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24화 (124/204)
  • 0124 / 0204 ----------------------------------------------

    타초경사(打草驚蛇)

    '어차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그 자가…… 가영호가 된다면……'

    팽명민의 제안을 곱씹던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팽명민의 입가에 만족한 듯 미소가 지어졌다.

    "좋구나. 언제가 되었든 가영호만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될 일이다.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될 일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받거라. 임성화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가 적혀 있다. 그것을 토대로 일을 진행시키면 그 공은 온전히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우리 팽가가…… 금의위를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야. "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팽명민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고 이내 돌아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였다. 하지만 그런 아삼을 잡으며 팽명민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것을 놓고 간 것 같구나. 너에게 준 것이니 이것은 네 것이다. 언제든 팽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개의치 말고 쓰거라."

    자신을 향해 팽가의 명패를 내미는 팽명민을 향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신의 뜻을 확실히 하는 아삼이었다.

    '아닙니다. 팽가의 사람이 아닌 제가 어찌 이것을 받겠습니까? 소가주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삼이 내민 종이를 읽은 팽명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내 자신을 향해 예를 표하며 사라지는 아삼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팽명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아삼이 떠난 자리를 묵묵히 바라보며 일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린 팽명민이 그가 놓고 간 팽가의 명패를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아삼, 그 아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심상치 않다니?"

    "그것이…… 지금 동창은 아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창의 굵직한 일에는 모두 아삼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정화 태감이 뒤로 물러났다고 하나 아직도 그 힘을 무시할 수 없고, 그런 정화 태감이 아삼의 뒤를 든든히 봐주고 있으니 동창에서 아삼의 입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동창 내에서 아삼을 따르는 자도 점점 많아져서 이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구영고의 말에 놀란 듯 팽명민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아삼의 능력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두드러진 아삼의 능력에 새삼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그였다.

    '흠…… 동창에서 우리 팽가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지 않는가? 인학이라는 놈은 이제 믿을 수가 없고 그나마 있는 구영고도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심각한 얼굴로 고심하며 구영고를 향해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는 팽명민이었고 편치 않아 보이는 팽명민의 얼굴에 조용히 침음을 삼키며 물러가는 구영고였다.

    '그렇다고 금의위도 예전만 못하지 않는가? 가영호, 그자 때문에 더 이상 금의위도 온전히 팽가의 것이라 할 수 없으니…… 우선은 금의위를 수습해서 온전히 팽가의 아래에 두는 것이 좋겠군. 어차피 기반을 잃은 동창보다는 금의위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니까.'

    그렇게 가주인 팽문호를 만난 팽명민이었고 나머지 일에 관해서 논의를 했던 두 부자였다.

    '정화와의 관계를 위해서 아삼을 돕는다라……'

    지난 일을 떠올리던 팽명민이 아삼이 거절한 팽가의 명패를 갈무리했다. 팽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상징적인 물건에 욕심을 내지 않는 아삼을 떠올리면서 쓰게 웃는 팽명민이었다. 아삼을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주인 팽문호와 논의한 사항은 이미 팽가의 뜻대로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아삼에게 공을 넘겨서 그의 호감을 얻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판단한 팽가였다. 자신의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그 끈을 이어놓으면 언젠가는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아삼이 승승장구를 해야만 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그때는…… 더 이상 하대를 할 수도 없겠지.'

    아삼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던 팽명민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 거래와 함께 아삼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팽가를 나와서 객잔으로 향하는 아삼의 얼굴에 만족할 만한 웃음이 지어졌다. 미미한 미소를 띠며 조금 전의 팽명민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숙고하는 아삼이었다.

    '이것으로 팽가와 동등한 관계를 이룩한 것인가? 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겠지.'

    거래를 하자던 팽명민의 얼굴을 떠올리며 팽가의 현 상황을 다시 상기시키는 아삼이었다. 이전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자는 그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을 향해 명패를 내밀던 팽명민의 모습을 떠올린 아삼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은 내 위에 있다…… 그 뜻인가? 하긴 한때 부리는 자였으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 아니면 아직은 내가 인정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던 아삼의 두 눈이 빛났다. 동창에서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하고 위치를 높여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삼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객잔에 들어서는 아삼을 발견한 송상호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며 아삼을 맞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송상호와 고기현을 향해 다가갔고 아삼이 앉자마자 이전에 지시한 일을 보고하는 송상호였다.

    "어제 임성화가 기루에서 만난 놈이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낙양상단의 행수인 백동식입니다. 낙양상단은 이름 그대로 낙양에 적을 둔 거대 상단으로 백동식의 형인 백동호가 대방으로 있습니다. 아무래도 낙양에 있다 보니 한왕의 비호를 받는 듯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알아낸 송상호였다. 그리고 그런 송상호의 말이 팽가가 준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은 아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팽명민의 말이 맞았구나. 낙양 상단이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던 아삼이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무언가를 내미는 송상호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봤다.

