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73화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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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쌍조(一箭雙鵰)

    사천 지역에 있는 모든 병력들이 움직였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폭풍이 몰아치는 것과 같았다.

    이전부터 아삼에게 언질을 받았던 안찰사(按察司)와 도지휘사(都指揮使)가 휘하의 병력들을 움직였고 도지휘사의 통제 하에 사천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이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비장한 눈빛으로 군사들을 내려 보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옆에 제형안찰사의 설유근과 도지휘사가 함께 했고, 그들이 올라선 단상 아래로 전소평과 현지향. 그리고 황세웅을 위시한 동창과 금의위가 시립해 있었다. 족히 천명은 넘을 듯한 병력들이 모두 도열해 있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옆에 있는 도지휘사를 향해 물었다.

    - 사천으로 통하는 모든 길은 막았소?

    "예. 모든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전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신분을 확인하라 엄명을 내렸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금의위 쪽에 붙일 인원은 어떻게 했소? 따로 차출한 것이오?

    "임의적으로 백호소(百戶所)의 백호를 붙일 생각입니다. 따로 근처에 천호소(千戶所)의 병력들과 정천호(正千戶)를 대기시켜서 일이 커지면 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큰 병력을 붙이지 말라고 하셔서 우선 그렇게 정했습니다."

    - 좋군. 며칠간은 사천으로 통하는 길을 통제해야 할 것이오.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시행해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도지휘사와 안찰사에게 당부를 내리는 아삼이었고 그의 명에 읍을 하며 머리를 숙이는 두 사람이었다. 새파랗게 젊어 보이는 아삼이었지만 황제의 명을 대신하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고 있는 동창의 첩형이라니 더욱더 잘 보여야만 했다.

    그들이 듣기로 동창의 첩형이라는 자리에 올라선 자는 황제와 정화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자로, 정화와 함께 대원정을 떠났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중차대한 일을 뒤로하고 몰래 황명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 그 일의 비중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아삼을 향해 더욱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자, 출발한다. 각자 맡은 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내 아삼의 눈짓을 받은 도지휘사가 군사들을 향해 소리쳤고 그런 도지휘사의 명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이었다.

    모두가 각자가 맡은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황세웅을 위시한 금의위들은 백여 명의 병력과 함께 '당호상단'을 향해 달려갔고, 아삼을 포함한 일련의 병력들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곳곳에 병력들이 끼어들며 백성들의 움직임을 통제했고 그런 관군의 움직임에 모두가 숨을 죽이며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했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한 듯 군사들을 멈춰 세우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눈에 커다란 목조 건물이 가득 들어왔다. 비교적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그곳은 마치 창고 같아 보였고 어느새 그곳을 포위하는 병력들을 확인한 전소평이 아삼을 향해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곳은…… 당호상단이 창고로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

    '당호상단이라…… 우리가 좇던 놈들이 이들과 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인가? 삼청회라고 불렸던 폐주의 잔당과 원의 잔당들이라……'

    전소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삼이 길게 늘어진 건물들을 바라봤다. 커다란 창고로 보이는 여러 채의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눈을 빛내는 아삼이었다. 숨은 것으로 여겨지는 몇몇 인원이 가진 기운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남은 병력들을 움직여서 건물 주위를 크게 포위하게 만드는 아삼이었고 느껴지는 기운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따라서 남은 수하들이 뒤따랐다.

    살수지무의 공능으로 정확히 숨어있는 자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는 아삼이었다. 커다란 창고에는 쌀로 보이는 가마가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누런 장삼을 입은 사내가 인부로 보이는 몇을 부리다가 들어서는 아삼을 발견하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나…… 나으리. 이곳은 당호상단의 창고입니다. 혹여 무슨 볼 일이 있으신지……"

    머리를 조아리며 두려운 듯 목소리를 떠는 사내였다. 그 모습에 그를 바라보던 아삼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순식간에 출수한 아삼의 손이 상대의 혈을 점했고 뻣뻣하게 굳은 그 사내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 모두 추포하라.

    짧은 아삼의 명에 남은 인원들이 인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들이치는 관군의 모습에 몇몇 사내들이 놀란 듯 그대로 무릎을 꿇고 항복의 의사를 밝혔지만, 남은 인부들은 쌀가마 사이에 숨겨둔 검을 빼들며 그들에게 대적했다.

