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32화 (13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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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라는 이름으로

    마공의 출현이라는 소문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청해성에 있는 객잔에는 빈 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대다수가 무림인들이라 그런지 거리는 활기가 넘치기보다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림인들의 시선이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 동창과 관군들에게 향해 있었다. 지난 번 '당새아'사건으로 강호의 암묵적인 규칙을 깬 관을 바라보는 무림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그 날선 시선에 조용히 몸을 사리는 그들이었다.

    당장은 황명을 시행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지만 그 황명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들은 무림인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들이었지만, 황궁에서 나온 자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척이라도 보여야만 했다.

    이래저래 눈치를 살펴야만 하는 관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었다. 직접적으로 무리를 이룬 무림인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몇몇 무인들을 상대로 괜한 시비를 거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저 멀리 홀로 떨어진 채 행동하는 무림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인들에게 불만이 쌓여가던 그들이었던지라 만만해 보이는 그를 보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저 자를 붙잡아서 묻는 것이 어떻겠는가? 보아하니 무림인 같은데 잡아서 문초하다보면…… 그래도 우리가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림인을 어찌 함부로 건드리겠는가? 자칫 잘못했다간 우리가 다칠 수도 있음이야."

    "뭘 그리 몸을 사리는가? 보아하니 혼자인 것 같은데…… 설마하니 우리가 저런 비리비리한 놈 하나 못 당하겠는가? 그간 우리를 보는 무림인들의 시선을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어떤가? 그간 당한 설움을 푸는 것이? 딱 봐도 고생 한 번 안 했을 법한 놈처럼 보이지 않은가? 세상물정 모르고 뛰어든 애송이 같군."

    "흐음……"

    "그거 좋은 생각이구먼! 하하하.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네. 주변에 널린 게 동창의 고수들이네. 위험한 일이 있다면 응당 도우러 올 걸세."

    선동하는 관인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일행들이었고 이내 반대하던 자가 채 말리기도 전에 낯선 사내에게 다가가는 그들이었다. 그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동료들을 향해 다가가는 관인이었다.

    "이봐. 거기!"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관인들을 바라보는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 나를 부른 것이냐?"

    "그래, 너! 보아하니 무림인인 것 같군. 혼자서 움직이는 모습이 꽤 수상하구나! 우리가 너에게 몇 가지를 묻겠다."

    얼굴을 한껏 치켜 올리며 홀로 서성이던 장호영을 내려 보는 관인들이었다. 그 모습에 얼굴을 잔뜩 구긴 장호영이 날선 목소리로 말했다.

    "뭘 물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난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것이 없다. 이만 돌아가거라."

    "나이도 어린놈의 말버릇이 상당히 고약하구만!"

    "네 놈이 아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것이다. 너는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되느니라. 알겠느냐?"

    자신의 말을 무시한 채 비웃는 관인들의 모습에 장호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내 크게 한숨을 내쉰 그가 주변의 이목을 피해 그들을 지나치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런 그 모습을 지켜볼 관인들이 아니었다.

    "이놈!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이냐?"

    "……."

    그들을 무시하며 걸음을 옮기는 장호영이었고, 관인들이 그런 그를 뒤쫓았다. 점점 으슥한 곳으로 사라져가는 장호영의 모습에 뒤를 쫓던 자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그 상황을 못마땅해 하던 관인 한 명은 이상함을 느끼며 쫓아가는 걸음을 멈췄다.

    '괜히 사단이 나는 것은 아닐까? 뭔가 범접하지 못할 기운이 느껴졌는데……'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기는 그였지만 일부러 거리를 벌렸고, 어느새 으슥한 곳으로 들어선 관인들은 그를 붙잡으며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멈춰라! 이놈!"

    "그만하고 돌아가거라. 이 이상 나를 건드린다면 그때는 나도 사정을 두지 않겠다."

    "흥, 네깟 놈이 뭐라고? 자, 건드렸다. 이제 어쩔 것이냐?"

    동료들을 향해 자신의 치기를 뽐내려는 듯 장호영의 어깨를 밀치며 도발하는 관인이었다. 하지만 그 치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장호영이 그 관인의 손을 붙잡아서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드득!

    "끄아악!"

    "이놈! 네 놈이 관과 대적하고도 무사하리라 보는 거냐!"

    단발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꺾인 손을 붙잡고 쓰러진 동료를 보며 장호영을 노려보는 관인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기도 차지 않는 다는 듯 어이없어하던 장호영이 이내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죽으려고 환장을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잘 됐군. 어디 내가 무사할 지, 네놈들이 무사할 지 한 번 확인해 보자."

    말을 마친 장호영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 모습에 헛바람을 집어삼킨 관인들이 뒤늦게 무기를 빼들려고 했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피를 뿌리며 바닥에 처박히는 그들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공격에 겁을 집어먹은 그들이 뒤늦게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막아서며 살수를 뿌려대는 장호영이었다.

