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23화 (12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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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초경사(打草驚蛇)

    황세웅이 깨어났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간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눈에 가슴을 싸멘 채 일그러진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황세웅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알싸한 약 내음과 함께 붉은 피가 묻은 흰색 천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는 황세웅이 아삼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아삼! 크윽. 어제는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차가운 바닥에서 잠들었을 거야. 크큭."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웃는 황세웅의 모습에 아삼의 입가에도 엷은 미소가 번졌다. 상당히 중한 상처였지만 원래 골격이 좋은 황세웅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 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이 된 아삼이 그를 향해 전심어서를 날렸다.

    - 몸은 어때? 괜찮은 건가?

    "보시다시피…… 근데 무뚝뚝한 태도는 여전하구나. 그런데…… 너는 그곳에 어떻게 나타난 거야?"

    - ……우연히.

    "흐음. …… 그래. 아무튼 고맙다. 큰 빚을 졌다. 언젠가 되갚을 날이……"

    진지한 눈빛으로 아삼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는 황세웅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괜찮다는 듯 미소를 보이는 아삼이었다.

    -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 지난번에 네가 나를 도와준 그 빚을 갚은 것뿐이니까.

    "…… 그런가? 그때는 단지 다친 너를 옮긴 것뿐이었는데.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언젠가 너를 도울 날이 올 거야. 하하하."

    그 상황이 어색했는지 일부러 크게 웃는 황세웅이었지만 아려오는 가슴의 통증에 금세 얼굴을 찌푸렸고 그런 황세웅의 모습에 실소를 터트리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팽설연이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

    '황세웅 저자는 혼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냥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나?'

    자연스럽게 아삼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황세웅의 모습에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는 팽설연이었다. 혹시 아삼이 전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의 입을 유심히 바라봤지만 굳게 다문 아삼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머리를 다친 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황세웅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팽설연이었고 그 시선을 느낀 황세웅이 뒤에 있는 그녀를 보면서 환한 미소로 안부를 전했다.

    "이게 누구야? 팽가의 금지옥엽이네? 팽설연 맞지?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는걸?"

    "흥!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천한 놈이 이제는……"

    황세웅의 반김에 아미를 찌푸리는 팽설연이었다. 팽가의 하나뿐인 가주의 딸이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황세웅의 반김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차갑게 내뱉으려던 말도 황세웅의 말에 뒤를 돌아본 아삼과 눈이 마주치자 차마 모두 내뱉지는 못했다.

    그런 팽설연의 행동이 더욱 못마땅한 듯 마주친 눈을 피하며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삼의 행동에 얼굴을 굳힌 팽설연이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너는 어떻게 황세웅과 대화를 나누는 거지? 분명히 말을 하지 못하지 않았어? 보아하니 전음을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아삼을 바라보는 팽설연이었고 그런 팽설연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던 아삼이 그녀를 무시하며 누워있는 황세웅을 바라봤다.

    - 몸조리 잘 해라. 나는 이만 가 봐야겠다.

    "그래 알았어. 괜히 내가 시간을 뺐었는지 모르겠다. ……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다시 한 번 아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황세웅이었고 그런 황세웅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다. 이윽고 방을 나서려던 아삼이었지만 화가 난 얼굴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팽설연의 행동에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너…… 언제까지 내 말 무시할 거지? 벙어리라고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네가…… 네가 뭐라고 나를 무시해?"

    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팽설연이 붉어진 눈으로 아삼을 바라봤다. 계속해서 무관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아삼의 행동에 분을 참지 못한 듯 거칠어진 호흡으로 그를 노려보는 팽설연이었지만 그런 그녀를 무시하며 지나치려는 아삼이었다.

    "이익…… 거기서!"

    또 다시 자신을 무시하는 아삼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팽설연이 그의 앞을 단단히 막아서며 소리쳤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네가 언제까지 나를 무시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이번에야말로 꼭 네놈의 콧대를 꺾어주겠어."

    이를 악문 팽설연이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꼭 한 번은 아삼을 무릎 꿇게 만드리라 다짐하는 팽설연이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그녀는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다. 이번에야말로 그때의 일을 설욕을 하리라 마음먹은 팽설연의 두 주먹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팽설연의 행동에 아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팽설연의 주먹을 허리를 틀면서 가볍게 피한 아삼이 귀찮은 듯 문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다시 달려든 팽설연이 아삼의 앞을 막으며 아삼의 가슴을 향해 장을 날렸고 그 모습에 얼굴을 굳힌 그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벽력장(霹力掌)을 날리는 그 공격을 쉽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날아드는 팽설연의 장을 피해서 분뢰수로 그 손목을 잡은 아삼이 그녀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바로 앞에서 멈춰선 그의 수도에 놀란 팽설연이 마른 침을 삼켰고 목에서 느껴지는 아삼의 온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던 아삼이 그녀를 밀어내며 뒤를 돌아서 문을 향해 걸어갔고 뒤늦게 그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팽설연이 붉어진 얼굴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멈춰. 무슨 짓이야?"