    그리고 멀리서 관군의 모습을 살피던 아삼이 한 곳을 노려보며 바닥을 박찼다.

    길게 늘어진 아삼의 신형이 한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미 그 앞에 몇 명의 관군들이 쓰러져 있었고 그런 그 사내를 향해 손을 내뻗는 아삼이었다.

    '분뢰수.'

    순식간에 뻗은 아삼의 장이 상대의 어깨를 향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날아드는 그의 장을 피해내는 상대였다. 그렇게 아삼의 분뢰수를 피한 상대도 그 빠르기에 경악하며 검을 휘둘렀고 가볍게 검을 쥔 상대의 손목을 붙잡으며 공격을 막아낸 아삼이 다시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타닥.

    막아낸 팔의 혈을 점하며 상대의 몸통을 향해 마저 손을 뻗어내는 아삼이었다. 하지만 그런 동작을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다.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무언가가 기감에 잡혔기 때문이다.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그 공격에 무영보법을 밟아낸 아삼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스쳐지나가는 물건을 확인한 아삼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살인가?'

    급히 그 화살이 날린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단궁을 든 낯선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다시 그를 향해 활을 겨눴고 동시에 검을 든 사내도 아삼을 향해 들이쳤다.

    쏟아지는 검격을 피해내며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아삼이었지만 번번이 날아드는 화살에 그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교묘하게 날아드는 화살은 상당히 정교했고 매번 아삼의 공격을 막아섰다. 동료로 보이는 자를 돕는 화살 하나하나가 잘 짜여진 합격술 같다고 여긴 아삼이 가지고 있던 기운을 더욱 끌어올렸다.

    "허억."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아삼이 검을 든 사내의 뒤에 나타났고 어김없이 그를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닥을 박차며 무영보법을 밟아나가는 아삼이었다.

    분뢰공의 묘가 섞인 그 보법에 주변의 사물을 인식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시야가 바뀌는 것을 느끼는 아삼이었다. 낯선 사내의 뒷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분뢰수를 펼치며 상대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상대도 그 낌새를 눈치 챘는지 경악하며 손에 쥔 활을 휘둘렀다. 날아드는 활대에 규화보전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린 아삼이 경맥을 내달리는 거력을 느끼며 그대로 활대를 후려쳤고 이질적인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쩌어억. 파직.

    순식간에 낮아진 주변의 공기와 함께 얼어붙은 활대가 그대로 굳어졌고 아삼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부서진 활대와 함께 줄어든 시위가 제 모양을 찾아갔다. 그리고 경악해 하는 낯선 자의 가슴을 후려치자 피를 뿜어낸 상대가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피를 흘리는 상대의 몸에 다시 아삼의 손이 날아들었다.

    파바밧.

    순식간에 상대의 혈을 점한 아삼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뒤늦게 경악하며 아삼의 모습을 바라보는 검을 든 상대였고 그를 확인한 아삼이 다시 무영보법을 밟았다.

    "죽어라."

    다시 뒤를 점하며 순식간에 나타난 아삼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상대였다. 길게 늘어진 푸른색 검강이 뒤를 점한 아삼의 몸을 갈랐다. 강력한 그 힘에 아삼의 몸이 찢겨나갔지만 이내 흐릿해지는 인영에 상대의 얼굴에 경악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얼굴 가득 그늘이 지어졌다.

    "이형환위?"

    경악하는 그 말과 함께 그의 위에서 나타난 아삼의 손이 그를 향해 뻗어졌다. 빳빳해지는 몸을 느끼면서 재빨리 숨어놨던 독단을 터트리려고 하는 상대였지만 이미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그대로 그의 턱관절을 빼내며 독단을 회수하는 아삼이었다.

    아삼이 강력해 보이는 두 놈을 제압하는 사이에 현지향과 전소평이 다른 자들을 상대하며 짧은 시간에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이미 수리상단을 공격하는데 많은 전력을 쏟아 부었던 그들이었다. 남은 인원들이라고 해봤자 고수라고 불리는 자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나마도 강한 자들은 아삼이 상대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자신들이 좇던 자들을 모두 제압한 아삼이 걸음을 옮겼다. 아직 남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로잡힌 자들은 모두 수색을 거치면서 자해할 수단을 빼앗겼고 점혈당한 몸과 함께 두터운 포승줄로 포박을 당하며 그대로 관아로 압송되었다.