    - 이것이 뭐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삼의 모습에 고개를 조아린 송상호가 나직이 말했다.

    "얼마 되지 않으나 당두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송상호의 말에 아삼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가 내민 봉투를 들어 확인했다. 누런 봉투에는 몇 장의 전표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고 그 전표에 아삼이 의아한 눈빛으로 송상호를 바라봤다.

    "당두께서 전소평과 함께 하는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전소평의 표정을 살피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하여…… 이 돈은 송 공공, 아니 송기득이 실각되었을 때 그의 재산 중 일부를 따로 챙겨둔 것입니다. 많지는 않으나 급한 대로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행여나 아삼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던 송상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자금을 더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송상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송상호의 말처럼 더 많은 자금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송상호가 이제 자기 사람에 가까워졌단 생각에 마음이 든든한 아삼이었다.

    전소평을 찾은 아삼이 그를 향해 송상호에게서 받은 전표를 건네며 전심어서로 말했다.

    - 많지는 않으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나머지 자금은 내가 더 알아볼 테니 우선 이것으로 멈췄던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좋겠다.

    아삼의 명에 전소평이 고개를 숙이며 읍을 했고 하오문을 통해 알아온 정보를 아삼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예전 선황께서 황위에 오르기 전에 선봉에 섰던 한왕의 군대에 있었던 인물이 도지휘첨사 임성화라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한왕의 손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인연도 있었고 또 낙양상단에서 접촉을 한 것을 보면……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소평이 알아낸 정보도 아삼이 얻은 정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전부터 그들을 눈여겨봤던 팽가의 내용보다는 조금 부실한 면이 있었다. 이미 낙양상단에서 전표를 건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삼이 따로 알아보라고 했던 일을 물었다.

    - 흠, 그건 그렇고 임성화의 장원 구조나 경계에 관한 것은 어떻게 되었지?

    아삼의 물음에 전소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고 그것을 탁자에 펼치며 말을 이어갔다. 펼친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 중간에 써진 명칭들을 확인한 아삼은 그것이 임성화가 가진 장원의 배치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배치도를 암기하려는 듯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나가는 전소평이었다.

    "이것을 구한 이유는…… 따로 임성화의 장원을……?"

    - 오늘 밤, 임성화의 장원으로 숨어든다.

    아삼의 전심어서에 전소평의 눈이 커다래졌다. 갑작스런 아삼의 명에 놀란 그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그런 전소평을 향해 아삼이 전심어서로 말을 이어갔다.

    - 임성화의 장원에서 찾아야 할 것은 낙양상단에서 건넸다는 전표다.

    "저…… 전표라니요?"

    - 낙양상단에서 그에게 전표를 건넸다고 하더군. 그 전표를 찾으면 임성화를 옥죌 수 있을 거다. 아무래도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이니 이번 일은 너와 나, 단 둘이서만 할 거다.

    "당두와 저. 두…… 둘이서만? 그게 가능할까? 아니 가능할까요?"

    아삼의 말에 당황한 전소평이 존대를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되물었다. 다시 뒤에 존대를 섞었지만 그만큼 놀란 그였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최소한 송상호와 고기현 그 두 사람도 함께 하는 줄 알았는데, 단 둘이서 한다니.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삼을 바라보는 그였다.

    -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들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히 수행할 수 있을 거다. 아무래도 숨겨진 것을 찾기에는 네가 적합할 것 같거든.

    이어지는 아삼의 하명에 전소평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삼을 향해 되묻는 전소평이었다.

    "저 보고 전표를 찾으라구요?"

    - 하오문 출신인 네가 이런 일은 나 보다 더 잘 할 것 같더군. 경공술도 형편없지는 않으니 도망가는 것도 수월할 것 같고…… 같이 잠입을 해서 전표를 찾고 빠져나오면 될 일이니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될 거다.

    아삼의 말에 전소평의 인상이 구겨졌다. 별로 대수럽지 않다는 듯 말을 하는 아삼이었지만 도지휘첨사인 임성화의 집이 허술할 리가 없었다. 특히나 지금같이 위험한 짓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경계가 강화될 것이었고 실제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평소보다 더욱 경계가 삼엄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전소평이었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서 읍을 하는 전소평이었고 그런 전소평의 모습에 웃음을 보이는 아삼이었다.

    그날 밤,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아삼과 전소평이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임성화의 장원을 살피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삼엄한 경계에 인상을 찌푸린 아삼이었지만 괜히 일을 지체해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다른 자들이 나서면 자신의 공이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었고 임성화도 그 증거를 계속해서 놔둘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이전에 정화와 만났던 때에 있었던 짧은 침묵이 마음에 걸린 아삼이었다. 조금이라도 공을 세워서 그 관계를 개선시키고 싶은 아삼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기회가 왔으니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니…… 팽명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첫걸음이 될 일이다.

    마음을 다잡은 아삼의 눈이 번뜩였다. 옆에 있는 전소평을 향해 전심어서를 날린 그가 그의 상태를 물었다.

