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47화 (14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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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혈세혈(以血洗血)

    침울한 표정으로 아삼의 처소에 앉아있는 세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삼의 눈치를 보던 전소평이 송상호를 향해 눈짓을 보냈고 그 눈짓을 받은 송상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첩형, 아무래도 금 첩형…… 아니, 금무정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 첩형에 대한 적대감이 생각보다 큰 듯 합니다."

    "아무래도 첩형의 능력이 출중하여 벌어진 일인 듯 합니다. 질시의 눈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면……"

    "크흠. 기현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잊지 마십시오. 냉정…… 냉정해 지시라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첩형을 걱정한 것이겠지요."

    "……."

    흥분하던 아삼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려섞인 말을 내뱉는 송상호였다. 그리고 그 말에 옆에 있던 전소평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삼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그 당시에 격앙된 감정은 충분히 자제할 수 있었지만 내면에 숨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순간 치고 올라왔고 확연히 그 존재를 깨달은 아삼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고기현을 그리 허망하게 잃다니…… 제아무리 첩형이라고는 하나,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금무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전소평이 아삼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 행동에 인상을 쓰며 그에게 눈짓을 보내는 송상호였다. 괜히 고심하는 아삼을 충동질 시키는 전소평의 행동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린 아삼이 전심어서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 전소평, 너는 금무정 그놈에 대해서 알아오거라. 그놈과 그놈의 주변에 있는 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전부 알아내야 할 것이다.

    "예. 첩형."

    아삼의 하명에 고개를 숙여 읍을 하는 전소평이었고 그런 전소평을 바라보던 아삼의 시선이 이내 송상호에게로 옮겨갔다.

    - 송상호, 너는 고기현의 남은 가족들을 살펴주거라. 혹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들은 도와주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 주거라.

    아삼의 명에 고개를 숙이며 읍을 하는 송상호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아삼이 그들을 물리며 얼굴을 굳혔다.

    '함께 가고자 했으나 먼저 그 손을 놓은 것은 금무정 너다. 나 또한 너에게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겠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입술을 깨무는 아삼이었고 아삼에게서 뻗어 나온 매서운 기운에 문 앞을 나오던 두 사람이 절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때, 아삼의 처소를 향해 다가오는 낯선 자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침묵하는 그들이었다.

    아삼을 찾아 그의 처소에 온 환관으로부터 정화가 찾는다는 말을 전해들은 아삼이 환관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 것인지 짐작이 갔지만 정화가 어떻게 나올지는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금무정의 일을 잊으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내 정화의 처소에 들어선 아삼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그리고 그런 아삼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정화가 긴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고기현의 일은…… 들었다. 금무정, 그 인사가 사특한 일을 꾸몄더구나."

    정화의 말에도 아무런 표정 없이 묵묵히 서있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잇는 정화였다.

    "내 너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가 따로 그를 불러서 언질을 줄 것이다. 따로 혼을 낼 터이니…… 당분간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거라."

    정화의 말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삼이었다. 처음 보이는 그 모습에 침음을 삼키는 정화였고 미동도 하지 않는 아삼을 찬찬히 바라보는 그였다. 그저 잔뜩 굳은 얼굴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그의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젓는 정화였다.

    '흐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것인가? 하긴 내가 저 아이라고 하더라도 쉬이 잊어버리기는 힘든 일일 테지. 호음…… 더 이상 두 사람 모두를 끌어안고 갈 수는 없겠구나.'

    생각보다 확고한 아삼의 뜻에 사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 정화였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설 수도 없었다. 두 사람 다 자신에게는 중한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다시 움직이는 자신을 보면 이제 움직이려는 놈들의 움직임이 다시 사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아삼을 돌려보내는 정화였고 돌아서는 아삼을 바라보는 정화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래. 굳이 내가 그놈들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 내 뒤를 이어서 움직일 자의 기반을 만들어주면 족할 터. 뒤를 잇는다라…… 우선 화를 풀어내는 법도 알아야 함인가?'

    뭔가 결심을 굳힌 듯 잔뜩 굳은 얼굴로 환관을 불러들이는 정화였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리는 환관을 향해 정화가 나직이 말했다.

    "가서 송상호를 데려 오너라. 은밀히 데려와야 할 것이다."

    정화의 하명에 고개를 숙여 읍을 하는 환관이었고 이내 돌아서가는 환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음을 삼키는 정화였다.

    '금무정과 아삼.……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이제 이대로 둘을 안고 가는 것은 무리겠지? 안타깝지만 한 손을 놓을 수밖에…… 그 뒤를 잇기 위한 준비를 해놔야겠구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심하던 정화가 밖에서 들려오는 낭창거리는 환관의 목소리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내 밖을 향해 중후한 목소리로 말하는 정화였다.

