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34화 (13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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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라는 이름으로

    말을 타고 움직이는 아삼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동창 요원들의 얼굴 역시 펴질 줄을 몰랐다. 새로운 목내이가 발견되었다는 인학의 보고에 그 현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인학의 뒤를 따라 현장으로 들어서는 아삼이 뭔가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신이 있다고 안내한 곳이 너무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인 듯 허리까지 자란 잡초가 무성했고 무엇보다도 길도 나있지 않는 곳이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어떻게 시신을 발견했지? 황궁에서 흡혈공으로 정기를 취했던 자는 대부분 힘이 없는 약한 자를 목표로 일을 감행했었다.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이 이곳까지 움직이기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이때, 몸을 사리지 않고 행동한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 마공의 출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청해성에서 그 마공을 사용했다? 이미 그 전에 죽어있던 시신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인가? 그렇다면 인학…… 저 놈은 어떻게 이런 외진 곳까지 오게 된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함께 발견된 시신을 확인하는 아삼이었다. 목내이로 변해버린 시체는 언제 죽었는지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근처에 흘린 핏자국으로 봐서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 사실에 의아해하는 아삼이었다.

    의문을 품은 아삼이 인학을 찾았다. 처음 발견을 했던 자가 그였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물으려 했지만 이미 뒤로 빠져버린 그였고 그를 부르려 할 때, 이상한 기척이 곳곳에서 잡혀왔다.

    '뭐지? 이 낯선 기운들은……'

    살수지무를 통해서 먼 곳에서 가까워져 오는 낯선 기운들을 느낀 아삼이 주변을 둘러봤다.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그 기운에 새로 챙겨둔 연검을 빼드는 아삼이었고 그 모습에 함께 온 동창의 요원들도 도를 빼들며 주변을 경계했다.

    "무슨 일이신지……"

    아삼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얼떨결에 도를 빼들은 동창의 요원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 했고 그 상황이 다급한 것을 깨달은 아삼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 적이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전심어서에 놀란 그들이 아삼을 바라봤지만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삼은 한 곳을 주시했다. 커다란 기운을 가진 자가 그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죽여라!"

    커다란 외침과 함께 달려든 마교의 무리들이 도를 빼들고 있던 동창의 요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그들의 공격에 그나마 대비를 하고 있던 동창의 요원들이 힘겹게 그 공격을 막아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들에게 밀려 쓰러지는 동창의 모습을 보면서 바닥을 박찬 아삼이 낭창거리는 연검을 빼들면서 낯선 모습의 사내를 향해 손을 뿌렸다. 기를 머금고 뻣뻣하게 선 연검이 동창 요원을 공격하던 사혈대의 대원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 공격에 기겁한 그가 휘두르던 검을 회수하며 연검을 막아섰다.

    "크윽."

    하지만 그 검을 타고 올라가면서 손목은 감은 연검이 그의 손목을 베어왔고 잘린 손목과 함께 사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 소리도 잠시, 다시 세워진 검이 상대의 목을 치자, 바닥을 구르는 머리와 함께 상대의 몸이 뒤로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상대를 처리한 아삼이었지만 정작 습격하던 자를 처리한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쓰러진 시체의 손목과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날에 어린 차가운 기운이 상대의 목을 베어내면서 그 피를 얼려버렸고, 최대한 음기를 자제하려는 아삼의 의지를 벗어났다.

    '어떻게 해야 이 기운을 내 아래에 두면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지?'

    여전히 계속되는 문제에 고심하는 아삼이었지만 이내 상념을 떨쳐낸 그가 쓰러진 자를 뒤로 하고 다른 상대를 찾아서 달려들었다. 뒤늦게 아삼의 도움을 받은 동창 요원이 정신을 차리면서 다른 동료를 도우러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처절한 싸움은 계속 되었다.

    곳곳에서 피가 튀었고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창의 수는 줄어들어만 갔고 확연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혈대를 막아서는 아삼이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점점 줄어드는 동창의 수에 인상을 구긴 그가 다시 상대를 쓰러뜨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대로는…… 무린가? 어쩔 수 없군.'

    마음을 다잡은 그가 숨겼던 기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 명 남지 않은 동창의 요원들과 그 수를 많이 줄인자들을 노려보는 그의 몸에서 가공할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

    "왜 이렇게 늦은 것이냐?"

    "최대한 조심스럽게 빠져나온 것이오. 그것보다 여기 있어도 되겠소?"

    "이미 사혈대는 모두 끌어들였다. 그건 그렇고 준비해 오라는 것은 가지고 왔느냐?"

    "여기 마공과 관련해서 그동안 조사했던 자료와 진척사항을 적어 놓은 것이오. 그리고…… 극독은 구하기 힘들었소. 알아보니 당가에서도 무인을 바로 죽일만한 극독은 가지고 있는 자가 별로 없다고……"

    "그래서 구해왔느냐?"

    인학의 말을 자르며 되묻는 장호영이었고 그의 조급함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리던 그가 품에 있는 것을 꺼내들었다.

