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35화 (13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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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라는 이름으로

    휘둘러진 연검을 간신히 피한 사혈대의 대원이 비어진 아삼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연검의 검첨에 행동을 잇지 못 했고 딱딱한 얼굴로 머리를 꿰뚫었던 검을 털어내는 아삼이었다.

    용답상운의 초식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연검이었다. 마치 손이 더 길어진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 공격에 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시 한 번 다른 자를 향해 쇄도한 아삼의 손에서 '낙화검'의 초식이 뿌려졌고 간신히 공격을 피하는 상대를 향해 변칙적으로 휘어진 검첨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촤아악.

    연검에 묻은 얼어붙은 피를 털어내는 아삼이 호흡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 많던 인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을 포함해서 채 다섯이 되지 않는 동창의 요원들이 힘겹게 낯선 자들의 공격을 막아서고 있었고, 돌아본 지금도 심장이 꿰뚫리며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아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일부러 동창의 요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강한 자와의 부딪침은 피한 그였다. 수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에 사혈대의 대원들을 도륙하다시피 쓰러뜨린 아삼이었고 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수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동창의 요원들이 마교를 대표하는 무력 단체를 능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후우. 후우.'

    다시 호흡을 고르는 아삼이 주변을 둘러봤다. 기운을 드러낸 아삼은 스스로도 자신의 무공에 놀랄 정도였다. 그가 쓰러뜨린 숫자만 해도 두 자리 수가 가뿐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부족하지 않는 기운과 함께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들을 모두 처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문제는 오직 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기습했던 자들 중에서 비교적 젊어 보이는 사내 하나가 그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마교의 소교주.

    장무영 역시 생각보다 거센 동창의 대응에 적잖게 당황을 했다. 그동안 관을 너무 경시했다는 생각과 함께 엄청난 무용을 자랑하는 한 사내를 바라보고 감탄을 터뜨리는 그였다.

    멀리서 호흡을 고르던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더 이상 상대의 수를 줄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었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두 사람이 바닥을 박차며 거리를 좁혔다. 본능적으로 둘 중 한 사람을 쓰러뜨리는 자가 이 혈전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분뢰공의 묘를 더한 무영보법에 감추지 않는 규화보전의 음기가 더해지자 이전의 움직임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는 아삼이었다.

    순간적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아삼의 신형과 극쾌의 움직임을 보이는 연검이 장무영의 목을 노렸다. 그 공격에 기겁한 장무영이 급하게 허리를 젖히며 몸을 눕혔고 눈앞으로 스쳐지나가는 아삼의 연검에 눈을 빛냈다.

    '용답상운.'

    변칙적으로 떨어지는 검첨에 기운을 끌어올린 장무영이 붉게 변한 주먹을 내질렀다. 이전에 몇 번 봤던 그 움직임이었고 이미 그런 공격을 예상한 장무영이었다. 이내 떨어지는 검첨과 그의 붉은 주먹이 부딪쳤다.

    쩌엉.

    튀어 오르는 연검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나갔고 바닥에 등을 기대고 드러눕다시피한 장무영이 그대로 일어서면서 무기를 잃은 아삼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눈을 크게 뜬 아삼의 얼굴에 붉은 주먹이 쏟아졌다. 극양의 무공인 혈수마공이었다. 팔목까지 도검 불침으로 변하는 그 무공을 사용하는 장무영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위협적인 그 공격에 아삼도 기운을 끌어올리며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혈수마공과 분뢰공.

    규화보전의 음기가 가미된 분뢰공이 피처럼 시뻘건 주먹을 후려쳤다.

    퍼어엉.

    두 주먹이 부딪치며 공기가 터져나갔고 두 사람의 신형이 들썩거렸다. 똑같이 뒤로 물러선 그들이 느껴지는 반발력과 침범한 기운에 미간을 찌푸렸다. 주먹이 부딪치면서 상대의 내부로 서로의 기운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강력한 양기군.'

    '지독한 음기다.'

    두 사람 모두 고통을 삼키며 진탕되는 기운을 다스렸다. 서로가 서로의 무공에 놀랐고 침범한 기운에 대적하는 그때, 먼저 움직인 사람은 아삼이었다. 안으로 파고든 양기를 활성화된 규화보전의 음기가 곧바로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격한 반응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삼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걸렸다.

    웃고 있는 아삼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장무영이 더욱 기운을 끌어올렸다. 침범한 한기에 절로 몸이 떨려왔지만 신교의 소교주가 밀린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달려드는 아삼을 향해 똑같이 달려든 장무영의 손에서 핏빛 강기가 터져 나왔다. 붉은 권강이 아삼의 정면을 향해 날아들었고 보법에 기운을 더한 아삼이 그 공격을 피해 옆으로 돌아 들어갔다.