    "들이거라."

    곧이어 종종걸음으로 들어선 송상호가 정화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공공, 부르셨습니까?"

    "오냐. 너에게 몇 가지 물을 것이 있다."

    "예, 공공. 하문하시지요."

    "그래, 아삼과 친분이 있다지? 너에게 있어 아삼은 어떤 사람이더냐?"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송상호를 살피며 조심스레 묻는 정화였고 그런 정화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하는 송상호였다.

    "첩형께서는……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분이십니다."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화였고 그런 정화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송상호였다.

    "예, 제 목숨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분이십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원래 너는 아삼을 적수로 생각하지 않았더냐? 혹, 아삼 뒤에 내가 있기 때문인 것이냐?"

    의심가득한 눈으로 묻는 정화의 말에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뜻을 밝히는 송상호였다.

    "공공의 말씀처럼 한 때, 장인태감이었던 송기득을 모시면서 첩형을 적수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첩형께서 저를 거둘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 같은 것은 첩형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첩형과 함께 하면서 마음속으로 그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혹 소인의 충정이 걱정되신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고 하명하시지요."

    송상호의 말에 잠시 고심하던 정화가 파안대소를 터트렸고 이내 웃음을 거둔 정화가 진지한 눈빛으로 송상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하, 아삼이 좋은 수하를 두었구나. 좋다. 너를 믿고, 아니 아삼의 눈을 믿고 명을 내리마. 아삼과 함께 하기 전에 송기득과 함께 했다고 들었는데 맞느냐?"

    "예, 공공."

    정화의 하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송상호였고 그런 그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정화였다.

    "송기득 그 자의 옆에 있었다면 누구보다 송기득과 함께 했던 인사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구나. 당시 장인 태감이었던 그 자에게 빌붙은 인사가 많았겠지? 그리고 그 자 또한 동창에 관심이 많았으니 응당 동창의 제독인 오건휘와도 연이 닿았을 것이고…… 맞느냐?"

    마치 보고 있었다는 듯 상황을 훤히 꿰뚫는 정화였고 그런 정화의 말에 놀란 송상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공공. 소인이 알기로는 두 사람의 사이가 친밀했었습니다."

    송상호의 말에 두 눈을 빛낸 정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너에게 한 가지 명을 내리겠다. 지금부터 은밀히 송기득과 오건휘 사이에 있었던 일들과 그 증좌들을 낱낱이 알아보거라. 필시 동창에서의 입지를 넓히려 했던 송기득이 오건휘를 가만히 두지는 않았을 터. 그것을 중점적으로 알아내거라."

    "예. 공공."

    정화의 하명에 고개를 숙이며 길게 읍을 하며 방을 나서는 송상호였고 그런 송상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화였다.

    '우선은 오건휘를 제거해서 금무정의 뒤를 자르는 것이 좋겠다. …… 아삼이라. 남은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아이겠지? 자유롭기를 갈망하던 아이지만…… 어쩔 수 없음인가?'

    "금무정은 네게 맡기마. 대신 제독의 자리는 내 손수 치워주겠다. 온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숨은 놈들을 찾아내 보거라."

    아삼을 떠올리며 뇌까리는 정화였고 그의 음성이 빈 방을 가득 울렸다. 아무래도 아삼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정화였다. 하지만 금무정과의 함께한 세월 때문인지 그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정화였고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는 그였다.

    ***

    그로부터 며칠 후, 심각한 얼굴로 전소평을 마주하는 아삼이었고 이내 아삼을 향해 그간 알아낸 정보를 보고하는 전소평이었다.

    "아무래도 금 첩형…… 금무정이 미리 손을 쓴 것 같습니다. 그 뒤를 캤으나 너무 깨끗합니다. 먼지 한 톨 나오는 것이 없습니다. 금무정이 자신을 조사할 것을 알고 선수를 친 것 같습니다."

    전소평의 보고에 조용히 침음을 삼키는 아삼이었고 이내 뭔가가 떠오른 듯 전소평을 향해 전심어서로 명을 내리는 아삼이었다.

    - 금무정 그놈이 안 된다면 그놈의 오른팔이라도 잘라야겠지. 그 당두 놈에 대해서 알아 본 것이 있더냐?

    "당두라면? 고천홍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전소평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 그놈도 예사 놈은 아닌 것 같더군. 아직 그놈까지는 손을 쓰지 못 했을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그놈에 대해서 알아오너라.

    아삼의 하명에 고개를 숙이며 읍을 하던 전소평이 빠른 걸음으로 처소를 나섰다. 그로부터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얼굴 가득 미소를 보이며 아삼을 찾은 전소평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첩형, 첩형의 말씀대로 고천홍 그자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생각하신 대로 뒤가 구린 놈이었습니다. 이제 어찌 할까요?"