    남은 인원을 모두 붙인 아삼이 '당호상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다수의 병력이 따라붙었다.

    ***

    '당호상단'이란 붉은 현판이 걸린 건물 앞으로 일사분란하게 다가가는 금의위와 관군이었고 그런 그들의 앞에 선 황세웅이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부터 이 상단 안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들이지 말거라. 또한 이 상단 밖으로 나오는 이도 없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황세웅의 하명에 고개를 숙이며 답을 하는 금의위와 관군이었다. 커다란 그들의 외침에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당호상단의 건물을 빼곡하게 둘러싸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런 관군의 출현에 당황한 문지기가 잽싸게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그들의 등장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황한 얼굴을 한 일련의 무리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대기하던 병력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그들을 가로막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책임자를 찾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에 황세웅이 앞으로 나서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소인은 이곳 상단의 단주인 하대령이라 합니다. 무슨 연유로 관군이…… 저희 상단을 포위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

    "나으리! 그 연유라도 알아야……"

    "명이다. 명이 내려와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니, 우선 안에 들어가서 대기하라."

    "……."

    차가운 얼굴로 퉁명스레 대답하는 황세웅이었고 그런 황세웅의 태도에 말을 잇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는 하대령이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바꾼 그가 황세웅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허나…… 연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로 이러는 건지…… 저희도 알아야……"

    "내 말을 허투루 들은 것이냐? 상단 밖으로 나오는 인사도 없어야 한다 하지 않았더냐?"

    하대령의 말을 가로 막으며 관군을 향해 매섭게 소리치는 황세웅이었고 그런 황세웅의 말에 재빨리 하대령을 향해 다가가는 관군이었다. 이내 관군에게 붙들린 하대령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갔다.

    그렇게 물러서는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황세웅이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를 고수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황세웅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멈추시오."

    녹색의 장삼을 빼입은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의위와 사천성에 주둔해 있던 백여 명의 병력들을 마주하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들이었다.

    오히려 맞이하는 병력들을 압도할 만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들이었다. 그런 모습에 상단 주위를 포위했던 관군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이 사천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렇게 병력을 움직일 수가 있단 말이오?"

    드러낸 무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불쾌한 감정을 비췄고 그 모습을 확인한 황세웅의 눈이 빛났다. 아삼이 했던 말처럼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복수를 돕겠다던 그 말이 사실로 되가는 것 같았다. 모든 상황이 아삼이 했던 말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허나 자네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네. 당가가 어떻게 나오든 대응해서는 안 되네. 혹시라도 그들이 자네를 도발하거나 모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반응을 보이지 말게. 오히려 그들의 화를 이끌어 내게.'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웃음을 보이던 황세웅이 이내 표정을 지우며 앞으로 나섰고 그 복장을 확인한 중년인이 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당가에 아무런 말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오!"

    "당가라?…… 일개 문파가 무에 그리 대단하다고 통보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뭐…… 뭐라?"

    "공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방해하지 말고 썩 물러서거라!"

    "……."

    날카로운 황세웅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하는 그들이었다. 안하무인격으로 나서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당가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런 황세웅의 얼굴을 확인한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며 그를 향해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이게 무슨 짓거리냐?"

    앞으로 나선 사람은 황보완이었다. 황보완의 호통에 황세웅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아삼의 말을 떠올린 그가 분을 참아내며 오히려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비웃는 듯한 웃음을 보이는 황세웅이었고 그런 그의 웃음에 앞으로 나섰던 황보완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이 놈! 기고만장해 있구나."

    황세웅의 웃음에 분을 참지 못한 황보완이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공격을 확인한 황세웅이 기운을 끌어올려서 그 공격을 방비했고 혀를 깨물어서 입 안에 피를 모았다.

    퍼억.

    제법 큰 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간 황세웅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는 황보완이었지만 이어지는 호통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 모두 멈춰라!

    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아삼의 전심어서가 꽂혀들었다. 갑작스런 전심어서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들이었고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아삼이 바닥을 박차며 그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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