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63화 (16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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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초(端初)

모든 준비를 마친 아삼과 전소평이 사천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를 배웅하는 우겸을 뒤로하며 청해성과 빠르게 멀어지는 그들이었고, 자욱한 모랫바람과 함께 청해성을 떠나는 아삼 일행의 모습에 두 눈을 빛내던 마태령이 수하들을 불렀다.

"저놈의 뒤를 쫓는다. 배웅하는 관군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그때, 저 두 놈을 칠 것이니 따로 준비를 해 놓거라."

"존명."

부복을 하며 사라진 수하들의 모습과 함께 그의 눈이 불타올랐다. 신교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계속 참고 있던 마태령이었기 때문에 아삼이 따로 떨어져나갈 순간만을 손꼽아서 기다려왔다. 이제 곧 그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고 장호영을 죽인 그년에게 복수를 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잘게 몸을 떠는 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명을 이행한 수하들이 말을 끌고 왔다. 수하가 끌고 온 그 말에 올라타며 아삼이 떠난 방향을 노려보는 마태령이었다. 이내 말의 옆구리를 박찬 그가 빠르게 달려나갔고 그런 그의 뒤를 신교에서부터 함께 했던 수하들이 뒤따랐다.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는 살기와 낯선 기운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말의 속도를 줄였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옆에서 말을 달리던 전소평이 의아해 했고, 그런 그에게 전심어서를 보내는 아삼이었다.

- 누군가 있다. 멀리서부터 우리를 쫓던 놈들이다. 그리고……

"우리를 쫓다니요? 누가 뒤를 쫓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설마 우리가 찾던 놈들 입니까?"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움직인 그들이었다. 누군가 자신들의 뒤를 쫓는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전소평이었지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아삼을 바라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찾던 놈들이 어떻게 뒤를 쫓았을까요?"

- 우리가 찾던 놈들이 아니다. 아니…… 공교롭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놈들이 우리를 찾은 것 같군."

아삼의 전심어서에 그 뜻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소평이었다. 느려진 말 위에서 기운을 퍼뜨리며 감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그였지만 그의 기감에는 아무런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만큼 첩형과 나와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겠지?'

새삼 아삼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전소평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족한 자신의 무공에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자신이 더 많은 나이였지만 서로가 지닌 무공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처음에는 스스로의 무공에 자부심이 있었다. 명문정파의 무공은 아니었지만, 나름 하오문의 지원으로 무공만큼은 동창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거라고 자신하는 그였다. 아삼이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그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전소평이었지만, 이제 아득해서 보이지도 않는 아삼의 경지였다. 스스로 분발하리라 마음먹은 그가 희미하게 잡히는 기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낯선 기운에 전소평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확인하려는 듯 낯선 자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웬 놈들이냐!"

갑자기 앞을 막아선 복면인들의 모습에 다급히 아삼의 앞을 막는 전소평이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런 그들 중 한 명이 뒤에 있는 아삼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어왔다.

"네놈이 전소평이냐?"

"……."

자신을 찾는 듯한 그들의 행태에 미간을 찌푸리는 전소평이었지만,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놈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적으로 삼을 세력들과 척을 진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멀리서 들리던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왔고, 어느덧 달리는 말을 버리고 경공을 사용하면서 빠르게 달려오는 낯선 무리들이 아삼의 앞에서 멈춰섰다.

"……."

순간 그곳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고 두 세력 모두 당황한 듯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멈춰선 아삼과 함께 일행으로 보이는 놈들이 마태령과 수하를 맞이하는 형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황한 눈빛을 보이는 자들은 전소평을 찾은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몰래 호위하는 자들을 숨겨놓은 것인가?'

공통된 생각을 한 그들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적막과 함께 찾아온 이상한 기류에 전소평이 아삼을 바라봤지만 아삼의 시선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태령 역시 아삼에게서 눈을 떼지 못 했다.

그 모습에 따로 말을 붙이지 못하던 전소평이 눈치를 살피는 낯선 자들을 바라보며 눈을 번뜩였다. 나타난 복면인의 정체를 유추하던 그가 아삼에게 붙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당두를 보호하고, 적들을 물리쳐라!"

