늘한 살기가 교주전을 가득 채웠다.

    온몸에 피를 칠한 듯 붉게 변한 상체와 함께 한 쪽 어깨를 부여잡은 마태령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꽉 틀어쥔 어깨에서는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고 팔이 있어야할 그곳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그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비스듬히 서며 앞에 있는 자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창백해진 안색으로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을 노려보는 천요희였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앞에서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하도강의 얼굴에 진한 웃음이 걸렸다. 그들의 뒤에서 배에 검이 꽂힌 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교주 장위적의 모습이 그의 눈에 가득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교주의 옆에 그의 충복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 제명현이 고개를 떨군 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더욱 마음에 드는 듯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하도강이었다.

    "제법 공을 들였군."

    "제법이라고 하셨소? 하하하. 이 일을 성사시키기까지 들인 시간을 제법이라는 말로 표현하다니 역시 교주의 배포는 대단하구려."

    "……."

    장위적의 말에 호탕하게 웃는 하도강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 눈빛에 잠시 침묵하던 장위적이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설마하니 그대가 배신을 할 줄이야."

    "…… 배신이라? …… 배신이라니? 배신이라니!"

    장위적의 말에 가만히 그 말을 뇌까리던 하도강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배신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그러진 얼굴로 장위적을 노려보던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장위적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원을 몰아내는데 가장 앞에 섰던 사람이 바로 내 사부와 나요. 응당 나에게 돌아왔어야 할 자리가 바로…… 교주가 앉은 그 자리요. 내가 목숨을 걸고 이룩한 그 자리를…… 사부의 자리를 대신하던 그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줬다 이 말이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

    "너무 늦었지. 암. 너무 늦었어. 그 자리에 제대로 된 주인이 앉는 것이 너무 늦어버렸어. 아무런 공도 없이 그저 편하게 무공만 배우던 늦둥이 아들놈에게 내 자리를 넘겨줬을 때, 내 마음이 어땠을 것 같소? 나보다 어리고 무공도 떨어지는 놈을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앉혔다는 것을 내가 납득하길 바란 거요?"

    "……."

    하도강의 울부짖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위적이었다. 그저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였고 그 사실이 더욱 못마땅한 하도강이었다.

    "그딴 눈빛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 왜? 이 자리가 온전히 장가를 위한 자리일 것 같았는가!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 자리라고 생각했는가?"

    "……불쌍하군."

    "……."

    "쯧쯧쯧. 불쌍해."

    "뭐라? 불쌍하다? 뭐가 불쌍하단 말이더냐? 곧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네놈이 더 불쌍하지 않더냐! 그런데 나보고 불쌍하다?"

    "그래. 네놈 인생도 참으로 불쌍하구나."

    "닥쳐라 이놈! 무슨 망발이냐? 이제 와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 것 같더냐!"

    장위적의 말에 노기를 터뜨리는 하도강이었다. 하지만 그의 울분 섞인 외침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장위적이었다. 그런 그가 하도강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왜 교주가 되지 못한 줄 아느냐? 왜 아버님이 네놈에게 교주자리를 물려주지 않았는지 생각은 해 봤느냐?"

    "뭐라?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

    "네놈 사부께서 원하셨다. 현 어르신께서 직접 아버지께 언질을 주셨다고 하시더군. 네놈은 욕심이 많고 질시가 심하다고."

    "……."

    "그런 네놈에게 이 자리는 어울리지 않다고! 작은 그릇을 가진 네놈은 그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어떻게 사부가……"

    "물론 그동안 보인 네 가식으로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 헌데…… 이제야 알겠구나. 현 어르신께서 왜 그런 말씀을 남기셨는지, 그 숨은 진위가 무엇이었는지!"

    "사…… 사부가? 사부가 그러셨다고?"

    "손주 뻘의 아이를 부추겨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늙을수록 더 추악해지는 구나!"

    "다…… 닥쳐라 이놈. 어디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장위적의 말이 충격이었는지 처참하게 구겨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는 하도강이었지만 장위적의 시선은 그의 옆에 쓰러져있는 한 사람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바로 죽은 자신의 아들 장가영이었다.

    '못난 놈. 세상 똑똑하다고 자신하더니…… 결국엔 탐욕스러운 저 노인의 손에 목숨을…… 하아, 내가 너무 안일했었나?'

    검마 하도강의 옆에서 목이 꺾인 채 쓰러져 있는 장가영의 모습을 바라보던 장위적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얼굴을 굳힌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흉흉한 안광을 뿌렸다.

    처음 보는 낯선 무인들이 하도강의 주변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그들의 앞을 마태령과 천요희가 막아서고 있었다. 이미 군사인 제명현은 목숨을 잃었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하도강에게 동조하고 함께 일을 벌였던 다른 장로들도 모두 목숨을 잃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긴 백발의 장위적이 오롯이 서서 살기 어린 안광을 토해냈다. 배에 박힌 장검을 빼낼 생각도 하지 않고 핏발 선 눈으로 하도강을 위시한 주변의 인물을 노려보는 그였다. 붉은 선혈을 흘리며 아직도 기세가 죽지 않은 그 모습에 남은 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훗, 역시 교주라는 자리가 아깝지 않은 자로군. 저런 치명상을 입고도 아직 기가 죽지 않았다니…… 저 상태로도 이런 살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것인가?"

    하도강과 함께 나타난 낯선 자의 이죽거림에 미간을 찌푸리는 장위적이었다. 생각보다 높은 무공을 가진 그놈들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 다시 살기가 어렸고 그 눈빛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 그자였다.