    다시 한 번 아삼을 향해 달려드는 팽설연의 모습에 당황한 황세웅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직접 말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숨을 쉬는 것도 힘겨운 몸이라서 움직일 수 없었고, 그저 철없는 팽설연의 모습을 답답해하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황세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팽설연의 모습에 아삼이 긴 한숨을 토해냈다.

    '흠…… 천방지축이 따로 없군.'

    되도록이면 부딪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느니 우선 제압을 해 놓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았기 때문에 다가오는 팽설연을 차갑게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눈빛을 접한 그녀는 순식간에 바뀐 그의 기도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팽가에서는 자신을 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하는 팽설연이었다.

    "그렇다고 누가 겁먹을 줄 알아? 흥!"

    마음을 다잡은 팽설연이 다시 한 번 벽력장을 쏟아내며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런 팽설연의 장을 막아선 아삼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파바밧.

    순식간에 뻗어낸 그의 손이 팽설연의 장을 무력화 시켰고 내뻗은 아삼의 손이 그녀의 몸을 뒤로 밀었다. 그리고 그 공격에 당황한 듯 팽설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 가슴을……'

    큰 충격 없이 밀어낸 아삼의 공격이 팽설연의 가슴을 스쳤고 그 사실에 얼굴을 붉히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별다른 부딪침 없이 그녀를 제압하려는 아삼에겐 그런 점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충격을 줄이려는 듯한 팽설연의 행동이라고 생각을 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삼의 모습에 민망해진 그녀가 황세웅의 침상 옆에 세워진 도를 빼들었다. 하북 팽가를 대표하는 무공은 도법이었고 그런 팽가의 여식인 팽설연 역시 가장 자신있는 무공이 바로 도법이었다.

    빼든 무기에 인상을 찌푸리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그녀가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거친 그 성정에 혀를 내두른 황세웅이었지만 그 둘을 말릴 수는 없었다. 다만 아무런 문제없이 일이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었고 그런 바람이 통했는지 아삼에게 달려들던 팽설연이 움직임을 멈춘 채 당황한 눈으로 아삼을 바라봤다.

    몸이 굳어버린 상태로 놀란 듯 아삼을 바라보는 팽설연이었다. 휘두른 도법에 당황해야 할 사람은 아삼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평온했고, 순식간에 사라진 그 모습에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를 찾던 팽설연이었다. 하지만 미처 그를 찾기도 전에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닿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영보법으로 움직인 아삼이 순식간에 팽설연의 혈을 제압한 것이었다. 이내 자신이 혈도를 제압당했다는 사실과 함께 아삼의 손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스쳤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혀진 팽설연이었다.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이 분한 그녀였지만 무엇보다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민망한 그녀였다.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아삼을 노려보는 그녀였지만 이미 제압당한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그런 그녀를 두고 돌아서는 아삼이었다.

    "어…… 어딜 가는 거야! 이대로 나를 놔두면……"

    "……."

    조그마한 목소리로 아삼을 부르는 팽설연이었고 그 물음에 답을 한 사람은 아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오…… 오라버니, 소녀는 그저……"

    황세웅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그의 처소에 들어서던 팽명민이 도를 꺼내든 채 움직이지 못하는 팽설연을 바라봤다. 붉어진 얼굴로 눈알을 굴리는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그가 주변을 둘러봤고 이내 대충 정황을 파악한 그가 팽설연을 노려봤다.

    갑작스런 팽명민의 등장에 깜짝 놀란 팽설연이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며 변명하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런 팽설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팽명민이 노성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아무리 천방지축이라지만…… 팽가를 찾아온 손님에게 이 무슨 무례란 말이냐? 아삼이 아직도 이곳에서 훈련받던 그 아이로 보이느냐? 이제 엄연히 동창의 당두이거늘. 그리고 너는 부상을 당해서 누워있는 황세웅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 어찌 환자를 옆에 두고 싸움을 벌인단 말이냐?"

    "……."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을 노려보는 팽명민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팽설연이었다. 몸이라도 움직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온전히 민망함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팽설연을 향해 다시 한 번 엄히 말하는 팽명민이었다.

    "되었다. 잘못을 알았다면 네 처소로 돌아가서 자성하고 있거라."

    "……."

    "끄응. 그만 풀어주는 것이 어떻겠나?"

    돌아선 팽명민이 아삼을 바라봤고 그 말에 민망한 듯 제압당한 팽설연의 혈을 풀어주는 아삼이었다. 뒤늦게 몸을 움직이게 된 팽설연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그녀를 바라보던 팽명민이 황세웅과 아삼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 어제 일은 모두 들었다. 나머지 일은 아버님과 상의해서 알아서 할 터이니 너는 걱정 말고 보중하는데 힘쓰도록 하거라."

    "송구합니다."