커다란 외침과 동시에 지켜보던 마태령이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움직임에 그의 수하가 뒤를 따랐고 뒤늦게 나타난 복면인들도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졸지에 당두로 변한 아삼이 전소평의 잔머리에 쓴 웃음을 지으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마태령이 단단해 보이는 주먹을 내뻗었기 때문이다.

뻗어진 그의 철권에 어린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아삼도 그 힘에 감탄하며 내력을 움직였다.

'엄청난 힘이군.'

태산을 부숴버릴 듯한 가공한 힘이 느껴지자, 그 주먹을 경시하지 못하는 아삼이었다. 머리통을 터뜨려버릴 듯한 공격에 보법을 밟으며 안으로 파고드는 아삼이었고 그 행동에 마태령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웃는다?'

파고드는 와중에 보이는 상대의 웃음에 이상함을 느끼는 아삼이었다. 상대의 빈 가슴을 향해 분뢰수를 뻗어내려는 그가 마태령의 웃음에 멈칫거렸고 뒤늦게 손을 모으며 아래를 가렸다.

뻐억.

들어 올린 마태령의 무릎을 막아내는 아삼이었지만 그 충격에 몸이 위로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태령의 섬전 같은 주먹이 그의 가슴을 향해 뻗어졌다.

내지른 주먹을 피해 몸을 비트는 아삼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그의 주먹과 함께 회전한 아삼의 손이 요대의 끝을 잡아갔다.

용재비아(龍齜秘牙).

숨은 어금니를 드러내며 흰 빛을 뿌리는 용아의 검신에 기겁한 마태령이 두 팔을 모았고 손목에 채워둔 비갑에 내력을 더했다. 그와 동시에 차고 있는 비갑에 불똥이 튀었다.

간신히 막아선 아삼의 공격에 식은땀을 흘리는 마태령이었지만 이어지는 아삼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티잉. 티잉. 티잉.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쳐내는 그였지만 예상하기 힘든 상대의 공격에 쩔쩔매야만 했다.

용답상운의 초식으로 뿌려지는 아삼의 연검이 신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시할 수 없는 공격과 함께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에 흡사 여러 고수의 합격술을 받아내는 느낌을 받는 마태령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천요희의 소수마공을 상대하는 착각이 일 정도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어린놈이 대단하구나. 말로만 들었던 것보다 더 높은 경지이지 않는가?'

거리를 벌리며 아삼을 노려보는 마태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코 자신보다 떨어지는 실력이 아니었다. 소교주를 이긴 자라는 것은 잘 알았지만 이렇게 고절한 무공을 지녔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마태령이었다. 달라진 그의 마음가짐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바뀐 것을 느낀 아삼도 신중해졌다.

서로를 노려보며 틈을 찾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 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한 인영이 튕겨지며 둘 사이로 끼어들었고 그 모습에 아삼이 미간이 꿈틀거렸다.

상대하던 복면인에게 밀린 전소평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거리를 벌렸고 그런 전소평을 쫓는 복면인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몸을 움직였다.

- 최대한 이곳에서 물러나라.

다급한 아삼의 전심어서에 급하게 기운을 끌어올린 전소평이 거리를 벌렸고 그런 그를 쫓는 복면인이 다시 바닥을 박찰 때, 사라진 아삼이 복면인의 옆구리에 빳빳해진 검을 찔러 넣었다.

"크으윽!"

그리고 마태령도 복면인의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마태령의 거대한 힘은 아삼을 향해 날아들었다. 격산타우의 고절한 수법으로 복면인을 통과한 마태령의 기운이 아삼을 짓눌렀고 기운을 끌어올린 아삼이 남은 손으로 분뢰수를 뿌렸다.

쩌정. 쿠우웅.