    커다란 기운이 깃든 그 주먹에 관인들의 머리통이 깨졌고, 휑하게 뚫려버린 복부와 가슴에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자들이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에 오줌을 지렸고 그런 그들의 머리통이 장호영의 발차기에 바스러졌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인이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대로를 향해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장호영이 그를 붙잡으며 싸늘한 웃음을 보였다. 어느새 목을 틀어쥔 그가 천천히 그를 들어 올리면서 싸늘하게 웃어보였다.

    "어떠하냐? 관과 대적하고도 무사한 내 모습이?"

    "사…… 살려 주십시오."

    "크크큭.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애초에 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사…… 살려 주십……"

    "멈춰라!"

    애원하는 관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그 모습을 확인하며 누군가 뛰어들었다. 빠르게 달려오는 그 모습을 확인한 관인의 얼굴에 안도감이 내비쳤지만 이내 표정이 구겨지면서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어느새 축 늘어진 시신의 목에서 손을 놓은 장호영이 달려드는 자들을 바라봤다.

    "동창?"

    똑같은 복장을 갖춰 입은 그들이 검은색 관모를 쓰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윽고 허리춤에 찬 군도를 꺼내든 그들이 도를 휘두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단순한 도초에 뒤로 물러선 장호영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싸늘한 장호영의 웃음에 섬뜩함을 느낀 그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 모습에도 웃음을 보이며 여유로워 보이는 장호영이었고 이내 그를 둘러싼 네 명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섞여있던 인학도 도를 꺼내들며 장호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허리와 머리를 베어오는 합격술에 위로 뛰어오르며 그 공격을 피하는 장호영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눈을 빛낸 자가 떠있는 그를 향해 도격을 날렸다.

    터엉.

    주먹과 도과 부딪쳤지만 오히려 도를 휘두른 동창 요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고 그런 그의 뒤에서 인학이 모습을 드러내며 도를 내리쳤다. 생각보다 높은 무공을 가진 자였기 때문에 일부러 벽력도법을 사용하는 그였고 '우르르'울리는 주변의 공기에 그 힘을 가늠하던 장호영이 기운을 더 끌어올리며 주먹을 뻗어냈다.

    퍼어엉.

    큰 굉음과 함께 공중에 떠올랐던 장호영이 그 충격으로 뒤로 밀려나며 바닥으로 내려섰고, 도를 휘두른 인학이 느껴지는 반발력에 인상을 구겼다.

    '보통이 아니군. 저자의 정체가 뭐지?'

    한 번의 충돌로 상대의 무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는 것을 깨달은 인학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인학의 모습을 보며 장호영이 다른 자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의 주먹이 막아서는 자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패도적인 그의 주먹에 급히 도를 휘둘러 막는 그였지만 오히려 막아선 도가 부러져 나갔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꼬꾸라진 동창의 요원이었고 그런 그를 대신해서 또 다른 요원이 장호영의 뒤를 잡았다.

    빠른 도격에 급히 보법을 밟는 장호영이었지만 인학까지 합세하자 그들의 합격술을 경시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기운을 더 끌어올린 그가 뿌려지는 도격을 주먹으로 막아내면서 쳐올렸고 그들이 주춤한 틈을 타 더욱 기운을 끌어올린 그의 두 주먹이 내기를 쏟아냈다.

    "하압!"

    커다란 기합성과 함께 장호영의 주먹에서 폭발하듯 시린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공격을 맞이한 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그 빛에 위급함을 느낀 인학이 급히 기운을 끌어올리며 그 공격에 맞섰고 남은 두 요원들도 힘을 끌어냈다.

    퍼버벙.

    커다란 폭음이 터지고 먼지가 흩날렸다. 걷힌 먼지 사이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를 간신히 쥐고 있는 인학의 모습이 드러났고 남은 두 사람은 가슴이 꿰뚫린 채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옆에 서서 크게 숨을 몰아쉬며 그들을 바라본 장호영의 눈이 빛났다.

    '제법이군. 그래도 쓸만한 놈이 있었던가?'

    장호영의 공격을 막아낸 인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력한 수를 간신히 막아냈지만 지금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역류하는 피를 삼키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였지만 자신의 무공 실력으로는 앞에 선 자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다.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온 거지? 관군이 지천에 깔린 이곳에서 이렇게 날뛸 수 있는 자가 있었던…… 설마?'

    앞선 자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굴리던 인학이 전소평의 말을 떠올리며 마교라는 단체를 생각해냈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나이에 이런 강함을 가진 자가 흔할 리는 없었고 그 정체를 유추하던 그가 놀란 듯 그를 보며 되물었다.

    "…… 마교의 소교주요?"

    "훗, 내가 어딜 봐서 그런 겁쟁이로 보인단 말이냐?"