    순식간에 사라진 아삼의 신형에 침음을 삼킨 장무영이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다시 주먹을 뻗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약해진 그 공격을 느낀 아삼이 분뢰공을 끌어올리며 허리를 더듬었다.

    용재비아(龍齜秘牙).

    허리에 채워둔 '용아'를 꺼내든 아삼이 발검을 행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장무영의 허리를 갈랐고 뜻밖의 공격에 당황한 장무영이 뒤늦게 물러서며 그 초식에 맞섰다. 하지만 용아의 예기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베인 옆구리와 함께 그의 몸에 붉은 줄이 그어졌고 벌어지는 살가죽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무기를 숨기고 있었음인가?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초식이다.'

    아삼의 공격에 감탄한 장무영이었지만 이어지는 공격에 다시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섬광이 번뜩였고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검을 피한 그가 놀라운 쾌검술에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한낱 관인에게 밀릴 줄은 생각지도 못 했기 때문이다.

    다른 문파의 장로들과의 싸움에서도 자신이 압도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인지라 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름도 없는 동창의 관인에게 이렇게 밀릴 줄은 생각도 못한 그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켜보던 사혈대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내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독고패를 상대한 아삼이었다. 사황련이라는 거대한 단체의 장로들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그를 이긴 아삼이 장무영과 비슷한 무위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장무영의 얼굴은 수치스러운 듯 붉어졌고 그런 그의 얼굴을 향해 다시 아삼의 공격이 뿌려지고 있었다.

    그 빠르기에 피할 수 없다고 여긴 장무영이 기운을 더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날아오는 검을 깨부숴버리겠다던 의지를 가진 그 일격에 손목을 비튼 아삼이었고 내지른 주먹을 피한 용아가 그의 팔목을 감아왔다.

    터억.

    감겨오는 용아의 움직임을 눈치 챈 장무영이 그 검신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춘 용아와 함께 아삼을 향해 장무영의 다른 주먹이 휘둘러졌다. 날아드는 핏빛 주먹을 향해 분뢰공을 담은 주먹을 뿌리는 아삼이었고 다시 부딪친 주먹에 두 사람의 몸에 뒤로 물러섰다.

    "크윽."

    물러서는 와중에도 검을 잡아당기는 아삼이었고, 용아의 검신을 쥐고 있던 장무영이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혈수마공을 운용하면 도검 불침이 되는 자신의 손이 베였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먹은 듯 주춤거리는 그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아삼이 기운을 불어넣은 용아를 찔러 넣었다.

    빳빳하게 세워진 용의 어금니가 장무영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에 급히 몸을 트는 아삼이었다.

    거리를 좁힌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의 눈앞으로 투명한 손이 가득 들어왔다. 왼쪽으로 튼 몸과 함께 뒤로 물러선 아삼이 상체를 누이면서 찔러 넣던 검을 휘두르며 스치듯 지나가는 인영을 향해 분뢰수를 뿌렸다.

    누인 몸 위로 허공을 가르는 투명한 손이 지나갔고, 그의 눈에 익숙한 옆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이내 서로의 공격을 피하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뻗어내던 주먹과 휘두르던 검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는 아삼이었다.

    '저 사람은……'

    '아……아삼?'

    스치는 두 사람이 서로를 확인했고 알 수 없는 찡한 감정이 냉철하게 유지됐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절로 멈춰진 움직임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멍하게 바라보는 두 남매였다.

    짧은 스침이었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마치 억겁의 세월이 흐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뭐지? 이전부터 느껴지는 이런 감정은……'

    절로 떨려오는 몸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힘든 아삼이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바라봤다. 안도하는 마음과 안타까움을 내포한 그 눈빛에 정신을 빼앗긴 아삼이었고 그런 그의 눈에 낯선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붉은 주먹이 그 여인의 얼굴을 가렸고 그 모습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아삼이었다. 날아드는 주먹과 함께 그 아쉬움을 분노로 표출하는 아삼이었고 뻗어낸 그의 주먹이 장무영의 주먹을 후려쳤다.

    퍼어엉.

    커다란 굉음과 함께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뒤로 물러선 장무영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고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던 아삼이 들고 있던 용아를 찔러 넣었다.

    "아삼…… 안 돼!"

    하지만 이어지는 부름과 여인의 행동에 찔러 넣던 검을 멈추는 아삼이었다.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여인이었고 날카로운 용아를 잡아내는 그 모습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투명한 여인의 손이 용아에 베여 붉은 피가 흘러냈고 절로 멈춘 아삼의 행동에 슬픈 웃음을 지어보이던 그 여인이 옆에 있던 남자를 데리고 급히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울려대는 그 목소리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삼? 나를…… 알고 있다?'

