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79화 (179/204)
  • 0179 / 0204 ----------------------------------------------

    오월동주(吳越同舟)

    "하오문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공공가는 이곳 돈황에 자리 잡은 중소문파로 제법 오래 전부터 활동하던 가문이라고 합니다. 아직 명문세가라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이 감숙에서는 공동파 다음으로 제법 명성이 높은 가문들 중 하나로, 그 규모가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 세를 점점 더 넓히고 있다고 합니다."

    - 세를 넓히고 있다? 공동파라는 곳에서 가만히 있더냐? 감숙성에서 유명한 문파가 바로 공동파가 아니더냐?

    "그것이…… 은연중에 감숙성에 있는 관의 비호까지 받는 것 같습니다.

    - 관의 비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정말 황궁의 인사가 이들의 뒤를 봐주는 것이 맞는다는 뜻이겠구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하는 전소평이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그것까지는 확실히 알아내지 못 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정황상 관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보통의 무가와 다르게 수상한 점이 있습니다."

    - 수상하다?

    나직이 되묻는 아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 전소평이었다.

    "대부분의 무가들은 대표할 만한 무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헌데 어찌된 일인지 공공가를 대표하는 무공은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간단한 검법과 장법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너무 평범한 무공들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감숙성을 대표하는 중소문파들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수상합니다. 무공뿐만 아니라 공공가의 인사들 또한 밖으로 드러난 이가 거의 없다고 하니, 사천에서 들었던 말들이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알려진 것이 없다라……'

    "다른 문파와의 접촉도 극도로 꺼린다고 합니다. 요 근래 감숙성을 대표하는 공동파가 친분을 쌓기 위해 접촉하려 했으나 가주의 병환을 핑계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전소평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에 잠기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잇는 전소평이었다.

    "워낙 베일에 싸인 무가라 하오문에서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라 일러두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정확한 정보를 알아오겠습니다."

    면목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전소평이었고 그런 전소평을 향해 전심어서로 나직이 말을 잇는 아삼이었다.

    - 아니다. 수고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피곤했을 터이니 이만 가서 쉬거라.

    "예. 첩형."

    ***

    쪽빛 목면을 입은 사내들이 돈황에 위치한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비슷한 복장과 비슷한 무기를 든 것으로 봐서는 그 소속이 같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들이 속한 곳의 이름은 너무나 유명했고 잘 알려진 곳이었다.

    변방의 끝자락에 위치한 돈황에서도 그들의 위명은 높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과 가지고 있는 검을 확인한 점소이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조심스럽게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내 그 점소이가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어…… 어서 오십시오."

    "조용한 자리 하나 내어 주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오게."

    그런 점소이를 향해 앳된 얼굴의 사내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고 그들을 객잔의 위층으로 안내하는 점소이였다.

    "곧 요깃거리를 내어오겠습니다."

    재빠른 동작으로 탁자를 훔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점소이였다. 이내 그 점소이의 모습이 사라지자 중앙에 앉은 사내가 사내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무림에서 청명 진인이라고 불리는 손에 꼽히는 검들 중 한 명인 그였다. 제법 중한 일을 맡고 무림에 나온 그의 당부에 함께 자리한 모두가 귀를 기울이며 경청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의 중함은 내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문파들도 있으니 모두들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예. 사숙님."

    사숙이라고 불리는 청명 진인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사내들이었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그가 그들 중 한 사내에게 시선을 옮기며 나직이 말했다.

    "허윤아, 네가 남은 아이들을 잘 이끌도록 하거라. 이번에 맡은 일이 그만큼 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리라 여긴다. 비단 우리 무당만의 일이 아니니…… 잘 다독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따로 말을 하지는 않겠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사숙님."

    우려 섞인 표정으로 당부를 하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허윤이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어느덧 그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런 침묵도 잠시, 청명 진인의 명을 듣던 허윤이라는 자가 한 곳에 앉아있는 자를 발견하면서 눈초리를 좁혔다. 언젠가 마주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을 빤히 바라보는 허윤이었고 그 시선이 이상했는지 옆에 앉아있던 그의 사숙이 넌지시 그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그렇게 노골적인 시선을 계속 보이다가 자칫 불화가 생길지 우려가 되는구나."