    자신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발끈하는 장호영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인학이었다. 마교의 사람이 아니라면 이렇게 담대하게 일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내 그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듯 조심스럽게 묻는 인학이었다. 소교주라는 말에 언짢음을 느낀 것 같았고 그걸로 시간을 끈다면 누구라도 와서 도움을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면…… 당신은 누구요? 보아하니 마교의 사람인 것 같은데?"

    "네 놈은 알 것 없다. 어차피 죽을 놈이 뭘 그리 묻는 것이냐?"

    인학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장호영을 유심히 바라보며 대거리를 하는 인학이었다.

    "당신 말대로 곧 있으면 죽을 놈이오. 내가 누구의 손에 죽는지는 알고 죽어야하지 않겠소?"

    "재미있는 놈이구나. 좋다. 나는 신교의 장호영이다. 이제 됐느냐?"

    인학의 말에 수긍하는 듯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장호영의 말에 인학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마교의 둘째라고 알려진 자인가? 젠장, 단단히 잘못 걸려들었구나.'

    짧은 한숨을 뱉어내며 인상을 구기는 인학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고심을 했지만 딱히 좋은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했고 그런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당신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그 능력은 뛰어나나 형의 그늘에 가려 소교주의 자리를 놓쳤다 들었는데. 맞소?"

    인학의 말에 장호영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내 분에 찬 목소리로 인학을 향해 소리치는 그였다.

    "죽을 놈이 말이 너무 많구나. 네 놈이 알 바 아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인학의 목을 틀어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격한 반응에 이렇다 할 방어도 하지 못한 인학이 눈알을 굴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크윽. 나랑 거래하는 것이 어떻겠소? 내가…… 당신을 소교주로 만들어 주겠소."

    "훗, 뭐라? 나를 소교주로 만들어줘?"

    기가 찬 듯 실소를 터트리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장호영을 바라보며 인학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저…… 정말이오. 나를 살려준다면 내가 당신을 소교주의 자리에 올려주겠소."

    "네 놈이 어떻게 나를 소교주로 만들어준단 말이냐?"

    인학의 눈빛에 호기심이 동한 장호영이 되물었고 잡힌 목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구기던 그가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직이 말했다.

    "이미 관에서는 당신들이 이곳으로 온 걸 알고 있소. 다만 모두가 쉬쉬하고 있을 뿐이오. 크윽. 이 목…… 좀 놔주시오."

    인학의 말에 흠칫 놀라는 장호영이었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파악하고 있는 관의 능력이 새삼 놀라웠기 때문이다. 어느새 틀어쥐었던 목을 놓은 그가 인학의 혈을 점하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 모습에 마른침을 삼킨 인학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동창의 수뇌부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오. 그리고 나 또한 그 수뇌부 중 하나요. 허니 내가 동창의 움직임을 당신에게 알려주겠소. 당신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가 그 목내이로 변한 시체와 마공 때문이 아니오? 그 사건의 진위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나를 살리는 것이 더 이득이 될 것이오."

    "흐음……"

    "동창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알아낸 정보까지 당신에게 알려주겠소. 허면 당신은 이번 일의 공을 챙길 수 있을 것이오."

    인학의 말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훑어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장호영의 모습에 침음을 삼키는 인학이었다.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한다면…… 싫다면 어쩔 것이냐?"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인학을 바라보며 묻는 장호영이었다. 그런 장호영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 채 똑똑히 말하는 인학이었다.

    "싫다면! 내 목숨을 내 놓아야겠지. 허나 당신 또한 소교주의 자리를 얻지는 못할 것이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인학의 눈빛에 장호영의 미간이 순간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장호영이 인학을 향해 나직이 물었다.

    "네 하찮은 목숨을 살려주라는 것 치고는 상당히 과한 조건이구나. 그래, 그렇다면 네 놈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자신의 저의를 묻는 장호영의 말에 머뭇거리는 인학이었다. 하지만 그저 목숨만 바란다고 믿어줄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아는 인학이었다. 이내 고심하던 그가 조심스럽게 본심을 드러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한 사람만 처리해주면 되오."

    "한 사람? 훗, 그 자가 누구냐?"

    "당신의 형처럼 내 앞길을 사사건건 막는 놈이 하나 있소. 그 자를 처리해주시오."

    날선 눈빛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는 인학이었고 그런 인학의 모습에 엷은 미소를 짓는 장호영이었다.

    "……좋다. 그 거래를 받아들이겠다."

    장호영의 말에 인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인학을 바라보던 장호영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인학의 모습에 흥미가 돋았기 때문이다. 이내 그를 바라보던 장호영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하얀색 빛이 나는 환단 같은 것을 꺼내든 그가 인학의 아혈까지 점하면서 그것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런 그의 행동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인학이었고 그 눈빛에 싸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장호영이었다.

    "고독이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

    "모든 일이 해결되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하하하."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장호영의 모습에 인학의 눈빛에 절망이 어렸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듯한 자신의 처지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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