    움직임을 멈춘 아삼과 함께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는 아희였다. 여기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시 본 동생이 미치도록 반가웠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였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희생당했고, 방금 부모님의 원수를 갚은 상태였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동생과 적대적이었던 소교주를 구하기위해서 뛰어든 자신이 동생을 찾는 것이 옳은 일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소교주를 죽인다면 자신의 동생이 교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동생을 두고 그곳을 벗어났고, 그녀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장무영은 남은 사혈대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 시간을 벌어라. 네놈들의 불충을 목숨으로 씻어라!

    날선 전음에 사혈대의 대주가 몸을 떨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한 장무영의 말에 마음을 다진 그가 남은 사혈대의 대원들을 바라봤다.

    '나까지 포함해서 세 명인가? 괴물 같은 놈이군. 우리 대의 수를 이렇게나 줄인 것도 모자라서…… 소교주를 궁지로 몰아넣다니.'

    멍해있는 아삼을 보며 전의를 다지려고 하는 그였지만 이전에 봤던 그 무공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미 남은 동창 소속의 관인들은 모두 죽였지만 남은 사람은 셋 밖에 되지 않았다. 온전히 사혈대가 남아있었어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사내였다.

    '어쩔 수 없다. 교에 남겨진 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여기에서 목숨을 바친다.'

    사혈대의 대주가 남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그 눈빛에 의미를 깨달은 자들도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정신을 차린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다.

    작은 상처라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그들이었고 몸을 돌보지 않는 그들의 공격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분노를 터뜨렸다.

    복잡해진 머릿속과 함께 아련한 감정을 방해하는 그들이 행동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간 참고 있던 감정을 분출하듯 '용아'를 휘두르는 아삼이었고 가벼운 그의 공격에 실린 가공한 기운에 받아내는 그들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들었다.

    비교적 홀가분해진 마음과 함께 싸늘하게 식은 세 구의 시체가 아삼의 발아래에 쓰러져있었다.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던 아삼이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봤고 모습을 드러낸 낯선 자가 놀라워하며 그를 바라봤다.

    '대단한 놈이군. 어디서 저런 놈이 나타난 거지? 많이 지친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지친 아삼을 바라보는 낯선 사내의 눈이 빛났다. 빠르게 쇄도하는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쓰러져있는 시체를 차 올렸다. 그 모습에 놀란 듯 아삼을 바라보는 상대였고 차올린 시체를 후려치는 아삼이었다.

    붉은 피 안개와 육편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달려들던 낯선 사내의 얼굴이 구겨졌고 그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쏟아졌다.

    얼음으로 변한 붉은 결정이 사내의 앞을 가렸고 피부에 틀어박히는 결정에 얼굴을 찌푸린 그가 흐릿해진 시야에 침음을 삼켰다. 그 와중에 내리치는 섬광에 다급히 몸을 튼 그가 화끈한 고통에 급히 방향을 틀었다.

    '크윽! 아직까지 이런 힘이 남아있다니……'

    아삼의 한 수에 놀란 그가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고 멀어진 기척을 느낀 아삼의 입에서 죽은피가 토해졌다. 허장성세를 보이려고 무리하게 기운을 끌어올린 아삼이었다. 이미 사혈대의 세 명과의 싸움에서 기운을 소진한 그였고 그 이상 움직이기에는 무리였다.

    살수지무의 공능으로 그 전에 낯선 자의 기척을 잡아냈던 아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그자의 행동에 이전부터 이곳을 주시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삼이 일부러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의도적인 그의 행동에 겁을 집어먹은 그가 멀리 사라졌고 뒤늦게 죽은피를 토해내는 아삼이었다.

    한결 시원해진 속과 함께 지친 몸을 이끌고 걸음을 옮기는 아삼이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 다급하게 다가오는 인학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기저기 베인 듯한 상처와 함께 산발 된 머리로 인상을 구기며 다가오는 인학이 놀라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 혼자서…… 혼자서 모두 물리친 것인가? 소교주라는 자…… 까지?'

    지친 아삼의 모습에 놀란 인학이 표정을 지우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에 걸음을 멈춘 아삼이 그를 바라봤고 그 행동에 놀란 인학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괘…… 괜찮으신 겁니까? 당두?"

    "……."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삼의 행동에 불안함을 느낀 인학이었지만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아삼을 자신이 처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혹시라도 힘이 남아있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삼을 살려둘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던 그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는 아삼의 시선에 불안함을 느끼며 고개를 조아렸다.

    "많이 지쳐 보이십니다. 소공단이 있으니 우선 몸을 보중하시지요."

    소공단을 핑계로 품으로 손을 집어넣는 인학이었고 꺼내든 가죽 주머니를 터뜨리면서 소매를 털어내는 그였다. 검붉은 가루가 아삼을 향해 날아들었고 본능적으로 숨을 멈춘 아삼이 입과 코를 가렸다.

    푸욱.

    그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달려든 인학의 손이 아삼의 배를 파고들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붉게 충혈된 아삼의 눈을 바라보는 인학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크크큭."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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