    "동창의 고수와 그대가 부리는 한 개의 대가 상대를 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아니오? 아무리 소교주라고 하나 그 정도의 무력을 가졌을 거라고는……"

    "소교주 혼자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년이 그 옆에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

    "어차피 죽일 년이니 상관은 없겠지. 이제 그 소교주라는 직위가 내게 오는 것인가? 크크큭."

    인학의 손에 들린 가죽 주머니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런 장호영의 눈빛에서 섬뜩함을 느끼는 인학이었지만 채 그 주머니를 건네기도 전에 새롭게 나타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야만 했다.

    멀리에서도 느껴지는 진한 살기가 그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고 그 살기를 뿜어내는 존재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인?'

    청초한 모습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어딘지 익숙해 보이는 이목구비였지만 미인이라는 소리는 충분히 듣고도 남을 인상의 여인이었다. 그런 그 여인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절로 몸이 떨려오는 인학이었다.

    그런 기운을 장호영 역시 느꼈는지 가죽 주머니를 향해 가져가던 손을 멈추며 뒤를 돌아봤다. 살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걸어오는 아희의 모습에 놀란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우며 그녀를 노려봤다.

    "네년이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소교주라는 직위가 네놈에게 온다고? 그건 무슨 소리더냐? 저 놈은 또 누구지?"

    "네년이 알 것 없다. 형님을 도와야 할 네가 여기는 왜 온 것이냐고 물었다!"

    "소교주께서 보내셨다. 네놈이 무슨 짓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시더군. 그것과는 별개로 따로 네놈에게 볼 일이 있다."

    "……."

    아희의 말에 할 말을 잃은 장호영이었다. 소교주인 장무영을 잘 속인 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그였고, 사혈대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에 소교주가 죽는다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라고 생각을 했다. 소수마공을 익힌 아희라는 계집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중립을 취했던 천요희의 제자였기 때문에 만약 두 사람이 다투더라도 끼어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미 그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자신에게 아희를 붙인 형이었고 그 뜻을 따른 아희의 행동에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소교주를 해할 생각을 가졌더냐?"

    "…… 네 년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저 계속 중립을 취하면 될 일이니 신경 쓰지마라."

    "그래. 나는 그런 추잡한 짓거리에는 관심도 없다. 허나! 네 놈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뤄라."

    "……."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아희의 모습에 장호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인 장무영에 버금가는 기운을 드러내는 그 모습과 함께 자신에게 화를 내는 행동에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이냐?"

    "뻔뻔한 놈이구나. 네 놈이…… 내 부모님을 해하지 않았더냐?"

    "……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내가 그런 일을…… "

    "이미 확인한 사실이다. 장가영, 그 아이가 확인시켜 줬다. 모든 것이 네놈 짓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늘! 그 복수를 할 것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려던 장호영이었지만 장가영이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부추긴 그놈이 오히려 그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고 더 이상 부인해 봤자 별다른 소용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씁쓸한 표정을 보이던 그가 아희를 노려봤다.

    "복수? 훗, 네년에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 복수라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천요희라는 어쭙잖은 배경을 믿는 것이라면……"

    "사부님의 이름을 빌릴 필요도 없다."

    "뭐라?"

    "네놈이 만들어주지 않았더냐? 내가 스스로 복수를 할 기회를……"

    그제서야 아희의 진의를 깨달은 장호영이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증은 있더라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와서 이런 일로 발목을 잡힐 줄은 몰랐다.

    '내가 장가영, 그놈 손에 놀아났다는 것인가?'

    모든 일의 원인을 제공한 그놈의 행동이 가식이었다는 것을 느낀 그였지만 빠르게 쇄도하는 아희의 행동에 생각을 떨쳐내야만 했다.

    "문량!"

    분노한 장호영의 목소리가 주변을 가득 울렸다. 하지만 당연히 모습을 드러내야 할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는 장호영이었지만 이어지는 아희의 말에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네놈의 충견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

    "그 충견이 보고 싶다면 내가 직접 네놈을 그곳으로 데려다 주마!"

    말을 마치며 빠르게 달려드는 아희의 손이 투명해졌다. 섬섬옥수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여리고 투명한 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을 잘 아는 장호영이었다. 기운을 끌어올린 그가 그녀의 손을 피하면서 주먹을 뻗어냈다.

    갑작스런 두 사람의 격돌에 가죽 주머니를 품에 넣은 인학이 멀찌감치 물러서며 복잡해진 상황에 혼란스러워했고 두 사람의 엄청난 격돌에 놀라워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괜히 그곳에 있어봤자 좋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린 냉기를 머금은 아희의 손이 장호영의 머리 위를 스쳤다. 뒤로 물러서며 그 공격을 피한 그가 비어진 아희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어느덧 그 주먹을 가로막는 그녀의 소수였다.

    퍼어엉.

