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30화 (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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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라는 이름으로

    청해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목내이처럼 변한 시신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 한낮에도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림인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되었다. 살수지무로 곳곳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아삼의 신경 역시 곤두 서있었다.

    '마공의 출현이란 소문이 돈다더니…… 역시 무림인들의 시선도 이곳으로 향해 있는 것인가?'

    고심하는 아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생각보다 이 일을 주목하는 시선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난감해 하는 그였다.

    아삼이 고심하는 그때, 각기 다른 복색을 한 사내들이 관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관군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딱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며 맨 앞에 선 관군이 물었다.

    "웬…… 웬 놈들이냐?"

    관군의 물음에 무리의 앞에 선 푸른색 목면을 입은 중년인이 포권을 하며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곤륜파의 국원호라 하고 여기 내 오른쪽에 계시는 분은 무당의 제자 허윤이라 하오."

    국원호가 오른쪽에 있는 사내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내 옆에 선 허윤이 관군을 향해 조용히 포권을 했다. 그러자 저 멀리 떨어져 있던 흰색 목면의 사내가 못마땅한 얼굴로 관군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황보세가의 황보가륜이요."

    당돌하게 끼어드는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던 국원호가 관군을 향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이렇게 우리가 함께 관아를 찾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공에 당한 시신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기 위해서요."

    다시 안찰사를 찾은 국원호의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관인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소리쳤다.

    "이전에도 불가하다 하지 않았소? 그만 돌아들 가시오."

    "이미 이 사건은 관에만 관련된 사안이 아니요. 우리 무림인들에게도 중한 사건이란 말이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대로 묵도할 수는 없소이다. 우리 무림인들의 힘도 필요할 것이니 그만 시체를 내어 주는 것이 어떻겠소?"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국원호였고 그런 국원호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실어주는 두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 더 이상 이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한 그가 안으로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유명한 문파의 무인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지금 관아 밖에 무림인들이 몰려와 목내이로 변한 시신을 내어달라 하고 있습니다."

    다급히 전각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보고하는 관인의 말에 아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드디어 움직인 것인가? 하긴 마공의 출현이라 생각한다면 가만히 있을 저들이 아니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하던 아삼이 결심을 굳힌 듯 옆에 앉은 전소평을 향해 전심어서를 날렸다.

    - 무림인들에게 요구를 들어준다 하거라. 단, 시신은 오직 한 구만 공개하겠다고 하거라.

    "예? 시신을 공개한다고요?"

    아삼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전소평이 되물었다. 그런 전소평을 향해 아삼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전심어서로 답했다.

    - 마공이 나타난 것은 저들에게도 중한 일일 것이니 아마도 이 일의 진상을 밝히려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허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다만, 이 일이 한왕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때는 저들의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심각한 얼굴로 고심하는 아삼의 눈치를 살피며 전소평이 조심스레 물었고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비장한 얼굴로 전소평을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 네가 가서 그들을 만나거라. 그들 뜻대로 시신을 공개하겠다고 전해라.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개하는 시신은 딱 한 구뿐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 일이 황실과 관련되었다는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그때는 스스로 물러서야 한다고 전해라. 만약 이 조건을 무시한다면 그때는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거라. 관군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지.

    아삼의 전심어서에 전소평이 고개를 숙이며 읍을 했고, 어깨에 잔뜩 힘을 실은 채 전각을 빠져나갔다. 그런 전소평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이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엮인 것이 많아서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자욱한 모랫바람을 일으키며 청해성을 향해 달려오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마공의 출현과 함께 그 진위를 알아내라는 명을 받고 떠나온 마교의 일행들로 소교주 장무영과 둘째 장호영. 그리고 아희와 사혈대로 이루어진 그들이었다.

    공통된 목적으로 교의 명을 수행하러 가는 그들이었지만 말 위에 올라탄 그들의 얼굴에는 각각 다른 감정이 실려 있었다.

    무리를 이끄는 소교주 장무영은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간 마음에 품어두었던 여인과 함께 하는 길이라 그런지 스스로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옆에 선 아희의 얼굴을 힐끔힐끔 몰래 훔쳐보는 그였다. 그리고 그런 장무영을 바라보는 장호영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장무영 때문에 소교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이번에도 또 장무영의 방해로 온전히 공을 세울 기회를 놓쳤다고 여기는 그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형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걸림돌이라고 여기는 그의 눈이 사뭇 매서웠다. 소교주라는 자리는 그에게 그만큼 욕심이 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잘 살리리라 다짐하는 그였다.

    하지만 그런 장호영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아희였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목내이로 변한 시신이나 마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 일에 동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장호영 때문이었다.