    "죄송합니다. 사숙님."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머리를 숙이는 허윤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청명이 그를 바라보며 그 연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냐? 아는 사람이라도 본 것이냐?

    "그…… 그것이."

    "……."

    청명의 질문에 허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진중한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청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돋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이유를 묻는 듯한 청명의 눈빛에 결국 허윤이 그 이유를 밝혔다.

    "저 자는…… 동창에 속한 자인 것 같습니다."

    "동창에 속한 자라……"

    허윤의 설명에 의아해하는 청명이었고 그런 사숙을 향해 고개를 조아린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동창이 이곳에 무슨 일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동창이라면 공교로운 일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저 자의 얼굴이 기억이 납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마공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제가 청해성으로 향하지 않았습니까?"

    "흐음. 그랬지."

    "그때, 청해성에서 곤륜의 제자인 국원호와 함께 관부를 찾았다가 저자를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창이라? 동창이 이곳까지는 무슨 일로 왔단 말인가?"

    허윤의 말을 곱씹으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심에 잠기는 청명이었고 그런 사숙을 향해 다시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허윤이었다.

    "가 사숙의 일도 그렇고 왕현, 왕호 형제의 일도 그렇고…… 모두 관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 무당과 관의 관계가 껄끄럽게 변한 이상,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 흐음."

    허윤의 말에 청명과 다른 무당의 제자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전소평이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을 향한 시선을 좇았다.

    '응? 저들은 무당이 아닌가?'

    그들의 복장과 검을 확인하며 정확히 정체를 유추해 낸 전소평이었다. 그런 옆에 있는 하오문의 인사가 의아한 듯 전음으로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자들을 주시하는 전소평이었다.

    그런 전소평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청명 진인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상기시켰고, 허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향해 포권을 했다. 미안함의 뜻을 밝히는 그의 행동에 고개를 돌리는 전소평이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무당과 악연이라면 악연으로 얽힌 아삼이었기 때문에, 그런 무당이 같은 장소에 나타난 것이 영 꺼림칙한 전소평이었다.

    '무림의 다른 문파들이 모여든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무당까지 움직였다니…… 첩형과 무당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는 않으니…… 따로 보고를 올려야겠구나.'

    이내 생각을 정리하며 남은 일들을 논의하는 전소평이었다. 살짝 낯이 익은 자의 모습을 본 것도 같았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아삼에게 양질의 정보를 얻어다 주는 것이었다. 거기에 돈황에 위치한 관까지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시간이 촉박했다.

    무당의 인사들을 확인한 전소평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몰래 쫓던 청명이 의아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동창이라는 자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이상하구나. 더군다나 마공이 출현했을 당시에 그 일을 맡았던 자라면…… 이번에 우리가 온 일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허면 저들이 움직인 이유도 무림 문파들의 절기를……"

    "어허!"

    "……."

    제법 큰 다른 제자의 물음에 주의를 주는 청명이었고 그 주의에 함께 자리해 있던 제자가 말끝을 흐렸다. 이내 죄송스럽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는 그였고 그 모습에 다시 말을 이어가는 청명이었다.

    "허윤의 말처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구나. 이미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더 이상 황궁과의 연이 끊어졌으니…… 더 이상 그들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음이다."

    한왕과의 일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은 가영호를 떠올린 청명이 씁쓸해하며 남은 제자들을 바라봤다. 무당을 위해 일했던 그의 공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잊을 수 없는 인사였다. 이내 마음을 추스른 그가 남아있던 제자들 중 한 명을 향해 명을 내렸다.

    "장원형. 너는 저자의 뒤를 은밀히 쫓도록 하거라. 동창에 있다던 저자가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거라."

    "예. 사숙."