아삼의 손에서 뿌려진 내기가 마태령의 기운을 막아냈고 차갑게 식은 기운이 주변을 얼리며 얼음으로 된 방패를 만들어냈다. 부딪치는 마태령의 힘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방패가 부서져나갔고 그 사이에 낀 복면인은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다시 시작된 아삼과 마태령의 싸움에 주변이 휩쓸리기 시작했다. 아삼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난 전소평이 일그러진 얼굴로 두 사람의 싸움을 보며 뒤로 물러섰고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르기로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맞서는 동안, 마태령의 수하와 복면인들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서로가 아삼의 일행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 지닌 무공이 비슷한 위력을 발휘했고 그 수도 비슷했다.

마태령을 호위하는 그들인 만큼 실력이 출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전소평을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인 그들은 위력적인 초식을 사용하며 그 간극을 메웠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던 전소평은 서로 다른 무공을 가진 이들의 정체를 유추하려고 노력했다.

'저 초식은 눈에 익은데…… 화산의 검법인가? 공동파의 무공도? 그렇다면 저놈들은?'

복면인들의 무공을 살피던 전소평의 눈이 커다래졌다. 드디어 자신들이 찾던 그 꼬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눈치 챘어도 저들을 막아설 수 없었다. 저들의 동료로 보이는 놈에게 밀리던 그였기 때문에 쉽게 저들을 잡아들일 수 없었다.

고심하던 그가 비도를 꺼내들며 팽팽하게 맞서는 놈들을 향해 그것을 뿌리면서 교모하게 두 세력의 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삼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 저 복면인들이 우리가 찾던 그놈들인 것 같습니다. 그에 맞서는 놈들의 정체는 아직……

'저놈들이 그놈들이라고? 전소평을 찾은 이유가 그것이었던가?'

자신을 향해 전소평이라고 물었던 이유를 깨달은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삼의 모습에서 틈을 확인한 마태령이 푸르게 빛나는 주먹을 쥐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아삼이 연검을 찔러 넣으면서 그를 견제했다.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막아서는 아삼의 검에 결심을 굳힌 그가 날아드는 검첨을 확인하며 그대로 몸을 밀어 넣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푸욱.

팔에 꽂힌 연검을 확인한 그가 팔에 내력을 더하면서 그대로 몸을 날렸다. 아삼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들었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용아를 잡은 손을 놓으며 달려드는 그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퍼엉. 퍼엉. 퍼엉.

부딪치는 주먹에 공기가 터져나가며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삼과 주먹을 부딪친 마태령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흘렀다.

'무기를 버리다니…… 검을 사용하는 놈이 아니었던가?'

연검을 꺼내며 현란한 검술을 구사하는 아삼이었다. 당연히 검수라고 여긴 그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의 검을 막아내며 달라붙었지만 그대로 검을 버리면서 주먹을 뿌리는 아삼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내지르는 주먹에 실린 힘은 권마라고 불리는 그로서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담고 있었다.

빠르게 전방을 메우는 권영에 인상을 찌푸린 마태령이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뻗었다. 그 기운에 휩쓸려 아삼의 권영이 터져나갔지만 오히려 마태령의 얼굴이 굳어져만 갔다.

'이…… 한기는!'

몸속을 파고드는 기운과 자신의 눈을 어지럽히는 주먹에 경악하는 마태령이었다. 쌓이는 음기를 떨쳐내려 뒤로 물러선 그였고 그 모습에 아삼이 눈을 빛내며 장력을 쏟아냈다.

마태령을 향해 쏟아지는 그의 장력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기다란 얼음기둥을 만들어내며 뿌려지는 장력에 물러서던 마태령이 다시 한 번 진각을 밟으며 권강을 토해냈다.

콰아앙. 파사사삭.

권강에 부딪친 얼음이 터져나가며 비산했고 보법을 밟은 아삼이 모습을 지우며 다시 한 번 장력을 쏟아냈다.

콰아앙. 콰아앙.

