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84화 (184/204)
  • 0184 / 0204 ----------------------------------------------

    만인지적(萬人之敵)

    폭풍처럼 몰아치는 아삼의 모습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눈보라를 불러내며 손을 휘두를 때마다 앞에 있는 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그 모습에 뒤따르던 명의 군사들 눈에는 경외심과 함께 두려움이 가득 서렸다. 그렇게 달려드는 아삼의 모습에 기겁한 몽골의 병력들이 그를 향해 다급히 화살을 날렸지만 그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후두두두둑.

    아삼이 뿌린 장력과 함께 얼어붙은 빗방울과 공기가 전방을 가득 채웠고 커다랗게 생겨난 얼음들이 마치 방패처럼 그것들을 막아냈다. 채 막지 못하고 안으로 파고드는 화살들도 아삼의 호신강기에 막혀서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못 했다.

    연신 호신강기를 두드리는 외부의 충격에 미간을 찌푸리는 아삼이었다. 엄청난 신위를 보이며 몰아치고 있는 그였지만 끊이지 않는 적군의 공격에 내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씩 누적되는 충격을 느끼면서 더욱 기운을 끌어올리는 아삼이었고, 그의 몸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순간적으로 그곳을 벗어나는 아삼이었고 그가 있던 곳에 화살이 빼곡히 박혀들었다.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다시 좌측에서 나타난 아삼이 장력을 뿌렸기 때문이다.

    그가 손을 뻗어낼 수록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고, 어김없이 아삼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다시 사라지는 그였고, 한참을 떨어진 우측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신출귀몰한 모습에 상대하는 병사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떠올랐다.

    그런 아삼의 등 뒤로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튕겨내며 날아든 수많은 화살이 빼곡히 하늘을 채우며 당황해하는 몽골의 병력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화살에 꿰뚫린 적측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다시 그들의 머리 위로 하늘을 빼곡히 채운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앞으로 뛰쳐나간 아삼의 모습에 놀라워하는 우겸이었다. 그가 보이는 경천동지할 무공에 경악을 한 그였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면서 군을 이끌었다.

    뒤에 남아서 군을 전진시킨 우겸이 전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궁병을 노리고 치고 빠지던 상대측 무인들이 모두 쓰러지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며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아삼의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하던 그가 뒤를 따르라는 그의 전심어서에 그 모습만 멍하게 바라보던 병사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명과 내림과 동시에 올라가는 수기를 확인한 병사들이 전진하기 시작했고, 남은 궁병들이 화살을 쏘아 올렸다.

    전진하며 날린 명군의 화살에 몽골의 부대가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군의 뒤쪽에서 쓰러지는 적군의 병사들을 확인한 우겸이 바로 장수 한 명을 불러들였다.

    "왕상!"

    "예. 첨사 어른!"

    "너는 남은 기병을 이끌고 적의 좌익을 친다."

    "…… 좌익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래. 본진은 이대로 첩형의 뒤를 받칠 것이다. 너는 남은 기병으로 좌익을 가른다. 당장 기병을 이끌라!"

    "충! 명 받들겠나이다."

    우겸의 명에 분주히 움직이는 왕상이었고 그런 명군의 움직임과 함께 기운을 끌어 모으는 아삼이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였다. 이내 남은 힘을 끌어올리는 아삼이었고 두 손 가득 들어찬 거력과 함께 끌어올린 힘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에서 시린 빛과 함께 싸늘한 한기가 터져 나왔다.

    쩌저정. 콰아앙.

    순식간에 얼어붙는 공기와 함께 기운이 쏟아진 곳이 무너져 내렸다. 정확히 적의 중심을 가른 아삼의 장력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거대한 얼음기둥을 만들어냈고 가쁜 숨을 들썩이는 아삼이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앞을 바라봤다.

    '규화보전…… 역시 대단한 위력이다.'

    자신이 쏟아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력에 혀를 내두른 그였다. 적진을 관통한 그 공격과 함께 지친 아삼이었지만 다시 정비하는 듯한 적들의 모습에 한번 더 기운을 끌어올렸다.

