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46화 (146/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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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혈세혈(以血洗血)

    아삼을 위험에 빠트리려 했으나 오히려 그의 공만 세워주게 된 금무정의 얼굴이 잔뜩 굳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아삼 위에 자신이 서있다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금무정이었지만 입안이 쓰디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일로 정화 태감의 의심을 피할 수는 없겠지.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아삼 그놈만 사라져 줬어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을…… 아삼, 그놈의 무공이 그렇게 높았단 말인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오건휘를 이용해야겠구나. 흐음.'

    침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리는 금무정이었다. 이번 일로 아삼 역시 자신을 적대하기 시작했음을 느끼는 그였고, 무엇보다도 정화의 반감을 샀다는 그 사실에 걱정이 앞섰다. 이전과 달라진 정화의 힘에 아삼이라는 놈을 제거했더라면 자신에게 화가 미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가진 그였다. 이미 오건휘라는 어리숙한 자로 그 대비책을 마련해 둔 상황이었지만 최선의 대비책을 벗어났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놈만 죽었다면 모든 일이 잘 풀렸을 터인데…… 괜한 짓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한참을 아쉬워하던 금무정이 자신을 찾아온 당두 고천홍의 모습에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고천홍이 금무정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첩형,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아니다. 그저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헌데 무슨 일이냐?"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가로 젓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고천홍이었다.

    "혹…… 그자 때문에 그러시는 것인지요?"

    고천홍의 말에 긴 한숨을 내쉬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빛내는 고천홍이었다.

    "아삼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그리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자를 잡을 수 있는 중한 정보 하나를 소인이 가져 왔습니다."

    "잡을 수 있는 정보라니?"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고천홍을 바라보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그였다.

    "지난번 오대산에서 잡혀온 자를 문초했습니다. 역시나 송숭이라는 자였고 그런 그를 문초하다 아삼이 한왕과 은밀히 독대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뭐라? 한왕과 독대를?"

    그 사안이 큰 득이 될거라는 사실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묻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고천홍이었다.

    "그래, 그 사실을 토설한 그놈은 지금 어디 있느냐? 내 직접 그 놈을 대면해 봐야겠다."

    "그…… 그것이…… 문초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금무정의 말에 난감한 듯 얼버무리는 고천홍이었고 그런 고천홍의 말에 실망한 금무정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죽어? 허면 그 일을 알고 있는 다른 놈은 없더냐?"

    "송구합니다. 첩형. 저도 혹시나 해서 다른 놈들을 추궁해봤지만 알고 있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어찌 아삼과 엮는단 말이냐? 필시 아삼 그놈은 모른다고 잡아뗄 것은 분명한데…… 증인도 없이 어찌 추궁한단 말이냐? 그놈을 문초라도 하란 말이더냐?"

    고천홍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역정을 내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의 행동에 고개를 숙이는 그였다. 이미 자신에게 적대감을 갖게 된 아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아삼이 자신에게 반격을 하기 전에 꺾어놔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금무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금무정의 눈치를 살피며 고천홍이 조심스럽게 그의 의중을 물었다.

    "아삼이 한왕을 만났던 당시에, 대동한 이가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자를 추궁하면 그 사실을 캘 수 있을 것입니다."

    "대동한 이? 그게 누구냐?"

    "번역인 고기현입니다. 그자가 아삼과 함께 움직였다합니다."

    "…… 그래? 흐음."

    고천홍의 의외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리는 금무정이었다. 이내 고심을 하듯 아무런 말이 없는 금무정이었고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고천홍이 말을 이어갔다.

    "첩형, 그 고기현이라는 자를 믿으십니까? 이미 아삼과 함께 했던 놈입니다. 지시대로 몰래 그자의 행동을 주시했습니다. 딱히 의심되는 점은 찾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자를 이용해서 더 큰 것을 잡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아삼이라는 놈을 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미 한번 빠져나간 놈이 아니더냐?"

    "역모로 몰아넣는다면…… 정화 태감께서도 쉽사리 손을 쓰지는 못할 것입니다."

    "역모. 역모라…… 그래. 아삼 그놈을 압박할 수는 있겠지."

    역모라는 말에 한참을 고심하는 금무정이었다. 그런 금무정을 바라보는 고천홍이 마른침을 삼켰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금무정의 입이 열렸다.

    "고기현, 그 놈을 몰래 잡아 들이거라."

    이내 결심을 굳힌 듯 고천홍을 향해 하명하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의 명에 고개를 숙이며 길게 읍을 하는 고천홍이었다.