    - 그놈을 잡아들여라.

    단호한 눈빛으로 전소평을 향해 명하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재빠른 걸음으로 처소를 나서는 전소평이었다.

    고기현이 자결을 했던 같은 장소에서 결박을 당한 채 신음을 흘리는 자가 불안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인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곳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삼이 결박당한 누군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모습에 불편한 듯 얼굴을 구기는 금무정이었다.

    며칠 전, 고기현을 취조하던 그때의 상황과 너무나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고기현 자리에 고천홍이 앉아 있었고 금무정의 자리에는 아삼이 그리고 아삼의 자리에 금무정이 서있다는 것뿐이었다.

    - 당두의 직위를 가진 자가 참 많이도 해 먹었구나. 조정의 녹을 먹는 자가 어찌 이리 탐욕을 부렸단 말이냐?

    뼛속까지 울리는 아삼의 전심어서에 고천홍이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멍하게 아삼을 올려보았다. 뭐라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삼의 기세에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그였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명을 내리는 아삼이었다.

    - 아직도 죄를 시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더냐? 어쩔 수 없지. 강제로라도 네 놈의 입을 열어줄 수밖에.

    곁에 선 송상호를 향해 눈짓을 보내는 아삼이었고 그 눈빛을 받은 송상호가 고천홍에게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내 방안 가득 고천홍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 퍼졌고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는 금무정이었다.

    그런 금무정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던 아삼이 이내 송상호를 향해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고천홍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되물었다.

    - 네 놈이 아무리 당두의 직위를 가지고 있다 하나 이만한 뇌물을 수수하기에는 그 능력이 부족하지 않느냐? 응당 네 놈의 뒤를 봐주는 인사가 있었겠지. …… 어떠냐? 그 자에 대해서 토설하겠느냐? 허면 네 놈의 목숨은 살려주마. 혹…… 그 자가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더냐?

    금무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눈빛에 마른침을 삼키는 금무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금무정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고천홍이었다.

    - 잘 생각해 보거라. 네 놈도 알다시피 네가 모시는 그놈은 수하를 감싸줄 인사가 되지 못한다. 그럴 인사였다면 애초에 그런 비열한 수를 쓰지는 않았겠지. 너 또한 팽을 당할 수도 있음이다. 헛되이 목숨을 잃으니 네 놈 목숨이라도 챙겨야하지 않겠느냐?

    "……."

    - 이대로 입을 다문다면…… 결코 너 하나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

    - 억울하게 죽은 내 수하의 원을 달래 줄 생각이다. 너와 관련 된 자들이 어떤 꼴을 당할지 잘 생각해 보거라.

    아삼의 전심어서에 흔들리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금무정을 바라보는 고천홍이었지만 그런 고천홍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는 금무정이었다. 그리고 금무정의 그 모습에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여는 고천홍이었다.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재물을 모으고 구린 짓을……"

    "이놈!"

    그때, 고천홍의 말을 가로막으며 노성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드는 금무정이었다.

    "비리를 감찰하는 동창의 당두라는 자가 그런 짓을 벌이다니! 그러고도 네 놈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어느새 고천홍의 목을 옥죄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끄으윽."

    금무정의 손에 목이 잡힌 고천홍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괴로운 듯 신음을 토해내는 그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더욱 힘을 더하는 금무정이었다. 고천홍의 입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천홍의 몸이 힘없이 늘어졌고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을 삼키는 금무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금무정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던 아삼이 나직이 전심어서를 날렸다.

    -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하를 죽이다니…… 당신 아래에 있는 자들의 반발이 크겠군.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으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아삼의 전심어서에 두 눈을 크게 뜨며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을 차갑게 스쳐지나가는 아삼이었다.

    '아삼, 이놈! 그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싸늘하게 식은 고천홍을 바라보는 금무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선 자신이 살기위해서 고천홍을 버렸지만 유능한 수하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아삼의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우선 오건휘를 움직이고 정화 태감의 화를 가라앉히는 것이 좋겠지? 그래…… 새로운 일을 벌여서 모두의 이목을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어야겠다. 우선은 오건휘의 비리를 확실히 알아내야겠군.'

    제독에 있는 자는 충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인사였다. 정화가 표면적으로 물러서면서 동창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아삼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놈이 나타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름뿐인 제독이라 별다른 욕심은 없었지만 아삼이 첩형으로 올라서면서 더 높은 자리를 노리는 금무정이었다. 예전의 냉철하고 명석했던 그의 모습은 권력이라는 마물에 홀려 어느새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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