    '흐읍.'

    주변의 공기를 마시며 진각을 밟은 아삼이 내력을 끌어올리며 주먹을 뻗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를 취하며 정권을 찌르는 그였고 그 단순한 동작에 적진을 관통하던 얼음 기둥이 흔들렸다.

    형강권.

    마태령의 비급에서 봤던 자세였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이자, 가장 위력적인 공격이라는 설명을 떠올린 아삼이 그 기둥에 내력을 토해냈고 묘한 소리가 전장을 가득 울렸다.

    파지지직.

    모든 소음을 잡아먹어 버리려는 것처럼 울려 퍼진 기묘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바로 아삼이 뿜어낸 장력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얼음기둥이었다. 아삼이 만들어낸 얼음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동시에 뻗은 주먹에 기운을 더하는 아삼이었다.

    '흐으읍.'

    파사삭. 파아악.

    뿜어낸 기운과 함께 얼음기둥이 터져나갔다. 비산하는 날카로운 조각들이 달려들던 몽골의 병사들과 주변에 있던 병사들을 덮쳤다. 터져나간 얼음 조각이 그대로 그들의 몸을 꿰뚫는 암기로 변했고 그 공격에 휩쓸린 자들이 그대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콰아앙. 끄으아악!

    동시에 적진의 좌익을 향해 달려나갔던 왕상의 기병이 그대로 좌익을 꿰뚫었다. 곳곳에서 난무하는 비명과 함께 지친 아삼의 앞으로 명군이 달려나갔다.

    마치 아삼을 보호하듯 남은 적들을 향해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모습이었다.

    "첩형! 괜찮으십니까?"

    돌진하는 병사들의 모습과 함께 뒤에 있던 우겸이 아삼의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아삼이었다. 그 상태로 호흡을 고르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우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빛에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우겸이었다.

    '흐읍! 눈동자가……'

    새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변한 아삼의 눈동자에 놀라는 우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듯 급히 부관을 부르는 그였고, 아삼의 말을 대령하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첩형."

    - 괜찮다. 남은 군을 이끌어라.

    "예."

    다시 말에 올라타며 호흡을 고르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전심어서에 고개를 숙이는 우겸이었다. 아삼의 지위도 지위였지만, 방금 전에 보인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였다.

    만인지적(萬人之敵).

    만 명의 적을 상대할 만한 무력을 지닌 아삼이었다. 그 어떤 말보다 방금 전의 상황을 잘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전신이라는 관우가 헌신한 것처럼 강렬한 모습을 보인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우겸이었다.

    '후우. 후우.'

    하지만 그렇게 경외심을 갖는 우겸과 달리 아삼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듯한 단전의 기운과 함께 몸에 살짝 한기가 들었기 때문이다.

    규화보전을 익히고 춥다고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무공을 익힌 자들이 고뿔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아삼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이미 규화보전을 익히면서 거친 지독한 한기로 더 이상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 아삼의 이마에 흐릿하게 어렸던 하얀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이상하군. 딱히 달라진 점은 없는데…… 힘을 너무 많이 쏟았나? 내기가 빠져나가면서 느껴지는 것들인가?'

    살짝 드는 한기에 의아함을 느끼는 아삼이었지만 이내 상념을 떨쳐버린 채 쏟아낸 기운을 다시 채우려고 노력하는 그였다.

    말위에서 조금씩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아삼이었고 그런 그의 주변을 우겸과 함께 여러 무장들이 호위하기 시작했다.

    ***

    이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몽골의 병사들이었다. 아삼의 신위에 겁을 집어먹은 그들이 그의 무공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결정적으로 왕상이 이끈 기병에 좌익이 무너지자 전의를 상실한 그들이었다.

