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48화 (14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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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충수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를 응시하는 오건휘였다. 이내 그 말을 곱씹으며 잠시 숙고하던 오건휘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선 환관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알았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그를 주시하도록 하거라. 역시 이전처럼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예. 공공."

    오건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길게 읍을 한 환관이 예를 올리며 그곳을 빠져나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건휘의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금무정…… 이 인사가 이제는 나를 엮을 셈인가? 흐음.'

    자신의 뒤를 캐며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오건휘였다. 그리고 그 짓을 저지르는 자가 금무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일을 풀어갈지 고심을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정화 태감이 직접 금무정을 버리고 벌하는 것이었지만 쉽사리 버릴 만큼 금무정의 위치가 낮지 않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오건휘였고 그 일로 고심을 하는 중이었다.

    '새로운 놈들을 끌어들여야 함인가? 그놈들 정체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내 결심을 굳힌 오건휘가 그의 수하를 불러들였다.

    "이 서찰을 몰래 왕진에게 건네거라."

    "예. 공공."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거라."

    "예. 공공."

    나서는 수하의 모습에 씁쓸해하는 오건휘였다. 자신에게 조금만 더 능력이 있고 힘이 있었다면 지금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창이라는 큰 힘을 가진 곳의 수장이라고는 하나, 위로는 정화 태감과 아래로는 금무정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놈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점점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뻔한 수순이었다.

    '아무리 꼭두각시 짓을 한다고 하나, 멍청하게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지.'

    황궁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외적으로는 활기를 띄며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동창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만큼 그 흉흉함을 잘 아는 황궁의 인사들은 행여라도 불똥이 튈 것을 두려워해 몸을 사렸고 당연히 분위기는 차갑게 식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각자가 서로 바쁘게 움직였다. 오건휘는 오건휘 나름대로 살 방도를 구하기 위해서 왕진과 몰래 회동하기 시작했고, 금무정도 수하들을 단속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알았다. 내 그렇게 하겠다고 왕 내관에게 가서 전하거라. 헌데, 준비는 확실히 해 뒀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동창이 오롯이 제독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런 오건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길게 읍을 한 환관이 예를 올리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가려던 그 환관을 다시 잡으며 말하는 오건휘였다.

    "참, 어차피 나가는 길이라면 네가 금무정을 데리고 오너라."

    "소…… 소인이 데리고 옵니까?"

    "어차피 금무정의 처소도 멀지 않을 것 아니더냐. 왕 내관에게 알리고 가는 길에 금무정을 그곳으로 보내도록 하거라. 내 명으로 왔다고 하면 될 것이다."

    "…… 예. 알겠습니다."

    떨떠름한 기색을 내비치는 그 환관이었지만 개의치 않는 오건휘였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서는 환관을 바라보는 오건휘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리 제독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를 반푼이로 여긴 것이더냐? 뭐 나에게는 그것이 더 좋을 테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구나. 끌끌끌.'

    오건휘의 명을 받은 환관의 발걸음이 금무정의 처소로 향했다. 왕진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 왕진은 오히려 빨리 금무정을 이끌어내라는 명만 내릴 뿐이었다. 그곳에서 기다릴 다른 고수들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였다. 이내 금무정을 찾고 그를 향해 예를 올린 환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첩형 어르신, 제독께서 첩형을 찾으십니다."

    "흐음. 제독께서 나를?"

    환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을 향해 은밀히 속삭이는 환관이었다.

    "예. 제독께서 첩형을 은밀히 모셔오라 명하셨습니다."

    은밀히 찾는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심하는 금무정이었다. 낯선 환관이 자신을 찾는 것이 이상했지만 은밀히 찾는다는 말에 떨떠름해 하는 그였다.

    '은밀히 찾는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오건휘가 자신을 찾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금무정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정화를 만나기 위해서 찾았다가 문적박대 당한 일을 떠올린 금무정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미 정화 태감의 눈 밖에 난 내가 아닌가? 그날 날 만나주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마음을 굳히신 것 같은데…… 오건휘와의 관계가 아직 틀어져서는 안 될 일이지. 우선은 만나서 직접 그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좋겠구나.'

    결심을 굳힌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관을 향해 나직이 말하는 금무정이었다.

    "앞장서거라."

    "예. 소인을 따르시지요."

    허리를 숙이며 종종걸음으로 앞서 가는 환관이었고 그런 환관의 뒤를 따르는 금무정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찾는 것을 보면 이 상황을 타개할 계책이 있다던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무언가를 준비해 뒀을 가능성이 컸다.

    '그 인사가 나를 궁지로 몰아넣을 배짱이나 있을지 모르겠군.'

    오건휘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금무정이었다. 혼자서는 큰일을 도모하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아삼과의 접촉도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았고 자신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건휘의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금무정이었다.

    그렇게 앞서 가는 환관의 뒤를 따르던 금무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환관을 향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정말 제독께서 나를 보자고 한 것이냐? 네놈은 처음보는 얼굴이구나?"