    공공원후.

    공공가의 가주이자 이미 없어진 원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암중에서 활동하는 자들 중 하나였다. 하도강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무공을 지닌 자로, 수많은 고수를 대동하고 마교로 몰래 잠입하며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자였다.

    장가영의 도움으로 어렵게 알아낸 비밀 통로를 이용해서 그들을 불러들인 하도강이었고 순식간에 교주전과 교의 심처를 장악한 그였다. 수십 년 전부터 차근차근 포섭해 온 자들로 교의 1/3이나 되는 인원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장가영이라는 교주의 아들을 이용해서 일을 이렇게 진전시킬 수 있었다.

    교주의 명이라는 이유로 다른 무인들의 움직임을 막아선 그들이었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이에 교주와 함께 그와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리해야만 했다.

    잠깐의 시간동안 지친 그들이 숨을 골랐고 이제 세 명 밖에 남지 않은 그들을 바라보며 살기를 흘렸다.

    자신의 검에 묻은 붉은 피를 털어내며 장위적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하도강이었고 그런 하도강을 향해 날선 목소리로 소리치는 장위적이었다.

    "원에 대항해서 싸웠던 네놈이 현 어르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구나. 현가의 무공으로 어찌 그놈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단 말이냐? 네 스승께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네 말대로 한때 스승과 함께 원에 대항해 맹렬히 싸웠던 나다. 허나 그 결과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 목숨 걸고 싸웠으나 결국 네놈 밑에서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지. 그리고…… 내 무공은 더 이상 현가의 무공이 아니다. 오롯이 나 하도강의 무공이 될 것이다!"

    "……."

    아들이 건넨 현지향의 밀서와 함께 놀란 그가 하도강을 경계했을 때, 그 뒤에서 자신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던 장가영의 모습을 떠올린 장위적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점점 그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그였지만 앞을 막아선 마태령과 천요희에게는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내 기세를 뿜어내는 놈들에게 맞서기 위해서 남은 내력을 끌어올리는 장위적이었고 서로가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교주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을 깨며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교주와 두 명의 장로가 지키던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이었고 장무영과 아희의 모습에 놀란 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찌 다시 돌아온 것이냐?"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란 듯 두 사람을 향해 다그치듯 소리치는 장위적이었다. 그런 아비의 모습에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인 장무영이 각오를 다지며 답을 했다.

    "저희 또한 교와 함께 하겠습니다."

    "이……이런, 어리석은 놈! 진정 너희들을 내보낸 우리의 뜻을 모른단 말이냐?"

    안타까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뱉어내는 장위적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아희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교주님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나 어찌 저희들만 살겠다고 도망간단 말입니까? 평생 후회하며 사느니 저희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저 역시 사부님을 져버릴 수는 없습니다."

    "……."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장무영과 아희였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 젓는 장위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허리를 젖히며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하도강이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도강! 네 이놈! 뭐가 그리 우스운 것이냐? 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닥치거라."

    교주전에 울리는 하도강의 웃음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매섭게 소리치는 마태령이었지만 하도강은 그런 마태령을 보면서 이죽거리듯 말했다.

    "마태령, 너는 이 상황이 우습지 않느냐?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어차피 다 죽일 운명인 것을 누가 누구를 걱정한단 말이냐?"

    "후후. 말로만 전해 듣던 마교가 이렇게 애틋한 곳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려."

    "……."

    하도강의 말에 뒤에 있던 공공원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비웃었다. 그런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해 하는 하도강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의 손을 빌렸지만 한 평생을 원과 대적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공원후의 모습을 못마땅해 하던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제자의 모습에 의아해 하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구휘는 어디 있느냐?"

    "보면 모르겠는가? 그놈은 이미 죗값을 받았다."

    장무영의 싸늘한 말에 인상을 구긴 하도강이었지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뇌까렸다.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내 그놈의 자질이 낮음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간단한 일도 해결하지 못할 줄이야. 흐음. 차라리 잘된 것인가? 어차피 별 도움이 못되는 놈이니 걸리적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가로 젓는 하도강이었고 그 모습에 얼굴을 굳히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도강을 향해 달려들던 천요희가 아희를 향해 소리쳤다.

    "뭘 그리 멍청히 서 있는 것이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거라! 다시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

    갑작스럽게 하도강을 향해 달려드는 천요희의 모습에 뒤에서 숨을 고르던 공공가의 무인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달려드는 천요희를 막아서는 그들이었고, 하도강과 공공원후가 교주와 마태령을 막으며 움직이려는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그 사이 남은 무인들이 장무영과 아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모습에 앞으로 나서려던 두 사람이었지만, 주춤거리며 뒤늦게 뒤로 물러섰다. 장무영과 아희가 빠져나왔던 곳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 뒤를 쫓던 자들이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콰과광.

    하지만 달려들기 무섭게 커다란 굉음과 함께 다시 뒤로 튕겨져 나와야만 했다. 싸늘한 한기가 그 통로의 입구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사람을 쫓던 다수의 무인들이 바닥에 처박히며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앳된 모습의 한 사내가 모습을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내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새하얀 피부와 함께 이마에 새하얀 빛이 어린 사내 한 명이 그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온 몸에서 가공할 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그 기세에 그곳에 모인 자들이 침음을 삼켰다. 고수라고 불리는 그들을 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로 가공할 기세를 뿜어내던 그가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멀리서 싸늘한 그 눈빛을 확인한 장위적의 입에 안도하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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