    - 준비는 됐지?

    아삼의 전심어서에 비장한 표정을 보인 전소평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전소평을 향해 다시 한 번 임무를 상기시키는 아삼이었다.

    - 명심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전표는 꼭 찾아야 한다. 알겠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전소평의 모습에 크게 숨을 들이마신 아삼이 배치도를 되뇌며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아삼이 장원의 담을 뛰어넘었고 흐릿한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전소평이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건가? 언제 저기까지 간 거야?'

    뒤늦게 아삼의 뒤를 쫓는 전소평이 최대한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스로 경신술에 자신을 가졌던 그였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아삼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비어진 담으로 다가간 전소평이 바닥을 박차며 위로 뛰어올랐다. 이내 훌쩍 담을 뛰어넘은 전소평이 두 눈을 빛내며 장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너는 전표를 찾아라. 나는 숨어서 너를 뒤따를 테니.

    아삼의 전심어서에 고개를 끄덕인 전소평이 미리 머릿속에 암기해 둔 건물의 위치를 떠올리며 전표를 숨겨놨을 법한 곳을 향해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고 몸을 숨긴 아삼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채 몇 걸음 떼지 못하고 기둥 뒤에 몸을 숨겨야만 했다. 멀리서 순찰을 도는 임성화의 수하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간 큰 놈이 이런 곳을 쳐들어온다고…… 우라질."

    "…… 우리 같은 말단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될 일이네. 그저…… 으응?"

    씁쓸하게 웃던 사내가 동료의 말에 대꾸를 하며 순찰을 돌았지만 전각을 받치는 기둥 옆에 삐져나온 그림자를 발견하고 의아해 했다. 전각의 기둥 주변에 이렇다 할 나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잠입이 서툰 아삼이 모습을 숨겼지만 드러나는 그림자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고 그것이 우연찮게 순찰을 도는 자의 눈에 걸린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사내의 모습에 미간을 좁힌 아삼이 그의 시선을 좇았고 드러난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뜻밖의 실책에 자책을 하는 그였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밖을 향해 뛰쳐나간 그가 전소평을 향해 전심어서를 날렸다.

    - 내가 저들의 이목을 끌 테니, 너는 전표를 찾아라. 이후의 일들은 사전에 논의했던 것처럼 진행한다.

    갑작스런 아삼의 행동과 그의 전심어서에 당황한 전소평이었지만 이미 모습을 드러내서 그들을 상대하는 아삼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숨을 죽이는 그였다. 밖으로 뛰쳐나간 아삼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순찰을 도는 두 사람을 쓰러뜨렸고 그 모습에 안심한 전소평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찰을 도는 두 사람을 쓰러뜨렸지만 어떻게 할지 몰라 하던 아삼은 급한 대로 둘을 둘러업고 전각의 구석에 숨어들었다. 대충 그들을 숨겨놓고 다시 전소평을 뒤따라가려는 그였지만 오히려 자신이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움직임을 멈췄다.

    '잠입과 은신에 대해서 따로 배워놔야 하는 것인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가 최대한 몸을 숨기면서 전각의 지붕으로 올라갔다. 거대한 전각을 보면서 숨어든 전소평을 찾으려고 했지만 다행히 그의 실력이 뛰어난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안도하던 아삼이 마음속으로 시간을 세며 살수지무의 공능으로 주변의 기운을 살폈고 숨은 자들을 찾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대로는 전소평이 몰래 잠입하는 것은 무리겠군. 우선 임성화를 끌어내야 하는 건가? 그래야 전소평이 조금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그 짧은 시간동안 전표를 찾아내는 것은 모두 전소평의 몫인가?'

    이쪽으로는 제대로 된 경험이 없는 아삼이었기 때문에 전소평을 데리고 온 것이 잘한 일이라고 여긴 그가 어떻게 임성화를 끌어낼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전소평이 목표했던 곳까지 다다를 때까지 걸릴 시간을 세던 아삼이었지만 그런 그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다! 누군가 장원에 침입했다."

    커다란 외침과 함께 시간을 세던 아삼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금 전에 숨겨둔 자들을 누군가 발견을 한 것 같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눈에 심각한 표정으로 전각에서 뛰쳐나온 임성화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차라리 잘된 건가?'

    오히려 저렇게 나타나는 임성화의 모습에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마음을 굳힌 아삼이 지붕을 박찼다. 마치 비조가 내려앉듯 횃불로 일렁거리는 장원의 앞마당을 날아오른 아삼이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바로 바닥을 박찬 그가 빠르게 임성화를 향해 들이쳤다.

    "자…… 자객이다. 저자를 잡아라!"

    커다란 외침과 함께 모두의 이목이 복면을 뒤집어 쓴 아삼에게 집중됐다. 몰래 움직이는 기척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은 아삼이 '용아'를 빼들었다.

    '생소한 무공으로 내 모습을 지운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