    '모든 일의 원흉! …… 기필코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교주의 셋째 아들인 장가영과의 대화를 떠올린 그녀가 더 매섭게 장호영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이대로 청해성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듯 싶구나. 이미 정파의 무인들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괜한 분란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우선 그곳의 정황부터 파악하기로 하자."

    갑자기 말을 세운 장무영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못마땅한 얼굴의 장호영이 얼굴이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정파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몸까지 사려야 합니까? 진상을 빨리 밝혀야 하니 그냥 이대로 청해성으로 들어가시지요?"

    "진상을 밝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요. 자칫 잘못하면 진상을 밝히기도 전에 정파와 엮여 곤혹을 치를 수도 있어요. 우리 신교를 바라보는 무림인들의 시선이 어떻다는 것은 둘째 공자도 모르지는 않을 테지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저희를 이끄는 사람은 둘째 공자가 아니라 소교주라는 것을요."

    차가운 표정으로 장호영을 바라보는 아희가 마지막 말을 힘주어서 강조했다. 그런 아희의 말에 장호영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고 이내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다.

    "다들 그만 하거라. 곧 날이 저물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쉬도록 하자."

    그런 두 사람을 중재하며 장무영이 짐짓 엄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고 그 모습에 할 수 없다는 듯 장무영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때, 단발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사혈대의 수하 하나가 그대로 꼬꾸라졌다. 갑작스런 그 모습에 놀란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언제 나타났는지 낯선 사내들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웬 놈들이냐?"

    장무영이 사내들을 향해 매섭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사내들이었다. 그런 낯선 자들의 모습에 사혈대의 대주가 수하를 이끌고 그들을 막아섰다.

    생각보다 그들을 공격했던 자들의 실력이 뛰어났다. 교내에서도 제법 이름을 떨친 사혈대였지만 하나 둘씩 쓰러지는 그 모습에 장무영이 미간을 찌푸렸고 조금씩 드러나는 그들의 무공을 확인하고 침음을 삼켰다.

    '정파 놈들이 낌새를 알아차린 것인가?'

    드러난 무공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들이었다. 빛이 번뜩일 때마다 수하들이 죽어갔고 전신의 요혈을 난자당한 채 쓰러지는 모습에 장무영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런 그를 막아서며 아희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모습에 장호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문량!"

    화가 난 장호영의 부름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서 나타난 그가 장호영에게 부복을 하며 그에게만 고개를 숙였고 그런 그를 흡족하게 바라보는 장호영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저들을 치워라!"

    "존명."

    장호영의 명에 다시 사라진 문량이라는 자가 기습을 하던 자의 뒤에서 나타나며 가늘고 날카로운 검을 상대의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을 맞이하는 자도 만만치 않았다. 간신히 그 공격을 피해낸 그가 검을 뿌렸고 번뜩이는 검광과 함께 문량이라는 자의 목을 베어왔다.

    채앵.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문량이라는 자가 빠르게 날아오는 검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무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한 수로 확실히 이들의 무공이 무엇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점창의 무공이던가?'

    팽팽했던 두 무리의 부딪침도 아희와 장무영이 합세하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희의 투명한 손이 날카로운 검을 막아내며 그들의 수를 줄여나갔고, 장무영의 붉은 장력이 상대의 목숨을 끊어 놨다.

    "크으윽!"

    살짝 스치기만 한 두 사람의 장력이었지만 뼈를 얼릴 듯한 한기와 살을 태우는 양강의 장력은 상대하는 자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런 두 사람의 활약에 결국 기습했던 무리들 중에서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나섰다.

    상대하던 사혈대의 무인을 쓰러뜨린 그들이 함께 온 동료를 상대하는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아희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빠른 검격과 장무영의 요혈을 노리는 현란한 공격에 두 사람이 각자 기운을 끌어올리며 그것에 대항했다.

    터엉.

    빠른 검격을 막아선 아희의 몸이 뒤로 물러섰다. 이미 단련이 된 투명한 손에서 미미한 고통이 느껴지자 아미를 찌푸린 그녀가 상대를 노려봤고 그 공격을 막아낸 그녀의 실력에 검격을 뿌린 그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점창의 무공이다.'

    빠르게 쏟아지는 검격은 쾌를 중점으로 두는 점창의 무공과 비슷했고 그 공격을 막아서는 아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다시 한 번 날아오는 빠른 검격에 기운을 끌어올린 그녀가 더 투명해진 손으로 검날을 후려쳤고 청명한 쇳소리와 함께 열린 상대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좁힌 간격과 함께 가냘프고 고운 그녀의 손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상대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박혀든 그녀의 손이 뒤늦게 그 공격을 막아선 상대의 팔을 부러뜨렸고 가죽북 터지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장력을 막아낸 상대가 그 힘을 이기지 못 하고 한 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런 상대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있었고 파리하게 질린 입술과 함께 덜덜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고통도 신경질 적인 한 수에 곧 사라졌다.