    청명의 하명에 고개를 숙이며 읍을 하는 사내였다. 간단한 요기를 하는 와중에도 몰래 전소평을 주시하는 그였고, 객잔을 벗어나는 전소평의 뒤를 은밀히 쫓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아삼이 있는 방으로 들어서는 전소평이었다. 이내 아삼을 향해 예를 올린 그가 아삼의 앞에 앉으며 나직이 말했다.

    "공공가에는 따로 사람을 붙였지만, 상당히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감숙성의 도휘지사사에 따로 연통을 넣었습니다. 은연중에 경계를 강화하라고 전했고 이상한 움직임은 예의주시하라고 전했습니다."

    - 그래. 고생했다.

    "그리고 다른 무림의 문파들이 어찌 이곳 감숙성으로 모여들고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 그래? 무슨 일로 모여들고 있다 하더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전소평을 바라보며 묻는 아삼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잇는 전소평이었다.

    "아무래도 첩형께서 맡으신 일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무관하지 않다? 공공가에 볼 일이 있다는 뜻이냐?

    "예. 저들 또한 자신들 문파의 비전을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원의 잔당들에 의해 각 문파의 비전들이 유출되지 않았습니까? 하여 그 일을 조사하다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 것 같습니다."

    전소평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생각보다 그들의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인상을 굳히는 그가 전소평에게 물었다.

    - 무림에 그런 일이 알려질 정도라면 이곳으로 모이는 수가 상상을 초월하겠구나?

    "그것이 널리 알려진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 알려진 일이 아니다? 이곳으로 문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예. 허나 그 사실을 알고 모여드는 자들이 대부분 구파일방이라고 불리는 자들입니다. 개방에서 그들에게만 따로 그 정보를 알린 것 같습니다. 사안이 중한 만큼 비밀리에 그들이 움직였고, 근래에 그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느낀 하오문이 많은 희생을 해가며 간신히 알아냈다고 하니 그 사실을 아는 자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더군다나, 무림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구파와 일방입니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끼어들었다가는 평생 그들의 추격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라, 설령 그 정보를 접했다고 해도 경거망동할 자는 없을 듯싶습니다."

    전소평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하지만 곧 준비를 마치는 대로 공공가를 도모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곳에 모여든 자들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황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아삼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고심에 잠겼다. 하지만 그런 고심도 잠시 이내 미간을 좁힌 그가 이상한 기척을 느끼며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 듯한 아삼의 모습에 다시 말을 이어가는 전소평이었다.

    "아무래도 저들 또한 저희와 비슷한 목적……"

    말을 잇던 전소평이 갑작스레 손을 드는 아삼의 행동에 급히 입을 닫았다.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삼을 바라보는 전소평이었고 그런 전소평을 뒤로 한 채 바닥을 박찬 아삼이 창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가며 한 곳을 노려봤다.

    '흐읍!'

    갑자기 움직인 아삼의 모습에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가 급히 지붕을 박찼다. 청명이 보냈던 장원형이 전소평의 뒤를 밟으면서 최대한 조심을 했지만, 아삼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나마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제때, 벗어날 수 있는 그였지만 빠르게 쫓아오는 아삼의 모습에 기겁을 해야만 했다.

    더욱 기운을 끌어올린 그가 최대한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의 눈이 빛났다.

    '제운종(梯雲縱)이 아닌가?'

    예전에 한번 봤던 기억이 있는 경공이었다. 자신의 손에 죽었던 왕현이라는 자가 황궁에서 사용했던 그 경공의 모습을 떠올린 아삼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바닥을 박찼고 순식간에 멀어진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며 모습을 감추는 아삼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두 사람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던 전소평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익히고 있는 것들 중에서 그 어떤 것들보다도 자신 있어 하던 것이 바로 경신술인 전소평이었지만 간신히 그 흔적을 확인하면서 뒤를 쫓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뒤를 쫓던 전소평의 눈에 낯선 자를 향해 손을 뻗는 아삼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멀리서 그곳을 향해 달려드는 한 인영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