    ***

    한왕의 심복인 송숭을 잡아들인 아삼이었다. 당연히 그 공이 적지 않았고, 다시 황제의 치하를 받은 아삼이었지만 제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미 오대산으로 들어서기 전에 고기현을 통해서 금무정의 계책을 파악한 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발을 들인 이유는 스스로 충분히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고, 금무정의 기세도 한번 꺾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장단에 쉽게 놀아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은밀히 행하라는 금무정의 말을 무시하고 관군을 대동한 그였지만 금무정이 송숭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는 것은 아삼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공을 세웠지만 자신을 견제하는 금무정의 행동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짓을 벌인 금무정에게 당연히 정화의 분노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을 한 아삼이었다. 정화를 이용해서 금무정을 견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아삼이었고 금무정에 대한 정화의 행보를 기대했지만 시일이 지나도 정화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정화 태감의 금무정에 대한 신뢰가 그 정도로 두텁다는 뜻인가? 아니면…… 일부러 지켜보시는 것인가?'

    정화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듯, 고심을 하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적대하는 금무정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삼의 생각대로 정화의 심기가 편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말을 거역한 금무정의 행동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그에 동조한 오건휘의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일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오건휘를 불러들인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앞에 있는 오건휘를 노려봤다.

    "그래서…… 금무정이 너를 찾아왔단 말이더냐?"

    "예. 공공. 몰래 찾아와서 아삼이라는 아이가 제 자리까지 노린다고 부추겨서…… 송구하옵니다."

    "흐음."

    아무런 말도 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정화였다. 그 모습에 노심초사하는 오건휘였다. 연신 정화의 눈치를 살피면서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였다.

    "사실…… 소인이 명목만 동창의 제독이지 않습니까? 실질적인 힘은 금무정, 그자에게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휘둘릴 수 밖에 없사옵니다. 공공."

    "네놈에게 동창의 제독을 맡긴 이유는 이런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처세술은 제법 뛰어나다 여겼거늘…… 네놈 역시 권력이라는 것에 눈이 먼 것이더냐?"

    "소…… 송구하옵니다. 공공. 허나, 이미 금무정의 힘이 저를 넘어선 지는 오래이옵니다. 이제는 소인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공공의 힘도…… 크흠. 송구하옵니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오건휘였고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정화도 굳어진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오체투지하고 있는 오건휘에게 축객령을 내린 정화가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권력이라…… 그 인사가 어찌 그렇게 변했는지…… 조만간 내쳐야 하는 것인가?'

    이제는 평온할 것이라고 여겼던 조직이었다. 자신의 손에 온전히 들어왔고 별다른 탈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동창이 자신의 사람들로 인해서 분란이 일고 있었다. 이제 과감한 결정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은 정화였고 그 사실에 못마땅한 듯 굳어진 그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게 있느냐?"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에 정화의 물음이 흘렀고 그 물음에 모습을 드러낸 환관 한 명이 부복을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송구합니다. 공공.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히 신중하게 움직이는 놈들 같습니다.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지만 좀처럼 꼬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 흐음. 몇 해 동안 눈을 피하면서 움직이는 놈들이라…… 자제력이 대단한 놈들이 아닌가? 내가 물러난 것만으로는 아직 불안하다 이 뜻이런가?"

    "……."

    "알았다. 계속해서 주시하거라."

    "예. 공공."

    다시 적막이 찾아든 방 안에 고심을 하는 정화였다. 신중하게 움직이는 알 수 없는 놈들과 함께 권력을 좇는 자신의 사람까지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

    칠흑같이 어두운 실내를 일렁이는 횃불 몇 개가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곳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아삼이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눈빛을 등으로 받으며 금무정이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독한 놈이구나. 허나 네가 이리 버틴다고 못 알아낼 우리가 아니다. 동창의 번역이었던 네놈이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냐?"

    금무정의 시선이 닿는 곳에 온 몸이 붉게 멍이 든 상태로 힘없이 늘어진 고기현이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얼마나 모진 고문을 당했는지 머리는 이미 산발이 되어 있었고, 성한 곳이라고는 찾기 힘들 정도로 곳곳이 상처로 가득했다. 하지만 금무정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매서운 고기현이었고 그런 그가 힘겹게 입을 떼며 말했다.

    "며…… 몇 번을 말씀 드립니까? 저…… 저는 모릅니다."

    "모른다? 네 놈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구나."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옆에 선 고천홍을 향해 눈짓을 보내는 금무정이었다. 그리고 금무정의 눈짓을 받은 고천홍이 고기현을 향해 다시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으으윽. 으윽.'

    이를 앙다물며 고문을 참아내려 애쓰는 고기현이었지만 새어나오는 신음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먼발치에서 그런 고기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삼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이런 짓을 자행하고 있는 고천홍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압박을 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 아삼의 시선을 느낀 고천홍이 살기 어린 시선에 몸을 떨었지만 그 사이를 가로막는 금무정의 행동에 힙입어 다시 고문을 이어갔다.

    "말하거라. 그날 한왕과 독대한 이가 누구냐? 혹시 그 자가 이곳에 있는 것이냐? 있다면 그 자를 가리켜 보거라."

    일부러 아삼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묻는 금무정이었고 그런 금무정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고기현이었다.