계속해서 자리를 옮기며 쏟아내는 아삼의 장력에 하얗게 질린 마태령이 연신 얼음기둥을 쳐내며 기운을 쏟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였지만 계속해서 권강을 뿌려야만 했다. 떨어져 내리는 장력 하나하나가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어린놈의 내기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조금씩 힘이 부치는 마태령이었지만 아직까지 강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리로 아삼의 장력이 쏟아졌다. 주변을 얼리는 얼음이 그를 향해 다가왔고, 다시 주먹을 뻗는 마태령이었다. 하지만 점점 느려지는 자신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설마? 한기가?'

콰아앙.

다시 막아낸 장력이었지만 그의 주변으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비산한 얼음들이 곳곳에 뿌려졌고 내려간 기온에 그의 몸이 느려졌다. 그리고 그의 정면으로 다시 아삼의 장력이 쏟아졌다.

"흐읍."

다른 공격과 달리 막강한 이번 공격에 본능적으로 힘을 끌어올리는 마태령이었다. 하지만 힘에 부쳤는지 이전처럼 이어진 얼음기둥을 부수지 못한 채 간신히 막아서는 그였고 그 모습에 눈을 빛낸 아삼이 그 기둥의 끝을 잡으며 힘을 더했다.

태산압정(泰山壓頂).

마태령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강맹한 기운에 그가 팔을 교차하며 얼음기둥을 막아섰다. 그리고 느껴지는 압력에 이를 악 물어야만 했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압력은 그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고 파고드는 한기는 저절로 그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마태령을 압박하는 아삼의 얼굴도 좋지만은 않았다.

'대단하군. 모든 힘을 꺼내도 쉽게 처리하지 못 하다니…… 내가 너무 자만한 건가?'

마태령의 무공에 감탄하며 자책하는 아삼이었다. 스스로 마교의 교주에게도 꿇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앞에 있는 자와의 싸움으로 그런 생각을 떨쳐내야만 했다.

"끄으윽!"

계속해서 힘을 쏟아내는 아삼의 공격에 마태령의 몸이 얼어버린 땅에 박혀들었다. 터질 듯 솟아오르는 이마의 핏줄과 함께 결국 피를 토하며 간신히 얼음을 부숴내는 마태령이었다. 마지막에 쏟아낸 그 힘으로 팔뚝에 박혔던 용아가 빠져나오면서 솟아올랐고, 반동으로 위로 올라선 아삼이 용아를 잡으며 마태령을 향해 검을 겨누며 내려왔다.

하지만 이내 이상한 기척을 느낀 아삼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런 그의 표정을 대변하듯 갑자기 나타난 검은 피풍의를 두른 사내가 마태령의 앞을 가로막으며 아삼의 검을 막아냈다. 갑자기 등장한 그와 함께 곳곳에 기척이 잡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들이 주변을 에워쌌고 모두가 놀란 듯 싸움을 멈춘 채 그들을 바라봤다.

'새로운 적인가?'

다급함을 느낀 아삼이 마태령을 향해 검을 날렸다. 가장 강해보이는 자를 먼저 처리할 심산이었지만 다시 그의 검에 맞서서 검을 뻗어내는 낯선 상대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손목을 비틀었고 그의 의지에 따라 휘어진 검이 상대의 팔목을 감았다. 용요단완(龍繚斷腕)의 초식으로 그의 움직임을 봉한 아삼이 그의 팔을 베어내려 할 때, 주변을 둘러싼 그들 중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며 그를 말렸다.

"멈추시오!"

"……."

"교주님께서 보냈소. 마 장로를 교로 모시라는 명이오. 앞에 있는 부대주를 놓아 주시오."

마 장로라는 말을 들은 아삼은 조금 전에 싸웠던 상대가 마교의 장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주의 전언을 가진 상대의 강압적인 태도에 아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교주님께서 따로……"

"끄으아악!"

투둑.

교주의 전언을 전하던 자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어렸다. 아삼의 공격을 막아섰던 암혈대의 부대주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을 구르는 그의 팔에 놀란 그가 아삼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오!"

- 내가 교주의 말을 들을 이유가 있나?

"……."

차가운 말을 내뱉으며 쏘아보는 아삼의 눈빛에 암혈대주 임상표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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