    퍼억.

    자신에게 날아오는 상대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장호영이 그의 머리를 터뜨리며 피로 얼룩진 손을 털어냈다. 그리고 일부러 자신에게 상대를 날려보낸 아희를 노려봤지만 코웃음을 친 그녀는 그를 무시하며 다른 자를 찾아 나섰다.

    '저 년이……'

    자신을 도발하는 그녀의 모습에 입술을 깨무는 장호영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자를 상대하는 장무영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앞선 자의 무공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사용하는 무공이 자신의 생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자는…… 화산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제대로 된 화산의 제자들과 겨룬 적은 없지만 말로만 듣던 화산의 검법이었다. 교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그 무공이었다. 전신의 요혈을 노리는 정교한 검법과 함께 마치 매화가 날리는 듯한 화려한 검법에 인상을 찌푸린 그가 더욱 기운을 끌어올렸다.

    시뻘건 핏물에 양 손을 넣었다 뺀 것처럼 붉게 변한 두 손에서 강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붉은 강기가 전방을 가득 채운 검영을 쳐내면서 빠르게 쏘아져나갔고 그 공격을 맞은 상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뚫려버린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그를 처리하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는 장무영이었고 그의 눈에 마치 춤을 추는 듯 아름다운 몸짓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아희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군.'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자신을 노려보는 장호영의 눈빛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널브러진 시신들을 바라보는 장무영의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했다.

    "뭔가 이상하군. 같은 복장에 서로 다른 무공이라니…… 무림맹이 부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연합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도 없는데."

    "이상하긴 뭐가 이상합니까? 올바른 척 하며 뒤로 구린 짓만 하는 정파 놈들인데."

    쓰러진 자들을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장호영이었고 그런 그를 보던 장무영이 고개를 돌려 사혈대의 대주를 바라봤다.

    "다들 괜찮은 것이냐?"

    수하들을 둘러보는 장무영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장호영이 퉁명스레 물었다.

    "앞으로 어찌 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이대로 정파 놈들을 가만두지는 않으시겠지요?"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벌써 잊어나요? 우리는 정파와 대립하러 나온 게 아니에요. 자꾸 분란을 만들지 말아요. 우리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그 일을 조사하는 것도 힘들어질 테니까."

    "흥, 허면 이대로 물러서자는 것이냐? 설령 우리의 정체가 알려진다고 해도 나는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을 보며 아미를 찌푸리는 아희의 모습에 단호한 얼굴로 맞서는 장호영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호영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장무영이었다.

    "잘 듣거라. 너는 아버님의 명으로 나를 도와 그 일의 진상을 밝히러 나왔다. 허니 지금부터라도 내 명에 잘 따라줬으면 좋겠구나. 아희의 말처럼 우리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움직이기 쉽지 않을 터. 지금부터 은밀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미 정파 놈들이 이렇게 눈치를 채고 달려든 것을 보면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불가하지 않겠습니까? ……형님과 저는 생각이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딪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따로 움직이는 것이 더 좋겠군요. 지금부터 저는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장무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뜻을 밝힌 장호영이 고개를 까닥이면서 순식간에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에 다급히 장호영을 부르는 장무영이었지만 그런 장무영을 무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장호영이었다.

    "안 되겠다. 우리는 호영을 쫓을 테니, 너희들은 뒤처리를 끝내고 따라오너라."

    장무영의 명에 수하들이 고개를 숙여 읍을 했다. 그런 그들을 뒤로 한 채 재빨리 장호영의 뒤를 쫓는 장무영과 아희였다.

    장무영의 명을 받은 수하들이 시신들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던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두 눈을 빛냈다. 이내 시신을 수습하고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숨죽여서 지켜보던 그가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시신을 묻어둔 곳으로 다가갔다.

    '점창과 화산이 따로 움직인 이유가 있나? 헌데 죽은 자들의 얼굴이 너무 생소한데……'

    묻어둔 곳을 파헤치며 시신들을 확인한 노인이 의문스런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방 쪽 인사인 그의 눈에도 뭔가가 이상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림의 소식은 웬만큼 꿰고 있는 개방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각 파에서 움직이는 자들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어있는 시신들의 얼굴은 그에게도 너무나 생소했다.

    '지난…… 화산의 그 일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가?'

    화산이 따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시신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내 다시 시신들을 수습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그였다. 아무래도 지금 일어나는 일이 비단 마공과 마교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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