    "소인은 그저 제독 어르신의 명에 따르는 것뿐이라……  은밀히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일부러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서 돌아가는 것이옵니다."

    "……."

    "혹 불편하시다면 다시 다른 길을 잡겠습니다."

    "되었다. 빨리 가자."

    "예. 첩형."

    자꾸만 황궁의 외진 곳으로 돌아가는 환관의 행동이 수상쩍은 듯 금무정이 주변을 살폈지만 조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기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곳으로 모시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

    어느새 다 왔는지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환관이었고 그런 환관을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훑어보는 금무정이었다. 조용한 전각의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비워진 그곳에 몇몇 동창의 요원들이 주위를 경계하며 서 있었고 들어서는 금무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더 안으로 들어서는 금무정을 한 쪽에 앉아있는 오건휘가 반갑게 맞았다.

    "왔는가? 거기 앉으시게."

    "…… 은밀히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 사람하고는, 뭐가 그리 바쁜가?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지 않은가?"

    "…… 은밀히 저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딱딱한 금무정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는 오건휘였다. 하지만 이내 그 표정을 지우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손수 잔에 술을 따르며 그것을 금무정에게 건넸고 술잔을 받은 금무정이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이런 행동들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이렇게 안 하던 짓을 하는 이유는 뭐지?'

    오건휘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금무정이었고, 따라준 그것을 쉽게 들이킬 수도 없었다. 그런 금무정의 모습에 쓰게 웃던 오건휘가 그대로 잔을 들이키며 금무정을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는 금무정이었고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른 그가 금무정을 향해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못미더운 것인가? 같은 배를 탄 우리가 아닌가?"

    "……."

    "그렇지. 자네는 꽤 신중한 성격이었지……"

    금무정이 든 잔을 뺐어든 그가 보란 듯이 입으로 술을 털어 넣었고 조금 전에 채웠던 잔을 그를 향해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오건휘의 행동에 씁쓸하게 웃는 금무정이었다.

    '믿음을 달라 이 뜻인가?'

    조심스럽게 오건휘를 살피면서 술에 입을 살짝 가져다 대는 금무정이었다.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가 오건휘의 눈치를 살피며 술을 들이켰고 이렇다 할 이상이 없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오건휘가 큰 소리로 웃음을 보였다.

    "하하하. 좋군. 좋아. 내 자네와 손을 잡은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네."

    "…… 이렇게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거참. 사람하고는…… 크흠. 아삼 그놈을 쓰러뜨릴 확실한 계책을 생각해 두었네."

    "계책이요?"

    "그렇네. 계책.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올가미를 만들었네."

    "……."

    자신만만한 오건휘의 태도에 호기심이 동한 금무정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바로 아삼이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금무정의 표정을 읽은 오건휘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며 금무정에게 권하는 그였지만 그대로 잔을 내려놓는 금무정이었고 그 모습에 씁쓸해 하던 오건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읽고 태우시게. 그대로 실행하면 필히! 오만방자하게 구는 그놈을 없앨 수 있을 걸세."

    "……."

    서찰을 건네며 확신을 하는 오건휘였다. 술잔을 들어 올리며 입으로 가져가는 그 모습에 석연찮음을 느낀 금무정이 목례를 건네며 그곳을 벗어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건휘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도 금무정의 정신은 오건휘가 건넨 서찰을 향해 있었다. 품에 넣어둔 서찰을 꺼내들며 급히 그것을 펼치자, 그 안에 있던 글이 모습을 드러났다.

    '死'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에 의아해하는 금무정이었고 다급히 주변을 살피는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곳곳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건휘, 이놈이!'

    몰려드는 기척에 주변을 경계하는 금무정이 도망가려던 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었던 낯선 환관이었다.

    "웬 놈들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금무정의 목소리에 복면을 뒤집어 쓴 사내들이 튀어나오며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환관이 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며 금무정을 향해 뿌렸다.

    "크윽!"

    느닷없는 하얀 가루에 급히 숨을 참던 그가 환관의 목을 꺾었지만 하얀 가루는 흩날렸다. 날리는 가루에 급히 소매를 털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금무정이 살기를 흘리는 복면인들의 모습에 그제야 자신이 확실히 오건휘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오건휘 이놈! 이것이 그놈의 뜻인가? 아니면 아삼이라는 놈의 농간인가? 설마…… 정화 태감께서? 어찌되었든 내 기필코 이 자리를 벗어날 것이다. 결코 오건휘 네놈을 살려 두지는 않을 것이야.'

    흡입한 가루가 다행히 독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금무정이 날선 눈빛으로 사내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런 금무정을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사내들이었다.

    그 모습에 금무정 또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손에 힘을 주면서 죽은 환관을 내던졌다. 손을 턴 금무정이 그 시체를 방패삼아 바닥을 박찼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마주 오는 사내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분뢰공.'