    "예. 있…… 있습니다. 그 자가…… 이곳에 있습니다."

    고기현의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 재촉하며 되묻는 금무정이었다.

    "그래? 그 자가 누구냐? 도대체 누구야? 네 놈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싶구나. 그래 그래야지. 그런 놈 때문에 네 아까운 목숨을 버려셔야 되겠느냐? 그놈이 누군인지 어서 고하거라."

    환한 미소로 자신을 내려보는 금무정의 모습에 고기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이내 결심을 굳힌 듯 천천히 입을 떼는 고기현이었고 그런 고기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얼굴을 구기는 금무정이었다.

    "첩형이십니다. 바로 금. 무. 정. 당신입니다."

    "뭐라? 네 놈이 실성했느냐? 한왕의 근처에도 가지 않은 내가 어찌 한왕과 독대를 했단 말이냐?"

    발끈한 금무정이 고기현을 향해 소리쳤고, 그런 금무정을 향해 한껏 이죽거리는 고기현이었다.

    "허면……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엮으려는 당신은 뭐란 말이오? 아무리 권력에 눈이 멀었다지만 애먼 사람을 잡는 당신이야말로 실성한 것이 아니겠소? 나는 당신 외에 아는 사람이 없소."

    날선 고기현의 말에 금무정의 얼굴이 붉어졌고 이내 분노한 금무정이 고천홍을 향해 매섭게 소리쳤다.

    "뭘 그리 멍청히 서 있는 것이냐? 어서 이 놈의 입을 열지 않고. 이 놈의 입이 열릴 때까지 멈추지 말거라."

    날선 금무정의 하명에 고천홍이 고개를 숙이며 읍을 했다. 다시 그가 고기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이 고기현을 향해 다급히 전심어서를 날렸다.

    - 되었다. 그만 하고 나라고 밝히거라. 괜히 몸을 상할 필요는 없다. 내가 충분히 무마할 수 있으니…… 우선 몸을 보중하거라.

    안타까운 눈빛으로 고기현을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삼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 고기현이 일그러진 표정을 바로 잡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비장한 얼굴로 아삼을 바라보는 고기현이었고 마지막으로 아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고기현의 모습에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아삼이 고기현을 향해 다가가는 고천홍을 향해 전심어서로 소리쳤다.

    - 그만 하거라. 이 이상 고기현의 몸에 손을 댄다면 그때는 내가 널 용서치 않겠다.

    귓속을 울리는 전심어서와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내 아삼의 눈치를 보며 멈칫거리는 고천홍이 당황한 눈길로 금무정을 바라봤다.

    "흠. 첩형이라는 자가 임무를 수행 중인 수하에게 그 무슨 망발인가? 개의치 말고 진행하거라."

    - 이미 토설하지 않았소이까? 금무정이라고.

    "지금 나를 능멸하려는 것인가? 무엇하냐? 어서 시행하지 않고!"

    고천홍을 향해 노성이 섞인 말로 채근하는 금무정이었고 그 눈빛을 받은 고천홍이 고기현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기다란 쇠꼬챙이를 집어드는 순간 그의 눈이 놀란 듯 커다래졌다.

    터엉.

    떨어진 쇠꼬챙이가 바닥을 굴렀고 모두가 경악한 듯 한 곳을 바라봤다. 고천홍의 목을 틀어 쥔 아삼이 그를 노려보며 금무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끄으윽."

    아삼의 손에 목이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고천홍이 괴로운 듯 신음을 토해냈고 그런 아삼을 말리며 송상호가 나직이 말했다.

    "첩형, 어찌 이러십니까? 그만 그 손을 놓으시지요. 첩형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고기현을 위해서라도 그만 하시지요.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송상호의 말에도 금무정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는 아삼이었고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는 금무정이었다.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인가?"

    - 이따위 옹졸한 짓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이오?

    "…… 어서 그 손을 놓지 못하겠는가!"

    아삼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금무정이 노성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어쥔 손을 놓지 않는 아삼이었고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금무정을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도 이어지는 목소리에 멈춰서야만 했다.

    "냉정해…… 지십시오. …… 첩형!"

    "……."

    간절한 눈빛으로 아삼을 바라보던 고기현이 힙겹게 입을 열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동요하는 아삼이었고 이내 피를 흘리며 축 늘어지는 고기현의 모습에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느껴지는 그의 기운이 급속도로 사그러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고개를 떨구는 고기현의 모습에 인상을 구긴 금무정이 다급히 물었고 근처에 대기하던 자가 급히 그 모습을 살피며 얼굴을 찌푸렸다.

    "혀…… 혀를 깨물어서 자결을…… 했습니다."

    "…… 독한 놈."

    목숨을 내던지는 고기현의 행동에 얼굴을 찌푸리는 금무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기현의 독심보다도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아삼의 눈빛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두 사람이었고 차갑게 식은 공기와 함께 그곳에 모인 자들이 모두 두 첩형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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