    그렇게 전장을 이탈하며 퇴각하는 그들이었지만 뒤쫓는 명군과 기병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초반에 생긴 희생으로 많은 수의 병사들이 쓰러졌지만 승리를 거머쥔 그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특히 경천동지할 위력을 보인 아삼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편에 서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도망간 패잔병들 몇을 제외하면 침입한 자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 군을 나눠 도망간 자들을 처리할 생각입니다. 제가 따로 도울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아삼의 공으로 그들을 물리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황명을 수행한다던 아삼이 혼자 움직이는 것을 염두에 둔 우겸이었고 그런 아삼을 돕기 위해서 아삼의 의중을 묻는 그였다. 호의를 보인 것이었다.

    그런 우겸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 아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 모두 토벌했다면 남은 병력은 다시 청해성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혹 군을 사용하실 일이 있으신 겁니까?"

    '군이라…… 이대로 마교를 향해 움직인다고 해도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을 터. 군을 끌어들인다면……'

    어차피 누이의 일뿐만 아니라 도망간 공공가를 뒤쫓는 일이었다. 황명과도 무관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에 눈을 빛내는 아삼이었고,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다시 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신강으로 들어선 그들은 완전한 무장을 한 채로 아삼의 뒤를 따랐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군의 움직임에 모두가 숨을 죽였고 그렇게 아삼의 뜻에 따라 마교의 본거지를 향해 움직이는 그들이었다.

    수십 기의 기병과 함께 앞서서 움직이는 아삼이었다. 확실히 알지 못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찾기 위해서 가장 앞으로 나서는 그였다. 이미 지도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에 그 길을 되짚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제법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래구름에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랫바람을 일으키며 일련의 무리들이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는 그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에 그들이 무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서로 쫓고 쫓기는 듯한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서로 좋은 사이는 아닌 듯 뒤에서 쫓던 자들의 손에 앞서가던 몇몇 인영이 쓰러졌다. 뒤를 쫓는 그들을 피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자들이었지만 앞에 있는 아삼과 수십 기의 기마병을 확인했는지 급하게 방향을 틀었고 그 움직임에 뒤를 쫓던 자들의 거리가 좁혀졌다.

    도망가던 자들의 움직임이 느려진 순간, 뒤를 쫓던 자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낸 그들이 쫓던 자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와 동시에 앞을 가로막았던 자들이 피를 뿜어내며 튕겨져 나갔다. 앞을 가로막자마자 그들의 가슴에 도망가던 자들의 주먹이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주춤한 짧은 시간이 그들의 퇴로를 모두 차단해 버렸다. 도망가던 자들을 포위하는 그들이었고, 금세 흉흉해진 분위기에 살갗을 찌르는 듯한 살기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기운을 느끼면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놀란 듯 커다래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내력을 끌어올렸다. 앞서서 도망가던 자들 중 한 명의 얼굴이 그가 찾던 그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자신의 누이였다. 아희의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그대로 분뢰공의 묘를 섞으며 무영보법을 밟았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순식간에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왕상이 남은 기병을 이끌었다.

    "너희 둘은 지휘첨사께 연락을 취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첩형의 말을 끌어라."

    말의 옆구리를 박차면서 창을 곧추잡는 왕상이 아삼의 뒤를 쫓았다. 아삼을 보필하라는 우겸의 명을 떠올린 그가 멀어진 그의 뒤를 쫓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전에 보인 아삼의 신위를 떠올리며 절로 돋아나는 소름을 떨쳐내는 왕상이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목표와 함께 그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두 명의 남녀를 에워싼 일련의 무리들과 그들에게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들.

    몸을 사리지 않고 두 남녀를 공격하는 그들의 기세가 흉흉했지만 그에 맞서는 두 남녀의 무공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압도할 만한 무공을 지녔지만 중과부적인 것 같았다. 상당히 지친 모습의 두 사람이었고 그런 그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자, 뛰쳐나갔던 아삼이 그들의 근처에서 다시 나타났다.

    - 멈춰라!

    화가 난 듯한 아삼의 전심어서가 주변에 있는 자들의 귀에 크게 들려왔다. 비수처럼 꽂히는 그 말에 모두가 놀란 듯 그를 바라봤고 아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특히, 두 명의 남녀를 공격했던 자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떨려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떨쳐내려는 듯 아삼이 손을 뻗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