    커다란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뒤로 밀려났고 각각 상반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특히 장호영의 찡그린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어느 정도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안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려 기운을 끌어올린 그가 뒤로 물러서며 앞에 선 아희를 노려봤다. 원망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절로 침음이 새어나왔지만 지금 그녀에게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아직 사혈대가 있는 곳의 일을 확인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야 그 일을 감행할 것인데. 생각지도 못한 년에게 발목이 잡히다니……'

    확실히 앞에 있는 여인을 처리하고 그곳으로 움직여야겠지만 짧은 부딪침에 만만치 않다고 느끼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다시 투명한 손이 날아들었다. 주변을 차갑게 식히며 날아드는 그 공격에 어쩔 수 없이 기운을 더한 그의 주먹이 시린 빛을 뿜어냈고 아희의 손은 더욱 투명해져갔다.

    콰아앙.

    서로 피한 공격에서 흘러나온 경기가 바닥을 뒤집으며 큰 폭음을 토해냈고 한 수, 한 수가 서로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는 사람은 장호영이었고 그런 그가 몸을 사리며 아희를 떨쳐 내려했다.

    뻗어지는 주먹에 하얀 빛이 맺혀있었고 그 공격에 눈을 빛내는 아희였다. 끌어올린 기운을 어깨로 모으고 일부러 그 공격을 받아내자 전해지는 충격에 아희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그리고 고통을 감내한 그녀가 막아선 주먹을 틀어잡고 새 하얀 손으로 그의 팔을 후려쳤다.

    "크으윽."

    고통과 함께 이질적인 소리가 그의 귀에 가득 들어왔다. 팔에서 느껴지는 시린 고통과 움직이지 않는 주먹을 보며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호영의 얼굴이 구겨졌고, 그런 그를 향해 다시 달려드는 아희였다.

    이전에 알고 있던 무공 실력을 훨씬 뛰어넘은 아희의 무공에 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바라보는 장호영이 부러진 손으로 불리해진 상황을 깨닫고 얼굴을 구겼다.

    백중지세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비등한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이 달랐다. 장호영은 그녀를 대충 떨쳐내고 사혈대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려고 한 반면에 아희는 그를 죽이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결국 일부러 그의 공격을 허용한 아희가 권을 사용하는 장호영의 한쪽 팔을 부러뜨리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시큰한 어깨의 고통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던 그녀가 더욱 기운을 끌어올리면서 그를 향해 손을 뿌렸다. 투명한 그 손에서 흉폭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유형화된 기운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엄청난 수의 수영이 빠르게 쏟아졌고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한 장호영의 눈빛이 뒤늦게 달라졌다. 멀쩡한 왼손을 허리춤으로 당기고 진각을 밟은 그의 입에서 처절한 기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압!"

    틀어진 허리와 함께 다시 내뻗어지는 그의 주먹이 거대한 기운을 분출했고 새하얀 빛이 달려드는 수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가공할 그 공격에 전방을 가득 채우던 소수의 수영이 눈 녹듯 사그러들었고 약해진 빛과 함께 아희를 향해 그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빛에 휩쓸리는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였지만 사라지는 아희의 모습에 헛바람을 집어삼켜야 했다.

    "……이형환위?"

    "지옥에나 떨어져라."

    퍼어엉.

    저주의 말을 내뱉은 아희가 그의 옆으로 다가서며 헐떡거리는 장호영의 가슴에 소수를 찔러 넣었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뒤로 날아간 장호영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두 눈을 부릅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그를 한참을 노려보던 아희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팔려가기 마지막까지 자신을 부르짖던 어미의 얼굴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그녀가 힘겨운 듯 가녀린 몸을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지막에 혼신의 힘까지 쥐어짜서 밟은 보법과 쏟아낸 수강에 온 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나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입가로 한줄기 핏물이 흘렀고, 품에서 꺼낸 내상약을 삼킨 그녀가 눈을 감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잠깐의 운기로 기운을 되찾으려는 그녀였고 멀리서 들리는 고함 소리만 주변을 가득 울렸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그녀가 기운을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까지 치열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걸어가려던 그녀가 싸늘하게 식어있는 장호영을 바라봤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아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놈의 야망으로 남은 가족들이 화를 입었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그녀였다. 괜히 교에서 누린 자신의 삶 때문에 화를 입은 부모님을 떠올린 그녀였고, 이내 소교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싸늘하게 죽어버린 장호영의 시체와 함께 그곳에 적막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아희의 기척이 사라지자 검은 야행복을 입은 사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유. 희매의 무공이 저 정도일 줄이야. …… 그나저나 이걸로 둘째 공자는 깔끔하게 처리가 된 것인가? 복수를 한 희매만 불쌍하게 되었군. 쯧쯧쯧."

    죽은 장호영을 차갑게 바라보던 사내가 다시 모습을 감췄다. 예전에 조충을 피해서 달아났던 그 사내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외형이었다.

    그리고 그 자가 사라지자 멀리서 기척을 숨기고 있었던 인학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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