    "아니다. 그럼, 편히 쉬거라."

    아삼을 향해 눈짓을 보낸 팽명민이 황세웅의 처소를 나섰고 그런 팽명민의 뒤를 아삼이 조용히 따르며 황세웅을 향해 전심어서를 날렸다.

    - 몸조리 잘 해라.

    - 고맙다.

    멀어지는 아삼을 향해 전음으로 답하는 황세웅이었다. 아무래도 아삼이 전심어서를 사용한다는 것을 팽명민에게 알려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꺼리는 듯한 아삼의 행동에 그렇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황세웅이었다.

    팽설연이 멀어지는 아삼을 노려보며 분을 삭였다. 하지만 그런 팽설연의 눈빛을 무덤덤하게 받아넘기는 아삼이었다. 멀어지는 아삼의 모습과 함께 팽설연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놈의 무공 실력은 어떻지? 어떻게 몇 년 안 되는 시간에 저런 무공을 가질 수가 있지?"

    "……."

    억울한 듯 황세웅을 향해 아삼의 무공을 묻는 팽설연이었지만 그 질문을 받은 황세웅도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어제 있었던 그 싸움에서 그가 물리친 자들 중에 고수로 불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자들을 너무나…… 쉽게 처리를 했으니…… 나 같은 놈은 상대도 안 되겠는데?'

    새삼 아삼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세웅이었고 그런 황세웅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팽가의 소가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겠군. …… 아니 이미 소가주는 넘어선 것인가?'

    그런 황세웅의 생각을 모르는지 다시 만나는 날에는 그를 이겨보리라고 다짐하는 팽설연이었다. 이내 맺혔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것을 감추려는 듯 손에 쥔 도를 집어던진 그녀가 처소를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황세웅이 아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애도를 챙겨들었다.

    '크윽…… 망할 년.'

    ***

    자신을 따라 처소로 들어선 아삼에게 자리를 권한 팽명민이 그를 바라보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안하구나. 철없는 동생 때문에 괜한 분란을 일으켰구나."

    자신을 향해 사과를 하는 팽명민을 향해 아삼이 괜찮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아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팽명민이 그를 따로 불러들인 이유를 꺼냈다.

    "…… 동창이 나선 것을 보니 이번 일에 동창도 끼어든 것이냐?"

    "……."

    팽명민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모습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팽명민이었다. 그간 봐왔던 아삼의 성정으로 봐서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상기시킨 그가 이내 체념한 듯 한숨을 토해내며 말을 이어갔다.

    "후우. 동창에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금의위에서도 도지휘첨사 임성화를 주목하고 있었다. 최근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 자가 고심 끝에 한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더구나. 아무래도 한왕이 내민 손을 외면할 수는 없었겠지."

    '금의위 내에서 가영호의 세력이 움직였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역시 팽가인 건가?'

    팽명민의 말에 아삼이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동창보다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듯한 팽가의 정보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삼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 팽명민이었다.

    "그것 외에도 결정적인 정보가 있다."

    "……."

    "동창이 나섰다고 하지만 금의위에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할 사건이다. 그 정보를 토대로 일을 마친다면 우리가 먼저 해결할 수 있을 일이다. 다만……"

    아삼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팽명민이 말을 멈췄다.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아삼의 눈을 바라보던 그였고 그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삼도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삼의 눈빛을 바라보던 팽명민이 침음을 삼켰다.

    '성장했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아닌가? 이런 자를…… 팽가에서 놓쳤단 말인가?'

    말끝을 흐린 팽명민이 새삼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삼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만, 너에게 그 정보와 공을 넘겨줄 수도 있다."

    "……."

    뜻밖의 말에 팽명민의 입에 시선을 고정시킨 아삼이 긴장한 듯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아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팽명민이 주저하던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이제 동창에서 팽가의 입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 신뢰를 잃은 인학이라는 놈을 다시 믿기도 어렵고, 구영고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다른 인물을 새로 집어넣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네가…… 우리 사람이 된다는 것은 더욱 힘들 것 같구나. 해서 우리 팽가가 너에게 거래를 제안하려고 한다."

    '거래?'

    "임성화와 관련된 정보와 공을 온전히 너에게 넘겨줄 것이다. 동창에서는 한 가지만 약조해 주거라. 아니…… 네가 약조를 해 줬으면 좋겠다. 동창이 아닌 네가."

    "……."

    "가영호! 그 자를 없애주거라. 네가 가진 힘으로 그자를 없애주거라. 그렇게 해 준다면…… 더 이상 팽가가 동창에 끼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의위라도 온전히 팽가의 것으로 하고 싶다. 어떻게……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오는 팽명민의 말에 아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뚝뚝하던 그가 표정을 드러낼 만큼 그가 제안한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내 힘으로? 정화 태감을 끌어들일 생각인 것인가?'

    천천히 제안한 내용을 떠올리는 아삼의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어렸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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