    빠르고 강한 기운을 머금은 그의 주먹이 마주 오는 사내를 향해 뿌려졌다. 검을 찔러 넣던 자가 빠르게 들어오는 그 주먹에 당황한 듯 손목을 비틀었지만, 검날을 쳐낸 금무정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뻐억.

    그대로 피를 뿌리며 바닥에 처박히는 상대의 가슴이 망치로 맞은 듯 함몰되었고, 그의 복면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한 수에 절명한 그 모습에 남은 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자신의 내력이 끊기는 것을 확인한 금무정이 침음을 삼켰다.

    '내력의 흐름이 이상하다. …… 이런 고수들이 황궁에 있었던가?'

    끊기는 기운과 자신이 쓰러뜨린 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에 그 수준을 짐작한 금무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남은 자들이 그를 향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패도적인 그의 공격에 그를 처리하기 위해서 달려든 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빠르면서도 무엇보다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그의 공격은 그들의 숨은 힘까지 끌어내게 만들었다.

    '익숙한 무공이다. 설마…… 이놈들이, 정화 태감께서 찾던 그놈들인가?'

    유명한 무공을 사용하는 그놈들이었다. 쓰러뜨린 자에게서 빼앗은 검에 분뢰공이라는 절기를 사용하며 그 수를 줄여나가는 그였지만 이전에 들이마신 가루로 불안하게 변한 내력의 흐름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것을 나 혼자만 들이마신 것은 아닐 터. 혹시…… 마셨던 술과 연관이 있던 것인가?'

    특정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발동되는 독들을 떠올린 금무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포위한 놈들을 돌파하는 그였지만 불안정한 내기는 그들을 쉽게 떨쳐낼 수도 없게 만들었다.

    "크으윽."

    휘둘린 검을 온전히 피해내지 못하고 제법 깊은 검상을 입자, 그 고통을 참지 못한 금무정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고 그 소리에 힘입어 남은 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불안정한 내기를 끌어올리며 분뢰공을 운용하는 금무정이 다시 두 명을 쓰러뜨렸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온전한 상태에서도 간신히 막아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위력적인 무공들이 뿌려지고 끊기는 내기에 어쩔 수 없이 몸으로 받아내는 금무정이었다. 그런 그가 틈을 노리며 바닥을 박찼다.

    촤아악.

    분뢰공을 이용해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끊기는 기운에 그의 등에 깊은 검상이 새겨졌고 그것을 감안하고서 포위망을 벗어난 금무정이었다.

    "잡아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다급히 그의 뒤를 쫓는 그들이었지만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금무정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멀리 동창 복장을 하고 있는 자가 가득 들어왔다. 오건휘의 수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품은 그가 만약을 대비했지만 다행히 그자의 얼굴은 그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용사원!"

    "처…… 첩형!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다급히 달려드는 금무정의 모습에 앳된 얼굴을 한 동창의 요원이 놀란 듯 물었고 그 모습에 안도를 하는 금무정이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주변에 괴한의 침입을 알려라. 황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크윽. 이놈!"

    퍼어엉.

    복부에 박힌 비수와 함께 밀려드는 고통에 금무정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번에 거둬들인 놈이 배신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을 알아챌 수 있었지만 긴박한 상황에 너무 안일하게 행동한 금무정이었다.

    박힌 비수와 함께 더욱 상황은 힘들게 흘러갔다. 장을 맞은 용사원은 튕겨져 나가면서 신음을 흘렸고 금무정을 쫓은 자들이 그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섬뜩한 파공음이 가득 울려 퍼졌고 두 눈을 부릅뜬 금무정의 핏발 선 눈으로 한 곳을 바라봤다.

    "오…… 건휘. 이놈!"

    "쯧쯧쯧. 첩형이라는 놈이 상급자를 그리 대해서야 쓰나? 그러니 아랫놈에게 쩔쩔매는 것이지."

    "……."

    "그만 미련을 버리게. 곧 자네를 따라 그 아삼이라는 놈도 보내 줄 것이니."

    오건휘의 싸늘한 말에 금무정의 얼굴에 조소가 어렸다. 비록 자신은 이런 조악한 수에 놀아났지만 아삼이라는 놈이 이런 짓에 놀아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놈은 네놈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놈이다. 네놈의 끝이 보이는구나.'

    "무엇하느냐? 마저 저놈을 처리하고 빨리 주변을 꾸며라. 아삼이라는 놈도 은밀히 데려와야 할 것이다."

    오건휘의 말에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던 오건위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그 대단한 금무정을 이리 쉽게 처리하다니…… 생각보다 그놈들의 힘이 대단하구나. 금무정을 잡을 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산공독까지. 미리 해독약을 먹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구나. 크크크.'

    미리 해독약을 먹은 그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한 잔만 들이킨 술의 위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쓰러진 금무정을 바라보며 진한 웃음을 흘리는 오건휘였다. 머지않아 자신의 손에 동창이 들어올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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